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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끔

완벽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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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작품등록일 :
2014.05.27 13:21
최근연재일 :
2014.06.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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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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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권 3화. 형아야, 미안(2)

DUMMY

번쩍!

강현의 눈이 부릅떠졌다. 한 수에 정신이 들 정도로 지독한 고통이었다.

파바바바밧!

강산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형의 전신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강현의 눈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정신을 혼미하게 해놓았어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통이었다.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강현이 자신을 줄기차게 때리는 사람을 쳐다봤다.

‘사, 산아!’

믿을 수 없었다.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생이 자신을 때리고 있다니.

몸도 움직일 수 없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건 꿈이야! 엄마!’

무서웠다. 자신을 깨워주길 바라며 애타게 엄마를 찾았다.

강산은 형의 눈이 공포로 물드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손을 멈추지는 않았다. 어차피 한숨 자고 일어나면 지금 있었던 일들은 잊으리라.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추궁과혈을 끝낸 강산이 호흡을 골랐다.

손은 멈췄지만 고통은 이어지고 있었기에 형의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차적으로 기혈의 단련을 끝냈다. 슬쩍 단전에 손을 올려보니 미약하지만 내공까지 맴돌고 있었다.

‘흠. 생각보다 적네.’

그의 예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럭저럭 운기는 할 정도의 내공이 쌓였다.

강산은 형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아프지?”

당연했다. 무지하게 아팠다.

“지금부터 아프지 않을 방법을 알려줄게. 잘 기억해야 해?”

“…….”

어차피 듣지 못할 대답이었다. 강산은 손을 들어 형의 단전 위에 올렸다.

“지금의 느낌을 기억해. 이대로만 하면 고통이 사라질 거야.”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죽을 정도로 아픈 상황을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을 알려주면 쉽게 잊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무의식적으로 계속하게 만들려면 한 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추궁과혈은 강산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내력의 소모도 엄청나고 심력도 상당하게 쏟아 부어야 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다. 형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당하는 형 입장에서는 끔찍한 일이었지만, 수십, 수백 번이라도 할 수 있었다.

강산은 금강현마공의 운기법에 따라 형의 내공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


하늘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에게 뛰어난 무재와 머리를 주어 천하제일인이 되게 해주고 새로운 삶의 기회까지 주었으니까.

그러나 아니었다.

형은 공부는 제법 잘한다. 성격 탓에 왕따는 당했어도 성적 자체는 좋았었다.

문제는 몸 쓰는 일은 전혀 아니올시다란 거다.

‘저놈의 몸치.’

전생의 유치원 재롱잔치 때였다. 단체 율동을 하는데 유독 형만 튀었었다.

정말 춤을 못 췄기 때문이었다.

비슷하게 흉내라도 낸다면 모르겠는데, 아예 같은 율동이라 생각지도 못할 만큼 달랐었다. 유치원이라서 다행이지, 다른 곳이었으면 무대에 오르지도 못했을 형이었다.

그런 몸치의 저주가 신체에까지 적용될 줄이야.

벌써 유치원에 들어갈 시기가 다가왔다. 그간 추궁과혈을 대체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이미 기혈은 탄탄하다 못해 편도 8차선 해저터널 수준으로 강화되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단전의 내공은 겨우 1년 치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금강현마공은 전혀 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늘은 공평했다.

형은 머리가 좋았으나 육체적인 면은 영 꽝이었다.

강산은 출중한 능력을 가졌으나 저런 형을 두고 있었다.

“어휴…….”

움찔!

동생의 한숨이 들리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보니 한심하단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산이 보였다.

이상하게 동생만 보면 이유도 없이 몸이 움츠러들었다.

“저, 강산아.”

“왜?”

퉁명스런 대답에 찔끔하면서도 할 말은 했다.

“공부하는데 신경 쓰여서. 좀 나가 있을래?”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간의 노력이 전혀 헛된 것은 아니었다.

추궁과혈을 하고 금강현마공을 강제로 운기시킨 후에는 머리의 몇몇 혈도를 눌러 기억에 혼란을 주었다. 애초에 훈혈과 천주혈을 막아 정신을 빼놓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로인해 기억은 못했지만, 동생을 보면 알게 모르게 어려워하고 피하려 했었다. 잠재의식과 육체는 강산의 만행을 기억했던 것이다.

