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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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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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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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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쪽

제 377화 비스트들의 여왕의 탄생.

DUMMY

칼리의 ‘욕망’이 끝난 후. 이곳에 남은 것은 텅 빈 공간의 벽을 이루는 쇼거스와 시전자인 칼리뿐이었다.

칼리 또한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듯이 가만히 있더니, 곧 서서히 좌우로 고개를 내저어 입을 쩌억! 벌렸다.


[■■■■■■■■■■■■■■■!!!!!!!!!!!!!!!!!!!!!!!!!!!!!!!!!!!]


승리를 자축하는 듯한 마물의 포효가 공간 전체에 마법으로서 은은하게 퍼져나간다.

칼리의 기술에 말려든 모든 세계들과 세레나는 이곳에서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있었다. 말 그대로의 소멸.

하지만 자그마한 조각들이 텅 빈 공간에 서서히 모여들더니, 그녀들을 재생시키기 시작하였다.

자그마한 고깃덩어리에서 서서히 본래 육체로 자라나는 그 모습은 마치 태초의 생명을 보는 것과 같았다.

이에 칼리는 흥미로운 장난감 보는 듯이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상대가 불멸자인 이상. 완전히 죽이는 것은 불가능이기에, 이 상황에서 자신이 재생에 훼방을 놓는다고 하들. 재생의 시간이 지체될 뿐.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칼리는 하품을 하면서까지 재생을 기다려주었다.

그 결과. 몸을 가룰 정도로 재생한 1세계는 이를 갈면서 칼리를 노려보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엔 증오만이 담긴 것이 아니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새롭게 생긴 감정은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세계들이 생각하기에는 칼리의 힘은 비정상적.

칼리는 어디서 끌어오는지도 알 수가 없는 힘으로, 저항하는 3개의 세계와 그녀들의 대표자를 힘으로 억눌렸다.

‘세계’. 그 자체인 그녀들을 상대로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데도...

칼리는 그 일을 해내고는 또 놀아달라는 듯이 그녀들의 재생을 기다려주고 있었다.

물론 세계들이 아바타로서 행동하고 있다 보니, 힘의 제약이 큰다지만.... 그럼에도 조화 속성의 막대한 교환비를 감당하면서까지 일으킨 천지지변은 세계들로서는 결코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대체 칼리는 ‘무엇’이길래... 저러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것은 현 사태를 겪은 모든 세계들의 공통된 의문이겠지.

그 물음에 칼리는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나의 정체라... 아주 재미있는 말이야~. 조금만 생각해보면 되는데~.]


칼리는 자신의 팔을 휘감고 있는 문스톤 쇠사슬들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너희 말이야. 4세계의 주신들이 모두 죽은 이후.

주신들에게서 에너지 공급이 끊긴 4세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나의 엄마에게 들었겠지?]


“....그래. 윤회의 궤에서 버려진 필멸자들을 흡수해서, 살고 있다고 방금 전에 4세계에게 들었다.”


[맞아. 그렇다면 너희들의 세계에서 4세계로 가게 된 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 그거야. 그들을 에너지원으로 바로 흡수..”


[능력과 강대하기 없는 육체, 무한한 수명까지 쥐어주면서까지 그들을 겨우 4세계로 오게 했는데.

바로 4세계로 흡수한다고? 아니지.. 그것으로는 수치 타산이 안 맞아.

4세계로 온 필멸자들에겐 불멸자인 너희들에게 ‘없는 것’이 있어. 그걸 잘 생각해봐.]


“...능력?”


1세계는 카르마에게 4세계로 온 이들에게 능력이란 것들이 생긴다고는 듣기는 하였으나,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몰랐다. 현재의 1세계로서 예상이 가능한 것은...

그것이 4세계의 ‘꿀’이고, 그녀의 세계로 가는 이들은 그러한 꿀에 모이는 벌과 나비와도 같다는 것.

그런 면에선 4세계는 식충식물이나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그곳은 겉으로는 화려하고, 매력적인 곳이지만.. 그곳에 들어선 이상.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맞아. 바로 그거야.

나의 엄마는 담보로서 자신의 세계로 온 이들의 영혼으로 육체를 만들어주고는 ‘괴물’로서 4세계에 귀속시키지. 그 존재가 죽으면 4세계의 에너지원으로 돌아오도록 말이야.

이는 모든 괴물들에게 적용되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괴물은 반드시 소멸하는 운명을 부여받는 거나 다름없어.

이것은 윤회의 궤의 시스템에 따라 영원히 순환하는 필멸자에겐 크나큰 손해지.

물론 주신들에 의해 윤회의 궤에 추방되어 떠도는 놈들도 있지만. 그 숫자는 극소수. 그들만 잡아먹어서는 결코 세계를 운영할 에너지를 충당하지 못해.

그렇기 때문에... 나의 엄마는 야누스에게 들은 말대로 다른 필멸자들을 자신의 세계에 제 발로 찾아오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냈지.

그것이 ‘능력’이야.

모든 필멸자들은 죽어. 처음에는 시야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가, 서서히 밝아지고는 그대로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지. 그런 다음. 필멸자들에게 부여된 일련번호나 다름없는 영혼은 윤회의 궤로 되돌아가. 다시 사이클을 타는 것이 필멸자 본래의 순환.

모두 죽을 때에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아? 어떤 놈은 자기 새끼를 보호하려다가 죽을 것이고, 어떠한 것은 애완동물처럼 곁에 주인이 지켜보는 가운데에 행복하게 죽겠지.

어떤 것은 자신의 몸이 산채로 찢어 먹혀지면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할 것이야.

그럼 그들은 마지막 한탄을 해.

