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뻐끔

완벽한 인생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방태산
작품등록일 :
2014.05.27 13:21
최근연재일 :
2014.06.12 07:51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21,958
추천수 :
12,411
글자수 :
82,590

작성
14.05.29 16:49
조회
27,910
추천
830
글자
12쪽

1권 5화. 키잡의 고수(2)

DUMMY

“형이 싫어하는 건 누나가 애들한테 뭘 받아내는 거야. 그러니까 그것만 안 하고 지내면 되는 거야.”

“그것만 안 하면 될까?”

“응. 누나도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지 못하니까 싫잖아? 애들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누나가 좋은 누나란 걸 보여주면 형하고도 잘 될 거야.”

그러니까 애들 관리 좀 하란 말이지. 형이 다른 데 신경을 쓰지 않도록.

“알았어. 그렇게 할게.”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보니 진심으로, 아주 많이 형을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그런 아이를 이용한다는 것이 조금 양심에 거슬리긴 했다. 그러나 아무 보상도 없이 이런 일을 시키려는 것은 아니었다.

만혼도화지체를 가진 여자 아이는 초경을 넘기기 힘들다. 초경을 할 때가 되면 음기가 가득차기에 양기를 보충하거나 백화옥녀처럼 특화된 무공을 익히지 않으면 죽을 확률이 반이 넘었다.

어지간하면 남이 죽건 말건 상관하지 않을 그였지만, 형을 검사로 만들기 위해서 이번만큼은 신경을 쓸 생각이었다.

‘검사 형 두기 참 힘드네.’

강산의 나이 5살. 현대 사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깨달아가고 있었다.


***


무념무상(無念無想).

난 벽을 넘고 있다.

고통과 인내를 통해 마음의 벽을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선재라.’

소림의 금강부동심법 부럽지 않았다. 내 마음은 밝고 깨끗한 거울과 고요한 호수를 닮아가며 명경지수로 접어들었다.

“사나아~”

내 마음에 독경,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소꾸노리 하쟈~ 놀쟈~”

소림 땡중의 불경이 이리도 입에 착 달라붙을 줄이야. 마도인 최초로 열반의 위업을 달성하게 되는 건 아닐는지.

하지만 마도인에게 열반은 허락되지 않는가 보다.

“노라조~ 안 노라조? 지짜? 나 우꺼야! 우, 우아아아앙!”

쩡!

한 순간에 거울이 박살나고 호수가 하늘로 솟구쳤다. 새로운 도전은 그렇게 좌절되고 말았다.

우라질.

“뚝.”

“뚝!”

짧은 단발머리 여자애의 커다란 눈에 물방울이 대롱거리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코를 훌쩍거리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다시 울 것 같았다.

형에 대한 일만 처리해두고 조용히 지낼 생각이었는데, 대체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어휴…….”

강산은 한숨을 내쉬고 대롱거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이는 그제야 표정을 풀며 웃음을 되찾았다.

‘그래, 네가 내 정체성을 지켜준 거다.’

울음만 터트리지 않았어도 득도하여 열반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마도인인 그가 득도한다면 사랑했던 남자 친구가 커밍아웃을 선언한 격이랄까?

그런 불상사를 막아준 아이이니 화를 내기도 그렇다. 아니, 애당초 이 아이가 이리 매달리는 것은 자신의 탓이었다.

“하윤아.”

“응!”

“선생님.”

강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생님이 수업 시작을 알려왔다.

“우리 산들 반 친구들, 모두 자리에 앉아요.”

하윤이가 선생님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팩 돌려 산이를 쳐다본다. 사슴 같은 두 눈에 원망이 그득했다.

“알았어. 다음에 놀아줄게.”

“지짜?”

그제야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내일.’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번 수업은 오전반 마지막 시간이니까. 하윤이는 오전반만 듣는 아이였다.

신하윤이란 아이는 겁이 많은 울보였다. 누가 소리만 질러도 눈물부터 그렁거리고 귀신이나 괴물 같은 걸 극도로 무서워했다. 낯도 많이 가려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었다.

그랬던 아이가 강산을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한 건, 아이들이 유치원에 점차 적응하며 본성을 드러낼 때쯤이었다.


하윤이는 소꿉놀이를 좋아했다.

그날도 소꿉놀이용 테이블 위에 여러 가지 그릇을 올려놓으며 혼자 얌전하게 놀고 있었다. 그런 하윤이의 뒤로 한 아이가 슬금슬금 다가가고 있었다.

아이의 얼굴에는 괴물 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또냐? 녀석.’

산들 반에서 가장 말썽을 많이 피우는 민수란 아이였다. 아이들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대신 짓궂은 장난을 많이 치는 녀석이었다. 특히 녀석은 유독 하윤이한테만 더 짓궂게 굴었다.

강산은 그저 그러려니, 피식 웃으며 신경을 껐다.

하윤이는 당근 모형을 들고 고민하고 있었다.

엄마는 당근도 잘 먹어야 예쁘다고 하셨지만, 하윤이는 당근이 싫었다.

딱딱하고 맛도 없었다. 이걸 왜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윤아.”

