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뻐끔

완벽한 인생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방태산
작품등록일 :
2014.05.27 13:21
최근연재일 :
2014.06.12 07:51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21,967
추천수 :
12,411
글자수 :
82,590

작성
14.05.27 13:42
조회
33,031
추천
1,053
글자
13쪽

1권 2화. 형아야, 미안(1)

DUMMY

“세상에, 대박!”

간호사는 탄성을 지르더니 폰을 가슴의 포켓에 넣고 능숙하게 강보를 완전히 끄른 다음 기저귀를 벗겼다.

“진짜네? 우와, 강산이 똑똑한데?”

진심으로 놀란 그녀는 녹화를 멈추고 바로 강산의 기저귀를 갈았다. 신기한 건 신기한 것이고, 일은 일이었다. 이대로 놔두면 아기에게 좋지 않았다.

동영상을 올려봤자 조작이니 뭐니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기의 모습을 보며 함께 즐거워할 사람들만 있으면 족했다.

간호사는 조심스럽게 강산을 안아 들었다.

“강산아. 에구, 요 이쁜 것.”

빈말이 아니었다. 아기 중에 예쁘지 않은 아기가 있기야 하겠냐만, 강산이는 외모도 귀엽고 하는 짓도 예뻤다.

오밤중에 아기 하나가 울음을 터트리면 비상이다. 다른 아기들이 깨기 전에 재빨리 달래지 못하면 온통 울음바다가 되고 만다.

그것을 알고 그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결과는 좋았고, 그녀의 눈에 세상을 피바다로 만들었던 악인이 천사로 보이게 만드는 계기를 주었다.

간호사는 동영상을 들고 강산의 어머니인 이선화에게 달려갔다. 너무 기특하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인터넷에 올릴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당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간호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강산의 동영상을 올렸다.


제목 : 신동? 천사? 진짜 예쁜 아기예요~


그저 우연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올려 봐요.

한밤중이었어요. 조용히 앙앙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다가갔더니, 글쎄 동영상에서처럼 기저귀를 가리키는 거예요.

신생아실에서 근무하시는 분이라면 아실 거예요. 밤에 아기 하나가 울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최악의 경우에는 아기 달래기 전쟁이 벌어지잖아요?

그런데 강산이는 울지도 않고 소리쳐서 절 불렀어요.

아기들이 천사 같다고 생각만 해왔는데, 진짜 천사를 발견한 거죠!

아아, 강산아~ 병원을 나가서도 지금처럼만 바람직하게 자라다오. 강산아, 사랑한다!


***


독행마(獨行魔) 진천.

강산은 중원에서 그렇게 불렸었다.

홀로 독보천하 하던 그였기에 사람과의 관계는 어렵기만 한 일이었다. 그로 인해 바로 전의 생에서는 가족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기도 했었다.

그랬는데도 가족들은 강산을 끝까지 믿어주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들보다 그를 더욱 걱정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얌전하게 사고 안 치고 예쁜 아들이 되어주려 했을 뿐이었는데…….

“선생님, 어디 아픈 건 아니겠죠?”

의사를 바라보는 선화의 눈에는 아들에 대한 걱정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첫째인 강현이와는 달리 손이 덜 가는 둘째였다. 보채지도 않고 새벽에 울지도 않았다. 어쩔 때는 애가 있는지조차 헷갈릴 정도였다.

선화는 그것이 걱정이었다. 아기라면 응당 울고 보채고 해야 하는 법인데 너무 얌전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다른 아기들보다 더 건강하네요.”

“정말인가요?”

“네. 건강상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얌전해요. 울지도 않고 새벽에 깨는 일도 없고요.”

강산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별게 다 걱정이십니다, 어머니.’

전생에서는 발육이 너무 빨라 걱정이더니, 이번에는 얌전하게 있어서 걱정이란다.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한 행동이 오히려 걱정을 끼치고 있었다.