‘아! 조금만 더 함께 해주고 싶은데..!’

‘아.. 아프지 않았으면..!’

‘날 잡아먹는 놈들을 내가 역으로 찢어죽일 수만 있다면...!’

‘이 행복한 기억을 좀 더....!’

죽어가면서 남기는 그러한 욕망에 반응해서. 그들에게 윤회의 궤로 가는 선택권이 아닌. 새로운 선택지가 나타나는 거야. 그래... 4세계로 가는 길이 말이지.

그럼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생각해. 본래라면 윤회의 궤로 되돌아가는 것이 옳아.

하지만... 이 새로운 길로 가면... 자신이 죽는 순간에 간절하게 소망하던 욕망을 실현 시킬 수가 있어!!!

이러한 점 때문에 필멸자들은 본래의 순환을 포기하고, 불나방마냥 4세계로 오게 되는 거야.

그리고 그들의 욕망에 반응해서... ‘능력’이 생겨나.

어떠한 이는 이러한 ‘욕망’을 ‘신념’이라고 할 것이고, 어떠한 이는 이것을 추악한 ‘욕심’이라고도 표현할 거야. 뭐라고 표현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그러한 욕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들을 버릴 수 있는가?’라는 본인의 의지이지.

본래라면 이러한 의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하지만... 영혼이 육체가 된 이상. 그들의 육체가 곧 정신이고, 정신이 곧 육체야.

그리고 그렇게 육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괴물로서의 ‘능력’이 형성돼.

본래라면 이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 하지만.. 욕망에는 한계가 없어. 욕망이란 채울 수 있는 항아리 같은 것이 아닌. 구멍 뚫린 항아리니까!

그러한 과정에서 시스템적인 ‘버그’가 일어나고 말아.

‘불멸자’들에겐 없지만. ‘필멸자’들에게만 존재하는... 그래... ‘상상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겠지. 그들의 무의식이 ‘능력’으로서 현실에 구현화 되는 거야.

그럼 여기서 문제. 괴물들의 욕망과 능력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이것이 괴물들의 무의식의 구현인 ‘버그’. 즉 ‘능력’이라면....

이것은 너희들처럼 ‘무한’이 될 수 있을까?]


“...가능하다는 거군.”


3세계는 칼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자들에겐 없지만. 필멸자들에겐 있는 것. 그것은 망상, 상상력 등으로 여러 가지 단어로 표현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그들의 ‘욕망’이었다.

불멸자들은 오직 속성과 논리로서 세상을 바라보기에...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고, 그것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을 수 없지만.

필멸자들은 그것이 가능했다. 그들은 자신이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는 상상을 하거나, 하늘 위로 UFO가 갑자기 등장하는 등의 망상을 꿈꾸고, 어떠한 이들은 그러한 자신의 망상을 스스로 믿어버린다.

그것은 흔히 상상력이라고 말하는 것. 그러한 사고는 불멸자들이 보기엔 결코 논리적이지 않기에 있을 수가 없었고, 또한 우리가 존재하는 물질세계에 구현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4세계 괴물들은 괴물이 되는 과정에서 육체가 곧 정신이오, 정신이 곧 육체가 된다.

변화된 육체에 의한 영향을 정신이 받는다면... 반대로 정신의 영향이 바깥으로 표출하는 것이 괴물들은 실제로 가능했다.

즉. 그것이 바로 괴물들의 ‘능력’이었다. 능력은 괴물들의 무의식적인 욕망의 표출. 그 자체였고, 그것은 독실한 하나의 신념과도 같기에. 보통의 괴물은 하나의 능력만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괴물들은 불멸자들처럼 0에서 1을 만들 수가 없지만...

1에서 2를, 3을 생산하는 것이 일부 괴물들은 가능해진 것이었다.

‘유에서 유에서의 창조’. 그 자체.

괴물들이 4세계 내에서 능력을 사용하면, 능력이 사용된 이후. 그곳에서 나온 에너지가 4세계로 흡수되어, 4세계를 생존시키는 에너지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4세계 괴물들이 서로 죽이도록 설계된 것이 이해가 안 되지만.

초기 4세계는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시스템을 그렇게 설정할 수밖에 없었고 괴물은 영혼이 육체가 된 만큼. 계속해서 다른 필멸자나 괴물을 반드시 잡아먹어서 육체(영혼)의 결손을 지속적으로 보충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정답. 그로 인해. 나의 어머니인 4세계는 생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피엔딩이네~ 해피엔딩~.]


“그것은 너의 정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 않느냐! 넌 그 어떤 필멸자와도 다르다! 우리로서는 창세기 이래로 본 적이 없는 존재란 말이다!”


4세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이제 이해가 되는 세계들이었지만. 정작 칼리의 정체는 아직 추측조차 되지 않았다. 1세계의 외침에 칼리는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4세계 괴물들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에너지원?”


[아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칼리는 자신의 질문을 세계들이 이해하지 못하자. 자신의 주위로 수많은 빛의 구체들을 생성하기 시작하였고, 그걸 본 세계들은 무언가 실마리가 잡히는 것을 느꼈다.


“능력... 괴물들이 죽으면, 그 능력들은 모두 어디로 가지?”


씨익!


세계들의 질문에 칼리는 대답하지 않고, 입 꼬리만을 들어 올릴 뿐이었다. 그 모습에 세계들은 한 가지 과정이 떠올렸고,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 두려운 결과임을 깨달았다.


“4세계의 주신들이 전멸한 직후. 지금까지 힘을 축적해왔다면...”

“....이해완료.”

“세상에....”


눈앞의 칼리라는 이름의 괴물이... 바로 그 존재였다...

