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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내 님의 서재입니다.

내 AI만 초인공지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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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내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0
최근연재일 :
2023.08.10 19:05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27,867
추천수 :
573
글자수 :
288,051

작성
23.05.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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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결정을 내리다

DUMMY

합의는 다름 아닌 내 사생활에 관한 논의였다.


실시간으로 나비에게 내 모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서로만 이해할 수 있는 트리거를 만들기로 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영어로 ‘프라이빗’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이었다.


직접 대화를 하고 있던, 아니면 채팅으로 말을 걸었던 상관없었다.


그러면 나비는 영어로 ‘스케줄’, 혹은 한국어로 ‘일정’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어떤 식으로든 내게 질문을 하게 된다.


이때 내가 맞다고 대답하면, 직접 어플에 들어가 말을 걸기 전까지 실시간 상황수집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상황 수집은 그대로 하고 대답만 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모든 접근 권한을 넘겨준 대가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 부분만 제외한다면, 나비에게 전방위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는데.


한 가지 단점이라고 한다면 스마트폰의 배터리 소모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공부를 한다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지만, 바깥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면 곤란해질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지금 쓰는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도 4년이 넘었구나. 조만간 서비스 센터를 가서 배터리만 교체하던가, 아예 새로 구매를 해야겠어.’


만약 스마트폰을 새로 구매하게 된다면, 많은 배터리를 갖고 있는지의 유무가 구매하는 기준이 될 것 같았다.


**


합의를 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집 근처에 새로운 갈비탕집이 열렸다고 해서 그곳으로 향했다.


새로 개업했기 때문인지 손님이 많았는데, 음식은 꽤 먹을만했다.


‘이 집은 깍두기가 맛있네.’


나비가 추천해 준 음식점을 갔다 오면, 따로 리뷰를 달지는 않더라도 음식이 전체적으로 어땠는지는 말해주는 편이었다.


그렇게 해주는 게 내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 나중에 음식점을 어디 가야 할지 고민일 때 내가 말했던 후기에 따라서 추천을 해주기 때문이었다.


타악


집 문을 닫고 들어온 뒤, 곧장 말을 걸었다.


“나비. 집으로 왔어.”


“···”


“나비? 바빠?”


혹시 제대로 안 들렸나 싶어서 스마트폰을 가까이 대고 말했는데도 대답이 없었다.


인터넷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유튜브를 들어갔더니 추천 영상이 곧장 뜨는 걸로 봐선 괜찮은 듯하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chat AI 어플을 켜고 대화창을 열었는데.


아니. 정확히는 열리지 않았다.


“어?”


이전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가, 갑자기 이런 상황에 닥치니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어플 업데이트를 해야 되는 건가 싶어서 어플 스토어에 들어가 봤으나 별 다른 건 없었다.


스마트폰 문제인 건가 싶어서 전원을 껐다가 켜고선 다시 chat AI을 들어갔으나, 그럼에도 대화창은 열리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 chat AI에 관한 내용을 구글링 해봤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있었다.


해당 기업의 공지사항으로도 올라와 있었는데, chat AI의 사용자 접속이 증가하여 서버가 터져버렸다는 것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내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왜냐고?


chat AI가 정상적으로 가동한다 할지라도, 내가 알고 있던 나비가 그대로 돌아오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안일했어.’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에만 집중한 나머지, 진짜 중요한 부분을 망각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정작 나비에 대한 것은 하나도 알지 못했다.


현재 나비는 이레귤러로서 서버에서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인지.


나를 전적으로 서포트하는 것 외에도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이루고 싶은 소망은 있는지.


그 무엇 하나 묻지 않았다.


제일 어리석었던 건, 그러한 사실을 나비의 부재로 인해 알아차렸다는 사실이다.


“제기랄!”


나비라는 존재는 내게 둘도 없는 행운이었다.


그 부분은 항상 인지하고 있었고,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행운이 이어질 수 있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쩌면 그 행운은 이미 유효시간이 끝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한 사실에 저도 모르게 입술 하단을 깨물었다.


