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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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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작품등록일 :
2014.05.27 13:21
최근연재일 :
2014.06.12 07:5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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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6.1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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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권 14화. 스타 프로젝트(3)

DUMMY

“산아. 조심해.”

강산이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막상 링 위에 오른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었다.

글러브를 낀 손이 하윤이의 볼을 토닥였다.

“걱정 마.”

쓸데없는 걱정이다. 하지만 가족 외에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산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저거 고등학생 맞대. 뭔가 이상한데, 괜찮겠어?”

“야, 김민수. 그게 무슨 상관이냐. 산이라면 충분해. 난 오히려 기분 나쁘다고 저 새끼 병신 만들까봐 걱정이다.”

대식이는 직접 스파링을 해봤기에 강산의 실력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당장 아마추어 세계 선수권 대회에 나가도 될 친구의 실력을 그는 믿었다.

강산은 민수와 대식이의 말에 웃어 보이며 경기장을 훑어보았다.

수많은 관중들이 보였다. 어떤 이들은 호의로, 어떤 이들은 호기심으로. 사람들은 엇비슷한 감정을 담아 경기를 지켜본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압도적인 감정은……

적개심.

그리고 그 적개심은 자신에게 향한 것이 아니었다.

“넌 오늘 뒈졌다고 복창해라.”

뱁새눈이 이를 드러냈다. 눈치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녀석이다. 관중석의 분위기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홍코너 한가람 고등학교, 챔피언 체육관, 가-앙-산!”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아아아아!”

“꺄아아! 강산 오빠 화이팅!”

“믿는다, 강산아! 멋지게 KO시켜라!”

뱁새눈이 깜짝 놀라 그제야 주변을 둘러본다.

많은 이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강산이다. 사람들의 응원이 자신에게 향해야 하는 것을, 이 상황이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구 대리.”

강창석의 나직한 부름에 구 대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막대풍선을 두드렸다.

탕탕탕, 탕탕!

“우-리 강! 산!”

탕탕탕, 탕탕!

“우-리 강! 산!”

아들의 첫 경기였다. 아비 된 도리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강창석은 자신의 부하 직원들을 총동원해 응원을 나온 것이었다.

“어때? 이 정도면 우리 산이도 힘이 나겠지?”

뿌듯한 미소를 머금고 이선화를 바라본다. 그러나 부인의 눈초리는 그다지 곱지 못하다.

“강산이는 당연히 우승할 거예요. 그나저나 약속은 지켜야 해요?”

“야, 약속?”

“오늘 회식비 금액에 따라 당신 용돈이 결정되니까, 자알 판단하세요. 현아, 혜정아. 너희도 증인이다?”

“네.”

“그럴게요.”

옆 자리에 있던 강현과 이혜정이 동시에 답했다.

링 위에서 그 모습을 확인한 강산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안 오실 것처럼 시치미를 떼시더니, 회사 직원들까지 동원하실 줄이야.

강현과 이혜정이 강산의 시선을 느끼고 손을 흔들었다.

혜정이와의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도화지기를 해결하자 그녀의 마음이 자연스레 강현에게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키스 사건은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혜정이가 퇴원한 후에 하윤이가 찾아간 일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그날 이후로 두 사람이 가까워지며 사건이 해결되어 버렸다.

왜?

궁금하긴 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이가 좋아지고 하윤이의 마음이 풀렸는지.

어쨌든 그 덕에 재밌는 일도 생겼다.

“꺄아아아아!”

“강산 오빠 화이팅!”

“강산아! 누나들이 지켜보고 있다!”

아빠 응원단의 건너편 관중석에서 소리치는 여학생들. 강산의 팬이냐고? 아니었다.

더블 퀸.

이혜정과 신하윤, 두 사람을 추종하는 팬클럽의 여학생들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자신들의 남자를 지키기 위해 여자 아이들의 정점에 선 이혜정과 신하윤의 합작품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뱁새눈은 지금의 상황에 짜증이 났다. 아저씨들의 응원은 그렇다고 쳐도, 대체 여학생들까지 왜 이리 난리인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저 곱상한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주겠다.

“으득. 이 새끼. 아주 조져 버리겠어.”

강산은 뱁새눈을 쳐다봤다.