그들이 이해한 것으로 보이자. 지구형 행성급의 육체를 지닌 괴물인 칼리는 깔깔 웃었다.


[아하하하하하!!! 맞아. 너희들 생각대로야. 4세계 괴물들이 최후를 맞이하면. 그들의 능력은 나에게 모조리 흡수돼. 야누스처럼 특수한 경로로 강탈당한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야!

난 4세계 괴물들이란 개념이 존재했을 때부터 그림자처럼 생겨난 존재.

본래는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지만... ‘능력’이란 버그로 인해 태어난 존재라고 생각하면 돼~!!

내가 왜 카르마를 엄마라고 부르는지 이제야 이해가 됬어?

난 모든 괴물들의 최후의 종착점이야.]


“....어떻게?”


어째서 카르마는 칼리에게 그러한 능력들이 흡수되도록 만들었는가? 그 사실이 이해가 안 된 세계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고, 그 말에 칼리는 눈을 좁혔다.


[이번엔 내가 너희들에게 물어볼게. 내가 조화 속성의 공격을 막을 때에 사용하는 ‘문스톤’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해?]


칼리는 세계들 보고 보란 듯이 푸른색 문스톤 쇠사슬이 매여진 팔을 흔들었고 이에 세계들의 시선이 그곳에 집중되었다.


[조화의 힘은 필멸자들의 힘. 그 자체. 수많은 필멸자들이 아주 조금씩만 생산할 수 있는 극소의 속성이 모여... 현재 9번째 주신을 창조할 정도가 되었지.

조화는 필멸자 세력의 상징이야.

그러한 힘에 정면으로 부딪히고도 멀쩡한 이 금속의 정체는 뭘까? 문스톤은 바로...]


칼리는 잠시 뜸을 뜰이더니, 곧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모든 문스톤을 훑으며 뒷말을 이었다.


[나의 ‘자매’야.

문스톤은 나와 함께 탄생하였고, 나와 나의 자매인 문스톤은 한때 하나였던 존재들.

하지만 현재 따로 분리되어, 한쪽은 나 ‘칼리’가, 나머지 한 쪽은 이 ‘문스톤’이 되었지. 그래...

나와 문스톤의 ‘근원’은 같아.

원숭이와 인간이 같은 조상인 유인원에서 갈라져 나온 것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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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칼리의 머리 위에 있는 네메시스와 카르마는 칼리가 떠벌리는 사실들을 영상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카르마는 자신의 손을 들어. 손가락을 펼치더니, 무언가를 웅켜 쥐는 듯한 시늉을 하며 입을 열었다.


“모든 괴물들은 자신만의 욕망을 가지고 4세계로 와.

그들은 모두 가슴 속에 희망을 품고 있지.

어떤 이들은 네메시스나 칼리처럼 다른 존재들을 압도할 수 있는 포식자가 되어, 자신의 희망을 이룰 수가 있겠지.

어떤 이는 자신을 해한 이에게 복수하기 위해,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이와의 추억을 강직하기 위해. 등등 수많은 이유들을 가지고 나에게 찾아와.

하지만 대다수는....”


“사방에서 몰려드는 마물들에게 사지가 뜯겨, 그대로 죽게 되지.”


카르마가 네메시스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그는 그녀의 뒷말을 이었다. 그 말에 카르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4세계로 찾아오는 불나방들은 자신은 결코 그런 운명을 맞지 않을 거라 자신하지만...

대부분 다른 괴물들의 위장으로 넘어가는 운명을 맞게 돼.

그것이 일반적인 괴물들의 최후.

그렇게 죽어버린 4세계 괴물의 능력과 힘은 나에게 돌아오게 돼. 그들의 육체는 돌고 돌아. 나의 세계에 흡수되지...

하지만 그럼에도 유독 나에게 흡수되지 않는 괴물들이 있어.

집착? 신념? 그러한 마음들을 뭐라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신념’이라고 말할게.

일부 괴물들의 신념은 너무나 단단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4세계로 왔는데도...

목숨을 버리고도 결코 포기할 수가 없는 신념을 가진 존재들.

그들은 다른 괴물들에게 죽어가면서도, 결코 그러한 희망의 불빛을 놓치지 못해.

1000명의 괴물들 중 한 명이라도 찾으면 다행일정도로 희귀하지만... 그러한 그들의 정신은...

나에게 귀속되었는데도, 나에게 흡수되길 거부하고, 형태를 유지할 정도로 강인하지.

물론 육체 대다수는 나에게 흡수되었기 때문에 하나하나는 매우 작아. 하지만...

그것들은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겨. 덩어리가 되어가. 그것이 ‘문스톤’의 탄생.

문스톤은 괴물들의 ‘신념’이야. 세상의 모든 것들을 적대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자신만의 신념.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모든 속성을 거부하고, 그 어떤 광물보다도 단단할 수가 있는 거겠지.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조화 속성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아.

조화가 필멸자들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이 신념은 우리 괴물들을 나타내는 것이야.

서로가 다른 세력의 축으로서 동등한 위치에 있지.

그리고 문스톤이 탄생하는 장소는..”


네메시스는 카르마의 말에 마시던 차를 조용히 내려놓고는 뒷말을 이었다.


“우리들의 바로 아래에 있는 칼리지.”


4세계 괴물들이 최후를 맞이하면 다른 괴물들에게 육체가 먹히나, 형체가 없는 능력은 칼리에게로 흘러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흡수가 되지 않는 부분이 문스톤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즉. 칼리의 몸에서 4세계의 모든 문스톤이 생성되는 것이었다.

