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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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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작품등록일 :
2014.05.27 13:21
최근연재일 :
2014.06.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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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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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권 12화. 스타 프로젝트(1)

DUMMY

“어머니, 아버지.”

엄마, 아빠에서 어머니, 아버지로 호칭을 바꿨을 뿐인데, 지금까지의 아이 같던 분위기가 사라졌다.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미래가 얼마나 불투명한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럼?”

“다음 달, 생활체육 복싱 대회가 있습니다. 거기서 우승 못하면 포기하고 우승을 한다면 아마추어 복싱 대회에 나가겠습니다.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 올림픽 등. 단 한 번이라도 패하거나 우승을 못하면 그만두겠습니다.”

“진짜니?”

“네.”

이선화는 가만히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운동을 잘해도 한 번도 지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세상일은 모르는 거였다.

“좋아. 엄마도 조건을 걸게.”

“네.”

“전교 5등 아래로 떨어지면 그만둘 것. 여보, 어때요?”

능력이 출중해도 정식으로 복싱을 배우려면 공부를 등한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들이 하고 싶다고 하니, 조금은 양보해서 5등 정도로 선을 그었다.

강창석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들.”

“네.”

“그렇게 복싱이 하고 싶은 거냐?”

“제 꿈입니다.”

집안에 형제만 있다면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사고도 많이 치는 법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두 아들은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잘 자라주었다.

그래서 조금은 아들이 꿈을 꾸도록 해주고 싶었다.

“좋다. 이런저런 조건 필요 없다. 해봐라.”

“여봇!”

“앉아.”

강창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부인의 팔을 붙잡아 앉혔다.

“난 산이를 믿어.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복싱은…….”

“남자라면 꿈을 크게 가져야지.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잖아. 나쁜 짓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지금 아니면 언제 도전해 봐? 실패하면 군대 다녀와서 새롭게 시작해도 늦지 않아.”

“군대 다녀오면 그만큼 뒤쳐지잖아요.”

“뒤쳐질 일이 뭐가 있어? 벌써 토익, 토플까지 다 만점 받아놓은 녀석이야. 할 거 다 해놓고 하고 싶은 일 해보겠다는데. 산아.”

“네, 아버지.”

“대신 대학만 가라.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조건 필요 없으시다더니, 대학은 가라고 하신다.

“아버지. 대학도 대학이지만, 한 번 뱉은 말 주워 담는 아들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렸던 부분은 확실하게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조건도요.”

아들의 자신감은 좋았다. 그러나 괜히 그런 것에 얽매여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를 남길까봐 걱정이었다.

“그건 좀, 으음…….”

강창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테이블 밑으로 이선화가 그의 허벅지를 꼬집고 있었다.

“그래. 약속 한 거다?”

“네, 어머니.”

“그리고 아들.”

“네?”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진 엄마라고 불러. 징그럽다, 뇬석아.”

강산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럴게요, 엄마.”


***


문춘수는 오랜만에 체육관을 찾은 강산을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선수 등록을 해달라고?”

“네. 다음 달 대회 출전도 잡아주시고요.”

“허, 참.”

뜬금없이 찾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예전에 아들을 쓰러트리고 복싱을 배우라는 제의를 거절했던 녀석이었다. 아쉬움에 아들을 시켜 몇 번 더 의향을 물었지만 소용없었다.

그 후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매번 전교 1등을 하고 최근에는 외국어 시험까지 합격했단다.

그런 놈이 나타나 느닷없이 선수 등록을 해달라니.

“말이 되는 소리냐? 지금까지 한 번도 뛰어본 적 없는 녀석이 갑자기 선수에 대회라니? 너 임마, 내가 하랄 때는 죽어도 싫다고 했잖아. 이제 와서 뭔 헛소리야?”

체육관에 계속 다녔으면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다수 출전하는 대회라도 생초보가 나갈 대회는 아니었다.

“1년 치 현금 선결제하죠.”

“뭐? 이 녀석이 지금!”

“하윤이도 같이 다닐 겁니다.”

“…….”

화를 내려던 춘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윤이는 초등학교 말부터 미모를 뽐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지역 학생들로 구성된 팬클럽까지 가질 정도로 미녀가 되었다. 어른들도 녀석을 보면 연신 감탄을 할 정도였다.

