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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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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6.2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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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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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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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38쪽

제 374화 비극적인 운명.

DUMMY

“세레나... 그건 무슨 말이야...?”


네메시스가 세레나의 말에 당황해하며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세레나의 눈은 단호했다.


“말 그대로야. 네메시스.”


세레나는 속을 알 수가 없는 평소와는 달리. 자신의 눈에 보일 정도로 동요하는 네메시스를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들이 준 유예시간이 이제 끝나가고 있어. 그 시간이 끝나면.. 나는 세계들의 꼭두각시가 돼.

꼭두각시가 된 이후에는 세계들의 명령으로 당신을 죽이려고 하겠지...

전성기의 당신이라면 대항이 가능했겠지만. 현재의 당신은... 너무나 약해져 있어.

솔직히 말해봐. 네메시스. 현재의 나한테... 당신이 얼마나 버틸 수 있어?

5분? 3분?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 이하겠지.

내가 세계들의 꼭두각시가 되는 순간. 당신은 죽을 거야.

그러면 당신의 이름 아래로 모인 666의 괴물들은 모두 흩어져.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게 될 거야.

그 과정에서 4세계 괴물들이란 세력들은 분열될 것이고, 일부는 다른 세계를 향해 흩어지겠지.

그러면 세상은 다시 괴물들의 송곳니와 발톱 앞에 불타게 될 거야...

당신도 그걸 바라는 것은 아니잖아? 당신은 절대 죽어서는 안 돼...”


세레나는 용의 독니를 자신의 심장에 찔러 넣으려고 했지만. 그 시도는 그녀의 피부에 핏방울이 맺히는 걸로 끝났다.


“유예시간을 얻은 나는 아직 완전한 불멸자가 되지 않았고, 지금 이 상태에서...

심장 같은 치명적인 부위에 중상을 입으면 현재의 나라도 죽을 수가 있어.

지금 죽게 된다면 나의 영혼은 윤회의 궤로 되돌아가겠지...

하지만 나란 존재는 세계에 의해 만들어진 순간부터 자살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되어있어.

스스로의 자살은 불가능.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내가 죽을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야.

네메시스... 당신이 이곳에서 날 죽이는 것 뿐...

이 일은 어렵지도 않아. 당신이 용의 독니를 조금만 눌러주면 되는 일이야... 그러니 네메시스...”


그녀는 네메시스를 보며 애틋한 웃음을 지었다.


“부탁할게... 나를 죽여줘...”


“...............”


세상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죽이지 않기 위해...

세레나는 세계들의 꼭두각시가 되기 전에 네메시스의 손에 죽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 비극적인 말에... 네메시스는 비틀거리며 세레나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어깨에 힘없이 자신의 두 손을 올렸다.


“나 보고... 다시 그 일을 하라고....? 내가 플로라에게 저질렀던 일을...? 안 돼... 안 돼...!!!

세레나...!!!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줘!”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당신이 죽어!!”


그런 그의 모습에 세레나는 꾸짖는 듯이 외쳤고 이에 네메시스의 눈동자가 동요로 심하게 흔들렸다.


“나는... 할 수 없어...”


“괴물들의 왕이! 지금 두렵기라도 한 거야? 지금 이 상황에서! 나만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그래! 세레나! 난 두려워!”


“....뭐?”


네메시스는 서서히 자신을 올려다보는 세레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세레나. 나는 항상 악몽을 꿈 꿔.

그 꿈은 항상 같아. 천 년 전 전쟁 한복판에서 나는 항상 누군가를 잡아먹고 있고, 눈앞의 연합군들을 모조리 학살해나가지.

그 과정에서 수많은 목소리가 들려와. 괴로운 비명, 원망어린 고함, 지키기 위한 영웅들의 헛된 발악 등....

웬만한 존재는 바로 미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지독하기 짝이 없는 악성들이지...

그렇게 나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고...

꿈에서 의식을 차리면 항상 결말이 똑같아.

내 손은 피로 물들여져 있고.....

내가 사랑하는 이는 항상 나에게 심장이 꿰뚫려 죽어있지...

세레나... 너는 그 감정이 상상이 돼?

나는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을 쳤는데....

정작 그 행동이... 사랑하는 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되는 결과를 낳아버렸을 때의... 감정을...

꿈속에서 내 손은 항상 피투성이야.

몇 번이나 사죄하고, 몇 번이나 막으려고 해도, 항상 결말이 같은 꿈...

나는 그것이 너무나 두려워.

그것이 나의 현실이 될 것 같아서...

내가 의식을 잃은 후에 잃어나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나의 동료들이... 내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관계들이...

그 누구도 아닌, 내 손에 모두 멸망할 것 같아서...

나는 그것이 너무 두려워...

그리고... 지금... 그것이 다시 한 번 내 눈 앞에 현실로 다가왔지...