본래라면 칼리와 문스톤은 하나의 괴물이었던 존재. 하지만 괴물의 죽음을 기점으로 그 둘은 나뉘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칼리가 문스톤을 자신의 자매라 말하는 거였다.


[이렇게~ 나랑 문스톤은 자매나 다름없어. 그리고 나의 탄생은....]


칼리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세레나를 노려보았다.


[고귀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그쪽에 있는 플로라랑 다르게 추악하기 짝이 없는 사생아거든~.

나는 본래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능력을 보관해두는 ‘장소’였어.

요컨대. 죽은 괴물의 능력들이 모여 있는 쓰레기통이랄까? 그게 나의 탄생이야~.

그렇기에 본래라면 나란 존재는 의식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해. 이렇게 너희와 대화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근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지 뭐야!?]


네메시스는 칼리의 말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걸? 내가 4세계의 왕이 되면서. 그녀는 나와 카르마의 계약을 통해 우연하게 태어나게 되었지. 정말.. 나조차 상상을 하지 못한 일이었지.”


본래라면 능력들의 쓰레기통과 같은 곳이 칼리. 그곳은 장소이기에 현재처럼 자유의지를 가지고 사고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하지만... 네메시스가 야누스와 분쟁에서 승리하면서, 4세계의 왕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카르마는 네메시스를 4세계의 왕으로 인정하는 계약을 하였고, 이것은 세계 자체의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네메시스의 악성이 카르마의 계약에 접촉한 것이었다.

그 결과.. 죽은 괴물들의 능력과 함께 네메시스의 악성이 그 장소(칼리)로 흘러갔다.

본래라면 능력의 쓰레기통과 같은 곳이... 네메시스의 악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직접적으로 네메시스의 검은 피가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네메시스의 악성은 칼리로선 매우 좋은 촉매가 되어주었다.

그래... 본래 괴물의 일부였던 능력들의... 본 주인의 인격들이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도 문스톤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제외되었는데도 말이다.

그 결과. 깨어난 인격들은 서로가 뒤섞여, ‘하나’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상상해봐! 지금까지 4세계에서 죽었던 모든 괴물들의 인격과 능력이 멋대로 뒤섞여, 하나의 존재로서 거듭나기 시작한 거야! 그것도 내 주인님의 악성 덕에 말이지!

아하하하하하핫!!!!! 그럼 문제~ 윤회의 궤에서 벗어날 정도의 온갖 종류의 또라이들이 4세계로 몰려들었는데... 그것들이 뭉친 난 얼마나 더.럽.혀.졌.을.까.요.?

그 덕에 나의 악성은 둠로드라고 불리는 악성의 괴물도 이름을 못 내밀만큼 더럽혀졌지.

아하하하하하핫!!!!!!!!!!!!]


그것이 칼리의 탄생이자. 그녀의 정체였다. 온갖 우연과 불행이 뒤섞여 마침내 태어난 최악의 비스트. 본래라면... 그녀는 결코 탄생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 그녀의 설명에 세계들은 입을 벌리며 칼리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이 알기로는 이렇게 썩어빠진 방식으로 태어나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너 같은 악성이.... 어째서 네메시스를 따르는 거지?”


그저 이 질문만을 던질 뿐이었다. 그녀의 탄생을 들으면, 그 어떤 악성도 칼리를 굴복시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아니. 당장 그녀가 모든 것들을 멸망시키기 위해 미쳐 날뛰지 않는 것만 해도 용했다. 악성이란 그 격이 높을수록 그렇게 미쳐버리는 존재들이니까!!!

하지만 칼리는 지금 세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명백히 네메시스의 말에 따라주고 있었다.


[아? 그거? 그거야. 난 주인님 덕에 이렇게 생존할 수가 있게 되었거든!

네메시스 주인님이 없었으면, 나는 이렇게 활동 못하고, 계속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고 있었을 걸?]


네메시스는 칼리의 설명에 눈을 뜨더니, 세계들이 있을 곳으로 추측되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덩치가 크면 클수록 유지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사실. 쇼거스야 먹지 않으면 스스로가 자신의 크기를 줄여간다지만, 칼리는 계속 덩치가 커질 뿐. 그런 것이 불가능했으니까.

내가 그녀를 도와줘야만 했지.”


네메시스는 칼리의 존재에 대해 눈치를 채자. 왕의 권한으로 칼리에게 직접적으로 접촉했다.

그는 곧 그녀가 자신의 악성에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는 사실과, 그녀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애초에 그녀의 탄생 자체가 불안정. 온갖 인격과 능력들이 뒤섞여 탄생한 그녀는 덩치가 커질수록 그 불안정성 또한 커져갔고, 그 결과. 에너지고갈로 자멸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칼리가 탄생하기를 반복하고 말았다.

그걸 본 네메시스는 그녀에게 이름을 주어. ‘개념’에 가까운 존재였던 그녀를 ‘괴물’로서 완성시켜주었고, 가장 큰 문제였던 에너지고갈 문제를... 그녀의 몸속에 직접 들어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이용하여, 그녀가 생존할 수 있도록 술식을 짜주었다.

그녀의 몸속은 추악하기 짝이 없는 악성의 홍수, 지즈가 만들어낸 거짓된 검은 피들도 그녀에 비해선 순결하기 짝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그곳에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그 일을 해내었다. 그녀가 한 명의 괴물로서 앞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말이다.


[네메시스는 내 몸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능력들을 찾아. 내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배치해줬어.

에너지 효율을 올리고, 에너지를 증폭시키고. 등등. 여러 가지랄까?

그 덕에 현재의 나는 아무리 덩치를 키워도, 에너지 고갈로 자멸할 걱정이 없다는 말씀!