좀 울고 그래야 하나?

“괜찮습니다. 그런 아기들이 전혀 없지는 않거든요. 강산이가 착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세요. 차트 상으로는 매우 건강하니까 걱정 마시고요.”

뭐가 그리 걱정인지 의사의 말에도 한참을 이것저것 묻고서야 진료실을 나설 수 있었다.

“에휴, 강산아.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물끄러미 엄마를 올려다보던 강산이 팔을 뻗어 얼굴을 매만졌다. 생글거리는 웃음도 지어주었다.

선화는 아들의 행동에 활짝 웃었다.

“강산아, 엄마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아.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 그걸로 족해.”

건강?

다른 건 몰라도 그거 하나는 자신 있었다.


***


강산은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형을 보며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형의 눈동자에 깃든 감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소심하기는.’

안아보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행여 다칠까 봐 그러질 못하고 있었다.

전생에서도 그 성격 때문에 왕따를 당했던 형이었다. 자신이 힘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심하게 괴롭힘을 당한 형 때문이었다.

전에는 그냥 두었었다. 일이 생기면 그가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었고 그만한 힘과 능력이 자신에게는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모든 걸 잃어보고도 깨닫지 못한다면 진짜 바보다.

강산은 팔을 뻗었다.

“앙!”

덤으로 방긋 미소도 지어주었다.

“응?”

선화는 품에 안겨 있던 둘째의 행동에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았다.

“앙, 아앙!”

“산아, 형한테 가고 싶어?”

“앙!”

기특한 아이였다.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엄마를 힘들게 하지도 않고 아픈 적도 없었다.

게다가 형인 강현이도 동생을 얼마나 끔찍이 위하는지, 시키지 않아도 외출 후에는 손발을 꼭꼭 씻고 집 안을 어지럽히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현아, 이리와.”

엄마의 부름에 강현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산이가 형한테 가고 싶은가 보다. 안아볼래?”

현이의 두 손이 연신 오르락내리락했다.

안아보고 싶은데 겁이 났다. 행여 동생이 다칠까 봐 걱정스러웠다.

‘쯧.’

그걸 두고 볼 강산이 아니었다. 슬쩍 몸을 틀어 형의 옷깃을 붙잡았다.

“어머, 산아.”

평소 얌전하게만 지내던 둘째였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녀는 흐뭇하게 웃으며 강현의 품에 강산이를 안겨주었다.

“팔은 이렇게 하고.”

강현의 입이 귀밑까지 늘어졌다. 강산도 형을 향해 웃어주었다.

‘좋냐?’

소심한 것만 빼고는 참 괜찮은 형이었다. 착하고 마음도 따뜻했으며 배려심도 깊었다.

하지만 그런 성격으로 검사가 될 수는 없었다.

범죄자를 상대하는 것이 검사다. 그렇다면 독기도 필요했고 무력도 필요한 법이다. 지금의 착해빠진 성격으로는 범죄자들에게 휘둘릴 여지가 다분했다.

‘형, 이번에는 진짜 검사가 되게끔 도와줄게.’

실제로 검사가 일선에서 싸울 일은 별로 없었다. 그걸 강산은 잘 알지 못했다.

알았다고 해도 별로 상관은 없었으리라. 이번 삶에서는 형의 성격을 단단히 고쳐 주자고 진즉에 마음먹고 있었으니까.

‘어디 보자. 역시 마공을 가르쳐야겠는데.’

마공을 가르치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아는 무공의 태반이 마공이기도 했고 적극적이고 호전적인 성격을 갖게 하려면 마기를 쌓는 것이 좋았다.

마기가 골수에 치미면 광인이 되고 살인마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중원에서는 마공을 익힌 마인들을 경원시하고 배척해 왔다.

그러나 그건 하류 마공의 경우였고, 그가 알고 있는 마공 중에는 정공에 버금갈 정도로 안정적인 마공도 있었다.

‘금강현마공이 좋겠어.’