세레나... 내가 다시 이 악몽을 실현시키지 않게 해줘...!! 제발..!!!!!!”


네메시스는 세레나의 손에 있는 용의 독니를 쳐내었다. 그리고는 거칠게 그녀를 끌어안고는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자 세레나는 자신의 목에 느껴지는 따뜻한 액체를 느낄 수가 있었다.

울고 있었다. 그것도 한때 세상을 멸망시킬 뻔한 최악의 괴물들의 왕이...

그 누구도 아닌... 세레나를 끌어안고서... 그런 그의 모습에 세레나는 스스로에 대해 환멸감을 느끼며 마음이 약해졌지만, 곧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 방법이 아니면... 어쩌자는 건데! 네메시스!!!

이곳에서 내가 당신에게 죽으면...

윤회의 궤를 통해, 나를 다시 만나면 되잖아!

비록 당신과 다시 만날 내가 기억이 없을 지어도, 그것 또한 나.

당신의 수명이 영원한 이상.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어리광을 피우는 건데!? 그것도 냉정한 괴물들의 왕이!?

당신의 그 어리광 때문에!!!

당신은 세상을 다시 불태우기라도 할 생각이야? 천 년 전처럼!?

알아!? 지금 당신의 모습은... 천 년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네메시스는 플로라를 위해 모든 주신들을 적대하면서까지 세상을 불태우려고 했으며,

본래라면 괴물이기에 살아날 수가 없는 플로라를 환생시키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지금. 네메시스는 다시 한 번 더 그러한 억지를 피우고 있었고, 세레나는 그러한 네메시스의 모든 행위를 어리광이라 낮추어 꾸짖고 있었다.


“싫어... 절대... 싫어....”


하지만 네메시스는 세레나를 끌어안은 상태로 거부할 뿐이었고 세레나는 그를 밀쳐내며 외쳤다.


“그럼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이게 할 생각이야?!!!!”


“세레나가 나의 목숨을 원한다면... 기꺼이.”


“이 바보가!!!!! 그건 내가 싫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면서!

나라고 당신을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줄 알아? 나도 엿 같은 세계 놈들의 말에 따르는 꼭두각시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나. 플로라는 본래부터 당신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어.

그것이 실행된 이상... 알잖아... 내가 이곳에서 당신의 손에 죽어서...

다시 필멸자로 되돌아가는 것 말고는... 이 사태를 막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이대로라면 난 당신을 죽이고....

먼 미래에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 사랑하는 이의 피가 묻은 자신의 손을 보고는 미쳐버리겠지.

네메시스! 난 그것이 너무나 두려워!!

난 나의 육체가 당신의 손에 죽는 것 따위는 무섭지 않지만...

나의 사랑하는 이가.. 내 손에 죽고, 정작 내 의식은 꿈속에 잠긴 것처럼 봉인당하는 것이...

그리고 이 사실을 무한한 시간이 지나. 우연과 우연 끝에 의식이 되돌아온다면...

내가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난 너무나 두려워!!! 내 손으로... 당신을 잃게 할 것 같아서 두렵다고!!!”


세레나는 용의 독니를 지면에서 다시 주운 후. 네메시스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세레나!!”


“....윽!!!”


서로가 자신의 손에 서로의 피를 묻히고 싶진 않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어느 한쪽이 죽지 않는 이상. 이 일은 해결되지 않았고, 결정을 내려야하는 시간이 서서히 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세레나는 네메시스의 대답에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말았다.

현재의 자신은 네메시스가 겪을 고통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네메시스가 그녀를 죽이고 나면... 네메시스의 정신은 천 년 전 전쟁 때처럼 피폐해지겠지...

그런 그의 곁에 있을 수가 없다는 점이 세레나는 너무나 괴로웠지만... 이 운명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이곳에서 죽은 후. 현재 세레나와는 다른 기억과 정신을 가진 후대의 존재가,

네메시스의 마음을 잘 달래주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두근! 두근! 두근!!


‘아아... 플로라가 이런 기분이었구나..’


세레나는 가슴이 답답해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플로라처럼 된다고 하면... 네메시스의 곁에 있는 후대의 존재를 보며 무슨 감정이 들까? 비록 같은 영혼일지라도, 기억과 인격은 별개였으니.

그것은 충분히 있을 수가 있는 가정이었다. 하지만 세레나는 과거 플로라가 한 희생을 기꺼이 자신이 하려고 하고 있었다.

확실히 네메시스의 곁에 다른 이가 있다는 것은 괴로웠다. 하지만 그 전에...

그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나도 죽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하지만.... 이대로면... 당신이.... 내 손에....”


“상관없어! 내가 너의 손에 죽더라도....”


네메시스는 용의 독니를 들고 있는 세레나의 두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더니, 자신의 목으로 용의 독니를 가져왔다.


“너만 무사할 수 있다면... 나는 만족해.”


