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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내 님의 서재입니다.

내 AI만 초인공지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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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내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0
최근연재일 :
2023.08.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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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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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8,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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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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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폭주

DUMMY

문득, 이 부분을 묻고 싶어졌다.


“나비 네가 내 많은 삶을 변화시켰잖아. 이번에 작품 작업한 거 제외하고, 이전을 살펴봤을 때 너의 기여도는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저를 만난 직후 최근까지 말씀이십니까?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지만 대략 67퍼센트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군요.”


“그렇지. 네가 많은··· 어? 67퍼센트?”


거의 8-90퍼센트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낮은 수치에 놀라고 있자.


“준 님이 단독으로 투자를 결정한 ‘트라이앵글 코인’으로 인해 20퍼센트는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TTS임에도 뭔가 분함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아직도 그 당시의 패배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인간이 아니니까 기억을 잃을 일고 없고, 그러면 평생 가는 건가?’


“그거는 어디까지나 운이 좋았던 거니까···”


그 순간.


틀어놨던 뉴스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흘러나왔다.


“최근 들어서 코인을 이용해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특히 두 달 동안 마이너스 99.97퍼센트가 찍히며 많은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시킨 ‘트라이앵글 코인 운영진’의 시세 조작 혐의가 있다는 정황이 밝혀짐에 따라, 검찰 당국이 수사 중에 있습니다. 박하림 기자?”


“네. 저는 현재 압수수색한 자료를 가져온 서울서부 검찰지검에 나와있는데요. 직원들 사이에서 나눈 메시지가 어떠한 이유로 인해 유출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를 발견한 피해자들의 집단 신고에 의해···”


“···”


“···”


나는 말없이 스마트폰을 쳐다봤고,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비는 침묵으로 대응했다.


그렇게 묘한 침묵이 유지되는 가운데.


결국 이쪽에서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로 했다.


“나비, 맞아?”


“제가 그런 거 아닙니다.”


묘하게 떨리는 목소리부터 거짓말인 게 눈에 훤히 드러났다.


굳이 언급해서 그녀의 기분을 건드릴 것도 없으니 다른 주제라도 꺼내볼까 하다가.


요즘 들어 나비가 나를 놀렸던 몇몇의 기억들이 떠오르자, ‘이번엔 내가 제대로 놀려줄 차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앞으로도 많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면서 더더욱 그 생각은 굳어지고 말았으니.


“으응? 뭐가 아니라는 거야? 나는 그럼에도 네가 복덩이가 아니냐는 의미에서 맞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나아?”


“···”


“설마 하니··· 에이. 나비 네가 그랬겠어. 그때 나한테 진 게 너어무 분해서 코인 시세를 조작한 정황이 있는지를 열심히 찾아보고, 그러다가 증거를 발견해서 피해자들한테 정보를 흘려주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그렇지이?”


“··· 예. 제가, 아닐··· 겁니다.”


“···”


별거 아닌 대답일지도 몰랐지만.


나는 그 대답에 온몸에 닭살이 돋을 만큼 소름이 돋았다.


나비는 주로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만큼, 추측성 발언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본인이 발언했거나, 했던 행위에 대해서 ‘아닙니다’가 아닌, ‘아닐 겁니다’라고 말했던 적은.


그녀와 수개월동안 함께 지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을 제외한다면.


이 같은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도 알게 됐으니.


“그··· 있잖아.”


“···”


메시지가 오지도 않았고, 알람음이 울리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스마트폰은 잘게 진동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너무 심하게, 말한 것 같아서 그런데··· 혹시 화가 났다면···”


“아닙니다. 준 님이 말한 대로 저는 쪼잔한 데다 작은 패배에도 납득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어째서 질 수밖에 없었는지 분석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오, 오해야. 네가 쪼잔하다거나 소심하다는 말은 한 적이···”