심지어 서열 5위. 시기의 오메가처럼 에너지 자급자족도 가능해! 인공영혼을 만들어내서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네메시스는 나의 은사이자. 나의 생물학적 부모나 다름없어!!]


네메시스에 의해 칼리는 괴물로서 완성됐다. 그녀는 이제 자멸할 걱정도 없으며, 자급자족도 가능했다.

즉. 얼마든지 힘을 키울 수가 있었고, 생물학적 부모가 존재할 수가 없는 그녀는 그런 네메시스를 부모처럼 따르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탄생한 나보다도 네메시스의 악성이 더 높은 걸?

우리 같은 악성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보다 높은 악성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후후후.]


“.....뭐? 어떻게?”


세계들은 어이가 없었다. 수많은 시간동안 괴물들의 악성이 축적된 칼리보다도 네메시스의 악성이 더 높다고....?

그렇다면 네메시스의 정체는 대체...


[그건 나에게 물어봐도 이건 모르는 걸? 주인님은 자신의 약점이 될 만한 정보는 결코 풀지 않거든.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칼리는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뒷말을 이었다.


[나의 주인님의 정체가 무엇이든. 나만큼이나 기괴한 탄생을 지녔겠지~. 그래서 난 그가 마음에 들어~.]


“........”


그녀의 대답에 세계들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칼리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니, 도무지 네메시스의 정체가 추측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침묵 사이로, 그녀들의 앞으로 빛이 모이더니, 영상이 펼쳐졌다.


“네메시스!!!!!”


그 영상에는 평화롭게 차를 마시는 네메시스의 모습이 있었고, 그는 고요한 눈동자로 자신을 노려보는 세계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이제 슬슬 포기하는 것이 어때? 꼬꼬마 여러분?”


“....누구 마음대로!!!!”


“그럼 마음대로 저항해보든지. 하지만 이것만을 알아두면 좋겠군.

칼리는 너희와 세레나로는 결코 죽지 않아. 그녀는 ‘4세계’이기도 하기에..

‘괴물로서의 특성’과 ‘불멸자로서의 특성’. 모두 가지고 있어.

즉. 너희가 현재 보는 육체를 아무리 파괴한다고 하들. 그녀는 몇 번이라도 부활이 가능해.

그래... 너희들처럼 말이야.”


“........!!!!!!”


세레나가 문스톤을 피하고, 칼리의 육체에 접근하는 데에 성공하여.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조화를 집어넣는다고 하들. 칼리는 다시 부활한다는 소리였다.


“너희가 무슨 방법을 쓰는 간에, 조화 속성마저 통하지 않는 문스톤으로 무장한 칼리에겐 날 파리나 다름없어.

그녀를 쓰러트리고 싶으면, 먼저 4세계부터 완전히 멸망시켜야할 것이다.

아! 물론 눈앞의 칼리의 방해를 피하면서 말이지..”


4세계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칼리의 불멸성도 유지된다. 하지만 세계를 멸망시킨다는 것은 네메시스의 검은 피처럼 매우 특수한 수단이 아니면 불가능. 하다못해 해당 세계의 모든 주신들을 제압하고 권한을 빼앗는다면 몰라도...

4세계는 관리하는 주신마저 존재하지 않는 자유로운 곳이었다.

즉. 물리적으로 4세계를 멸망시켜야만 하는데. 그것이 될 리가 있나?

세계들과 현재의 세레나로선 불가능했다.


“4세계가 멸망하면 멸망해갈수록, 칼리는 더더욱 강해져가.

아이러니하게도 칼리는 4세계 괴물들이 많이 살아있을수록 약해지고, 줄어들면 강해지는 친구거든.

그러니 너희들에겐 희망은 없어.”


생존해 있는 4세계 괴물들이 늘어나면, 그들에게 능력들이 분산되기 때문에(이전에 죽었던 괴물과 신념이 같은 경우) 칼리의 힘은 약해진다.

하지만... 4세계가 멸망 직전. 즉 살아있는 4세계 괴물들의 숫자가 극히 줄어들수록 칼리의 힘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들의 힘이 모두 그녀에게로 흡수되기 때문이었다.

즉. 칼리를 죽이려면. 더욱 강해지는 칼리를 상대로 버텨야만 했고,

그 일은 8명의 주신들을 모조리 데려와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지나가는 개라도 알 수가 있는 사실이겠지.


“너만... 너만 어떻게 한다면....”


1세계는 빛의 주신 켈렌트를 닮은 모습으로 네메시스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부들부들 떨었고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흐음? 그래? 저항을 계속하겠다면 너희들의 마음대로 해. 난 1시간 뒤에 너희들에게 이 질문을 다시 던지겠어.

칼리랑 놀다가 다시 보자고 꼬꼬마 친구들.”


“잠깐! 네메시스!!!”


툭!


1세계가 네메시스를 멈추어 세웠지만 네메시스를 비추고 있던 영상은 미련 없이 사라졌고,

그 모습에 칼리는 입 꼬리를 들어 올리더니, 자신의 주위에 있는 빛의 구체들을 세계들과 세레나에게 날리기 시작했다.

네메시스의 허락을 받은 이상. 눈앞의 존재들은 자신의 장난감이었기에... 그녀는 1시간동안 알뜰하게 놀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


하늘 위로 수많은 폭발이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며, 네메시스는 씁쓸하게 웃었다.


“여명이라... 내가 지었지만. 너무나 슬픈 이명이야.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 되는 걸.”


“칼리는... 자폭스위치나 다름없는 이유로 탄생했으니까?”


“응....”