“.....싫어.....싫다고!!! 그런 모습은.... 싫다고!!!! 네메시스!!!”


모든 것을 초연한 태도에.. 세레나는 울컥 눈물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외쳤다. 지금 눈앞의 괴물은... 자신이 그녀에게 죽어도, 그녀만 무사하면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그랬다간 4세계는...!!”


“그곳은 문제없어. 내가 죽더라도 야누스가 뒤를 이을 것이고... 그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해뒀어. 적어도... 야누스가 무사한 이상은 4세계 괴물들은 폭주하지 않아.”


“네메시스는.... 내가 당신을 죽이고, 영원히 고통을 받기를 원하는 거야....?”


세레나는 버림받은 강아지와 같은 눈으로 네메시스를 보며 물었고 이에... 네메시스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세레나는 날 죽이고 싶지 않는 거지?”


“그건 당연하잖아! 이 멍청이가....!!!”


“그렇다면... 같이 이곳에서 살아남자. 세레나...”


“그건 불가능해! 당신도 이 사태가 되면 되돌릴 수가 없다고 나에게 말했잖아!!”


“그건 맞아. 하지만... 세레나...”


네메시스는 세레나를 포옹하였고 그의 체온이 느껴지자.

세레나는 볼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곧 그녀의 귓가로 네메시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세레나는... 가끔 날 너무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아.”


“.....뭐?”


“너의 눈앞에 있는 나는 누구지?”


“그거야... 네메시스잖아.”


“맞아. 나는 주신들에게 최초로 반기를 든 괴물들의 왕이자... 방해되는 것들을 모조리 먹어치우는 탐식의 괴물이지...

난 말이야... 세레나가 생각한 것보다 위험한 존재라고?

나를 적대하고도 살아남은 존재는 거의 없고, 나는 그 어떤 상황에서든. 지금까지 살아온 괴물이야.

나는... 항상 최악의 사태를 준비해오지... 후후훗...”


“........”


네메시스가 무언가... 이상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세레나는 자신의 직감에 위험경고가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치 흩어진 듯한 퍼즐이 모여지는 듯한 감각...


“내가 아까 전에 세레나에게 분명 말했지? 오늘만은... 나를 믿어 달라고..”


세레나는 위험경고가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깨달았다. 지금의 네메시스의 태도는.... 플로라와 네메시스의 사이가 틀어진 ‘그 날’에...

머리들로 이루어진 산에서 플로라에게 사랑을 속삭였을 때와 똑같을 정도의 위험한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즉.... 네메시스는...


“당신... 설마.....”


세레나는 기겁하더니, 네메시스를 밀어내며 물러났고 곧 그가 세레나를 보며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절망에 빠진 네메시스의 모습이 아니라....


“...방법이 있었어?! 당신.... 날 속인 거야?!!! 이 망할 자식아!!!!”


네메시스가 만들어둔 판에... 모든 패가 그의 생각대로 움직였을 때의 반응이었으므로... 세레나는 즉시 격노하여 외쳤다.


“화는 내지 말아줘. 세레나. 이 계획은 언제까지나 플랜B에 속한 것이거든. 나도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야.”


그런 그의 모습에 세레나의 마음속에서... 희망이 퍼져나간다. 세레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네메시스를 노려보았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그것은 나중에 따지겠어! 하지만... 그 전에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정말로 방법이 있는 거야? 세계들에게 지배당한 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을 방법이?”


“그거라면 물론이야. 상황에 따라서는... 둘 다 살아남을 수도 있어.”


아무런 걱정 없이 말하는 네메시스의 모습에 세레나는 입을 벌리더니, 곧 자신의 이마를 부여잡았다.


“허세는 아니지?”


“이 계획이 성공할지는 확실할 수는 없지만... 이것만은 약속해 줄 수가 있어. 세레나가 날 생각해주는 이상..”


쪽!


네메시스는 세레나에게 개구쟁이와 같은 눈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더니, 그녀의 볼에 입술을 맞추고는 뒤로 물러났다.


“세레나가 몇 번이라도 날 죽여도.. 난 언제나 너의 곁으로 되돌아올게.

세계의 지배로부터 세레나가 자유로워질 때까지 말이야... 이건 거기에 대한 약속키스야~♡.”


“당신은... 정말... 바보 같아!!!!!!!!!”


“사랑에 빠진 바보라고 해둘게.”


제우스에게 배웠던 드립을 그대로 써먹는 네메시스였고, 이에 세레나는 할 말조차 없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전의 긴장감이 모두 눈 녹듯이 사라지는 듯한 감각에 그녀는 힘없이 네메시스를 바라보았다.


“정말... 내가 다시 의식을 차리면....”


“난 너의 곁에 있을 거야. 약속할게.”


“흐....흐흐흑!!!”


네메시스의 대답에 세레나는 지면에 주저앉고는 울기 시작하였고 이에 당황한 네메시스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세레나!? 왜 그래!?! 몸에 문제라도 있는 거야!?”


