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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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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작품등록일 :
2014.05.27 13:21
최근연재일 :
2014.06.12 07:5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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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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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6.0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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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권 8화. 형아야, 이건 아니지!(1)

DUMMY

전생에 형은 힘도 없으면서 소위 말하는 일진이란 아이들한테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왕따를 당했었다.

공부를 잘하고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았기에 그 정도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왕따로 모자라 집단 린치를 당했고, 강산은 그에 격분하여 학교를 발칵 뒤집어 버렸었다.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라 한다.

형의 생각은 정의롭고 올발랐지만, 그것을 관철시킬 힘이 없었다. 그래서 그 힘을 주었다. 적어도 당하지는 않도록 말이다.

그런데 형은 한발 더 나아갔다.

“형이 3학년 짱이라고?”

“응. 멋지지?”

이미 유치원 때 콩깍지가 씌었던 혜정이 자랑스럽게 말하며 웃었다.

“우와, 진짜요? 형이 짱? 멋지다!”

장차 세계에서 제일 강한 남자가 꿈인 대식이가 호들갑을 떨었다. 민수도 눈빛을 빛내며 강현을 쳐다본다.

유일하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은 강산이와 하윤이었다. 아니, 산이는 오히려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형이 일진이라니.’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학교 일진이라는 것이 사파 녀석들과 진배없다고는 해도, 강산의 입장에서 본다면 애들 재롱 수준일 뿐이다.

어쨌든 형이 그런 일진이 되었다는데도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형. 괜찮아?”

“응? 뭐가?”

“형이 일진이면 오히려 애들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 같은데. 그러면 5, 6학년 형들이 가만있으려나?”

강현이 어울리지 않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벌써 철이 들은 건가?

하긴. 사람은 고통 속에 성숙해진다고 한다. 밤마다 고문과도 같은 추궁과혈을 받은 형이다. 아무리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잠재의식 속에서 영향을 끼쳤을 법했다.

“형이 알아서 할게. 넌 공부나 열심히 해. 누가 괴롭히면 형한테 말하고.”

혜정이를 보니 얘도 얼굴에 그늘이 진다. 생각보다 뭔가 심각한 상황 같았다.

‘감히 우리 형을 건든다 이거지?’

형은 쭉쭉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검사가 되어 가족이 잘 먹고 잘 사는데 일조를 해야 했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방해하는 녀석들은 자신이 치워줘야 했다.

‘그나저나 찝찝한데.’

애들 혼내주는 거야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기분이 들고 있었다.


***


중원에서 정파 놈들보다 더 싫어했던 것이 사파 놈들이었다.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놈들, 이익을 위해서는 부모도 팔아먹을 쓰레기들이 바로 사파였다.

그에 비하면 마도인은 어떤가?

약자를 정파처럼 보호하겠다고 설치지는 않지만, 사파처럼 먹이로 여기지도 않는다. 그저 무시할 뿐.

대신 강자에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들이 바로 마도인이었다.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만이 무의 길을 걷는 마도인의 목적이었다.

그런 강산이 보기에 저 앞에 있는 녀석들은 사파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그냥 어설픈 사파 흉내나 내는 꼬꼬마들이다.

그런데 그중에 한 놈이 낯이 익었다.

‘아, 저 시키.’

심술보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녀석은 기억에 있었다. 형을 가장 많이 괴롭혔고 집단으로 때릴 때도 가장 앞장섰던 놈이었다.

마음 같아서야 오지게 패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랬다간 전생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강산은 빠르고 조용하게 움직였다.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이는 것쯤은 손바닥 뒤집기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 그의 손에는 캠코더가 들려 있었다.

그는 캠코더를 이용해 상황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야, 겨우 이거야?”

“그, 그게 엄마가 돈을 안 줘서…….”

“그럼 몰래 지갑에서 훔쳐서라도 가져왔어야지!”

“미안.”

“미안하다면 다야? 엉? 미안하다면 다냐고?”

찰싹, 찰싹

돈을 뜯기던 아이는 뺨을 맞으며 뒤로 물러섰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

“다음에는 제대로 해. 안 그럼 알지?”