만약 666의 괴물이 전멸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럼 칼리는 하피퀸의 속도능력으로 사방으로 이동할 수가 있을 것이고, 네메시스와 같은 육체를 지니고 있기에, 빛의 속도를 넘어서도 그녀의 육체는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힘은 퀸의 동화능력의 영향을 받아. 그 어떤 것도 버틸 수가 없을 것이고,

그녀가 공격을 받으면, 즉각 증오의 저주와 레퀴엠의 카운터가 발동될 것이다.

고블린킹의 돌진능력과 달기의 추적능력도 가질 테니. 그녀의 모든 공격들은 반드시 적중한다.

하은의 기척차단에 의해 세계도 그녀를 감지할 수가 없게 될 것이며,

오메가의 증폭능력에 의해, 아무리 에너지를 펑펑 써도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야누스의 흡수 능력과 벨제부브의 필멸자들의 꿈 능력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말도 안 될 만큼 강해지기 시작하겠지.

그렇다고 4세계를 멸망시킨 후. 칼리를 죽이면 끝나나? 그것 또한 아니다. 증오의 부활능력이나, 미르의 피의 지배 능력으로 몇 번이나 다시 부활할 것이며,

어쩌면 네메시스처럼 조화나 파괴 속성을 제외한 모든 공격에 면역일지도 모른다.

조커처럼 자신의 죽음마저 부정할지도 모르며, 둠로드가 수많은 망령들을 다루는 것처럼. 시체가 되어버린 666의 괴물들을 전성기 상태로 되살려 무한히 부활시킬지도 모른다.

엘리스의 복제능력에 의해. 그 상태의 칼리가 ‘양산’될 수도 있을 것이며,

칼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실비의 무한의 탄환 능력을 응용해서, 온갖 외부 무기들도 무한히 생성할지도 몰랐다.

루시퍼의 회복반전 능력에 의해, 그녀의 주위에 있으면 불멸자인 주신이라도 회복이 되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의 재생력에 자멸하고 말 것이다. 또는 열 번 찍어도 넘어가지 않는 나무의 회복능력으로 빈사상태에서 얼마든지 스스로 회복이 가능하다... 등.

그야말로 끔찍하기 짝이 없는 혼종이 탄생하겠지. 그 상태가 되어버리면 아무리 현재의 칼리라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저 악성에 지배당하는 마물이 될 뿐... 그 마물은 666의 괴물들이 전멸한 직후. 자신의 적들을 향해 자신의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그래.... 세상에 종말을 불러오는 존재들(종말자)에게 말이다.


“666의 괴물들이 전멸당하는 최악의 사태가 온다면... 종말자들 또한 우리와 같이 죽게 될 거야.”


666의 괴물들이 종말자들에게 전멸 당하는 순간이야 말로, 밤의 시간대. 그리고 그 상황을 밝힌다는 의미로 붙인 ‘여명’이라는 이명은... 그러한 뜻이었다.

만약 종말자들에게 패배하게 된다면 그녀 홀로 종말자들에게 맞서다가. 그들을 전멸시키고 자멸하거나, 혹은 막대한 피해를 주고 죽게 될 운명이기에..

야누스는 칼리를 데려온 네메시스와 함께 그녀를 직접 단련시켜왔다.

4세계가 패배한다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아. 나의 왕. 내가 생각하는 당신에겐 불가능이 없으니까...”


“후후.. 그럴까? 그건 알 수가 없지. 지금은 그저....”


네메시스는 쓴맛이 나는 차를 마시며, 하늘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지켜보았다.


“웅크리며 최대한 준비를 할 뿐이야. 놈들이 멍청하게 찾아와. 목을 내줄 때까지.”


그러한 네메시스의 모습에 칼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이야 말로 자신이 네메시스를 왕을 택한 이유이기에... 그녀는 문뜩 네메시스에게 접근하기 위해 강하하는 세계들을 바라보았다.


“아프겠네.”


얼마 오기 전에 문스톤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쇠사슬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만큼. 찌그려져 저 멀리 사라져갔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 카르마는 네메시스에게 물었다.


“나의 자매들은 쉽게 꺾이지 않을 거야. 괜찮겠어? 나의 왕?”


“고집불통인 불멸자들이라도 계속하면 언젠가는 의지가 꺾여. 세계들은 결국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 거야.”


네메시스는 일부로 이곳에 세계들의 힘의 제약 같은 것을 해두지 않았다.

즉. 이곳은 세계들이 최고 컨디션 상태로 싸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무대였다.

이곳에서 전력을 발휘하는 세계들은 자신들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칼리에게 덤벼들 것이고... 곧 절망감을 느끼게 되겠지.

만약에 힘의 제약 같은 것이 있다면. 그걸로 자위하며, 다시 네메시스의 목숨을 노려오겠지만...

자신들의 전력을 사용했는데도 정면에서 꺾인다면. 희망은 사라지고, 절망만이 그녀들을 잠식하겠지.

그때까지 네메시스는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세계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이 전장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고, 끊임없이 칼리에게 짓밟힐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포기하게 되겠지...

네메시스가 처음부터 준비해온 각본대로 말이다.


“...그 시간을 말하는 거야.”


“아아! 확실히 고집을 보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리겠어. 쇼거스!”


네메시스의 부름에 그의 옆에 있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곧 끝에 눈알이 달린 촉수가 그곳에서 튀어나오더니, 네메시스와 시선을 마주했다.


[무슨 일이지? 네메시스?]


“이곳에 내가 말해둔 준비는 해뒀겠지?”


[물론이다. 네 말대로 너희들이 오기 전. 이곳 전체에 시간 가속 결계를 쳐두었다.