“당신을 걱정했던 내가 바보 같아서 그래!!!!!!!”


“이제 걱정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세레나.”


“.......”


그 능글거리는 모습에 세레나는 눈물을 그친다. 당장 5분전으로 돌아가서, 과거의 자신에게 욕설을 내뱉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면에서 슬금슬금 올라오는 의심에 그녀는 네메시스를 노려보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단순히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은 아니지?”


“물론이야. 다만 이 계획을 선사시키기 위해, 한 가지 중요한 부탁 있어...”


“...뭔데?!!”


네메시스의 얼굴에 먹구름이 몰려들자. 세레나는 황급히 놀라 네메시스에게 물었고.

이에 그는 뜸을 들이더니, 자신의 볼에 손가락을 가져가 긁적였다.


“그건.....”


“?”


대체 무슨 문제이길래. 네메시스의 얼굴이 저렇게 어두워지는 것인가?

세레나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며, 네메시스의 입을 볼 수밖에 없었고. 거기서 나온 말은....


“‘사랑해~ 여보♡’라고 한 번만 불러줄 수 있어? 세레나?”


“...당신이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내 손에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아니! 그냥 지금 내 손에 죽어버려!!!”


세레나는 화풀이 하는 듯이 네메시스에게 위협사격을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화살들은 네메시스를 빗나가. 그대로 지면에 박혔다.


“진짜 중요한 거라서 그래!”


“...어떤 면이?”


“안 불러주면 나의 계획이 실패해버려서. 난 세레나의 손에 죽을지도....”


네메시스가 순식간에 시무룩해지더니, 땅바닥을 손가락으로 긁고 있다. 그 모습에 세레나는 기가 막혔다.


“자신의 목숨으로 나를 협박하지 마! 이 망할 자식아!!!”


어이가 없었다. 지금 곧 세레나의 손에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런 농담이라니.

하지만 네메시스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고개를 돌리더니, 세레나의 딴죽에 대답해줬을 뿐이었다.


“흐흠! 농담이 아닌데...”


“.....알겠어! 하겠다고!! 사랑해~ 여보♡! 됐어!? 됐냐고!?!?!!! 네메시스!!!”


“바로 그거야! 음음! ‘여보! 부디 무사히 돌아와 줘! 그...그러면... 부.. 부끄러운 일도 해줄 테니까!’

이런 대사도 좋을 지도? 그럼 더욱 힘이 나서...”


“그딴 부끄러운 대사를 나보고 하라니! 그냥 나가 죽어라! 네메시스!!!! 제발!!!”


“...농담이야.”


이제는 딴죽 걸 힘도 없었다. 세레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표정으로 용의 독니를 손에서 놓아버리고 말았고,

그걸 본 네메시스는 용의 독니를 집어 들었다.


“그러니... 나보고 세레나를 죽이라는 말을 하지 말아줘.

그 어떤 상황에서든..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고...

난....”


네메시스는 세레나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그 어떤 장애물이 우리 사이를 방해하든 간에... 모조리 뚫고 지나갈 자신이 있는 괴물이라고? 그러니 날 믿어줘.

내가... 반드시 세계들로부터 세레나를 구해낼 테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알겠어. 하지만...”


“하지만?”


“만약에 의식이 깨어났는데. 당신이 내 손에 죽어있으면... 내가 당신을 무덤에서 꺼내서,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야. 알겠어?”


귀여운 협박에 네메시스는 쿡쿡 하고 작게 웃었다.


“후후. 알겠어. 하여간 세레나는 부끄러움이 많다니까? 걱정이 된다면 걱정한다고 말하면 될 텐데...”


“....정말... 당신은.... 너무 싫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되어가는 세레나를 보며, 네메시스는 장난기어린 모습으로 그녀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네메시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윽!!!! 아악!! 아아아아아앗!!!!!”


“......”


세레나로부터 갑자기 조화가 폭주하는 듯이 하늘로 치솟아. 거대한 기둥과 같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통에 울부짖으면서도 슬픈 눈으로 네메시스를 바라보았다.


“이제.... 정말로 시간이 없어... 유예시간이.... 그러니까.... 네메시스....”


세레나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네메시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며, 눈을 감았다.


“당신을 사랑해...”


파아아아앗!!!!!!!!


조화가 분출되고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네메시스는 마지막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아두려는 듯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것을 지켜보았고 이에 그의 피부가 검게 타들어갔지만 그는 날개들로 자신을 감싸며 최대한 버텼다.


“잘 자. 그리고 다시 만나자. 세레나...”


마지막까지 미소로서 그녀를 배웅해나간다. 그의 모습을 본 듯이 세레나 또한 편안해져갔고...


콰직!