주먹을 들이밀며 으르렁거리자 아이가 사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꺼져. 다음.”

기가 막힌 놈들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아직 서너 명 정도 더 있었다.

한심한 녀석들. 차라리 덤벼라.

생각은 그리해도 기대하지는 않았다. 처음 꼬리를 말면 그걸로 끝이었다. 잘못된 관계를 바로잡는 일은 어른이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녀석들이 협박을 하고 돈을 갈취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캠코더에 담은 강산은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최대한 모아주지.’

이걸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했다는 증거를 잡아야 빼도 박도 못한다.

솔직히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냥 깔끔하게 진정한 공포를 보여주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세상에 적응해보겠다는 계획에 위배가 되었다. 귀찮더라도 이곳의 법대로 하는 게 나았다.

‘그나저나 괜찮겠지?’

대식이와 민수한테 하윤이를 맡겨 놓았다. 중요한 일이라고 충분히 설득은 했지만 아무래도 불안했다.

종소리에 맞춰 늦지 않게 교실에 들어선 강산은 대식이와 민수부터 살폈다. 다행이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는 것 같았다.

“얘들아. 별일 없었지?”

두 아이가 고개를 팩 돌려 산이를 쳐다봤다.

“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민수가 뭔가를 말하고 싶어 벙긋거리다가 입을 꾹 다물더니 고개를 돌린다. 대식이도 마찬가지였다.

‘이 녀석들 뭐야?’


***


증거 수집은 순조로웠다. 녀석들이 하는 이야기도 잘 들리게 녹화가 되었다.

강산은 가벼운 마음으로 교실로 향했다.

“흑, 흑.”

“뚝! 남자애가 그런 걸로 울어?”

“야, 그래도 이건 너무 아파.”

“허약해서는.”

“하윤아. 왜 이런 걸 연습해?”

“왜긴? 강산이랑 아주버님 괴롭히는 놈들 있으면 혼내주려고 그러지.”

“에? 아주버님?”

“남편의 형을 그렇게 부른데.”

“아, 그, 그래. 참, 하윤아. 그럼 아예 우리 체육관 다닐래? 권투 배우면 짱 쎄질 수 있어.”

“너 나 이겨?”

“…아니.”

강산은 차마 교실 문을 열 수가 없었다. 하는 이야기만으로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눈에 선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3반에 마녀가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게 하윤이였던 건가.

“그만하자. 산이 올 때 됐다. 넌 얼른 가서 씻고 와. 산이한테 이르면 알지?”

“으응, 알았어.”

“니들도 말하면 혼날 줄 알아?”

“어!”

“응.”

반 아이들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사람이 나오는 기척이 났다. 강산은 얼른 몸을 피했다.

훌쩍거리는 민수가 교실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하고 잠시 뒤에 하윤이가 나왔다.

차가운 표정에 도도한 모습의 그녀가 지나가자 아이들이 자리를 비켜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강산이와 어른들 앞에서 해맑게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래. 내 여자라면 저 정도는 되어야지.’

…흐뭇해한다.


***


두 친구의 희생으로 3달에 걸친 증거 수집이 끝을 보였다.

다행이도 그간 형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평소처럼 학교를 다녔고 자신과도 잘 놀아줬다.

‘오늘까지만 하고 이제는 다음 단계다.’

전생에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다음으로 그는 피해 입은 아이들을 찾아가 진술서를 받을 생각이었다.

사실 진술서를 쓰고 일이 크게 번지면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강산은 거기까지 봐줄 생각은 없었다. 당한 아이들은 그의 입장에서는 무시해도 좋을 약자였다. 녀석들은 그저 강자에게 굴복해 미래를 포기한 한심한 녀석들이었다.

약한 녀석은 봐줘도 비굴한 녀석들은 봐줄 수 없었다.

‘응? 저건 형이잖아?’

평소처럼 몸을 숨기고 촬영을 하려는데 그곳에 형이 나타났다.

“야, 강현. 어서 와라.”

얼굴에 심술보가 가득한 녀석이 강현을 반겼다.

“형, 어쩐 일이세요?”