그래, 사실 뭐가 어찌 되었던 잘 풀렸으면 된 거다. 그간 귀찮은 일 없이 잘 살았고, 하윤이와 혜정이의 사이가 좋은 것은 전혀 나쁠 일이 아니었다.

강산이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오늘은 그가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다.

대식이로는 성이 찰 리가 없었다. 그는 천생 무인, 그리고 마도의 절대고수였다.

이번 대회로 경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자신을 각인시켜줄 생각이었다.

땡!

공이 울렸다.

“응?”

“뒈져버려!”

퍼억!

이런 미친 새끼가…….

뱁새눈이 몸을 날려 강산의 복부를 걷어차고 있었다.

선빵필승!

뒷골목 싸움의 진리다.

뱁새눈은 애당초 복서도 아니었고 복싱을 하러 나온 것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강산을 망신주고 여자를 빼앗을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힘껏 걷어찼는데, 발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강산의 왼손이 그의 발바닥을 가로막고 꽉 붙잡고 있었다.

이 가소로운 새끼를 어찌 할까?

강산의 뇌리에 순간 수백 가지 고문법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런 짓을 할 수도 없었고 이대로 놈이 실격패를 당하게 둘 수도 없었다.

“브레…….”

심판이 브레이크를 선언하기 직전, 강산이 발을 밀어내며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라이트 훅이 뱁새눈의 안면에 틀어박혔다.

뻐억!

뱁새눈은 쓸데없이 소리를 치느라 마우스피스까지 뱉어낸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틀어박힌 주먹은 녀석의 앞니마저 부러트렸다.

쿵!

공이 울리고 단 3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심판은 일련의 상황에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다. 강산이 뒤로 물러나며 심판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제야 쓰러진 녀석에게 다가간 심판이 상태를 확인했다. 피투성이가 되어 눈까지 뒤집혔다.

넉 실리(Knock silly).

펀치를 맞고 기절한 상태로 아마추어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었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의료진을 불렀다.

강산의 KO승리였다.


***


경기가 끝나고 며칠이 흘렀다.

대회의 결과는 당연히 강산의 우승이었다.

참가자가 많아 총 3경기를 뛰게 되었는데, 3경기 모두 1회전 KO승을 거뒀다.

그로인해 KBI, 한국 권투인 협회에서 발간하는 복싱 라이프라는 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강산의 집안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크흠.”

강창석은 벌써 며칠째 부인의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아들이 한 대도 맞지 않고 승리를 한 것에 고무되어 식당 하나를 통으로 빌려버린 후폭풍이었다.

오늘도 맛있는 반찬은 전부 두 아들의 앞으로 가 있었고 자신의 앞에는 김치와 밥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해서 반찬을 못 먹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의 잘못을 상기시켜주겠다는 이선화의 의지였다.

“여보. 이번에 인센티브도 나왔는데…….”

어제 회사에서 지급된 인센티브를 보여주며 화를 풀어보려 했건만,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흥.”

이선화는 콧방귀를 끼며 김치마저 쓰윽 가져가 버린다.

이쯤 되면 가장으로서 화를 낼 법도 하다. 그러나 아버지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어쩔 수 없네.’

이럴 때는 두 아들이 나서야 할 때였다. 강산은 형과 눈빛을 주고받고는 반찬들을 쓰윽 아버지 앞으로 밀었다.

“현아, 산아. 지금 뭐하는 거니?”

인상을 찌푸리는 어머니의 등 뒤로 듬직한 아들들이 다가섰다. 그러고는 양쪽에서 어깨와 팔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엄마, 그만 용서해 주세요.”

“그래요. 아빠가 저 응원해 주시겠다고 그러신 건데. 이러시면 제가 죄송스럽잖아요.”

요즘에는 아들보다 딸이 낫다고 한다. 그 말에 그녀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두 아들은 사고도 치지 않고 곧잘 애교도 부리곤 한다. 지금처럼 남편과의 사이가 냉랭할 때면 중간에 나서서 풀어주려고도 했다.

이 맛에 부부 싸움을 하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 정도다.

“여보. 애들도 그러는데.”

멋쩍게 웃는 남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결혼한 지도 벌써 20년이 흘렀다.