하지만 주눅 들어 지내던 것도 내공이 쌓이고 마기가 생성되자 나아졌다. 드디어 성격이 변한 것이다.

‘아주 쬐끔이지만.’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자신의 나이 이제 겨우 3살, 형의 나이 5살이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까마득하게 많았다.

‘청춘이지.’

강산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섰다.


***


강산은 5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유치원은 동화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유럽풍의 성 모양이었다. 평범한 아이라면 감탄할 만한 모습이었으나, 강산은 유치원을 보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었다.

캐슬 유치원.

전생에도 왔던 유치원이었다. 그리고 그는 단 하루 만에 유치원의 문을 닫게 만들었었다.

사고. 어머니는 사고라며 그를 달래주었었다. 만약 어머니가 없었다면 세상은 다섯 살배기 괴물을 맞이해야 했을 것이었다.

‘이젠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

강산은 가볍게 과거를 털어냈다. 자신은 그때의 자신이 아니었다.

‘형도 그때의 형이 아니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기에 강산과 강현은 종일반 수업을 들었다.

강산은 첫 오전반 수업을 마치고 종일반 교실로 향했다. 거기서 덩치가 큰 아이와 대치하고 있는 형이 보였다.

내공의 양이 크게 늘지도 않았고 금강현마공을 사용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도 형은 건강해졌고 자신감이 생겼으며 대범해졌다.

그 효과가 눈앞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야, 까불래?”

강현이 눈을 부라리자 그보다 훨씬 덩치가 큰 아이가 꼬리를 말았다. 녀석은 등 뒤로 숨겼던 장난감을 앞으로 내밀었다.

“어쭈? 장난해?”

눈썹을 치켜 올리자 일곱 살짜리답지 않은 박력이 흘러넘쳤다. 덩치는 더욱 어깨를 움츠리며 작게 말했다.

“왜, 왜 그래?”

“나한테 줄 게 아니잖아.”

“아.”

그제야 덩치는 자신에게 장난감을 빼앗기고 울고 있는 아이에게 그것을 돌려주었다.

“돼, 됐지?”

“너 진짜.”

강현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또 왜?”

“왜라니. 돌려주기만 하면 끝이야? 네가 잘못했으니까 사과를 해야지.”

“사과?”

“얘가 가지고 놀던 걸 강제로 빼앗았잖아. 안 주려고 하니까 때렸고. 선생님이 뭐라셨어? 남의 걸 빼앗거나 친구를 때리는 건 나쁜 짓이라고 했지?”

“어…….”

“그럼 얘한테 잘못한 거 맞지?”

“응…….”

“그러니까 사과해.”

그제야 덩치는 울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강현은 덩치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앞으로 두고 볼 거야. 애들 괴롭히거나 때리면 알지?”

형의 일처리 방식이 마음에 차지는 않았다. 자신 같았으면 일단 패고 말을 하련만.

‘나도 이제 평범한 애가 다 되었군.’

뿌듯했다. 예전 같으면 팔다리 하나는 잘라 버린다는 생각을 했을 텐데 말이다.

강산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강현을 불렀다.

“형!”

“산아.”

달려가 형을 답삭 끌어안았다.

“헤헤, 우리 형 멋찌다.”

“그래?”

“응. 세상에서 우리 형이 최고야!”

강현은 강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분명 사랑스럽고 예쁜 동생이다. 말도 잘 듣고 형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양보를 했다.

그런데도 가끔씩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진다. 어쩔 때는 오히려 동생이 형 같기도 했다.

“강현아, 동생이야?”

“어.”

둘 사이에 끼어든 여자 아이의 말에 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뭔가 곤란해 하는 기색이었다.

강산은 예리하게 여자 아이를 훑어봤다.

부드럽게 웨이브 진 머리에 세련된 원피스 아동복을 입은 아이였다.

“안녕? 난 이혜정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니?”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귀 뒤로 넘기는 모습에 여자애가 누군지 떠올랐고, 욕지거리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쌍…….”

년이란 단어는 가까스로 삼킬 수 있었다.

“응? 뭐라고?”

