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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끔

완벽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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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작품등록일 :
2014.05.27 13:21
최근연재일 :
2014.06.12 07:5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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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6.04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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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권 9화. 형아야, 이건 아니지!(2)

DUMMY

강산은 단지 한 걸음 디뎠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불러왔다.

주르륵

아이들의 가랑이 사이가 젖어들었다. 이내 바지 사이로 물이 흘러 신발까지 적셔 버렸다.

일반인들이 마기에 노출되면 극심한 공포에 이성이 마비된다. 심한 경우 미쳐 버리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하물며 중원을 평정했던 강산의 마기는 오죽할까?

우뚝, 걸음을 멈추고 마기를 거뒀다. 그러나 너무 늦어버렸다.

털썩, 털썩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하는 아이들, 강현이 아니었다면 우두머리였을 심술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일하게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사람은 금강현마공을 익힌 형뿐이었다.

‘이런 제기랄.’

그나마 예전만한 성취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눈앞의 아이들은 비명횡사를 당하고 말았을 것이었다.

강산은 형을 바라보았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용했다.

“산아, 너 지금…….”

“시끄러.”

강현은 동생의 무서운 눈초리에 말을 삼켰다.

강산은 아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끌어다가 벽에 기대어 놓았다. 그리고 그들의 들끓는 기혈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형은 강자가 뭐라고 생각해?”

“…뺏는 사람.”

저리 말할 줄 알았다. 형이 했던 이야기는 그런 맥락이었으니까.

“뺏으면 그걸로 끝일까? 형보다 더 강한 놈한테 빼앗길 텐데? 그럼 형은 강자일까, 약자일까?”

“그, 그럼 그보다 더 강한 사람이 되면 되지.”

“그게 가능해? 뒤집을 수 없는 게 사회라며.”

“무조건 뺏으면 되잖아.”

이를 악문 강현이 억지를 부렸다.

“뺏는다라. 좋아. 그럼 형은 범죄자가 강자라고 생각해?”

“범죄자?”

“남의 걸 뺏는 건 범죄지. 강도, 도둑이라고. 그런 쓰레기들이 강자라고?”

“난 아니야!”

“뭐가 아니야? 애들 거 뺏었잖아. 애들이 자진해서 준 거야? 형 돈 쓰라고 부모님이 용돈 주는 것처럼 줬어? 아니지? 애들 시켜서 빼앗았잖아. 게다가 형은 아무런 상관없는 것처럼 착한척하고 있었지. 그건 또 사기꾼이고.”

강현은 씩씩거렸다. 화가 났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참나. 헛똑똑이야, 형은.”

아이들에게 조치를 끝낸 강산이 형 앞에 섰다.

“뺏는 거 좋아. 나쁘지 않아. 그러나 그 대상, 상대가 틀렸고 방법이 잘못됐어.”

그도 중원에서는 빼앗았다. 산적, 수적의 것을 빼앗았고 사파의 것도 털었다.

그래, 힘이 있으면 빼앗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상대가 아무런 죄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있다.

“이왕 뺏으려면 있는 놈들 거, 나쁜 놈들 걸 뺏어야지.”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쯧,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그러면 뭐하나. 하는 말이 죄다 모순투성이인데.

그래도 적당히 수준에 맞게 장단은 쳐줘야 했다.

“물론 그렇지. 그래도 어디에나 기회는 있고 방법은 있는 법이야. 형은 그 방법이 뭔지 궁금하지 않아?”

“방법이, 있다고?”

“그래. 사회를 그렇게 만든 놈들이 좋아하는 법. 그걸 이용해서 뺏으면 되지.”

“법?”

“검사가 되면 되는 거야. 검사가 되어서 남의 피눈물로 제 배를 채우는, 형이 강자라고 생각하는 도둑놈의 새끼들을 벗겨먹으면 되는 거야.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검사라고 만능은 아니니까. 하지만 형은 혼자가 아니잖아.”

강산은 자신의 가슴을 탁 쳤다.

“내가 있잖아. 그리고 쟤들 보이지?”

쓰러져있는 아이들을 가리켰다. 강현은 아이들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후우, 내가 뭐하는 짓인지.

강산은 최대한 강현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말하다보니 참으로 쑥스럽고도 닭살 돋는 말만 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형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하려면 이래야 할 거 같은데.