한참 당근으로 고민하던 하윤이였다. 평소라면 민수의 목소리를 듣고 경계를 했겠지만, 지금은 온 정신이 당근에 쏠려있었다. 아이는 무방비하게 고개를 돌렸다.

“크앙!”

민수가 양손을 번쩍 들며 괴성을 질렀다.


손에 든 당근이 떨어졌다. 그러나 의외로 울음을 터트리진 않았다.

“응? 뭐야? 안 놀랐어?”

민수가 재미없다는 듯이 혀를 차며 가면을 벗었다.

싸아악!

하윤이의 얼굴에 핏기가 가시며 눈빛이 꺼졌다.

놀라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놀라 경기를 일으킨 것이었다.

털썩

“어? 하윤아?”

민수가 깜짝 놀라 달려들었다.

“야, 하윤아!”

몸을 아무리 흔들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잔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서 거품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 아!”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물러났다.

나, 나 때문에 그런 거야? 왜 그래, 하윤아!

덜덜 떨며 선생님을 부를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주변의 아이들도 다들 각자 놀기에 바빴다.

“으, 으아아아아!”

너무 겁이 난 민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달려 나갔다.

다음 수업을 준비하던 선생님은 갑작스런 괴성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민수가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이 보였다.

“민수야!”

놀란 선생님이 급히 민수의 뒤를 쫓아나갔다.

‘뭐야?’

강산은 가만히 눈을 감고 창밖에서 비쳐오는 햇볕을 쬐다가 눈을 떴다.

하윤이의 울음소리 대신 민수의 비명이 울리고 선생님까지 나갔다. 이상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하윤이가 쓰러져 있었다.

강산은 단숨에 하윤이의 곁으로 몸을 날렸다. 경련을 일으키며 눈까지 뒤집어져 있었다.

‘경기로군.’

아기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육아책을 독파했다. 책의 내용과 민수가 했던 행동으로 단박에 경기임을 알 수 있었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선생님이 없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도 아니었다. 능력이 있으면서 그냥 두고 보는 것도 그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강산은 혈을 두드려 응급조치를 취하고 명문혈에 손을 댔다.

내공을 주입해 놀란 기운을 가라앉히고 꼬인 혈을 풀었다. 아직 어린 아이인지라 기혈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진행했다.

5분 정도 흐르자 경련이 가라앉으며 눈을 스르르 감았다. 뒤로 쓰러지는 아이를 팔로 부드럽게 받아 눕혔다.

‘허약한 녀석들.’

자신은 이 나이 때에 지옥으로 들어갔다.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지옥.

강산은 머리를 흔들었다. 다른 세상이다. 그 잣대를 이곳에 들이댈 수는 없는 일이다. 중원과 같이 생각했다가 실패한 삶은 한 번으로 족했다.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자신의 기억에 있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독기와 살기에 찌들어 있었다. 지옥에서 살아남자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달랐다.

강산은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아주었다. 이렇게 보니 귀엽고 예쁜 아이였다.

쓴웃음이 베어 나온다. 아이를 갖자면 못할 것도 없었건만.

“우웅.”

하윤이가 몸을 뒤척였다. 그대로 눕혀두고 일어나려는데 소매를 꽉 붙잡는다.

“아빠…….”

눈가로 찔끔 흘러나오는 눈물이 그의 감정을 건드렸다.

강산의 손이 어설프게 움직여 눈가를 닦아주고 등을 토닥였다. 다른 손으로는 진기를 주입하며 몸을 좀 더 편하게 해 주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들은 문 쪽으로 우루루 몰려가 있었다. 친구와 선생님이 밖으로 나가자 그쪽으로 호기심이 동한 것이었다.

다시 고개를 내려 하윤이를 바라보았다.

“……!”

눈을 마주친 하윤이의 볼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


“후우우.”

다음 날부터 하윤이는 강산이의 뒤만 졸졸 쫓아다녔다. 자리도 항상 옆에 앉고 쉬는 시간만 되면 같이 놀자고 떼를 썼다.

형의 여난만 걱정했지,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헤헷!”

하윤이는 눈이 마주치자 웃음을 보였다. 말 그대로 인형 같은 아이였다.

‘그래, 다 전생의 업보라 생각하자. 그리고 뭐, 장래가 기대 되니, 크흠.’

아니다. 그냥 딸 하나 키우는 셈으로 치자.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범죄자가 될 수는 없으니까.

잠깐, 범죄? 아니다. 동갑이잖아?

강산의 상념이 걷잡을 수 없이 뻗어 나가려는 것을 다행이도 선생님이 막아주었다.

“산들 반 친구들! 이번 시간은 우리누리와 함께하는 안전교육 시간이에요.”

세상이 점차 험악해진다. 각종 사고도 빈번하고 위험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법 비디오…가 재앙일 리가.

그보다는 미성숙하고 이기적인 어른들이 재앙이었다. 자신들의 비틀린 욕망과 욕심으로 인해 그들은 짐승만도 못한 죄를 짓고는 한다.