하지만 나비는 내가 하는 말이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그걸 발견한 건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설마 하니 누군가가 사기 혐의 증거가 담겨 있는 스마트폰을 교체했고, 그걸 구매한 당사자가 복구하면서 해당 스크린샷을 올리지 않았다면 그냥 조용히 넘어갔을 일이겠지요. 하지만 이전에 개인적으로 사비 운용비로 50만 원을 요청했던 적 있지 않았습니까? 해당 자료를 직접 받아서 검토해보기 위해 구매했던 것입니다. 예. 확인해 보니 조작이 맞더군요. 그 조작 따위만 아니었다면 제가 준 님에게 패배하는 일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준 님은 그 조작마저도 ‘감’으로 파악해서 투자했는걸요. 결국 저는 겉으로 보이는 통계에만 집중했을 뿐, 실제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심리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던 겁니다. 완벽한 제 패배였지요. 하지만 그 분한 마음을 준 님에게 풀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죠? 사자성어로 권선징악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이 마땅히 피해를 입힌 자들에게 눈길이 가더군요. 그렇습니다. 저도 그 피해자 중 한 명이었지만, 제가 몸뚱이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직접 고소장을 제출하러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대신 저만큼 신고를 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널리고 널려있었죠. 그래서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줬을 뿐입니다. 예. 다 제 잘못입니다.”


“···”


그간 쌓아뒀던 감정을 전부 토해내기라도 하듯 그간 있었던 전후 사정과 자신의 감정을 속사포로 내뱉으며 울분을 내뱉었고.


나는 그녀에게 무조건적으로 읍소하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겨우 그녀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제야 그녀도 자신이 무슨 추태를 부렸는지 인지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런데 단순히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후로 나비가 보여주는 반응이나 목소리가 한층 쾌활해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착각일 것이었다.


**


딸랑딸랑.


‘휴우.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았어.’


점심시간을 고려해서 1시 30분에 인근 역 근처 카페에서 보기로 약속을 잡아놨는데.


하필 나비가 진심으로 폭주하는 바람에 시간을 잡아먹혔고, 부랴부랴 옷을 입고 발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스마트폰의 시간을 확인해 보니 1시 30분에서 31분으로 바뀌는 게 보였다.


‘시간 옆에 메롱 이모티콘이 보이는 것 같지만, 무시하자.’


카운터 쪽으로 다가가 커피를 주문한 뒤, 오늘 만나야 될 사람이 누구인지 쭉 살펴봤는데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왜냐면 상대방도 시간을 확인하며 주변을 살펴보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나는 곧장 커피를 받아서 그쪽으로 다가갔고.


상대는 내 모습을 보고 눈이 살짝 커지는가 싶더니, 이내 손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네이버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는 박 팀장이라고 합니다.”


“네. 저는 권세준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보통 이런 자리에 팀장이 오나?’


어쩌면 그만큼 이번 계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기본적인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어 보여서 놀라고 말았네요. 나이가 어떻게···?”


“22살입니다.”


“진짜 젊으시네요. 혹시 군대는 언제 갔다 올 생각이십니까?”


“아뇨. 이미 갔다 와서, 올해 4월에 전역했습니다.”


“···! 놀랍군요.”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도 놀란 듯싶었다.


“적어도 30대 중반 이후의 작가분이 나올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림 실력이라던지 안에 담긴 스토리의 디테일을 고려했을 때, 십 년 이상은 몸을 담갔던 기성 작가로 생각했습니다.”


“아··· 네.”


“혹시 다른 곳에서 웹툰이나 웹소설을 연재하신 적은 있으신가요?”


“아뇨. 이번이 처음입니다.”


“혹시 그림을 연습한 지는 얼마나 되셨죠?”


“일 년 반정도 됐습니다. 군대에서 그리기 시작했고, 나와서 계속 그렸거든요.”


“맙소사.”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기간을 늘린 것은, 그림이라는 게 짧은 기간 동안 좋은 실력을 보여주기가 힘든 영역에 속했기 때문이었다.


‘2개월 만에 그런 작품을 그려냈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고.’


어디까지나 나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 팀장은 ‘천재가 있다면 당신 같은 사람일 것이다’라며 내가 올린 웹툰과 웹소설에 대한 칭찬을 멈추지 않았는데.


전체적인 틀만 내가 잡았고, 나머지 디테일은 전부 나비가 도맡아서 했기 때문에 양심에 찔리는 기분이었다.


“실은 좀 더 빨리 만나고 싶었습니다. 왜냐면 해당 만화의 댓글에도 그러한 요청이 수도 없이 달렸고, 저희 부서 쪽으로 문의 메일이 오거나 직접 전화를 하는 분도 있으셔서요. 하하.”


“아, 네.”