더구나 딸 덕분에 하윤이네 엄마는 학원가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되었다.

하윤이가 다니는 학원은 수강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는 것은 체육관을 운영하는 문춘수가 더욱 잘 알고 있었다. 하윤이 엄마에게 물밑 작업을 하는 원장들 중에 자신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요즘 체육관 사정이 좋지 않았다. 정통 복싱만 고집하던 마음을 접고 다이어트 복싱을 시작했는데도 겨우 입에 풀칠만 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강산이에 하윤이까지 체육관을 다닌다?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는 강산이도 좋지만, 하윤이라면 체육관 숨통이 트이는 정도가 아니리라.

그렇다고 덥석 허락하기에는 힘들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어? 산아.”

문대식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언제 왔어? 여기 올 거면 나한테 연락하지.”

“아저씨하고 할 얘기가 있어서.”

“할 얘기?”

“응. 다음 달 대회에 나가려고. 그러자면 체육관에 등록하는 게 좋잖아.”

“이야, 이번 대회는 볼만하겠는데, 가 아니구나. 너무한 거 아니냐? 네 실력에 생활체육대회라니.”

“세계 대회 같은 건 아직 부모님이 허락해주지 않으실 거 같아서.”

“하긴. 그러시겠다.”

문춘수는 두 사람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대식아. 그게 무슨 말이냐?”

“산아. 이제는 말씀드려도 되겠지?”

강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사실 강산이 계속 복싱 했었어요.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체육관 등록만 안 했던 거죠.”

“뭐?”

“제가 이 녀석한테 스파링 졌었잖아요. 그 후부터 한동안은 이놈이랑 맨날 복싱으로 싸웠어요. 그러면서 제가 복싱도 가르쳐줬고요. 아버지가 이 녀석 타고난 거 같다고 하셨잖아요? 그때 절감했어요. 이 자식 진짜 천재예요.”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걸 지금까지 말하지 않다니.

“그래서, 전적은?”

그러나 그것보다도 두 녀석의 스파링 결과가 궁금했다.

대식이는 그간 몇 개의 지역 대회를 거쳐 전국소년체전 중등부 핀급(42kg이하)에서 3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내년도 전국체전 고등부에서 우승을 한 다음에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 나갈 예정으로, 그 실력은 검증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아들과의 전적이 궁금한 것은 당연했다.

“그게…….”

잠시 망설이던 대식이 이내 작게 말했다.

“전패요.”

“응? 뭐라고?”

“99전 99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요.”


***


플로이드 마이웨이.

WBA 웰터급 세계 챔피언으로 한 경기에 받는 파이트머니가 최소 300억 이상인 스타 복서다.

단 두 경기를 뛰고 1,000억이 넘는 수익을 올려 세계 스포츠 스타 수익 베스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그 기록은 3년간이나 지속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수익엔 광고료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2위부터 광고수익이 포함되었음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익이었다.

“봐봐. 이게 마이웨이의 경기 방식이야. 크랩가드라고도 하는 숄더롤이란 방법인데, 수비에 특화되어 있어. 대단하지?”

벽돌로 치장된 유럽풍의 카페에 민수와 강산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노트북으로 마이웨이에 대한 데이터를 보고 있었다.

레프트를 아래로 내리고 어깨로 안면을 방어, 상대의 라이트 훅이 들어오면 왼쪽 팔꿈치를 들어 막아내고 상체를 뒤로 젖혀 이리저리 공격을 피해낸다.

상대의 리듬을 읽는 뛰어난 능력과 정밀한 상체움직임이 가능한 마이웨이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본 강산의 소감은 간단했다.

“볼품없어.”

뒤로 몸을 뺀 모양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내놈이 저리 소심해서야.

그에게 마이웨이의 스타일은 맞는 걸 두려워하는 겁쟁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민수는 강산의 말에 혀를 찼다.

“야, 이게 볼품없다고? 이걸로 무패의 신화를 이룩한 게 마이웨이야. 그의 상대들은 대식이랑 차원이 다른 선수들이라고.”

“거기에 내가 왜 들어가?”

“우왁!”

