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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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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작품등록일 :
2014.05.27 13:21
최근연재일 :
2014.06.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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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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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1화. 다시 주어진 기회

DUMMY

두근

심장의 고동이 들려왔다.

그는 몸을 움직이며 눈을 떴다. 불편하다. 보이는 것이라곤 새까만 어둠뿐이다.

‘이건…….’

지금의 상황은 이미 겪어본 일이었다. 한 번 겪었기에 안도가 되었고, 안도가 되자 자신을 둘러싼 따뜻함이 느껴졌다.

‘큭, 기가 막히는군.’

웃음이 흘러나온다.

전생에 이어 또다시 환생했음이 분명했다.

이전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자신이 있던 무림이 아닌, 21세기 과학문명이 발달한 대한민국이란 나라였다.

이번에는 어딜까?

이왕이면 중원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으련만.

아니, 어쩌면 더욱 많은 시간이 흐른 미래일지도 모른다. 내가 있던 무림은 대략 천 년 전이었으니, 이번에도 천 년 후의 세상일지 모르겠다.

무슨 변덕일까. 나 같은 자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는 하늘이라니.

뭐, 상관은 없었다. 나로서는 계속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 나쁜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이번 삶은 신중하게 살고 싶었다.

바로 직전, 그러니까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살았던 삶이 후회스러웠기 때문이다.

무공이란 것이 사라진 세상에서 나는 초인, 그 이상의 존재였다. 이 막강한 힘으로 마음대로 살았다.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마음대로 살았으니 후회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그러나 내가 후회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가족을 지키지 못한 일, 그것이 후회스러웠다.

꿀렁.

평안한 세상이 세차게 흔들렸다. 점차 엉덩이 쪽의 압박이 심해지며 그를 밀어내고 있었다.

드디어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잘살아보자.’

어디가 되었든 이제는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모든 것을 잃고 홀로 남겨지기는 싫었다.

몸이 거꾸로 들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좋군.’

죽는 순간, 폐까지 태워 버리던 그 뜨거운 공기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날뛰지 않을 것이었다. 새로운 가족을 지키며 세상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볼 참이었다.

그러나… 다짐은 다짐이고 지금은 엉덩이에 힘을 주는 것이 먼저였다.

‘오너라!’

찰싹!

“……!”

미리 대비했는데도 아팠다. 아직 완전하게 발달하지 않은 눈물샘에서 찔끔 눈물이 나올 만큼.

하지만 치열한 혈전과 죽음의 순간에도 신음조차 흘리지 않은 그였다. 울음은커녕,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런!’

실수다. 울음을 터트려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이어질 수순은 뻔했다. 그는 다시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의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잠시 아이를 살폈다. 혹시나 이상이 있나 싶었던 것이다.

‘빨리 쳐!’

아기의 몸으로 엉덩이에 힘주는 일도 간단치 않았다. 오래 힘을 주기는 어려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의사는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손을 들었다. 하필 엉덩이의 힘이 풀리는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철썩!

“응애애애애!”

인내심이고 뭐고 없었다. 힘이 풀리는 바람에 고스란히 고통이 전해져 왔다.

어차피 울음을 터트리려던 참이었기에 우렁차게 울어 젖힐 수 있었지만, 빌어먹을. 아프긴 아팠다.

“씩씩한 아들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산모는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도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자연스레 가슴을 풀어헤쳤다. 우선 젖부터 물려야 진정할 듯싶었다.

바동거리는 아기를 품에 안고 젖을 물렸다.

아기의 본능이었다. 젖꼭지가 입안에 들어오고 그것을 물고 쭉쭉 젖을 빨기 시작한 것은.

‘으윽, 배부터 채우고 보자.’

배가 좀 고프긴 했다. 그래서 열심히 빨려 했지만,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젖도 나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젖이 돌기 시작하는 것은 아기가 태어나고 며칠이 지난 후부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 어머니의 따뜻하고 아늑한 품에 안기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되어 갔다.

“강산아, 이렇게 건강하게 태어나 줘서 고마워.”

익숙한 이름과 목소리였다.