그 덕에 이곳에서 너를 기다린 우리들은 몇 십 년을 기다려야만 했지만..

외부의 시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나와의 약속이나 확실히 지켜라. 네메시스]


“물론이야.”


네메시스의 대답에 쇼거스가 보낸 촉수가 시들어 사라진다. 그 모습에 카르마는 조금 놀란 듯이 촉수를 보더니, 곧 네메시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처음부터 장기전을 준비했었네? 역시 나의 왕이야.”


“나는 불멸자들의 똥고집을 잘 이해하는 편이야. 말로 먹히지 않을 거라고는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어.”


“1세계에 오기 전부터 나의 자매들에 대한 준비를 해왔으니까?”


카르마의 질문에 네메시스는 쓴웃음을 지었을 뿐이었다.

네메시스는 플로라를 찾으러 1세계로 오기 전. 세계들이 플로라를 만들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준비해온 것은 알고 있었다. 천 년이란 시간은 세계들이 느끼기엔 너무나 적었지만...

괴물인 네메시스로선 그녀들에 대한 준비를 해두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겸사겸사 일을 한 것뿐이야. 저런 존재들이 언제라도 나를 죽일 준비를 한다고 한다면... 이것만큼 귀찮은 일은 없으니까 말이지. 게다가...

이번에 담판을 지어두면, 다시는 저 빌어먹을 꼬마들이 플로라. 아니 세레나에게 손을 대지 못할 테니까 말이지... 그러니 확실히 처리해둬야지.”


세레나의 육체가 칼리에게 박살나는 영상을... 네메시스는 묵묵히 지켜보았다.


“....괴롭지는 않아?”


“꼭두각시라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그래도 기분이 꺼림칙스럽군. 하지만...”


찢어지고, 부서지고, 액체가 되거나, 피범벅이 된다. 세레나의 육체가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은... 네메시스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상황. 하지만 그의 눈은 고요했다.


“내가 이 계획의 당사자니... 내가 안 볼 수는 없어... 이건 내가 짊어져야만 하는 짐이야.”


이 계획으로 인해 세레나가 칼리에게 몇 번이나 박살날 것이라는 사실은 네메시스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세계들이 그녀를 대표자로서 쓰고 있는 이상. 이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이 방법이 유일하게 세레나를 구할 방법이었다.


“내가 아는 서열 2위. ‘플로라’라면 현재의 칼리에게 승산이 있었을 거야.

아니. 그녀라면 그러고도 남지. 하지만 그들은 어리석게도 그녀를 자신들의 꼭두각시로 만들고 말았어.

유일하게 이 상황에서 승리할 수가 있는 방법을... 그녀들이 스스로 버린 이상.

이미 이 협상은 내 승리야.”


서열 2위 플로라라면... 악착같이 칼리에게 대응할 것이고, 불가능을 가능으로서 만들 것이다.

네메시스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고, 칼리의 공격을 막다가. 박살나는 그녀를 보며 간단하게 평가했다.


“플로라가 4세계 서열 2위 괴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조화 속성 때문이 아니야.

그것은 그녀의 응용력과, 좁은 확률을 뚫고 가는 관찰력과 결단 덕이지.

하지만 현재의 꼭두각시에게는 무한한 양의 조화만이 있을 뿐이야.

말 그대로 돼지 목의 진주나 다름없지. 그것으로는.. 몇 번이나 덤비든. 결과는 같아.”


칼리에게 이길 방법을 버린 것은 세계. 스스로이고, 그 결과. 세계들은 칼리에게 능욕당하고 있었다.

칼리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기라도 하는 듯이 자신의 능력들을 꺼내어. 온갖 방식으로 세계들의 아바타를 박살내며 즐거워하고 있었고, 세레나가 어떻게든 세계들을 지키면서. 칼리의 목숨을 노리지만. 그것은 헛된 저항일 뿐이었다.

칼리의 몸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기도 하지만. 그녀는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불멸성으로 쉽게 회복하여 세계들을 조롱하고 있었다.


“네메시스가 칼리에게 만들어준 술식에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오직 ‘666의 괴물’들뿐. 그들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면 0.00001%의 승률이라도 기대가 가능하지만...

현재의 세레나는 세계들의 ‘대표자’로서, ‘666의 괴물’의 지위는 정지된 상태야.

따라서 나의 자매들과 세레나의 승산은 0%. 당신의 뜻 대로네.”


칼리도 절대무적은 아니었다. 네메시스가 그녀의 몸속에 만들어둔 술식이 끊어지면, 과거의 그녀처럼 자멸하고 만다. 물론 이 술식은 시스템으로 간섭한 것이라.

간섭하려는 자가 ‘666의 괴물’이 아닌 이상. 그것은 불가능했고, 또한 내부에서 칼리의 악성을 버텨야만 했다.

즉... 현재의 세레나는 몇 번이나 부활하더라도...

무한의 조화를 지니고 있더라도... 현재의 칼리를 절대 못 이겼다.

정말로 4세계가 갑자기 멸망한다면 모르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여기까지 계산이 끝난 네메시스였기에 그는 이번 전투 전체를 칼리에게 맡길 수 있었던 거였고, 그 결과.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굴러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의 왕은 혀가 제일 위험한 무기야.”


네메시스는 처음부터 칼리를 통해 지즈를 제압할 수도 있었지만. 세계들의 지배가 세레나에게 이미 간 이상.

네메시스는 그가 직접 세계들을 대면할 수 있는 상황만을 기다렸다.