“보니까 형은 타고 났어. 저 녀석들 부리는 것만 봐도 그렇고. 난 그런 건 못해. 그런 건 형이 해. 대신에 난 형이 못하는 걸 해줄게.”

“뭘… 할 건데?”

“검사의 힘으로 해결 안 되는 건 나한테 맡겨.”

“진짜 그러면 될까?”

“응. 형은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법대 가고 사법고시 보고 검사 해. 썩어빠진 사회를 뒤집고 싶어? 까짓것 뒤집어 보지. 형이랑 나랑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

그러니까 닥치고 검사나 되라고, 쫌!

고민을 거듭하던 강현이 이내 결심을 굳혔다.

“검사 할게.”

전생에는 검사가 꿈이었던 형이다. 뭔가 전후가 뒤바뀐 듯해도 어쨌든 검사가 되겠다고 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형이 뭘 해도 상관은 없었다.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는 것도 동생 된 도리였다.

그러나 이왕이면 검사를 해야 한다.

썩어빠진 사회를 뒤집는다, 말은 그리 했어도 강산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무슨 정파인도 아니고.’

정의를 부르짖는 정파놈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나아졌는가?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전생에서처럼 날뛸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내몰 수는 없었다.

그저 내 가족과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다.

난 검사가 되어서 벗겨먹으라고 했지, 사회 정의를 구현하라고는 안 했다.

“좋아. 그럼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 거고. 자, 이제 아까 하려던 거나 마저 할까?”

“응? 뭘?”

“사랑의 매.”

그리고 오늘의 다짐을 잊지 않도록 뼛속까지 새겨주는 일.

“사, 산아.”

“지금까지 부모님과 날 속이고 잘도 이런 짓거리를 했겠다? 다시는 그럴 생각 들지 않게 해줄게.”

강산의 전신에서 다시금 마기가 스멀거리며 흘러나왔다.

“산아, 나 형이야. 형!”

“응, 형이니까 이러지.”

위기를 느낀 강현의 몸에서 금강현마공으로 쌓인 한 줌의 내공이 움직였다. 살기 위한 본능이 형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었다.

‘호오.’

운기도 하지 못하던 형이 내공을 움직이다니. 역시 사람은 위기를 겪어야 한다.

하지만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강산은 간단하게 형의 마혈을 짚어 도주를 차단했다.

“뭐야, 이거 뭐야!”

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강현은 두려움이 벌컥 밀려들었다.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설마 너!”

강산은 형의 아혈까지 짚어 말을 못하게 만들었다.

“흠. 눈치 챘어? 그래. 밤마다 내가 형을 아프게 한 거 맞아. 그런데 그거 몸에 되게 좋은 거야. 형이 짱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덕분이야. 어때, 나 대단하지? 그러니까 내 말대로 검사 하는 거다?”

강현의 눈이 알겠다고, 그만하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이 기회에 형을 단단하게 다잡아두기로 마음먹은 강산이었다. 그의 손은 거침없이 움직여 12개의 혈을 짚었다.

“분근착골이란 거야. 매우 아플 거야. 이 고통을 확실하게 기억해둬. 난 잘못을 하면 형이라고 해도 봐주지 않아.”

말은 그렇게 해도 봐주는 중이었다. 36개의 혈을 짚지 않고 12개의 혈만 짚었으니까.

그래도 끔찍하게 아플 것이었다. 심하다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자고로 형은 엄하게 키워야 하는 법이었다.


***


강산은 베란다에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카만 밤하늘이 그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공기도 더럽고. 별을 보자면 안력을 돋워야하니 원.”

현대 문물은 그에게도 신기한 것들이 많았었다. TV, 컴퓨터, 게임기, 자동차 등등.

그러나 마음이 답답할 때면 무엇으로 풀어야 할지 막막한 곳이 지금의 세상이었다.

무공은 사라져 겨뤄볼 이도 없었다. 사람들이 밤낮으로 돌아다니는 탓에 중원에서처럼 경공을 펼쳐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미친 듯이 달릴 수도 없었다.

물론 그리해도 문제는 없었다. 사람들이 그를 알아차릴 확률은 극히 적었으니까.

그러나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뭘 하지.’