한 순간. 화산처럼 분출되던 조화가 실이라도 끊어지는 듯이 멈추어버리더니, 그녀는 네메시스를 향해 녹슨 기계처럼 고개를 돌렸다.


“악성 확인... 제거 시작.”


“........”


더 이상 감정이 남아있지 않는 듯한 무미건조한 말. 그것은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아서 네메시스는 서글픈 눈빛을 했지만. 곧 한 순간에 모습이 사라진 세레나를 보며 급히 머리를 숙였다.


끼이이익!!!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데도 당장 그의 육체가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은 충격이 휩쓴다.

공격이 빗나간 세레나는 자신의 공격을 피한 네메시스를 내려다보았다.


“소멸해라.”


“망할! 이것만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네메시스와 세레나의 주위로 스파크와 함께 녹색의 빛이 순식간에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황급히 오른손 주먹을 쥐더니 외쳤다.


“카르마 시스템! <텔레포트>!!!”


오른손의 손등에 붉은 문신이 순식간에 새겨져나가더니, 불길한 붉은 빛이 주위로 폭사한다!!!

그것과 조화가 이곳 전체를 채운 것은 동시였고,

잠시 뒤. 조화가 사라진 이후. 세레나는 사라진 네메시스를 찾는 듯이 주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악성 종양의 도주 확인. 탐지 시작....”


“아아! 날 그렇게 찾을 필요는 없어. 세레나. 아니 이제 세계들의 꼭두각시라고 해둘까?”


네메시스는 세레나의 앞에서 약 20m가량 떨어진 곳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능글거렸고 그걸 본 세레나는 바로 몸을 숙였다.

그녀의 다리가 고양이과로 야수화 되는 것은 한 순간.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외쳤다.


“카르마. 너의 왕으로서 ‘명령’한다! 당장 내 곁으로 와줘!!!”


세레나가 도약하는 순간. 그녀의 발밑으로 크레이터가 생성되더니 주위로 퍼져나갔고,

그녀의 몸 주위로는 조화 속성이 파지직! 거리며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부딪히기만 해도 네메시스는 그대로 갈려나가는 상황.

하지만.... 카르마는 오지 않았다. 그러자 네메시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이!? 카르마! 너의 왕이 지금 죽게 생겼다고?”


네메시스의 얼굴이 박살나기 2초전. 세레나가 지나간 자리로 녹색의 궤적만이 남았고,

그 어떤 것도 그녀에게 범접하지 못한 것처럼 조화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밀려나간다.

네메시스의 코앞에 도달하는 순간. 세레나는 모든 힘을 담아 네메시스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고...


“...그렇게 소리치지 마. 네메시스. 당신이 날 부른 이상. 나는 어디서든 당신의 곁으로 나타나니까.”


곧 자신 스스로가 주먹의 궤적을 바꾸었다.

본래라면 네메시스를 제거하기 위해, 남의 피해 따위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정상. 하지만 세레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4세계?”


등 뒤로 나뭇가지와 같은 것이 뻗어 있는 인간 여인형상의 괴물. 그녀는 네메시스의 부름에 4세계에서 1세계로 넘어와.

그를 보호하는 듯이 세레나의 앞을 막아섰고, 그러자 세레나는 공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1세계, 2세계, 3세계의 ‘대표자’로서, 4세계를 뵙습니다.”


‘대표자’란 세계들의 일을 대신해주는 도구. 그렇기에 그것들은 세계에 해를 끼치면 안 되었고,

4세계 본인의 아바타인 서열 10위 괴물. ‘카르마’. 또한 직접적으로 손대면 안 되었다.

문제는... 어째서 네메시스가 그녀를 부를 수가 있는가? 세레나의 눈동자가 질문하는 듯이 네메시스를 향했다.


“세계들의 단순한 꼭두각시인 너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겠지. 하지만....”


네메시스는 자신의 오른손에 드러난 붉은 문신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나의 현재 지위인 4세계의 왕이란 지위는 4세계가 ‘대표자’라는 지위를 뜯어고쳐서 만든 거라서 말이지.

요컨대. 나도 너와 같은 ‘대표자’이기도 해. 물론... 나는 4세계 하고만 계약했지만 말이지.”


그렇다. 과거에 4세계에서 일어난 야누스와 네메시스의 세력 전쟁의 목표였던 왕이란 지위는, 4세계 본인이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고자. ‘대표자’란 지위를 뜯어고쳐서 만든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현 네메시스는 4세계의 ‘대표자’이기도 했다.

물론 시스템을 워낙 뜯어고치다보니, 원형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


세계들의 꼭두각시로 변해버린 세레나의 공격을 억제할 수는 있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굳어버린 세레나의 모습에 네메시스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만약 인식하지 못하고 공격을 재개했으면, 이곳에 소환된 카르마나 자신이나 사이좋게 죽을 판이었다.

그는 카르마를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4세계도 지금 꽤나 시끄러운 일이 있어서.. 조금 응답에 늦었어.. 게다가...”