세계들은 거북이처럼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결코 나오지 않았고, 그녀들의 장소는 네메시스로선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이기든, 지즈가 이기든. 세계들은 반드시 간섭해 올 것이고, 4세계인 카르마를 네메시스가 부를 수 있는 이상. 대표자인 세레나를 일시적으로 멈출 수가 있었다.

물론 그 전에 비스트들에게 접촉해서, 한 명은 도주를 막고, 한 명은 세계들에게 절망을 줄 수 있도록 계획해야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겸사겸사 쇼거스에게 이곳 내부에 시간가속 결계를 치도록 지시하였다.

이곳에서 세계들이 얼마나 저항하든. 외부에선 시간이 별로 가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 처음부터 이곳을 거대한 고문실로서 세계들의 희망을 짓밟기 위해 준비해왔다.

그의 생각대로 칼리는 세계들을 장난감마냥 밞아주고 있었고,

세계들은 온갖 수를 써가며 그녀에게 저항하고 있었다. 이제 여기까지 도달한 이상. 네메시스는 차를 마시며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너의 자매들의 의지가 꺾일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자고. 카르마.”


모든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세계들은 꺾이고, 네메시스의 제안을 억지로라도 받아들일 것이다.

본인들이 그 제안이 좋든. 싫든 말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자. 카르마는 네메시스를 보며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자신의 왕이 이런 식으로 계획을 진행할 때마다. 그녀라도 네메시스가 무서웠다.


“....체스판의 왕.”


“오랜만에 듣는 나의 과거의 이명인 걸? 카르마?”


그것은 과거 네메시스와 야누스의 분쟁 당시. 네메시스의 이명이었다.

초기의 네메시스 세력과 야누스 세력의 힘의 균형은 1:9 정도로. 야누스 세력이 매우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자신과 같은 괴물들의 우두머리들을 이용하여, 최고 세력이었던 야누스 세력을 깎아먹었고,

야누스 세력에 패배한 괴물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임으로서, 마침내 힘의 균형을 5:5까지 만드는 데에 성공하였다.

야누스 세력과의 정면승부를 철저하게 피하면서, 야누스 세력과 동등한 세력까지 키워내는 데에 성공하자.

웬만한 일에는 나서지 않는 야누스가 직접 네메시스를 잡기 위해 움직여야만 할 정도였다. 그러한 상황을 보며, 모든 괴물들은 네메시스를 ‘체스판의 왕’이라고 불렀었다.

뒤돌아보면 어느 사이에 모든 것들이 네메시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어져 있기에 붙여진 이명. 그것이 바로 7대악 이전의 네메시스의 이명이었다.

그렇기에.. 네메시스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네메시스의 가장 강한 무기는 파괴 속성이 아니면, 결코 상처를 입지 않는 최강의 육체도, 그의 여덟 속성의 날개도 아니다.

네메시스의 혀야 말로, 그의 최고의 무기다.’

라는 말을 말이다...


작가의말

네메시스가 이 계획을 짠 것은. 제정신이 차린 직후입니다.

이전부터 세계들을 처리할 계획과 연계해서 준비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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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제 387화 어둠의 주신과 부관. +2 22.08.22 40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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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제 385화 평화를 위한 길. +1 22.08.22 41 4 25쪽
385 제 384화 이계의 손님들. +1 22.08.22 40 3 26쪽
384 제 383화 어느날 갑자기 불멸자와 괴물이 날 찾아왔다?! +1 22.08.22 38 3 36쪽
383 제 382화 종말자와 괴물. +1 22.08.02 45 3 25쪽
382 제 381화 폭풍 전의 고요함. +1 22.08.02 31 3 22쪽
381 제 380화 마리에게 다가오는 악몽. +1 22.08.02 33 3 33쪽
380 제 379화 타락한 존재들의 회의. +1 22.08.01 48 3 34쪽
379 제 378화 공동의 목적. +1 22.07.12 35 3 23쪽
» 제 377화 비스트들의 여왕의 탄생. +1 22.07.12 39 3 39쪽
377 제 376화 최흉의 비스트. 칼리. +1 22.07.12 34 2 40쪽
376 제 375화 4세계의 심연 속. +1 22.07.12 47 3 30쪽
375 제 374화 비극적인 운명. +2 22.07.11 29 3 38쪽
374 제 373화 잔혹한 현실. +1 22.06.22 34 3 19쪽
373 제 372화 추락하는 악마. +1 22.06.22 33 3 25쪽
372 제 371화 제 3세력. +1 22.06.21 46 3 38쪽
371 제 370화 말리고스. 처참하게 죽다. +1 22.06.08 35 3 35쪽
370 제 369화 눈에서 빔!!! +1 22.06.08 41 3 28쪽
369 제 368화 천 년 전 영웅들의 재림. +1 22.06.08 37 3 38쪽
368 제 367화 악마에 맞서는 필멸자들. +1 22.06.08 27 3 31쪽
367 제 366화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S.N.S.) +1 22.06.07 26 3 27쪽
366 제 365화 까마귀와 괴물. +1 22.06.07 25 3 30쪽
365 제 364화 세계수 내부에서의 술래잡기. +2 22.05.20 28 3 36쪽
364 제 363화 말리고스의 구출. 하지만... +1 22.05.20 26 3 22쪽
363 제 362화 괴물들의 왕의... 도주? +1 22.05.20 29 3 26쪽
362 제 361화 악마를 사냥하기 위해 날개를 펼치다. +1 22.05.20 23 3 27쪽
361 제 360화 괴물들의 왕에게 맞서다. +1 22.05.19 27 3 41쪽
360 제 359화 야누스의 경고. +2 22.05.04 36 3 24쪽
359 제 358화 대재앙을 막아내다. +1 22.05.04 31 3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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