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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가 님의 서재입니다.

가상 현실의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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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다가
작품등록일 :
2024.01.17 13:39
최근연재일 :
2024.04.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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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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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8화. 마지막

DUMMY

가상 현실의 고인물

068화




우리는 간신히 방송을 킨 후 하는 둥 마는 둥 경복궁을 돌아다니다가 방송을 껐다.

더 이상 몸이 따라주지 않았기에 이 이상 방송하는 것은 죽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그럼, 잘 가.”


민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민성 또한 그에게 인사했다.

그는 천천히 집안에 올랐고 그 안에는 뜯지 않은 박스들이 가득 존재했다.


‘...곧 이사구나?’


곧 이사할 계획이었던 그였기에 집이 이렇게 난장판인 것일 뿐, 평소의 그의 집은 이렇지 않았다.

조용히 침대 위에 앉아 캡슐을 바라보던 그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선다.


“하룻밤, 하룻밤인가.”


하룻밤 사이, 그의 결핍은 상당수 채워졌다.

잘난 누나와 형들이 채워줄 수 없던 외로움과 같은 것이었다.

몰락해버린, 그리고 함께 실패한 경험이 있는 두 남녀는, 서로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었다.

물론, 많은 것이 다르지만 그들은 연기라는 하나의 연결 고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움직여 목욕하기 위해 그는 욕탕에 들어선다.


* * *


“정마알루. 힘들었겠다...”


민지는 언제 어색했냐는 것처럼 술에 취해 그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었다.

민성은 이미 술에 취해 곯아떨어졌고 그녀와 그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널 사랑해서 다행이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고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술을 조용히 마신 그는 이내 잔을 내려두며 이어 말한다.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어. 어차피 나 말고 성공한 사람도 많으니깐.”


그는 이어 잔에 술을 채워 넣었고 마시기 전에 이어 말한다.


“어차피, 내가 돈 안 벌어도 날 먹여 살릴 사람은 많잖아.”

“그래, 맞아.”


임시연은 술이 가득 찬 잔을 들어 그와 억지로 부딪친 후 입안에 술을 탈탈 털어 넣었다.


“그래, 그러니깐 네가 원하는 걸 하면 되지. 왜 이상한 걸 하냐는 거야.”

“...몰라.”


하나의 정신병과 같았다.

그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우가 약간 눈을 좁히자 술에 취한 임시연은 술잔을 강하게 내려치며 말한다.


“이 답답아! 그러니깐,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그게 널 도와준 이들에게 보답할 방법이야!”

“알아, 안다고.”


누가 몰라서 안 하는 건가.

그냥 그의 심성이 이런 건데.

임시연은 그런 그의 모습에 입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금붕어처럼 뻐끔거리다가 한숨과 함께 잔에 술을 채운다.


“어휴, 그래. 네 가족도 잘못 했네. 네 성격을 이따위로 만든 게 잘못이지.”

“...지는.”


성격 때문에 친구도 없이 외롭게 홀로 살아왔던 것이 누구던가.

성격 때문에 친구가 죽기 전에 우정이란 감정을 깨달은 것이 누구던가.

그녀가 바로 임시연, 즉 민지다.

민지는 그의 말에 조용히 술을 마셨고 이어 한 잔을 더 따른 후에 마신다.


“난, 엄마가 음주운전 하던 트럭에 치여서 죽었어.”

“...”

“그래서 내 성격이 잘못된 걸 깨달았다고.”


그리고 후회했다.

특히, 민지의 성격을 받아주는 유일한 여인이 바로 그녀였기에.

그녀는 너무 슬퍼했고 그제야 철 들었다.

쓸쓸하게 잔에 술을 따른 그녀는 이어 말한다.


“그래서, 난 나를 도와준 이에게 뭘 해줄 시간도 없었어.”

“...”

“근데 넌 아니잖아. 뭐, 나도 두 명이나 있기는 한데.”


그녀의 모습은 꽤 위태로웠다.

매우 위태로워서 곧 죽을 것 같다는 아니었지만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얼마 뒤 그녀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란 것을.


“아무튼, 그런 거야.”

“수면제 먹지?”

“이제 안 먹어.”


그래서 그녀는 요즘 수면의 질이 그리 좋지 않다.


“넌 그런 것 때문에 불안하고 위태로웠구나. 거기에 마지막으로 외로웠던 거야.”


어머니라는 든든한 이를 잃었으니 홀로 차가운 세상에서 춥게 있었을 것이다.

가족 모두 그녀를 챙겨주고 싶었지만, 글쎄.