“...게다가?”


“맛있는 것을 먹을 수가 있었는데. 왕. 당신 때문에 두고 와버렸어...”


카르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입에 흘러나오는 군침을 손으로 닦아냈다.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태초의 나와 맺었던 계약을 무시하고, 식사하려다가 겨우 오셨다?”


“...미안해. 하지만 당신의 곁으로 소환되는 것은 막대한 에너지를 낭비한단 말이야.”


카르마는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네메시스가 야누스에게 승리하고, 왕이란 지위를 얻었을 때부터 계약에 따라 자신은 네메시스가 부르면 바로 달려와야만 했다.

하지만.... 종말자들의 ‘코어’라는 것이 그녀에게 워낙 맛있어 보여서 말이지...

이 때문에 미련이 남은 카르마는 뒤늦게 도착하였고 네메시스는 계산을 벗어난 그녀의 식욕에 그대로 죽을 뻔했다.


“...지금 상황은?”


“플로라가 네 형제자매들의 손으로 떨어졌고, 현재 날 이렇게 죽이려고 하고 있지.”


“...이해했어. 당초 계획의 플랜B 상황이네.”


네메시스가 플로라를 찾기 위해 1세계로 가기 전. 4세계. 그 자체인 카르마에게 미리 예상해둔 위기상황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지금과 같은 사태였다. 카르마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널 급히 이곳으로 불렀지. 보통 상황 같았으면 부르지도 않았어.”


네메시스는 그 말을 끝으로 세레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네메시스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려고 하다가 곧 멈추어서는 것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었고 이에 그의 눈이 좁혀진다.


“세계들도 세레나의 이상을 눈치 챈 이상. 바로 그녀에게 손을 쓰기 시작할 거야.

그러니 선수를 쳐보자고. 어이! 세레나! 아니 플로라라고 불러줄까? 꼭두각시!”


“....말해라. 세계들을 위협하는 악성의 종양이자, 4세계의 대표자.”


죽이고 싶어 하는 충동을 겨우 억제하는 듯한 말. 그 말 아래에 깔려있는 살기에 네메시스는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세레나의 얼굴로 저딴 말을 내뱉는 다라... 악취미군.’


“너를 대표자로 세운 세계들에게 전해라. 당장 이리로 와서, 우리들과 대화를 나누자고!

4세계의 권한과 대표자인 나의 권한이면 그 정도는 가능할 텐데?”


으득!


“그 말을 세계들에게 전하겠다... 승낙이 떨어졌다. 곧 이곳으로 오실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세레나의 두 눈동자에 생기가 사라졌고, 그 모습에 카르마는 네메시스에게 물었다.


“사랑하는 이가 저렇게 되어버렸는데. 기분이 어때? 나의 왕?”


“아아. 아주 더러워. 1세계와 2세계, 그리고 3세계까지 이딴 일을 계획한 것을 생각하면....”


네메시스의 눈이 카르마의 눈과 마주친다.


“모두 너처럼 망가트리고 싶군.”


“이런... 그 말에 마음의 상처받았을 지도.”


“너에게 마음의 상처는 얼어 죽을.”


“왕이나 나나 타락할 대로 타락한 존재들이니까. 후훗. 그래도 당신의 말에는 찬성이야.”


카르마는 힐끔! 세레나의 뒤편을 바라보더니 뒷말을 이었다.


“나는 죽기 직전까지 갔었지만. 나의 다른 자매들은... 주신들의 보살핌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왔으니까 말이지.

그런 나의 자매들을 망가트리면 나의 배고픔도 해소 될 것 같은데...”


카르마는 감정이 거의 없는데도, 유달리 자매란 부분에 증오심을 드러냈고 이에 네메시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자자! 손님이 오니까. 얼굴을 풀어. 카르마! 이제... 형제자매들의 감동의 상봉시간이니까 말이지.”


“나에게 형제는 없어. 네메시스.”


“?”


끼이이익!!!


“모든 세계들을 뵙습니다.”


세레나의 뒤편에 있는 공간이 열린다. 그곳에서 인영들이 걸어 나오자. 세레나는 그들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갖추었고 그들을 본 카르마는 이죽였다.


“전부 자매들인 언니들이지.”


“저게... 정말로 너의 언니들?”


“응....”


터벅. 터벅.


그곳에서 걸어 나오는 3명의 인영에 네메시스는 경악한 듯이 카르마에게 되물었고,

눈앞의 상황을 믿지 못하는 네메시스의 모습에 카르마는 사실이라고 알려주었다.

네메시스가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가? 그 이유는....


“주신이 없는 4세계가 살아있다니... 이런 일은 상상조차 못했어.”

“악성의 존재가 그녀의 ‘대표자’. 이건 확인이 필요...”

“대표자라도 악성은 반드시 죽어야만 해!”


