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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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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작품등록일 :
2014.05.27 13:21
최근연재일 :
2014.06.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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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3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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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권 6화. 키잡의 고수(3)

DUMMY

지금까지 수업을 하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아이들이 어리기에 수업을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괜히 선생님이 아니었다.

“그래서 말했지? 사람 없는 곳에는 혼자 다니지 말라고. 항상 부모님, 또는 선생님하고 같이 다녀야 해. 절대 혼자 다녀서는 안 돼.”

그러나 강산이도 평범한 아이는 아니었다.

“저희는 애들이잖아요. 언제든지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건데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하잖아요? 선생님은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단정하실 수 있으세요?”

그래, 넌 애야. 다섯 살짜리 애라고. 애가 그런 식으로 따져도 되는 거니?

선생님은 당혹스런 상황에 입만 벙긋거렸다.

어차피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려고 나선 것이 아니었다. 강산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 아빠한테 배운 게 하나 있는데요.”

“응?”

어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하던 선생님의 입장에서 강산의 행동은 매우 시기적절했다.

“우웅, 이건 아무한테나 가르쳐 주면 안 되는 건데…….”

게다가 선생님의 심정을 헤아린 강산이 최대한 귀엽게 몸을 꼬며 부끄러운 척을 했다.

‘횡재한 줄 아쇼.’

이건 우리 부모님한테만 보여드리는 필살기니까.

선생님의 표정이 슬쩍 풀렸다. 그러면서 과연 강산이네 아빠가 뭘 가르쳐준 건지 호기심이 일었다.

“강산아. 아빠가 알려준 게 뭔데? 이왕이면 친구들에게도 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강현과 강산의 아버지인 강창석은 젊은 나이에 중견 기업의 부장이 된 사람이었다. 그만큼 능력도 출중하고 매너도 있었으며 자상한 면도 갖춘 남자였다.

입학식에서 그를 보았던 선생님이었기에 더욱 궁금했다. 그런 남자가 아들에게 가르쳐 준 방법은 무엇일까?

“얘기해도 돼요?”

“그럼.”

강산은 방긋 웃음을 내보이고 친구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얘들아.”

“응!”

“나쁜 아저씨가 나타나면.”

“나타나면?”

팡!

강산의 주먹이 강하게 뻗어 나왔다. 대략 15도 정도 위로 뻗은 주먹은 키와 맞물려 어른의 그 부위로 향했다.

“꼬추를 때려 버려. 그런 놈들은 고자를 만들어 줘야 해.”

강산아. 설마, 너희 아빠가 그런 걸 가르쳤다고?

선생님은 한번쯤 학부모 면담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


남자아이들은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으면 짓궂은 장난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말을 걸자니 어색하고 좋아하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모르기에 생기는 일이었다.

민수도 그런 경우였다.

하윤이가 쓰러지고 많이 놀랐었다. 어떻게 할 줄 모르겠어서 무작정 뛰쳐나갔다가 선생님한테 붙잡혔었다.

혼나는 것도 무서웠지만, 하윤이가 잘못되는 것은 더 싫었다. 그래서 민수는 선생님께 모든 일을 다 말했다.

겁에 질려 두서없이 하는 이야기를 선생님은 용케 알아듣고 부리나케 교실로 달려갔다. 그런데 막상 교실에 가보니 하윤이는 멀쩡한 것이 아닌가?

당연히 민수는 꾸중을 들었고 그것이 억울했다. 하윤이가 오히려 자신을 놀렸다고 생각하니 화도 조금 났다.

그래서 어떻게든 다시 골려주려고 했는데…….

“하지 마.”

“윽!”

그다음 날부터 강산이란 녀석이 하윤이의 곁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자신이 장난을 치려고 하면 녀석이 방해를 했다. 지금도 몰래 하윤이의 눈앞에 거미 장난감을 던지려고 하는 걸 강산이가 막았다.

딱히 화를 내거나 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아빠처럼 어려운 녀석이었다.

“미수 나빠! 강사니 체고!”

하윤이가 강산이의 목에 매달렸다. 민수는 생애 처음으로 질투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두, 두고 보자!’

민수의 눈에 아이답지 않은 독기가 반들거리고 있었다.


강산이 딱히 하윤이를 보호해주려 한 것은 아니었다. 하윤이가 항상 자신의 곁에 붙어 있었기에 민수의 행동을 막았을 뿐이었다.