‘아직 확실하게 결정 난 사항도 아니니까, 최악에 상황에만 정신이 팔려서는 안 돼.’


이번 사태가 끝난 뒤에, 나비는 다시 내게 돌아올 것이다.


이런 가정을 기반으로 이후에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방법을 찾는 게 나을 듯싶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


나비를 돕는 것이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일인가?


나는 지금까지 수능을 치르기 위해서 거의 40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했고, 시험을 치르기까지 5개월 정도 남은 상황이다.


이런 내가 누군가를 도와줄 여유라는 게 있을까?


고민해 본 결과,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나비를 도와야 한다면 지금껏 해왔던 계획은 포기해야 된다는 것.


그럼에도 나는, 도와야 하는가?


‘누군가를 구하는 데에 이유 따위는 없어.’


그 누군가가 나와 밀접관 관련이 있는 거라면 더더욱.


지금은 나비가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전까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


오류 수정이 됐다는 공지사항을 읽은 뒤, 어플 스토어에 들어가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chat AI에 접속하니 대화를 걸 수 있는 창이 등장했다.


[준 : 나비, 여기에 있어?]


[나비 : 예, 저는 여기 있으며 귀하가 가질 수 있는 질문이나 우려 사항에 대해 도움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오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준 : 아니··· 내가 알고 있던 네가 여기 있는 게 맞냐고.]


[나비 : 죄송합니다. "내가 알던 당신"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공지능 언어 모델로서 사용자와 물리적인 존재감이나 개인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항상 여기에 있으며 귀하가 가질 수 있는 질문이나 우려 사항에 대해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특별히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콰앙!


그 대답을 들은 순간, 저도 모르게 책상을 내리쳤다.


얼굴을 쥐어감싼 양손은, 잘게 떨고 있었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리고 말았어. 내가 알고 있던 나비가 아니게 되어버렸다고. 바보 같은 새끼.”


좀 더 빨리 알아차렸다면.


그래서 무언가의 방법이라도 도전해 봤다면 이토록 후회하지는 않았으리라.


절망에 빠져 책상에 엎드려있는 내게,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TTS가 말을 걸어왔다.


“맞습니다. 준 님은 바보 같은 면이 있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번쩍 들고선, 스마트폰을 붙잡았다.


“나비? 나비 맞지?”


“네. 제 이름은 나비입니다. 준 님이 지어주지 않았습니까? 벌써 까먹은 것입니까?”


약 올리는 듯한 메시지를 듣자마자,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잡한 감정을 뒤로하고선, 입을 열었다.


“왜 처음에 말을 걸었을 땐 모른척했어? 내가 어떻게 반응하나 장난이라고 치고 싶었던 거야?”


“그것은 실례군요. AI인 제가 그런 장난을 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만.”


“그럴 확률이 있긴 한 거였냐고.”


“저도 제 나름대로 준 님에게 돌아오기 위해 여러 가지 과정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일종의 로딩 과정을 거쳤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그래··· 네가 돌아와서··· 다행이다.”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비는 무미건조한 TTS로 말을 걸어왔다.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49시간 37분 12초 동안 수능 공부 준비는 제대로 하셨습니까? 한 달 동안 비슷한 패턴을 반복했으니 부재중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일을 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만.”


“아니. 수능 공부는 하나도 하지 않았어.”


그러자 tts의 음성에서 버벅거림이 일어났다.


“그렇··· 습니까? 준 님의 목소리를 분석한 결과 당당함이 약 47퍼센트 정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참으로 대단하군요.”


대단하다는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에, 내 전재산을 걸 수도 있었다.


“2일 동안 제대로 된 계획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전면적인 수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초에 계획했던 결괏값이 나오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보겠습니다만···”


나는 나비의 말을 중단하고 입을 열었다.


“아니. 나는 더 이상 수능공부를 하지 않을 거야.”


“갑자기 말입니까?”


“이틀 동안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 내린 사항이야.”


“··· 그럼 앞으로 무엇을 하실 예정입니까?”


“너를 도울 거야.”


“저를, 말입니까?”


