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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내 님의 서재입니다.

내 AI만 초인공지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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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내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0
최근연재일 :
2023.08.10 19:05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27,833
추천수 :
573
글자수 :
288,051

작성
23.06.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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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관계자

DUMMY

그러자 강혜린은 입술이 대자로 나오더니, 툴툴거리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왜 네가 놀라오는 시기 때 하필 이메일을 보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거냐구.”


“대륙 반대편에 있는데 설마 하니 이쪽을 보러 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지. 그리고 거린 멀어도 미국에 가는 건 맞으니까 겸사겸사 보낸 거고.”


그녀는 ‘흥’이라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주 좋으시겠어요? 나는 일주일 동안 경기 준비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너는 아주 예에쁜 백인 여자랑 손잡고 다니면서 팔자 좋게 놀러 다니겠네?”


“뭔 질투를 하고 있어? 말했잖아? 걔 레즈비언이라고.”


이런 내 말에도 불만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레즈비언’일 수도’ 있는 거지. 걔 입으로 남자는 싫어한다고 직접 들은 거 있어?”


“그건···”


여성을 사귄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터라, 그걸 물어볼 생각조차 하질 못했다.


“재주는 내가 부리고, 과실은 양놈이 가져가게 생겼네.”


“양놈이 뭐냐, 양놈이.”


이쪽의 가벼운 질책에도 상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뭐냐. 이 근처에 아아주 유명한 관광지가 있거든? 거기 한번 가봐.”


“어디 말하는 건데?”


“이름이 뭐였더라··· 맞아. 아마 그랜드 캐년인가, 개년인가 그랬을 거야. 아마 개년인 것 같기도 하고?”


“··· 장소 말하는 거 맞지?”


“왜? 내 발음이 조금 이상할 뿐이지 살면서 꼭 가봐야 할 관광지라고. 그랜드(거대한) 개년.”


이렇게 그녀가 질투를 할 때면, 오해를 할 것만 같았다.


‘사실은 그녀 또한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하는 부분 말이다.


그녀가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던 기점으로 5년째.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녀에게 고백한다면.


이번만큼은 그녀가 나를 받아줄 수 있을까?


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이번에도 내 ‘착각’으로 인해 한번 더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하면, 지금 유지하고 있는 친구 관계마저 망가져버릴지도 몰랐으니까.


게다가 더 큰 문제라고 한다면.


내 마음은 섞이고, 또 섞여버리는 바람에.


현재 내 마음이 친구로서 그녀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이성으로서 그녀를 좋아하는 건지.


그 마음을 헤아리기조차 어려워지고 말았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쉰 뒤, 길게 내쉬며 복잡한 속마음을 정리하며 물음을 던졌다.


“경기 전에는 바쁠걸 뻔히 알면서 왜 일주일 전에 나를 초대한 거야?”


“어라라, 말 돌리기?”


“···”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고선 내 질문에 대답해 줬다.


“아무래도 시차가 있잖아. 그러니 하루이틀은 쉬어야 될 겸 내버려두었다가, 이후에 내가 경기를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보여주려고 했거든. 너도 최근엔 운동 좀 하는 것 같으니까 내 옆에 따라다니면서 같이 러닝도 좀 하고 말이야.”


“··· 실화냐.”


“왜! 뭐! 미국에서 내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나랑 같이 지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수두룩할걸? 니 목욕 친구가 나 엄청 좋아하는 거 못 봤어?”


“목욕 친구가 아니라 유학 친구”


“그게 그거지.”


그녀의 똥고집을 말릴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더 피곤함이 몰려오는 듯했다.


“너는 가봤어?”


“어딜.”


“그랜드 뭐시기.”


“개년?”


“캐년.”


“현지 적응하고 경기 준비하느라 바쁜데 그럴 시간이 어딨냐? 왔다 갔다 하는 것만 해도 이틀은 잡아먹을 텐데.”


그 대답에 내가 어떤 식으로 일주일을 보내면 될 것인지 결정을 내렸다.


“그럼, 같이 가자.”


“뭐? 나도? 지금까지 뭘 들은 거야. 시합 때문에 갈 수 없다니···”


“그러니까. 시합 끝나고 같이 가자고.”


약간의 침묵.


