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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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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작품등록일 :
2014.05.27 13:21
최근연재일 :
2014.06.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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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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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권 4화. 키잡의 고수(1)

DUMMY

‘쩝. 아쉽군.’

중원의 여자 고수 중에 만혼도화지체인 여인이 있었다. 광음소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귀찮게 했던 백화옥녀(百花玉女)가 바로 이 체질이었다.

그녀가 이혜정을 발견했다면 참으로 좋아했을 일이었다. 만혼도화지체가 아니라면 그녀의 진전을 이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그랬던 건가.’

생각해보니 온갖 수모를 다 받으면서도 부득불 곁에 있으려던 두 사람, 지금에서야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자신을 진정으로 위했던 사람들이었다.

“산아.”

이혜정이 다가와 간식으로 나온 바나나 푸딩을 강산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거 좋아하지?”

‘어쭈, 요 맹랑한 것이?’

육신만 아이일 뿐, 속은 강호의 절대자요 어른이다. 그런 나를 먹을 거 하나로 꼬드기려 하다니. 참으로 가소롭다. 겨우 이깟 푸딩을 내가 좋아할 리가…….

“바닥 그만 긁고 이거 먹어. 난 별로 안 좋아해서.”

강산이 과거를 회상하며 무의식중에 푸딩을 다 먹고 바닥을 긁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제 와서 싫어한다고 말해봤자 믿어주지도 않을 일이었다. 자신의 몫을 양보하는 성의를 봐서라도 받아주는 것이 좋아보였다.

‘뭐, 맛은 괜찮으니.’

“고마…….”

강산의 눈이 이혜정이 앉아있던 자리로 향했다. 거기에 다 먹은 푸딩 그릇이 하나, 둘, 세 개가 보였다.

혜정이 몸을 움직여 강산의 시선을 슬쩍 가렸다.

“아니, 뭐. 몇 개 먹어보니까 별로더라고.”

그걸 보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그제야 조금은 애처럼 보였다.

“잘 먹을게.”

강산이 막 푸딩에 손을 데려는데 강현이 가로막았다.

“산아.”

“응?”

“하나 먹었으면 됐지. 더 먹고 싶어?”

형의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먹기 싫다고 말해야 할 분위기였다.

“왜? 형 먹으려고?”

강현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이건 민혁이 주려고.”

“민혁이?”

형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왜소한 아이가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아까 덩치 큰 녀석한테 장난감도 빼앗겼던 애였다.

“현아!”

혜정이 뾰족하게 소리를 쳤다. 그걸 다른 아이들을 챙기고 있던 선생님이 들었다.

“응? 혜정아. 왜 그러니?”

“아니에요, 선생님.”

선생님은 잠시 혜정이와 현이를 바라보다 고개를 흔들며 다시 다른 아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웃기는 녀석들이야.’

두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선생들 사이에서는 애늙은이로 통하는 녀석들이었다.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문제가 되겠지만, 두 아이는 티격태격 하면서도 한 번도 싸우거나 말썽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 간에 문제가 일어나면 어른스럽게 말리는 녀석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는 편이었다.

선생님이 신경을 돌리자 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민혁이란 아이에게 다가갔다.

“야, 강현. 그건 내가 산이한테 준거야.”

선생님 때문에 목청을 높이지는 않았다. 대신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었다.

물론 강현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산이한테 주기 전에 민혁이한테 빼앗은 거잖아.”

“내가 언제? 난 빼앗은 적 없어!”

빼앗지는 않았다. 그녀가 쳐다보면 아이들이 그냥 줄 뿐이었다.

“민혁아, 이거 먹어.”

손가락을 빨던 민혁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푸딩을 먹고 싶었는지 잽싸게 받아 들고 구석으로 가서 퍼먹기 시작했다.

“저게!”

혜정이가 민혁이를 쫓아가려는 걸 강현이 붙잡았다.

“혜정아.”

“왜!”

“너 이러는 거 진짜 나빠.”

“뭐?”

“난 이쁘고 착하고 요리 잘하는 여자를 만날 거야. 그러니까 넌 안 돼.”

이혜정의 표정이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풀렸다. 강현은 그런 혜정을 두고 강산의 곁으로 돌아왔다.

‘아주 쌍으로 꼴값을 떠네.’

모든 것을 지켜본 강산의 소감이었다.