물론 그들 모두 그녀의 성격이 괴팍했을 때부터 뭘 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를 제외하면 그 진심이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어머니는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은 존재이자 그녀가 홀로 세상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 이다.


“몰라, 그럴 수도 있지.”


민지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건우의 얼굴을 바라봤고 이내 시선을 돌린다.


“참 무섭게 생겼네.”

“넌 웃기게 생겼어.”


본래라면 나누지 않았을 대화였을 것이다.

건우는 시선을 돌려 창밖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야경을 보았다.


“...예쁘네.”

“어, 맞아. 예뻐.”


하지만, 왜인지 몰라도 그들은 이 기회를 타 마음을 나누었다.

술이라는 치트키를 들고 말이다.


“우리 집은 시골이라 볼 수 없는데.”


서울의 땅을 사고 그 땅 위에 전원 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당연하게도 임시연과 임시민이 사는 것은 다른 곳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전원 주택이 십 층 이상 쌓일 일도 없었다.


“마지막 잔?”

“그래 마지막 잔.”


민지는 지금 당장 추운 세상에서 온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 그녀가 치한이 되지 않던가.

그녀는 욕구를 참아가며 잔을 부딪쳤고 건우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술을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서서 화장실로 향한다.

임시연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다.


‘뭐, 뭔 개 같은 생각을 한 거야?’


근본적으로 유교걸인 그녀가 할 수 있을 리도 없지만, 그녀는 그 이후가 두려웠다.

그녀를 이해하던 어머니를 잃은 후 그녀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칩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말이다.

만일, 어머니처럼 그녀를 무시하지 않고 이해해 주며 동등하게 바라봐 준 이와 함께 한 온기를 다음날, 그다음날, 그다다음날에도 갈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미 한 번 경험한 것을?


‘아니, 아니야. 이게 아니라고.’


그녀는 그런 생각을 전부 지우듯 손을 저었고 화장실에서 나온 건우는 상을 치우려 한다.

임시연은 이 이상 용기 내지 못했고 그의 손을 잡는 것이 마지노선이었다.


“자러 가자.”

“...안 치우고?”

“응? 왜? 내일 치우면 되지!”


건우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좋겠지.’


아까 술에 연약하게 취했을 때 나눈 찐친들만이 할 수 있는 대화라던가.

방금 말한 위로나, 고백에 가까운 여러 말에 건우도 정신이 약간 혼미해진 상태였다.


“알겠어.”


그리고 그는 침대에 눕는다.

임시민과 그가 함께 침대를 사용한다 했으나 임시민은 술에 취해 쇼파가 침대인 줄 알고 그곳에 누워 뻗어 있었다.

임시연은 옆 침대에 몸을 맡겼고 건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무일 없이 그렇게 잠에 들었다.

아마도?


* * *


사건의 재구성을 마친 임시연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집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그 이후의 일은 그녀로서 말할 수 없었다.


“하... 왜 그딴 짓을 해서.”

“남산타워가 그렇게 싫었어?”


임시민은 운전하면서 그렇게 말했고 임시연은 대충 듣고 흘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가 생각하는 것은 그 이후 치한으로 몰려도 상관없을 정도로 그녀의 기준에서 수위 높은 일이었다.


‘왜 자다가 갑자기 걔 품에 들어가는 건데!’


다행히도 그녀가 가장 먼저 일어났기에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었고 그녀의 움직임에 일어난 건우 또한 이 사실은 까마득히 모른 채 그냥 그녀가 자신을 깨우기 위해 온 줄 알았다.

애초에 일어난 시간이 9시였으니 말이다.


‘잠이 잘 오기는 하지.’


잠만 잘 왔다.

본래라면 술을 잔뜩 마시고 새벽 3시에 잠에 들었어도 7시나 8시에는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새벽 3시에 술을 잔뜩 마시고 잠들었는데 9시까지 잠잤다.

아니, 더 잘 수 있었다.

그녀가 깨어난 이유는 단 하나.

햇빛이 그녀의 눈을 비추기 시작했고, 호텔에서 조식 관련해서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노래를 바꾸거나 창밖에 노을 지는 장면을 구경하던 그녀는 빨리 집에 도착하기를 빌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 * *


그는 과거 임시연에게 했던 잘못 때문에 아직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함께 연극을 연습하던 이들은 당연하게 그런 그의 상태를 눈치챘고 가까이 와서 묻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일을 굳이 말할 생각이 없던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아무일도 없었다며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다들 그의 그런 모습에 잠깐 고민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떠났고 대다수 그가 홀로 고민하다가 해결하리라 판단했다.