법은 형이 담당할 테니 됐다. 그렇다고 무력을 담당할 수는 없었다.

그는 대부분의 마도인이 그렇듯이 숨어서, 뒤에서, 몰래 검을 휘두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도인이기 이전에 무인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그 덕에 전생에서 모든 걸 잃었었다. 그러니 무력은 논외로 쳐야하고, 남는 것은 돈이었다.

“돈을 벌려면 화끈하게 벌어야 하는데…….”

독불장군과도 같은 그의 성정에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하 직원을 거느리는 사업을 하는 것도 질색이었다.

자영업? 그런 걸로 돈 벌어야 얼마나 벌까 싶다.

“쩝, 용병을 할 수도 없고…….”

용병을 하자면 가족의 곁을 떠나야 한다. 그것도 패스.

“이왕이면 명예도 얻을 수 있는 일이면 좋을 텐데.”

천하제일고수의 취업 고민은 밤이 깊어질수록 함께 깊어져만 갔다.


***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으로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직업, 최근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위라는 직업.

“운동선수지.”

대식이가 간단하게 말했다.

“운동선수?”

“응. 그리고 세계에서 제일 돈 많이 버는 운동이 바로 복싱이야.”

의기양양한 대식이의 말에 강산은 바로 등을 돌렸다.

“어? 야, 진짜야.”

“진짜는 무슨. 세계 챔피언이 돈을 못 벌어서 그만두는 판국에.”

격투 종목에 관해서는 그도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과거 생활고 때문에 챔피언 벨트를 반납한 선수의 이야기도 알고 있었다.

1년에 1,0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벌었다고 한다. 절대 사양이다. 그거 벌자고 천하제일인인 자신이 사람들 앞에서 구경거리가 될 수는 없었다.

골프만 해도 상금 랭킹 1위인 선수가 수십억을 번다. 축구나 야구 선수의 몸값도 수십억이다. 해외는 이보다 더 하다는 것 정도는 그도 알고 있다.

그런데 복싱이 제일 돈을 많이 번다니. 누가 체육관 아들 아니랄까봐.

“씨이, 진짠데.”

대식이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대식이 말이 맞다.”

저녁을 먹으며 복싱 선수가 가장 돈을 많이 버느냐는 질문에 아빠가 한 대답이었다.

“아빠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세계적인 선수는 한 경기당 수백억의 돈을 번다더구나.”

“한 경기예요?”

“그래. 그건 순수하게 대전료로 받는 파이트머니란 돈이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부수입이 있다니까, 아마 많이 버는 선수가 한 천억 정도 벌었을 걸?”

강산의 입이 벌어졌다.

1,000억이란다, 1,000억. 그렇게 따지면 한 달에 한 경기씩만 뛰어도 1년이면 1조 2,000억이다.

물론 그렇게 경기를 뛰지는 않는다. 강산이 자세한 것을 모르기에 하는 생각일 뿐이다.

어쨌든 정신이 번쩍 든 것은 사실이었다.

돈을 버는 일이 몸 쓰는 일이라면 그는 사기나 다름없는 능력의 소유자다. 막말로 내공을 쓰지 않아도 일대일로는 전 세계에서 적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1년 365일 싸울 수도 있다!’

그럼 그게 얼마인가?

강산의 눈이 위험한 빛을 발하자 이선화가 남편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강창석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노려보곤 아들에게 말했다.

“산아. 엄마가 분명히 말하는데, 행여 그런 위험하고 야만적인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절대 허락 못한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거 하라고는 않을게. 그저 평범한 직장에서 평범하게 일하는 꿈을 가져라. 알았지?”

선화가 다시 한 번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윽, 그, 그래 강산아. 아빠가 말한 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가 되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평범한 선수들은 겨우 몇십만 원 정도밖에 받지 못해요. 절대 복싱 같은 위험하고 돈도 안 되는 일은 하지 말거라.”

애써 수습을 해보려하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요, 뱉어낸 말이었다.

선화는 속상했다.

가뜩이나 돌잡이 때도 그렇고 돈을 좋아하던 아들이다. 그 앞에서 쓸데없는 바람을 불어넣다니.

‘당신, 있다가 봐요.’

강창석은 부인의 눈초리에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었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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