만혼도화지체의 사람은 다른 이들보다 머리가 영악했다. 대부분이 이혜정처럼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능력을 적절하게 이용해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상대가 좋지 않았다.

성취는 얕았지만, 형은 금강현마공을 익히고 있었다.

사람들은 마기를 사악한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사실과 달랐다.

정도에서 쌓는 정기가 맑은 하늘이라면, 마도에서 쌓는 마기는 태풍을 일으키는 하늘이다. 같은 하늘이지만, 고요한 하늘이 정기요, 분노한 하늘이 마기였다.

그로인해 정도의 고수가 마인이 되는 경우가 일어난다. 동전의 양면처럼 깨달음 하나로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정공과 마공은 단지 성질만 다를 뿐이지 기본적으로 같은 기운이란 말이었다.

특히나 강현이 익힌 금강현마공은 마공 중에서도 최상의 것에 속한다. 현묘한 정도의 무공처럼 당연히 사특한 기운에 대항하는 힘이 뛰어났다.

‘막장 드라마라던가?’

전생에 처음 환생했을 때 신기한 것 중의 하나가 텔레비전이었다. 한동안은 그 앞에서 죽쳤던 적도 있었다.

여자에게 뺨 맞은 재벌 2세가 이런 여자는 처음이라며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패턴과 지금의 상황이 겹쳐졌다.

과연, 그의 예상대로 형을 좋아함이 분명했다. 멍하니 있던 이혜정이 상처받은 눈으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쯧.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던데. 우리 형 어쩐다.’

형에 대한 걱정에 뭔가 수를 써볼까 싶었는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으아아아앙!”

갑자기 혜정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대성통곡을 터트린 것이었다.

“혜정아!”

깜짝 놀란 선생님이 다급하게 다가와 그녀를 안으며 달랬다.

“왜 그래? 우리 혜정이 왜 울어?”

품에 안겨 서럽게 엉엉 울었다. 그걸 지켜보던 아이들 중에 몇몇도 덩달아 눈물을 글썽였다.

“흐끅. 서, 선생님.”

“응, 말해 혜정아. 왜 울었어? 누가 괴롭혔어?”

“네, 흐끅.”

선생님이 혜정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누가? 누가 우리 이쁜 혜정이를 괴롭혔어? 선생님이 혼내줄게. 누구야?”

“흐끅, 강, 강현이가요, 흐끅.”

“응? 현이가?”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했다. 강현이가 아이들한테 뭐라고는 해도 누굴 울리거나 싸운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강현이가 저 싫대요! 우아아아앙!”

아무리 체질이니 뭐니 해도, 애는 애였다.

‘에휴, 우리 형. 진짜 어쩌누.’

강산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선생님은 혜정이와 덩달아 우는 몇몇 아이들을 달랜 후에 강현이를 따로 불렀다.

“현아.”

“네, 선생님.”

“혜정이가 싫어?”

“…….”

“혜정이는 강현이가 많이 좋다는데. 우리 현이는 왜 혜정이가 싫은 거야? 선생님한테만 살짝 말해주면 안 될까?”

혜정이의 주변에는 항상 아이들이 많았다. 남자아이는 물론이고 여자아이들도 혜정이를 쫓아다녔다. 그리고 좋은 게 있으면 혜정이에게 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강현은 그 과정에서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꼈었다.

금강현마공으로 인해 기감이 민감해져 혜정이에게서 뿜어 나오는 기운을 감지한 것이었다.

기운은 사기(邪氣)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런 것을 알지 못했고 명확하게 무엇이라고 따질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기에 강현은 그걸 간단하게 정의했다.

“애들한테 삥을 뜯어서 싫어요.”

“삐, 삥?”

“네. 친구 걸 뺏는 건 나쁜 짓이잖아요. 나쁜 짓을 하고도 미안해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싫어요.”

선생님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가 보기에 혜정이가 강제로 빼앗는 건 아니었다.

혜정이를 보면 누구나 착하고 예쁘게 본다. 그게 만혼도화지체의 능력이란 걸 평범한 사람들이 알 리가 없었다.

어쨌거나 생각보다 답은 간단했다.

“현아. 그럼 혜정이가 친구들 거 빼앗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면 너도 혜정이랑 친하게 지낼 거니?”

“그건…….”

혜정이를 보면 그냥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싫었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했다.