그녀는 약간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시합 전에는?”


“네 말대로 하루 이틀정도는 푹 쉬었다가, 이후에 네가 뭘 하는지 옆에서 지켜봐 줄게.”


“니 목욕 친구는 어쩌고?”


“그건 걔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 애초에 난 너를 보러 온 거고, 걔도 너를 보러 온 것 같으니까. 그리고 자꾸 목욕 친구라고 할래?”


“흐응. 싫거든~”


왠지 모르게 그녀의 표정은 한결 풀려있는 듯했다.


“쨌든 네 친구인 건 맞으니까 여기에서 먹여주고 재워줄 순 있어. 하지만 너랑 달리 내 훈련하는 모습을 항시 지켜보지는 못하게 할 거야. 만에 하나 내가 어떤 걸 집중적으로 익히고 있는지, 약점은 어떤지를 파악해서 상대방에게 정보를 넘겨줄 수도 있으니까. 그게 고의든 실수든지 간에.”


“그래, 알았어. 그 정돈 걔도 이해하겠지.”


슬슬 대화가 마무리되는 것을 느끼자, 저도 모르게 하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경기는 자신 있어?”


그러자 상대는 ‘풉’하고 웃는다.


“안 그러면. 내가 너를 굳이 초대했을까?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실제 경기는 가봐야 알 수 있는 거라지만, 상대가 누구든 무조건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이번에는 실제로도 이길 확신이 있다는 말을 덧붙여서 말하는 그녀.


나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바닷 가재 간의 싸움에서도 질 것 같다고 판단하면 해당 신체구조가 약자에 가깝게 변한다고 하니까.’


“잘하겠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근돼, 아니. 근육이···”


저도 모르게 나온 단어를 다시 주워 담으려고 했으나.


상대는 기어코 그걸 듣고 말았다.


“어쭈. 근. 돼.라고 말했겠다?”


양 주먹을 번갈아가며 손가락 마디를 만지작거리는데, 두둑 거리는 소리가 무시무시하게 들렸다.


“음··· 나는 ‘근데’라고 말했는데, 네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회피를 시전 해봤지만.


“그럴 리가 있겠냐고-. 아아. 준이 네가 그 단어를 꺼내니까 떠오른 게 있네.”


“뭐, 뭔데?”


그녀가 사나운 웃음을 지으면서 다가오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


“오기 전에 채팅창으로 감히 내가 ‘파이어에그’를 달고 있어 보인다고 말했잖아. 그치?”


“아아. 그건 어디까지나 장난으로···”


“그럼 앞으로 내가 하는 것도 장난이니까 괜찮겠지!”


잽싸게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내 행동을 미리 파악하고 있던 그녀는.


유일한 출구인 입구를 가로막은 상태로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엄지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보여주었다.


결국 회피는 불가능한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방법은, 그녀의 침대의 이불을 사용해 내 신체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었지만.


내 착오는 그녀는 격투 기술뿐만 아니라 그래플링의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달했다는 것이었다.


UFC 경기 및 종합 MMA 경기에서 대부분 스탠딩에서의 격투 기술만 사용했으니, 그것까지 잘하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냐는 말이다.


“항복! 항보오오옥-!”


프로선수라 그런지 남녀차이, 체격차이를 극복하곤 온갖 기술을 내게 선보였는데.


그녀의 완력조차 이기지 못하는 모습에 ‘이러려고 운동을 한 건가’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사정없이 굴려지고 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고.


내 방에 돌아온 뒤 샤워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기절하듯이 잠에 들었다.


**


둘째 날에는 확실히 온몸이 피곤한 데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점심에 가까운 시간에 비몽사몽 한 느낌으로 저택 내부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나처럼 돌아다니고 있던 그레이를 마주했다.


“강혜린 선수가 점심밥 같이 먹자는데, 올 거지?”


“응···”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식당 쪽으로 향했다.


첫날 저녁에 바비큐를 했을 때처럼 인원이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식당에는 나, 강혜린, 그레이 셋밖에 없었다.


코치진 및 안전 요원 같은 인원들은 아예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이곳의 분위기는 상당히 묘했다.


그레이의 경우는 강혜린 선수 쪽을 바라보며 마치 하트를 날리는 듯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고.