금강현마공(金剛玄魔功)은 일반적인 마공보다 축기되는 양은 적었지만, 그 안정성에 대해서는 여타 마공보다 대단히 뛰어났다.

성취가 느리다고 해도 정종무공보다는 빠르다. 게다가 마기도 그가 익힌 무공만큼이나 순수했다.

다만, 익히는 과정이 매우 험난하고 괴로웠다.

‘어린 시절은 금방 지나가니까. 조금만 버티면 되는 거야.’

강산의 손이 강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환하게 웃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현은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생전 처음으로 오싹한 한기를 느끼고 있었다.


***


1년이 지났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힘들었어.’

강산은 입을 꾹 다물고 비장한 각오로 엄마와 아빠를 바라보았다.

한참 잠이 많은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이 7개월 째였다. 그동안 기침단전을 하고 신체의 기능을 최상으로 올려놓았다.

그렇다고 벌떡 일어나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저 가족 몰래 육아와 관련된 책을 보고 아기로서의 몸가짐에 대해 스스로를 세뇌해왔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걸음마를 시작할 시기가 도래했다!

“산아, 할 수 있어. 이리와.”

온 가족, 아버지, 어머니, 형이 저만치서 부르고 있었다. 기대하는 만큼 부응할 의무가 아들인 그에게는 있었다.

‘천천히.’

너무 완벽하게 해서도 곤란했다. 강산은 최대한 어색하게, 위태롭게 한 걸음을 떼었다.

“옳지! 조금만 더!”

한 걸음, 한 걸음. 마음 같아서는 단숨에 달려가 품에 안겨주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애써 꾹꾹 눌러 참으며 아기의 걸음에 집중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강산아, 이거. 강산이가 가장 좋아하는 거.”

얼마 전에 강산은 돌잔치를 했었다. 전생에는 남들과 너무도 다른 그를 감추기 위해 하지 않았던 잔치였다.

돌잔치를 하면 당연히 돌잡이를 한다.

이미 육아 관련 책을 보면서 돌잔치에 대해 알고 있던 강산은 거침없이 돈을 집어 들었다.

중원에서는 돈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날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놈들의 주머니는 내 주머니가 되었다. 궁핍하면 산적이나 수적들을 털었고 명성이 생기고부터는 어디 돈 많은 집 손님으로 며칠만 머물러도 돈이 생겼다.

그런데 이놈의 세상은 달랐다.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다. 범죄자들을 죽여도 마찬가지다. 악명도 명성이었던 무림과 달리, 악명은 곧바로 지명수배다.

법치국가라던가? 중원에서처럼 덤벼드는 놈들을 모조리 죽이고 빼앗았던 전생의 말로는 비참하기만 했다.

그래서 돈을 집었다.

중원과 달리 이곳은 무력보다 돈이었다.

“응? 천 원이라 그래?”

강창석은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들며 실소를 머금었다. 아무리 아들이 돈을 집었어도 그 가치까지 알아볼까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만 원짜리가 나타나는 순간, 그의 아들은 환한 미소와 함께 한 번도 쉬지 않고 그의 품으로 걸어왔다.

강산은 부모의 놀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낚아챘다.

‘그래, 이놈의 돈을 벌 방법도 생각해 보자.’

그의 손에 쥐어진 돈이 형편없이 구겨지고 있었다.


***


걸음마를 시작한지 몇 개월이 지났다.

강산은 책상에 앉아있는 형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쩝.’

원래대로라면 무공 수련을 바로 시키려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동정심이 일었다.

중원이라면 천자문 정도나 할 나이에 국어, 영어, 수학을 배우고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무공에도 조기교육이 중요한 법이다. 기혈이 조금이라도 더 뚫려 있을 때 시작하는 것이 좋았다.

힘은 들겠지만 무공의 기초를 닦아 놓으면 공부에도 분명 도움이 될 일이었다.