“선생님이 말했지? 친구들끼리는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혜정이는 친구 아니야?”

“……네. 알겠어요, 선생님.”

“그래. 역시 우리 강현이는 착하구나.”


***


검사는 쉽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법대를 가야하고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에 합격해야 했다.

어차피 책을 보고 공부를 좋아했던 형이기에 건강과 성격에만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마공을 전수하고 놔두면 알아서 하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혀니 오빠. 가치 노라여.”

“현아.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현아.”

“오빠.”

여자 아이들이 갑자기 형에게 들러붙기 시작한 것은 혜정이 때문이었다.

선생님과 상담을 한 이후부터 혜정이가 달라졌다.

딱히 형과 가까이 지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전처럼 아이들을 몰고 다니며 여왕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가끔 우는 아이나 겉도는 아이들을 챙기기만 하고 있었다.

확실히 영악한 아이였다. 무턱대고 형과 가까워지려 하는 대신에 달라진 모습부터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그게 선생님의 조언일지라도 실제로 행하는 것이 보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아이들의 관심이 형에게로 쏠렸다.

형은 또래 아이들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듬직한데다 자상하기까지 했다. 감정에 민감한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형을 좀 더 아낀다는 것도 느꼈다.

아이들 사이에서 선생님한테 인정받는데다 자신들에게도 잘해주는 형은 최고의 인기남으로 등극하고 말았다.

“난 나중에 현이 오빠랑 결혼할 거야!”

그 결과가 저거다. 여자 아이들이 형의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조숙한 녀석들은 결혼 운운한다.

‘좋지 않아.’

너무 잘나게 변해버린 형이었다.

인기가 많다보면 공부에 지장을 줄 수도 있었다. 어쩌면 꿈이 검사가 아니게 될지도 몰랐다.

‘형은 검사가 되어야 해.’

검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거, 참 좋았다.

이 시대에서 힘은 무력이 아니라 돈과 법이었다. 그래서 검사의 권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형이 나서면 되고, 그렇지 않은 일은 자신이 나서면 된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무턱대고 힘을 쓰진 않을 것이다. 조용하게, 은밀하게.

‘뒤처리는 형이.’

목적이 약간 변질된 감은 있지만, 그 정도 덕은 봐야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세상이 그렇다면 거기에 맞춰주면 되는 일이었다. 전에는 못했지만 이제는 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형을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강산은 이혜정에게 다가갔다.

“누나.”

해바라기처럼 강현을 바라보고 있던 혜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왜?”

“우리 형아 좋아하지?”

당연히 좋았다. 하지만 막상 현이의 동생이 물어오자 선뜻 대답하기가 망설여졌다.

“에휴.”

강산은 한숨을 쉬며 혜정의 곁에 엉덩이를 붙였다.

“우리 형 잘났지? 동생인 내가 봐도 그런데 누나는 오죽하겠어.”

“…….”

“나도 누나가 형이랑 잘 됐으면 좋겠어. 예쁘고 착한 누나가 나중에 형수님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애를 붙잡고 이런 말을 하자니 참으로 못할 짓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형을 검사로 만들기 위함이다. 잠깐의 닭살은 훌륭하게 털어낼 수 있어야 한다.

“…형수가 뭐야?”

의외의 물음에 잠시 할 말을 잊었다. 형수를 모르다니.

“형의 부인. 그러니까 형이 아빠면 누나가 엄마가 되는 거지.”

그제야 얼굴이 빨갛게 물든다. 생각보다 순진한 구석이…….

‘어우, 정신 차리자.’

순간적으로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귀여운 아이가 맞긴 하다. 그게 조금 다른 의미로 귀여워서 문제였지.

“큼. 어쨌든 우리 형아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지?”

“응.”

“그러자면 이렇게 하면 안 돼.”

“왜 안 돼?”

“저렇게 다른 애들이 형 옆에서 알짱거리면 그 중에 형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잖아. 누나는 형이 다른 여자애를 좋아하면 좋겠어?”

“아니!”

순간적으로 혜정의 눈이 불타올랐다. 강산이 움찔할 정도로 강렬한 눈빛이었다.

“큼. 그래. 싫지? 그러니까 그렇게 안 되게 만들려면 지금부터 누나가 잘해야 해.”

“어떻게 하면 되는데?”


작가의말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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