어쨌든, 그런 못나고 덜 자란 어른들에게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

‘오늘은 뭘 가르쳐 줄까?’

교통질서부터 재난에 대한 대처법, 함부로 약을 먹지 못하게 하는 교육 등은 그에게도 꽤 도움이 되었다.

평범한 아이들이 취해야할 바람직한 행동 양식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작하네.’

TV가 켜지고 애니메이션 영상이 흘러나왔다.

[우리누리와 함께하는 안전 교육 프로그램! ‘싫어요!’라고 말해요.]

씁쓸하게도 이번엔 성폭력 예방 교육이었다.

강산은 약자를 갈취하고 괴롭히는 놈들을 싫어했다. 특히 여자, 그것도 어린 아이를 노리는 변태색마는 혈을 제압하고 그곳을 잘라 고통 속에 죽어 가도록 버려두었다.

마도인은 무력을 숭상하는 자들이다. 단지 빠르게, 누구보다 강해지길 바라는 자들일 뿐이지, 짐승 같은 욕망에 휘둘리는 이들은 아니었다.

가끔 마기에 침식되어 살인마가 되는 경우와 손속이 단호하고 잔인하기 때문에 배척받는 것뿐이었다.

TV를 보는 강산의 눈가가 살짝 일그러졌다.

‘아닌데, 저걸로는 부족한데.’

영상에서는 아이들에게 단호하게 싫다는 표현을 하라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는 어려웠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마주친다면 어떻게 할까? 어른의 힘을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인적이 뜸한 곳으로 다니지 않도록 교육도 하지만, 사람 일이란 건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세상은 중원만큼이나 미친놈들이 많단 말이야.’

전생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뉴스와 신문도 챙겨보았다. 현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함이었지만, 사건사고도 참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개놈들을 보았던가. 아니, 그것들은 개보다도 못한 놈들이었다.

“산들 반 어린이 여러분. 잘 보았죠? 나쁜 사람이 나타나면 어떻게?”

“싫!어!요!”

“나쁜 사람이 만지려고 할 땐?”

“싫어요!”

“나쁜 사람이 안아주려 할 땐?”

“싫어요!”

에휴. 노래까지 부르며 아이들에게 확실하게 가르치는 것은 좋다만.

강산은 슬쩍 하윤이를 보았다. 저렇게 예쁜 아이는 더욱 위험한 법이었다.

‘그래. 챙겨줘야지.’

강산은 딸이던, 다른 의미가 되던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 것은 어른들께 도움을 구하는 거예요. 도와주세요! 하고 크게 외쳐야 해요?”

“네에!”

선생님은 수업을 마무리하려다 손을 번쩍 치켜든 강산을 보았다.

‘어쩐 일이지?’

평소 얌전하고 질문도 하지 않던 아이가 손을 들자 의아했다. 형을 닮아서 그런지 사고도 치지 않는 예쁜 녀석이었다.

아이들을 편애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선생님도 사람이었다. 강산이가 묻는 거니 잘 대답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강산이. 뭐 궁금한 거 있어?”

“네!”

강산은 씩씩하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선생님. 만약에 주변에 아무도 없고 나쁜 사람만 있으면 어떻게 해요?”


작가의말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완벽한 인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1화가 올라왔습니다. +2 14.07.16 2,719 0 -
공지 문피아 유료도 시작되었습니다. +5 14.07.10 3,036 0 -
공지 유료변경으로 인한 게시판 정리와 댓글에 관하여. 14.07.08 2,531 0 -
공지 공지라 죄송합니다. 유료연재 준비중입니다. +5 14.07.05 5,811 0 -
15 1권 15화. 스타 프로젝트(4) +25 14.06.12 26,425 676 12쪽
14 1권 14화. 스타 프로젝트(3) +25 14.06.10 24,061 756 12쪽
13 1권 13화. 스타 프로젝트(2) +22 14.06.09 23,745 822 13쪽
12 1권 12화. 스타 프로젝트(1) +17 14.06.08 24,755 779 12쪽
11 1권 11화. 송곳은 튀어나온다(2) +18 14.06.07 23,472 748 12쪽
10 1권 10화. 송곳은 튀어나온다(1) +14 14.06.06 25,449 894 11쪽
9 1권 9화. 형아야, 이건 아니지!(2) +21 14.06.04 25,298 839 12쪽
8 1권 8화. 형아야, 이건 아니지!(1) +21 14.06.03 26,026 754 12쪽
7 1권 7화. 키잡의 고수(4) +27 14.06.02 26,406 841 12쪽
6 1권 6화. 키잡의 고수(3) +17 14.05.30 27,457 910 13쪽
» 1권 5화. 키잡의 고수(2) +23 14.05.29 27,911 830 12쪽
4 1권 4화. 키잡의 고수(1) +21 14.05.28 28,289 790 12쪽
3 1권 3화. 형아야, 미안(2) +11 14.05.27 28,093 812 12쪽
2 1권 2화. 형아야, 미안(1) +13 14.05.27 33,031 1,053 13쪽
1 1권 1화. 다시 주어진 기회 +16 14.05.27 41,303 90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