그에 반해 강혜린은 해당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이제 막 자리에 도착한 내쪽을 바라보며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양쪽의 눈치를 다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말이다.


‘차라리 안전요원 분의 차를 탔을 때가 더 편하지 않았을까.’


테이블에는 양상추가 들어간 샐러드, 훈제 닭고기, 통밀로 만들어진 빵, 연어 위에 레몬즙이 들어가서 상큼한 홀스래디쉬 소스가 차려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며 애써 강혜린에게 말을 걸었다.


“식단 조절을 해야 되는데 이렇게 먹어도 괜찮아?”


“평소에도 적정 몸무게라 살을 뺄 필요는 없어. 단지 최적의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적절히 균형 잡힌 음식을 먹을 뿐이야. 만약 여기가 한국이었다면 빵 대신 밥이 올라와있었겠지.”


내가 한국어로 물어봤고, 강혜린 또한 한국어로 대답했으니 미국인인 그레이는 우리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어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대다네요! 엿시 내가 민는 강혜린 선수!”


“···”


어째서인지 그레이의 응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강혜린의 표정에서 남들은 쉬이 알 수 없는 빡침의 단계가 하나 올라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한국어 할 줄 알았어요?”


“유핫친구가 한구긴이라, 져도, 그 나라 언어 배우는 거 매너라 생각해서요. 그리고 강혜린 선수도 쵸아해서 언어, 터 열시미 배웃써!”


강혜린은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내게 시선을 고정하며, 마치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묻는 듯했고.


나는 전혀 몰랐다는 의미로 짧게 고개를 저었다.


‘한국어 공부를 했으면 이메일에 그런 내용이나 좀 적어둘 것이지.’


내용이라곤 여자친구를 사귀었다느니, 어디를 놀러 갔다 왔다느니, 유학 때 만났던 친구들의 근황을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었다.


“대단··· 하네요.”


“네! 그런데 쿵금한거 있어.”


“뭐죠?”


“세준은 UFC 견기때 간계자석? 그러니까··· official seat에 안자?”


그러자 또다시 강혜린의 시선은 나를 향하며 무언가 묻는 듯했는데.


이번엔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몰라 고개부터 젓고 봤다.


“맞아.”


“홋시 저도 거기에 안즐수 이써요?”


나를 쳐다봤을 때 고민은 끝낸 것인지, 강혜린의 대답은 꽤 시원스럽게 나왔다.


“··· 그래요, 그럼.”


“죠아!!”


그녀의 허락에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점프를 뛸 정도로 좋아하는 그레이.


그 모습을 보던 강혜린은 절로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레이 씨,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먼가요?”


“혹시 돌아가는 비행기표는 언제로 예매했죠?”


즉, 언제까지 눌러앉아있을 것이냐는 것을 에둘러 말한 것이었다.


그 말에 그레이는 씩 웃으며 ‘경기 끝난 다음날에 비행기표를 이미 예매해 뒀다’고 말했고.


그 대답에 한 단계 치켜 올라가 있던 강혜린의 눈썹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군요. 그러면 이곳에서 일주일정도 편하게 지내다가 가도록 해요. 들어가지 말아야 될 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간판을 붙여둘 테니까 해당 공간은 들어오면 안 돼요. 알았나요?”


“알게써요. 그런데··· 세준도 마찬가진가요?”


강혜린은 뭔 소리를 하냐는 듯 툭 내뱉듯이 대답했다.


“아뇨. 쟤는 ‘관계자 외’가 아니니까요.”


“아···”


그리곤 오묘한 웃음을 지으며 나와 강혜린을 번갈아 보는데.


해당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도통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Your guys relationship is incredibly enviable.”(둘의 관계가 무척 부럽네요)


그리곤 단정 짓듯이 이와 같이 말했다.


“Are you two dating each other?” (둘이 사귀고 있는 거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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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자 23.06.28 369 8 12쪽
35 XX 친구 23.06.27 378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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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오해를 풀다 +1 23.06.15 446 11 13쪽
28 여동생의 갈등 +1 23.06.14 465 12 12쪽
27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6.13 454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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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신이 존재했다면 +1 23.06.09 473 11 13쪽
24 수익 계산 +1 23.06.08 486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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