독하게 마음먹은 강산이 단호한 눈으로 형을 바라보았다.

흠칫!

강현의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창문의 커튼 틈으로 옅은 빛이 들어오는 방에 강현이 새근거리며 잠들어 있었다.

도시의 밤은 자연의 정겨운 소리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따금 들리는 자동차 소리와 취객의 고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었다.

강현의 침대 곁에 불쑥 얼굴이 솟아올랐다. 눈을 빛내고 있는 강산이었다.

‘좋아. 시작해볼까?’

가장 먼저 할 일은 기경팔맥을 비롯한 전신 기혈을 단련해주는 일이었다.

추궁과혈의 수법이었으나, 그 강도가 달랐다.

‘무지하게 아프지.’

쇠는 두드리는 만큼 단단해지고 잡초는 밟을수록 질기게 자라난다. 강산은 최대한의 강도로 행할 생각이었다.

금강현마공도 안전하다고는 하나, 마공은 마공이었다. 마공을 익힘에 따라 생성되는 마기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워낙에 날뛰기 좋아하는 성질이라 기혈이 약하면 쉽게 찢어질 수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찢어진 기혈 사이로 마기가 튀어나가 육체 자체에 영향을 준다.

자신이야 알아서 조심할 수 있다지만, 형은 아니었다. 게다가 직접적으로 심법을 가르칠 생각도 없었다. 그저 몸에 새겨버릴 예정이었다. 뼛속까지 사무치도록.

“시작해볼까?”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아혈부터 점했다. 훈혈과 천주혈을 적당히 막아 반쯤 가사 상태로 만들고 몸을 움직일 수 없도록 마혈까지 짚었다.

준비를 마치고 숨을 깊이 들이켜고 내쉬며 천마구궁심법의 구결을 운용했다.

오늘을 위해 상당한 양의 내공을 쌓았다. 단전에서부터 솟구치는 내공이 전신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형, 미안해.”

강산의 조막만한 손이 강현의 몸 위로 떨어졌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완벽한 인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1화가 올라왔습니다. +2 14.07.16 2,720 0 -
공지 문피아 유료도 시작되었습니다. +5 14.07.10 3,036 0 -
공지 유료변경으로 인한 게시판 정리와 댓글에 관하여. 14.07.08 2,531 0 -
공지 공지라 죄송합니다. 유료연재 준비중입니다. +5 14.07.05 5,812 0 -
15 1권 15화. 스타 프로젝트(4) +25 14.06.12 26,426 676 12쪽
14 1권 14화. 스타 프로젝트(3) +25 14.06.10 24,062 756 12쪽
13 1권 13화. 스타 프로젝트(2) +22 14.06.09 23,746 822 13쪽
12 1권 12화. 스타 프로젝트(1) +17 14.06.08 24,755 779 12쪽
11 1권 11화. 송곳은 튀어나온다(2) +18 14.06.07 23,472 748 12쪽
10 1권 10화. 송곳은 튀어나온다(1) +14 14.06.06 25,449 894 11쪽
9 1권 9화. 형아야, 이건 아니지!(2) +21 14.06.04 25,299 839 12쪽
8 1권 8화. 형아야, 이건 아니지!(1) +21 14.06.03 26,026 754 12쪽
7 1권 7화. 키잡의 고수(4) +27 14.06.02 26,406 841 12쪽
6 1권 6화. 키잡의 고수(3) +17 14.05.30 27,459 910 13쪽
5 1권 5화. 키잡의 고수(2) +23 14.05.29 27,912 830 12쪽
4 1권 4화. 키잡의 고수(1) +21 14.05.28 28,289 790 12쪽
3 1권 3화. 형아야, 미안(2) +11 14.05.27 28,093 812 12쪽
» 1권 2화. 형아야, 미안(1) +13 14.05.27 33,032 1,053 13쪽
1 1권 1화. 다시 주어진 기회 +16 14.05.27 41,304 90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