매번 그는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망적인 인간관계를 지닌 그는 ―놀랍게도 연극단과 친해지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몰랐다.

심지어 그는 연극단 내부에서도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는 만큼, 인간관계를 어떻게 풀고 해결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이내 그는 판단을 내렸다.


“오케이, 심리학 책을 읽자.”


그리고 그는 도서관에 가 쉬는 날만 되면 심리학 책을 읽었다.

상담하는 방법부터 심리학 관련된 책까지.

그는 완벽한 심리학의 (자칭)고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휴대폰을 켜 전화를 건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차단했나?”


아닌데, 그건 아닐 텐데.

그는 스스로 그렇게 세뇌하며 닿지 않을 휴대폰을 빤히 바라보며 그녀를 기다렸다.

그리고 쉬지 않고 전화를 걸 것이다.

그녀가 받을 때까지.

언제까지나 그는 기다릴 수 있었다.


* * *


한 여인은 손에 식칼을 꽉 쥔 채로 몸을 떨며 한 저택 앞에 숨는다.


‘언니...’


그녀의 언니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이라니! 자살이라니!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타살했다면, 그를 탓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구조 때문에 죽은 거라면 또 사회를 탓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작 손가락 다쳤다고 자살한다니.

그건 사회를 탓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언니를 탓할 수 없었다.

항상 함께 해온 그녀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언니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특히, 감정의 상당수를 느낄 수 없으며,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해 상당한 결핍을 지닌 그녀라면 말이다.

특히, 멘헤라녀, 일본에서는 지뢰녀라고 불리는 그녀라면 말이다.

세월을 세지 않아 모르겠다.

하지만 정확히 삼 년 전을 시작으로 언니와 관련된 것을 재조사하기 시작했다.

너무 슬펐다.

이렇게 끝내기에는,

그 누구도 탓하지 않기에는 그녀의 정신이 강인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삼 년 동안 샅샅이 뒤졌고 결국 알게 되었다.

언니는 한 여인을 감싸다가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면, 언니가 그렇게 된 것은 그 여인 때문이다.


“...언제 오는 거야.”


성격이 지랄 맞다.

많이 들었다.

성격이 무섭다.

그녀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칠 수 없었다.

그녀를 도와주던 것은 언니.

그 언니가 없어졌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다.

그녀가 변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식칼을 뒷짐에 숨기고 자동차에서 내리는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가 자동차에서 천천히 내리자 걸어가기 시작한다.

임시연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임시민과 그녀에 관해 이야기 하는 순간, 그녀는 식칼을 들고 그녀의 배를 강하게 내리 찍었다.

그리고 싸늘한 시선으로 식칼을 움직이며 상처를 더 크게 만든다.

병원에 데려가도 살 수 없게 말이다.

임시민이 크게 반응하자 그녀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이내, 그녀의 복수는 끝났다.

최후를 위해, 그녀는 식칼을 자신의 경동맥에 찔렀고 몇 초가 걸리지 않아, 그녀는 죽었다.


* * *


조용히 휴대폰을 바라보던 건우는 한 가지의 문자에 크게 당황한다.


[ 큰일 났습니다. ]


임시민으로부터 온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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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062화. 힘의 균형 - 더 헌터 죽어가는 세상 24.04.01 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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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059화. 힘의 균형 - 더 헌터 죽어가는 세상 24.04.01 4 0 14쪽
58 058화. 수도 방위전 - 더 헌터 죽어가는 세상 24.04.01 4 0 13쪽
57 057화. 수도 방위전 - 더 헌터 죽어가는 세상 24.04.01 4 0 14쪽
56 056화. 수도 방위전 - 더 헌터 죽어가는 세상 24.04.01 5 0 12쪽
55 055화. 병 24.04.01 7 0 11쪽
54 054화. 연기와 그들 24.04.01 5 0 13쪽
53 053화. 연기와 그들 24.04.01 5 0 11쪽
52 052화. 야만적 존재 - 라이프 데드 애프터 24.04.01 5 0 14쪽
51 051화. 야만적 존재 - 라이프 데드 애프터 24.04.01 5 0 10쪽
50 050화. 유인원의 왕 - 라이프 데드 애프터 24.04.01 4 0 11쪽
49 049화. 유인원의 왕 - 라이프 데드 애프터 24.03.19 9 0 14쪽
48 048화. 유인원의 왕 - 라이프 데드 애프터 24.03.18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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