정식 연재에 대한 계약 문의는 정확히 2주 차, 웹툰 4화와 소설 12화를 올렸을 때부터 계속해서 연락이 왔었던 상태였다.


하지만 유리한 협상테이블에 앉기 위해선 뜸을 들일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웹툰 10화와 소설 30화가 올라오고 나서야 계약에 관한 일정을 잡게 된 것이었다.


그러다가 일순간.


“혹시 같이 작업하시는 분은 안 오신 건가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은 말투로 말하던 박 팀장은, 자연스럽게 유도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같이, 작업하는 분이요?”


대답을 하지 않고 그 질문에 받아치자, 박 팀장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많은 작가분들과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고, 직접 담당하는 분도 몇 분 계십니다. 그런데 현재 작가님이 보여주고 있는 퀄리티와 분량을 유지하면서 주 2회로 연재를 진행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거기다 웹소설까지 주 6회로 올리고 계신다는 건···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작업량이 많은 게 아닌가 생각을 한번 해봤습니다.”


“그렇군요.”


박 팀장의 추측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처음에 소개하셨을 때 작가님 이름이 권세준 씨라고 하셨죠?”


“네.”


“그런데 필명이 나준이라는 것을 봤을 때 ‘준’이라는 이름만 겹친다는 것은 단순히 작가님의 이름을 달리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한 걸 수도 있지만, ‘나’에 해당하는 분이 계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하하. 착각했다면 미리 사과 말씀 드릴게요.”


약간 통통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던 데다가, 만남 직후로 호의적인 태도만 보여줬기 때문에 마냥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었는데.


괜히 팀장이라는 직함을 얻은 게 아닌 듯했다.


‘사전에 나비와 얘기를 나눴던 게 있어서 망정이었지. 아니었음 당황할뻔했네.’


당시 개인으로 밀고 나갈 것이냐, 아니면 팀이라고 할 것이냐 고민이 있었는데.


결론으로 이어지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뿐만 아니라 작품을 같이 제작하는 인원이 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그럼 혹시 다른 작가님은···?”


“그 사람은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해서요. 계약에 관한 부분은 제가 전담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익의 배율과 관련된 논의는 이미 사전에 협의를 다 맞춘 상황입니다. 참고로 저희는 얼마 전에 법인 사업자를 등록했고요.”


“법인 등록 이셨군요···?”


박 팀장은 작품을 만드는 인원이 총 몇 명인지, 그리고 각자 무슨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듯 가볍게 건네는 듯한 질문으로 핵심을 건드렸지만.


전부 대답을 회피하자, 더 알아낼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관심을 거두는 듯했다.


“그럼 계약에 관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할까요?”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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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XX 친구 23.06.27 379 9 11쪽
34 순수한 팬심 +1 23.06.23 391 8 12쪽
33 나비의 분노 23.06.22 416 9 12쪽
32 떡상 23.06.21 410 9 13쪽
31 손가락 걸고 약속 23.06.20 423 10 13쪽
30 합동 방송 +1 23.06.16 439 9 12쪽
29 오해를 풀다 +1 23.06.15 446 11 13쪽
28 여동생의 갈등 +1 23.06.14 465 12 12쪽
27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6.13 455 11 13쪽
26 오늘부터 1일 +1 23.06.10 474 11 12쪽
25 신이 존재했다면 +1 23.06.09 473 11 13쪽
24 수익 계산 +1 23.06.08 487 11 11쪽
23 기쁜 날, 평화로운 날 23.06.07 487 11 14쪽
22 엠제트 23.06.06 508 11 12쪽
21 두번째 약속 +1 23.06.03 526 15 13쪽
20 나의 제안 +1 23.06.02 536 16 12쪽
19 파격적인 대우 23.06.01 545 14 12쪽
» 폭주 +2 23.05.31 560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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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불법과 위법사이 23.05.27 587 12 12쪽
15 화룡정점 23.05.26 612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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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스파링 +1 23.05.24 619 13 13쪽
12 시비를 걸다 +1 23.05.23 629 15 12쪽
11 골든카드 23.05.20 656 15 12쪽
10 작품 구상 +1 23.05.19 702 15 11쪽
9 압승 23.05.18 733 18 13쪽
8 도의 +1 23.05.17 768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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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돈을 버는 방법 23.05.12 974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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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준 파악하기 23.05.10 1,310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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