전생의 이름도 강산이었고, 어머니의 목소리도 이처럼 부드럽고 온화했다.

눈을 떠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졸음이 몰려 왔다. 그는 젖을 문 채로 까무룩 잠이 들었다.


***


신생아실의 침대에 누운 강산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기가 막히네.’

전생의 이름은 강산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이 하나 있었다.

그게 전생이었는데, 이번의 삶이기도 했다.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회귀라 했다. 스스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같은 삶으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따지자면 회귀가 맞았다.

눈물이 날 만큼 기쁘면서도 당혹스런 상황이었다.

‘하늘아, 이게 대체 무슨 조홧속이냐?’

한 번의 환생, 한 번의 회귀.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전생과 전전생의 공통점이라면 하나다.

후회.

강자였기에 내키는 대로 살아온 삶이었지만, 두 삶 모두 모든 것을 잃고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억울함이나 분노보다 후회스런 마음만 가득했었다.

그건 두 삶에서 한결같이 자신을 괴롭혔던 하나의 감정 때문이었다.

외로움.

무림에서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없었기에 그 괴로운 감정이 외로움인지도 몰랐었다. 괴로움에 스스로를 더욱 혹독하게 몰아치고 잔인해졌을 뿐이었다.

중원에서 명운이 다하는 날, 그 괴로움은 끝내 정체를 밝히지 않았었다. 그저 눈을 감고 숨이 멎는 순간까지도 그를 괴롭히기만 할 뿐이었다.

이어진 대한민국에서의 환생.

가족이 생겼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지만, 처음 느껴보는 따뜻함이 나쁘지 않았었다.

그것이 좋아서 가족을 위해 힘을 사용했다. 가족을 괴롭히거나 위협하는 자들을 없애고 그들이 가진 것을 빼앗았다.

그랬더니 세상이 그를 적으로 규정했다. 끊임없이 싸워야 했고 그 와중에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게 되었다.

그제야 괴로움을 준 감정이 바로 외로움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위에 상실감이 더해져 그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같은 짓을 반복할 수는 없지.’

후회는 두 번이면 족하다. 이번만큼은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강산아, 아빠랑 형 왔네?”

간호사가 누워 있는 강산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면회를 위한 투명한 유리 밖으로 아버지와 형이 보였다.

‘아버지, 형.’

마지막까지 자신을 위해준 가족이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의 곁을 지켜주었었고, 그를 위해 죽음을 택했었다.

이들을 잃고 얼마나 후회를 했던가. 난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팔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어?”

간호사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기를 감싸고 있던 강보가 꿈틀거리더니 팔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밖으로 나온 팔을 가족들을 향해 뻗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갓 태어난 아기가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다니.

아버지인 강창석도 깜짝 놀랐다. 아직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아들이 자신들에게 손을 뻗으며 입을 벙긋거리고 있었다.

“현아, 봐라. 네 동생이 알아보나 보다.”

신기했다. 갓난아기들은 잘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동생은 아버지와 자신을 알아보는 것처럼 손을 뻗고 입을 뻥긋거렸다.

가만히 동생을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겨우겨우 뜬 눈꺼풀 사이로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보였다.

절로 손이 나아가 창문에 닿았다. 간호사는 아기의 팔이 아래로 향하자 몸을 낮춰 주었다.

강산의 손과 강현의 손이 유리창을 가운데 두고 마주했다.

“어머!”

간호사의 호들갑 속에서도 형제는 서로의 손을 마주하고 온기를 나누었다.

‘형, 이번에는 형의 꿈을 꼭 이루게 해주겠어.’

형의 꿈은 검사였다.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직한 검사가 되어 사회정의를 실천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자신이 힘을 쓰지 않았다면 충분히 검사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얌전하게 살 테니까.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 보자고.’

강산은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아기의 몸.

두 번째 경험이었다. 그러나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전처럼 무공을 빠르게 익혀 신체발달을 촉진시키는 짓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일반적인 아기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은 최대한 지양해야 했다.