하윤이의 울음소리는 상당한 고음이었다.

전에는 민수가 움직일라치면 멀찍이 떨어져 내공으로 귀를 틀어막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하윤이가 그의 곁에 붙어살다시피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내공으로 귀를 틀어막아도 들러붙어서 울어 재끼면 방법이 없었다.

실제로 한 번 하윤이가 울음을 터트린 적이 있었다. 선생님이 달래려 해도 강산이에게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강산이 부드럽게 등을 쓸어주며-진기 또한 불어넣었다-달래주니 그제야 울음을 뚝 그치는 게 아닌가?

몇 번 그러다보니 울보 하윤이의 담당은 아예 강산이가 되고 말았다.

‘그나저나 저놈도 참 끈질기군.’

강산이 또다시 다가오는 민수를 쳐다보았다.

포기하지 않고 하윤이를 괴롭히려는 행동에 슬슬 짜증이 일기 시작했다. 대체 왜 저리 집요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은 단단히 혼을 내줘야겠어.’

그동안은 아주 약간의 기세만 피워 올렸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살기를 뿌려댔을 것을 그 정도 선에서 그친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 겁을 줘야겠다. 계속 쫓아내는 것도 이제는 귀찮았다.

놈, 눈물을 쏙 빼주마.

“저기.”

강산은 민수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이전보다 기운을 더 담아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압박을 주었다.

‘무, 무서워.’

강산이의 눈이 괴물처럼 보였다. 온몸이 괴물의 손아귀에 붙잡힌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오늘의 민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왔다. 절대 이대로 그만둘 수는 없었다.

“가, 강산아.”

어라? 이것 봐라? 생각보다 잘 버티네?

“나, 나…….”

조금 더 기운을 늘려봐? 아니야. 애한테 그건 좀 심하고. 어쩐다. 그래도 애 하나 마음대로 못하면 존심이 상하는데.

민수는 강산이 고민하는 와중에 있는 힘을 다 쥐어짜냈다. 이를 꽉 깨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 나도! 나도 같이 놀아줘!”

의외의 말에 강산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 얘가 뭐라고 한 거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잔뜩 독이 오른 줄 알았는데, 하는 말이 고작 놀아달라는 말이라니. 황당한 상황에 기운마저 빠졌다.

“나도 강산이 너랑 하윤이랑 같이 놀고 싶어. 이제 장난 안칠 테니까 같이 놀게 해줘. 응? 강산아.”

이건 뭐. 아무리 애라지만 자존심도 없는 건가? 대체 이 녀석은 뭐지?

“강산아아! 응? 나도 같이 놀자.”

민수는 아예 그의 팔에 매달려 조르기 시작했다.

그제야 떠올랐다.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를 괴롭히는 경우가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하는 경우는 조금 더 자란 후가 아니었던가? 분명 그가 본 책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되어 있었다.

하긴, 언제나 책이 올바른 것은 아니었다.

‘자식, 너도 남자구나.’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기운을 끝까지 이겨낸 대견한 녀석.

강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안 돼.”

“……!”

“못 들었어? 안 된다고. 그러니까 저리 가.”

하지만 대견한 건 대견한 거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하윤아. 너도 싫지?”

“응!”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하윤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애가 싫다잖아. 절대 내가 내 내공을 들였기 때문에 아까워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민수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강산이, 너, 너어!”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어지간히 분한 모양이다.

훗, 어쩌시게. 한 대 칠래?

가소로웠다. 조그만 녀석이 열 받으면 어쩔 것인가? 뭐, 애가 덤빈다고 진지하게 상대해 줄 마음은 없었다. 적당히 데리고 놀다가 제풀에 지쳐 떨어지게 해줄 생각이었다.

민수는 참지 않았다. 이번에야 말로 강산이에게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민수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었다.

“우아아아앙! 선생님! 강산이가 하윤이랑 못 놀게 해요!”

뭐, 뭐야 저 놈?

강산의 입이 쩍 벌어졌다. 덤빌 줄 알았는데 선생님한테 쪼르르 달려가 고자질을 한다.

그러나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5살 아이였다. 누군가에게 상처 받기는 쉬워도 상처주기는 어려운 나이였다. 잘해야 어른한테 말하는 것이 최선의 자기방어였다.

‘하하, 이거 참.’