“....입이 참 험한 꼬마들이네. 저게 너의 언니들이라니, 놀라운 걸?”


엘프 형상의 아바타로 걸어 나오긴 하는데... 전부 4살 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들로,

전부 암컷의 껍데기였고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믿을 수가 없었다.

4세계인 카르마는 몸매가 잘 빠진 성인의 모습인데. 어째서 다른 세계들의 아바타는 저 모양인가?

이 놀람에 카르마는 설명해주었다.


“저것이 정상인 모습이야. 반면에 나는 멸망당하기 직전. 생존의 욕구로 빠르게 지능을 발달시켜야만 했어.

그것이 저 언니들과 나의 차이.

우리 자매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창조주의 영향을 받아. 이렇게 여자의 형태이지만.

정신 연령을 제각각. 나를 제외한 1세계가 그나마 성장한 편일 걸?

1세계는 천 년 전에 네메시스의 영향을 직접 받다보니, 생존욕구가 나처럼 자극을 받았을 것이거든.”


“그렇군. 그럼 맨 앞에 그나마 큰 아이가 1세계인가...?”


주신의 부재로 멸망당할 뻔한 4세계는 살기 위해서 지능을 발달시켜 머리를 굴려야만 했고,

그 결과. 그녀보다 오랫동안 살아온 다른 세계들보다 발달 정도가 높았다.

반면에 다른 세계들은 주신들이 에너지 공급을 다해주기 때문에 생존에 대한 위협이 없었고,

워낙 세계라는 개념이 크다보니, 성장 속도도 느렸다.

물론 치근에 네메시스란 존재의 등장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았지만... 그것은 그녀들에겐 찰나의 시간.

그러다보니 그들은 모두 4살 정도의 어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런 놈들에게 목숨을 위협받았다니, 내가 이러려고 이 계획을 세웠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


“닥쳐라! 4세계의 대표자. 우리들의 자매가 아니었으면, 넌 바로 죽었어!”


1세계와 2세계, 그리고 3세계의 아바타들은 모두 네메시스를 갈아 마실 것 같은 눈빛으로 살의를 드러내고 있었고,

그 꼬마들의 곁으로 세레나가 서자. 네메시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이런! 나는 너희들에게 미움을 받을 짓은 하지 않았는데...”


“너는 우리들에 있어서 반드시 제거해야하는 악성! 우리들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너를 살려줄 거라 생각했느냐!!!!!”


확실히 네메시스는 저 세 명을 정말로 죽일 수도 있었다. 천 년 전만 하더라도, 네메시스가 켈렌트의 성지인 드림랜드를 빼앗아. 다른 세계로 검은 피를 퍼트렸으면... 저들은 껍데기만 남은 상태로 내용물이 모두 네메시스의 뱃속에 갔겠지.

그 전에도 그들의 눈의 가시였던 검은 피였으니, 이번 기회에 네메시스를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거겠지. 그래... 세레나가 그들을 인식하고 접촉하는 순간에 말이다.


“그래. 너희가 나를 죽일 수는 있고?”


“플로라!”


네메시스의 물음에 그들의 앞으로 세레나가 나섰고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뒤로 물러섰다.


“농담이야. 싸울 거면 애초에 너희들을 부르지도 않았겠지.”


“본론을 말해라! 4세계의 대표자!”


네메시스가 4세계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상대해주고 있을 뿐인 1세계는 증오가 드러나는 목소리로 그에게 외쳤고,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냉소를 지었다.


“우리 4세계 측과 협상을 하자.”


“불허! 무조건 널 이곳에서 죽여주마!”


“내가 4세계의 ‘대표자’인 이상. 협상의 내용 정도는 들어줄 수가 있을 텐데? 응?”


네메시스의 말에 세계들이 이를 갈고, 그녀들의 시선이 카르마를 향했다.


“이런 악성에게 대표자란 지위를 넘겨주다니, 무슨 짓이냐! 자매여!”


“네메시스는 정당하게 나의 대표자란 지위를 얻었어. 이 점은 너희 자매들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야.”


으드드득!!!!


“관리하는 주신이 없는 네가 어떻게 살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자매로서 살아있는 것은 진심으로 축하할게.”

“만나게 되어 반가워. 4세계.”


적대적인 1세계를 제외한 다른 세계들은 카르마에게 꽤나 우호적인 젝스처를 했지만 카르마는 묵묵히 그녀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비록 저들이 자신과 같은 세계라지만 그들은 결코 자신이 겪었던 일 따위는 이해하지 못하기에... 오히려... 그녀의 왕인 네메시스가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겠지.

카르마는 네메시스의 팔에 달라붙으며 그녀들을 보았다.


“기분 나빠.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어. 부탁해. 나의 왕.”


“내가 너의 기대를 실망시킨 적이 있던가? 카르마?”


“없지... 그래... 한 번도 없었지. 나의 사랑스러운 왕...”