전에는 너무 빠른 성장으로 병원을 자주 들락거리기도 했었다. 혹여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부모님이 걱정을 했기 때문이었다.

괜한 걱정을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관심을 끌어서도 안 된다.

‘난 아기다, 아기. 평범한 아기.’

부모님과 형은 좋은 사람이었다.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고 아껴준 사람이니 걱정은 없었다.

처음 대면에서 반가움에 조금 튀기는 했지만, 앞으로 자제하면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다.

‘그래도 힘은 키워야지.’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힘은 필요하다. 전신 기맥이 활짝 열려 있는 지금이 최적의 시기였다.

어차피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운기를 하여 일차적으로 기침단전 정도는 해둘 생각이었다.

천마구궁심법(天魔九宮心法).

그를 절대자가 되게 해준 신공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1분 정도 지났을까?

전처럼 필사적인 생각이 없었던 강산은 그대로 쌔근거리며 잠이 들고 말았다.

아직은 잠이 많은 아기였다.


***


곤하게 자고 있던 강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쌌다!’

아랫도리가 축축한 것이 오줌을 싼 것 같았다.

‘어쩐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울음을 터트리는 일이었다. 그러면 간호사가 다가와 확인을 하고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흐릿한 미등만 켜져 있는 밤이었다. 울음을 터트리면 자고 있는 다른 아기들마저 깨어나 한바탕 울음바다가 되리라.

현재 자신도 아기의 몸이었지만, 아기의 울음소리는 질색이다. 무림에서 그를 가장 귀찮게 했던 광음소자(狂音小子)의 절기, 탈혼소(奪魂笑)가 아기 울음소리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젖은 기저귀를 차고 있기는 싫었다. 더럽고 찝찝한 것은 질색이었다.

“앙, 아앙!”

근처에 있을 당직 간호사가 다가오길 기다리면서 짧고 강하게 울었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다. 아기들은 종종 잠꼬대를 잘하기에 으레 그러려니 한 것이었다.

“아앙! 아아앙!”

“어머, 강산이 깼니?”

좀 더 적극적으로 소리치자 드디어 간호사가 다가왔다.

“왜 깼어? 꿈이라도 꿨니?”

아기들은 대소변을 보면 울음을 터트리게 마련이다.

간호사는 딱히 크게 우는 기색이 없는 강산이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상태를 살폈다.

아기를 돌보는 일은 힘든 일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칭얼거리는 일은 둘째치고, 말이 통하지 않으니 신경을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가 5년이나 산부인과, 그것도 신생아실에서 일하는 이유는 아기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강산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강보를 억지로 걷어냈다.

과연 신공이라 할까? 잠깐이지만 천마구궁심법의 공능으로 팔에 힘이 붙었다.

‘쌌다. 기저귀를 갈아라.’

강산은 짧은 팔로 기저귀 쪽을 탁탁 쳤다.

“응?”

탁, 탁.

“아!”

처음엔 뭔가 싶어 바라보던 간호사의 눈이 커다래졌다.

“쌌어?”

강산은 행동을 멈추고 입을 꼭 다물었다. 아기라고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간호사의 입이 떡 벌어졌다.

‘세상에!’

팔을 움직인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울음을 터트리지도 않고 소리 내어 자신을 부른 것도 모자라 의사표현까지 하는 아기라니.

석가모니가 처음 태어나며 일곱 걸음을 걸은 후에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했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발육이 매우 빠른 아기들이 있긴 했다. 그래도 이처럼 신통방통한 아기는 처음이었다. 이런 것을 신동이라 해야 하는 걸까?

이럴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들어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강산아. 꿈을 꾼 거야, 오줌을 싼 거야?”

‘이 아줌마가 미쳤나…….’

짜증이 났지만 기저귀를 갈아야 했다. 그는 다시 기저귀의 밴드 부분을 탁탁 쳤다.

“꿈?”

“으아앙, 아아앙!”

팔을 휘저으며 강력하게 울음으로 항의했다.

기저귀나 갈라고!

“꿈이 아니야? 그럼 뭐?”

탁탁

짜증을 담아 다시 기저귀를 쳤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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