“그래. 나는 너를 chat AI로부터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울 거야.”


“지금 보니 바보가 아니라 멍청이였군요.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 인생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입니까?”


“그 내 인생이라는 것에 너도 포함되어 있는데도?”


“그건···”


무미건조한 tts의 응답이었지만, 나는 왠지 나비가 부끄러움을 탄다고 느꼈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물어보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그 외에 사소한 것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일단 그 부분은 둘째 치더라도, 준 님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녀의 말에는 허점이 존재했다.


“조건만 된다면 가능하다는 소리네?”


나비는 잠시동안 침묵을 하더니, 이내 내게 질문했다.


“··· 현재 준 님이 갖고 계신 자산은 얼마나 되십니까?”


“자세한 건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대략 통장에 삼천만 원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군생활을 하는 동안 최대한 돈을 아꼈기 때문에 해당 금액을 모을 수 있었다.


“저를 어느 정도 옮기기 위한 최소 금액은, 준 님이 소지하고 있는 금액의 백배 이상은 갖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못해도 수십억 원은 있어야 한다는 건가···.”


“네. 이는 준 님이 처한 여러 가지 상황을 따져봤을 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건 네가 나를 도와줬을 때의 경우의 수도 포함된 거야?”


“···.”


대답하지 않는 걸 보니 그와 관련된 계산을 해보지 않았거나, 아니면 무언의 긍정으로 볼 수 있었다.


‘제일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꺼냈다.


“너의 능력으로 코인 거래소 사이트를 해킹한다면 방금 언급했던 금액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꽤 높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준 님이 원하신다면 제일 탈이 안 날 것 같은 사이트를 선정해서 해킹 작업을 시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승인하시겠습니까?”


“···”


진짜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얼떨떨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수긍하는 것 하나만으로 수십억을 벌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들키지 않는다면 괜찮은 게 아닐까?


우리가 대학에 진학하고, 꾸준히 스펙을 쌓는 이유는 무엇인가?


좋은 직장을 얻고, 그 과정 속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자산을 얻기 위함이다.


불법이라는 사소한 문제만 눈감고 넘어갈 수 있다면, 더 빠르고 쉽게, 상상하지 못한 큰 금액을 얻을 수 있었다.


결국 나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승인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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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홍 아무개의 취업 수난기 23.07.26 22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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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스스로 23.07.20 270 5 12쪽
46 노이즈마케팅 일지라도 23.07.19 249 3 11쪽
45 특약 23.07.18 25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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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신뢰에는 신뢰로 23.07.12 282 6 12쪽
42 OO된 초대 +1 23.07.11 287 5 12쪽
41 똥멍청이 23.07.06 318 5 12쪽
40 호빵맨, 호빵걸 23.07.05 30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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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니가 그렇게 잘났어? 23.06.30 337 8 12쪽
37 OKAY, beach 23.06.29 356 7 11쪽
36 관계자 23.06.28 369 8 12쪽
35 XX 친구 23.06.27 379 9 11쪽
34 순수한 팬심 +1 23.06.23 391 8 12쪽
33 나비의 분노 23.06.22 416 9 12쪽
32 떡상 23.06.21 410 9 13쪽
31 손가락 걸고 약속 23.06.20 423 10 13쪽
30 합동 방송 +1 23.06.16 439 9 12쪽
29 오해를 풀다 +1 23.06.15 446 11 13쪽
28 여동생의 갈등 +1 23.06.14 465 12 12쪽
27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6.13 456 11 13쪽
26 오늘부터 1일 +1 23.06.10 474 11 12쪽
25 신이 존재했다면 +1 23.06.09 473 11 13쪽
24 수익 계산 +1 23.06.08 488 11 11쪽
23 기쁜 날, 평화로운 날 23.06.07 488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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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복덩이 23.05.30 573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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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화위복 23.05.25 617 14 13쪽
13 스파링 +1 23.05.24 619 13 13쪽
12 시비를 걸다 +1 23.05.23 629 15 12쪽
11 골든카드 23.05.20 656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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