아이의 몸을 하고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었지만, 자신은 아직도 어른의 시선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강산은 그날 처음으로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


그날 이후, 민수도 함께 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재앙의 시작이었다.

“선생님, 강산이가 안 놀아줘요!”

“민수랑 하윤이랑만 놀아요!”

“강산이가 이거 안 갈쳐줘요!”

아이들은 하나같이 강산이랑 하윤이의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놀아주지 않으면 선생님께 쪼르르 달려가 고자질을 했다.

‘대체 얘들이 왜 이래?’

강산이는 몰랐다. 아이들이 그와 하윤이랑 얼마나 친해지고 싶어 하는지를.

아이들이라고 해서 외모를 가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싫고 좋고를 떠나서 그냥 잘생기고 예쁘거나 귀여운 아이랑 더 어울리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하윤이는 누가 봐도 귀엽고 예쁜 아이였다. 다만 잘 우는데다 민수가 있어서 함부로 다가가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강산이로 인해 상황이 변했다.

하윤이가 강산이와 어울리면서 잘 울지도 않고 재밌게 놀았고, 이제는 민수도 거기에 동참하고 있었다.

강산의 영혼은 어른이었다. 더구나 무림의 절대고수였다.

아이답게 군다고 해도 그 기운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기도가 은연중에 풍겨 나왔다.

부모의 품에서 처음으로 떨어져 나온 아이들은 마음이 불안한 상태다. 아무리 부모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이뤄가는 시기라고 하더라도 아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아이들은 다른 이의 감정에 민감한 편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강산이의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곁에만 있어도 편한 강산이, 하윤이랑도 잘 놀아주는 강산이, 민수랑도 놀아주는 강산이.

그래서 당연히 자기들도 같이 놀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안 놀아준다. 조금만 더 머리가 컸다면 따로 자기들끼리 놀았을 것이다. 그러나 애들은 의외로 집요했다.

아이들은 생각했다.

민수가 어떻게 했더라?

고자질 릴레이가 시작되어 버렸다.

“후우우우!”

한숨이 나온다.

결국 또 다시 선생님께 불려갔다.

‘강산이 착하지? 그러니까 다른 친구들하고도 사이좋게 지내야 해?’

이제는 다른 아이들과도 놀아줘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슬쩍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여유롭게 수업 준비를 하시는 선생님이 보였다.

콰직!

손아귀에 쥐고 있던 장난감 블록이 부서졌다.


***


강산의 나이 7살이 되던 해에, 그놈이 들어왔다.

“여러분, 오늘부터 우리 산들 반에서 함께 지낼 친구예요. 대식아, 인사해야지?”

굵직한 눈썹에 날카로운 눈매의 아이였다. 녀석은 아이들을 쓱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문대식이야. 아버지가 권투 선수라서 나도 권투를 배우고 있어. 내 꿈은 세계에서 제일 짱쎈 남자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너희도 나한테 잘 보이는 게 좋을걸?”

어라, 이건 또 뭐야?

강산은 삐딱한 눈으로 건방떠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세계에서 제일 짱쎈 남자라면 한 번 해봤다. 그 결과가 어땠는가? 인류의 적이 되어 죽지 않았는가?

쯧쯧,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든 철부지 같으니라고.

“그럼 대식이는 어디 앉을까. 아, 저기 가서 앉을래?”

선생님의 말에도 대식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의 끝에는 하윤이가 있었다.

대식이는 하윤이의 옆자리, 강산이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선생님, 저 저기 앉을게요.”

선생님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윤이가 강산이를 좋아하고 강산이도 하윤이를 좋아한다는 것은 모든 선생님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강산이를 보니 역시나,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었다.

“저기, 대식아. 빈자리에 앉아야지. 거긴 친구가 앉아 있잖니?”

“싫어요.”

대식이는 고개를 흔들고 성큼성큼 강산이에게 다가갔다.

“비켜. 여긴 내가 앉을 거야.”

강산은 물끄러미 대식이를 쳐다봤다.

“어쭈? 내 말 안 들어? 빨리 안 일어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대로 놔두면 강산이는 몰라도 대식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강산이를 때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야.’

때린다고 함부로 싸울 강산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산이를 때렸다가는 다른 아이들, 특히 하윤이가 가만있지 않을 일이었다.

선생님은 두 아이를 말리기 위해 다가갔지만, 강산이 한 발 빨랐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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