불쑥 눈앞에 나타난 대식이의 얼굴에 민수는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갔다. 의자를 턱 잡은 대식이가 사악하게 웃으며 민수를 내려다보았다.

“놓을까, 말까?”

“야, 야, 세워줘. 얼른!”

“어쭈?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냐?”

“아, 아니… 응? 풉!”

고개를 들어 대식이의 얼굴을 본 민수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막았다. 오른쪽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웃어?”

휙, 휙, 휙 의자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야, 야, 야!”

진짜 쓰러트릴 마음은 없었기에 의자를 바로하고 민수의 곁에 앉았지만,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후우, 너 눈이 왜 그래?”

“왜 그러긴. 이 놈 때문에 그러지.”

강산은 도끼눈을 뜬 대식이를 무시하고 빨대를 쭉쭉 빨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망고 주스였다.

“산이가 왜?”

“이 녀석하고 지금까지 스파링 뛴 거 아버지한테 말했거든. 산이 가고 바로 링 위로 부르시더라.”

“헉! 설마 아버지하고 스파링을 한 거야?”

은퇴했다고는 하지만 전직 세계 챔피언이다. 대식이와는 레벨이 달랐다.

“아니. 미트치기. 나 미트 치면서 죽을힘을 다해 피해본 적은 처음이다. 잘 피해도 미트가 끝까지 따라오더라.”

원투, 스트레이트, 위빙, 더킹으로 이어지는 내내, 미트는 집요하게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쯧, 적당히 줄여서 말하지 그랬냐. 나 같아도 자식이 200번 가까이 붙어서 다 깨졌다면 화나겠다.”

“…….”

“줄인 거냐?”

“안 그랬으면 여기 못 왔을 거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9년 동안 붙은 횟수가 자그마치 199회. 100회나 줄여서 말했는데도 눈이 밤탱이가 되었는데, 다 말했으면 어땠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그 덕에 실력은 많이 늘었잖아. 그걸로 위안을 삼아라.”

“크윽, 저 놈을 때려눕혀야 위안이 될 거 같다.”

“눈에 균형을 맞춰주는 건 어때?”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그 내용은 심상치 않았다.

“와, 왔어?”

만지고 싶은 고운 피부에 새까만 눈동자는 깊고도 맑은 빛을 발했다. 밤하늘을 닮은 굴곡진 머리카락은 어깨 아래까지 내려와 찰랑이고 있다.

입고 있는 교복이 유명 디자이너의 명품 정장으로 보이게까지 하는 미모의 여학생, 바로 신하윤이었다.

정말 바람직하게 자란 모습이었다.

“흠. 똑같이 멍들게 하려면 좀 힘들까? 같아질 때까지 계속 때리기는 귀찮은데.”

“그래, 하윤아. 귀찮은 짓을 뭐 하러 해? 그러지 말고 어서 앉아.”

대식이 벌떡 일어나 강산의 옆 의자를 빼내주었다.

한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강산이보다 하윤이가 더 무서웠다.

하윤이는 강산의 곁에 앉았다.

“맛있어?”

쪼로로로록

강산의 망고 주스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하윤아.”

“응?”

“양쪽 다 힘껏 때리면 될 거다.”

“아! 맞아. 그러면 되겠네?”

“야! 강산!”

자신의 자리에 도로 앉던 대식이 기겁을 하며 일어섰다. 그를 향해 강산이 빈 잔을 흔들었다.

“망고.”

“난 블루베리.”

하윤이가 첨언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이 악마 같은 녀석들!

차마 뱉지 못한 말은 마음속의 외침일 뿐, 그는 영업용 미소를 띠웠다.

“그래, 망고랑 블루베리.”

“대식아. 난…….”

대식이의 고개가 휙 돌아가며 민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아무리 눈치 없는 민수라도 그게 무얼 뜻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아직 조금 남아서 괜찮아.”

라며 잔을 들어 톡톡톡 털어 마셨다.

하윤은 강산의 앞에 있는 노트북을 보았다.

“뭐 보고 있던 거야?”

“소심한 세계 챔피언.”

“마이웨이?”

민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앞의 커플을 바라보았다. 단박에 알아듣는 하윤이가 정말 신기했다. 참으로 생각조차 비슷한 커플이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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