“…쌍아이스가 먹고 싶어요. 제가 그걸 엄청 좋아하거든요. 누나라면 반 갈라서 나눠줄 수 있을 거 같은데.”

강산은 자신이 얼마나 귀여운지 잘 알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바짝 다가서자 이혜정이 얼굴을 붉혔다.

“그, 그래?”

“응. 난 강산이라고 해요. 나이는 다섯 살. 우리 쌍쌍바 하나…….”

“산아.”

강현이 동생의 머리를 꾹 누르며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혜정아, 가. 내 동생이야.”

그 모습에 이혜정의 눈이 반짝였다.

‘동생이라 이거지?’

강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웃음만 보이면 졸졸 따르는 아이들과 달리, 현이는 오히려 자신을 피해 다녔다.

강산이라고 했던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형과는 달랐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넘어온 것 같았다. 그렇다면 강산이랑 먼저 친해지면 되는 일이었다.

“음, 그래. 알았어.”

이혜정은 강산이를 향해 생긋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우와, 저 되바라진 년.’

아이답지 않은 웃음이었다. 색기가 자르르 흐르는 여우같은 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네.’

전에는 형을 지독히도 괴롭히려 한 이혜정이 지금은 사근사근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강산은 형을 빤히 쳐다봤다.

확실히 달라졌다. 전생에는 비쩍 말라서 볼품없었는데, 지금은 적당한 덩치에 피부도 곱다. 약간 계집애 같던 얼굴도 사내다운 느낌이 더해져 매력적으로 보였다.

“음.”

동생의 야릇한 눈초리에 강현이 ‘왜?’라는 표정이 되었다.

“아냐.”

싹수가 보인다. 앞으로 형의 앞길에 여난이 일어나겠구나.

그나저나 이혜정이라. 따지고 보면 그 애의 잘못도 아니었다. 체질을 타고난 것을 어찌 할까. 그렇다고 해도 형과 가까워지는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산아. 혜정이랑 가까이 지내지마.”

의외의 말이었다. 강산은 시침을 뚝 떼고 물었다.

“왜? 이쁜 누난데.”

“엄마가 그랬잖아. 사람은 얼굴보다 마음이라고.”

“응? 왜? 이왕이면 이쁜 여자가 좋지.”

“아빠도 그랬어. 미인을 만나면 1년이 행복하고, 착한 여자를 만나면 10년, 요리 잘하는 여자와 만나면 평생이 행복하다고.”

아이고, 아버지. 형한테 언제 그런 말씀을? 아니, 그보다 뭔가 좀 이상타?

“형.”

“응?”

“아빠랑 엄마랑 같이 있었어?”

“응. 그래서 아빠 말에 엄마가 그랬어.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되면 엄마처럼 이쁘고 착하고 요리 잘하는 여자 만날 거라고.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하래. 엉뚱한데 신경 쓰지 말고.”

어쩐지, 왜 벌써부터 그런 말씀을 하시나 싶었다. 순진한 아들을 이런 식으로 세뇌하시는구나.

갑자기 형에게 동정심이 일었다.

무공으로 인해 건강해지면서 공부도 부쩍 잘하게 된 형이었다. 그러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시던 부모님이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셨으리라.

‘어쩔까.’

강산도 공부를 등한시 할 생각은 없었다.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부모님도 기뻐하실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것이 마뜩찮았다.

아무래도 일단은 형 뒷바라지나 하면서 천천히 생각해 볼 일이었다.

“얘들아, 간식 먹자.”

급식 선생님이 간식을 담은 운반카트를 밀고 들어오셨다.


***


사주에 보면 도화살이란 것이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도화살이 낀 사람은 호색하고 음란하여 일신을 망침은 물론, 집안까지 말아먹는다고 한다.

예로부터 혼인을 할 때는 도화살이 낀 사람을 기피하기까지 했는데, 그나마 사주에 나오는 도화살은 양반이었다.

만혼도화지체(萬魂桃花之體).

한마디로 사주가 아니라 몸 자체가 도화살인 체질이었다. 이 만혼도화지체를 타고난 사람이 무서운 것은 눈빛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매력을 넘어 마력을 지닌, 그런 체질을 가진 애가 바로 이혜정이었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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