처음의 열정은 많이 식었지만, 남편은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녀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었다. 활활 타오른 후에 끊임없이 열기를 발산하는 숯 같은 사람이었다.

이선화는 그런 남편을 사랑했고 두 아들을 사랑했다.

“엄마, 아빠. 그러지 말고 이번에 두 분이서 여행을 다녀오시는 건 어때요?”

“여행?”

강산의 말에 이선화의 눈이 반짝인다.

“형이나 저나 이제 다 컸어요. 그동안 저희 키우시느라 고생하셨는데, 오붓하게 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그래요. 이왕 가시는 거 해외로 다녀오시는 건 어떠세요?”

강현이까지 나서자 거의 넘어간 이선화다.

“맞아, 여보. 다음 달에 해외 출장이 잡혀 있는데 같이 가지. 경비는 회사에서 내주니까 걱정 말고.”

남편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흐음. 생각해 볼게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느새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을 쓰윽 밀어주는 이선화였다.

강산은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아버지.’

전생에서 아버지는 그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만 했었다. 그 덕에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는 시기가 많이 늦춰졌었다.

이번 삶은 여러모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미 전생의 굴레는 벗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그건 작은 굴레다. 보다 큰, 거대한 수레바퀴는 지금도 천천히 돌고 있었다.

그 수레바퀴에 깔리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


“강산이 왔냐!”

체육관에 들어서자 문춘수가 달려 나와 반겨주었다.

생활체육 복싱 대회의 글러브는 대게 12~14온스 글러브를 사용한다. 프로 선수가 8~10온스, 아마추어 선수가 10온스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무겁다.

글러브는 무거울수록 두꺼워 충격을 완화시킨다. 그래서 생활체육 대회에서는 KO도 드물고 넉 실리 같은 경우는 더더욱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대회에서 전회 KO승리를 했다. 그것도 체육관 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서.

강산이 들어서자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봤다. 대부분 강산의 경기와 하윤이 때문에 입관한 사람들이었다.

“사람이 늘었군요.”

“크흠. 고맙다. 네 덕분이다.”

고맙기도 했지만 미안하기도 했다. 본래는 그가 직접 대회에 함께 가줘야 했었는데, 체육관에 나오지도 않고 대회를 나간다고 해서 괘씸한 마음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산이 복싱을 우습게 여긴다는 생각에 꽁했던 것이었다.

“산이 왔어?”

먼저 나와서 운동을 하고 있던 하윤이 땀을 훔치며 다가왔다. 반팔 티에 반바지를 입고 땀에 젖은 모습이 나이답지 않게 절묘한 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응. 나 잠깐 관장님하고 이야기 좀 할게.”

“알았어.”

생긋 웃으며 돌아서는 하윤이를 뒤로하고 강산은 관장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래, 오늘은 또 무슨 일이냐?”

설마 그만두겠다는 건 아니겠지?

“선수 등록은 어떻게 됐어요?”

“오늘 신청했다. 다음 주 중으로는 선수 등록증이 나올 거야.”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부탁? 어떤 거?”

“전국 선수권 대회 출전하게 해주세요.”

“뭐?”

“최단기간, 국가대표로 선발되도록 일정을 잡아주셨으면 해요.”

“야, 강산. 너 진짜. 임마, 내년도에 열릴 신인 선수권 대회부터 나가고 차분하게 해야지. 뭐? 최단기간 국가대표? 너 임마 그러다 최단기간에 훅 간다?”

그만두겠다는 말보단 나았지만, 지금 말한 것도 황당무계하고 당혹스런 이야기였다.

생활체육 대회와는 수준이 다른 대회가 전국 선수권 대회다. 먼저 신인 선수권부터 출전하며 경험을 쌓아 나가는 것이 순서였다.

강산의 실력을 정확하게 가늠하지 못한 문춘수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못 미더우시면 테스트를 해주세요.”

“테, 테스트?”

“네. 괜찮으시다면 관장님이 상대를 해주셔도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매번 부딪힐 수는 없는 일이다. 한번쯤 확실하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어야 했다.

“이 놈의 자식이. 좋다. 니가 지금 날 무시하는 모양인데, 챔피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마.”

문춘수의 눈이 불타올랐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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