“연기 좀 그만해라. 여기 우리밖에 없어.”

놈들이 형한테 위해를 가한다면 증거고 뭐고 박살을 내버리겠다고 다짐하던 강산의 귀에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렸다.

“씨팔. 어지간하면 부르지 말랬지?”

“야, 화내지 마. 이번엔 어쩔 수 없었어.”

“뭔데?”

“얼마 전에 혜정이가 나한테 찾아왔었어.”

강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오해하지 마. 털끝도 안 건드렸으니까. 단지 혜정이가 찾아와서 우리한테 그러더라고. 더는 애들 괴롭히지 말라고. 안 그러면 선생님한테 이르겠대.”

“그래봤자 소용없잖아.”

“물론 그렇기야 하지. 우리 아빠가 누군데. 그래도 네가 좀 말려주라. 엄마가 알면 잔소리 들어야 한단 말이야.”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고맙다. 그리고 이거.”

심술보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달 상납금. 조금 줄었다. 요즘 애들이 말을 안 듣네.”

“그래도 애들 막 때리진 마. 그랬다가 꼰지르는 새끼 있으면 피곤하니까.”

“알았어. 걱정 마.”

모든 상황을 지켜본 강산의 눈이 벌겋게 물들었다.

‘이게 뭐야?’

검사가 되라고 기껏 무공까지 익히게 해 놓았더니, 한다는 짓이 이거라니.

정파의 탈을 쓴 사파 놈들이 있었다. 겉과 속이 다른 시커먼 놈들. 정파보다 싫은 게 사파라면, 알게 되는 즉시 멸문을 시켜버리는 것이 정파의 탈을 쓴 사파였다.

지금 그 짓거리를 형이 하고 있었다. 그 좋은 머리를 가지고 말이다.

강산은 숨어있던 곳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런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잡것들이.”

아이들이 깜짝 놀라 강산을 바라보았다. 강현은 동생의 등장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강산아.”

우둑, 우두둑

강산은 몸을 풀었다. 어지간하면 평화적으로다가, 법적으로다가 해결을 하려 했는데.

“동생이냐?”

“응.”

“헐이다. 알아서 잘 해결해라. 우린 갈게.”

심술보와 다른 아이들이 자리를 뜨려했다.

강산은 곧바로 캠코더를 틀었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말한 내용이 캠코더에서 흘러나왔다.

“다들 동작 그만. 한 놈이라도 돌아가면 이거 그대로 선생님께, 아니지. 경찰서로 가지고 간다.”

“뭐야 저 새끼? 야, 강현아.”

“닥쳐.”

강현의 말에 심술보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산아. 그거 내놔.”

“싫어.”

“산아.”

“형. 형이 뭐라 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어. 말해봐. 지금 이게 뭣하는 짓거린지.”

강현은 강산의 고집스런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데. 공부 잘하고 부모님, 선생님 말씀만 잘 듣는다고 다가 아냐. 약자는 평생 약자일 수밖에 없어. 뒤집을 수 없는 것이 사회야. 그래서 난 약자보다 강자가 되기로 했어.”

이 무슨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10살 어린애에게서 나올 수 없는 소리였다. 이놈의 세상은 어린아이가 이런 생각까지 갖게 만들고, 대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강현이 신문과 뉴스에 관심을 갖고 요즘에는 어려운 책들까지 본다는 건 알았다. 그래서 머리에 든 것이 많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알게 된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직접 세상과 부딪혀보지도 않고 결론을 내리는 일은 위험하다.

중원에서 영문도 모른 채 마도인은 악이라 배운 정파의 후기지수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로 인해 애꿎게 죽은 자들이 말도 못할 정도로 많았다.

형과 같은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목숨을 잃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정신은 죽은 셈이었다. 정신이 죽은 자는 발전이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에 썩은 물에 몸을 누이면 같이 썩을 뿐이었다. 치열하게 살아온 강산의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형, 아무래도 안 되겠다.”

강산은 감춰두었던 마기를 풀어냈다. 아이들은 무서운 기운에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때로는 사랑의 매도 필요한 법이래.”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신을 뜯어고쳐 주마!


작가의말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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