대표자란 지위는 분명 세계들의 도구에 가깝다. 하지만 카르마는 오히려 네메시스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카르마의 모습에 다른 세계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다면 나의 제안을 받아들여주는 거지?”


“자매의 얼굴을 봐서.. 일단은 그러지...”


세계들은 네메시스를 보며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겨우 대답해주었고 이에 네메시스는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장소를 옮길까?”


네메시스가 손을 튕기자. 그의 뒤편으로 그의 아공간이 열렸고 그는 1세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이 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수틀리면 이 1세계가 파괴되겠지. 안 그래?

그러니 다른 세계들과 격리되어있는 나의 아공간에서 이번 일을 끝내자고.

나도 여기에 피해를 주긴 싫으니까 말이지. 안 그래? 1세계?”


협상 결과. 결렬되면 네메시스와 세레나는 바로 이 자리에서 서로 죽이고 죽여야 할 것이고,

그 결과. 피해는 고스란히 1세계에게로 가버린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1세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세계들은 즉시 반발해서 외쳤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저곳으로 들어가지?”


“그럼 한 명이 먼저 가서 확인해보든가. 저곳의 안이라도 너희들의 불멸성과 힘은 고스란히 사용이 가능하니 문제없어.”


네메시스의 말에 세계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먼저 2세계가 그곳에 들어가 확인하였고.

곧 그녀는 네메시스의 아공간에서 빠져나와. 다른 자매들에게 알렸다.


“내부에 있는 것은 하나의 원시행성뿐. 확인결과. 함정은 아니야. 힘의 사용도 원할. 넓이는 작은 항성계 정도.”


“그럼... 너의 제안을 따르지. 하지만 허튼 수작을 부릴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4세계의 대표자!!”


“우리는 언제라도 너를 죽일 수가 있어!”


세레나의 힘을 믿고 세계들이 협박해오자. 네메시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확실히 세레나의 조화의 힘은 위협적. 그녀 혼자서도 카르마와 네메시스를 쉽게 제압할 것이고, 주신급 신체능력을 가진 세계들의 아바타도 3명이나 모여 있었다.

거기에서 나오는 자신감들이겠지. 하지만 네메시스는 두려움이 없었다.


“내가 죽어서 그녀를 해방시킬 수만 있다면... 상관없겠지...”


“...당신은 죽으면 안 돼. 그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야. 사랑스러운 나의 왕.”


“세레나에게 불륜으로 오해받을만한 대사는 하지 말아줘!! 그건 후일이 감당이 안 된다고!!”


네메시스는 능청스럽게 농담을 해보았지만. 세레나의 얼굴은 무표정 그 자체.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입술을 씰룩였다.


“정말.... 짜증나군.”


“이쪽도 마찬가지야.”


세계들은 네메시스의 제안대로 그의 아공간으로 들어가며 그렇게 말하였고 끝으로 세레나와 카르마까지 사라지자.

네메시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세레나를 저렇게 만든 저 빌어먹을 꼬마들과 협상해야한다는 현실이 짜증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세레나를 구할 수만 있다면야....


“제우스?!”


겨우 쫓아온 제우스가 도착하자. 네메시스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멈추어 세웠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방금의 힘의 기둥은 뭐고?”


“세레나가 세계들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렸어. 그리고 여차저차해서 지금 나를 죽이려는 세계들과 협상하려고 하고 있어. 아마... 이 협상이 격렬 되면 세레나와 싸워야만하겠지...”


“네메시스. 너의 승산은?”


“0%. 현재의 나로선 싸우면 절대 못 이겨.”


“.......”


“그러니 세계들에게 말귀가 들어가길 빌자고. 제우스.”


“나도 같이...”


“이건 나와 세계들의 문제야. 주신은 방해가 되면 됐지. 도움은 안 돼. 상대는 9번째 주신. 조화의 주신이라고.”


제우스가 에너지 공급으로 2세계를 협박해본다고 하들. 현재의 세계들은 세레나를 이용해서.

제우스를 강제로 봉인해놓고 에너지를 뽑아내는 기계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니 제우스는 같이 오지 않는 것이 나았고 게다가...


“너는 내일 말리고스가 부활하면. 그에게 이 사태를 대략적으로 설명해줘야 하잖아?”


“지금 네가 세레나의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래.”


“...........”


네메시스의 말에 제우스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더니, 곧 다가와 네메시스를 포옹했다.


“죽지마라. 네가 죽으면 손해 보는 놈들이 한두 명이 아니니. 특히 네 일행들은... 울음을 터트릴 걸?”


“나도 곱게 죽을 생각은 없어.”


“그래... 너는 그런 괴물이니까... 그러면 살아서 다시 보자고. 네메시스.”


제우스는 그 말을 끝으로 뒤로 물러서더니, 네메시스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네메시스 또한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몸을 돌렸다.

이제... 저 아공간에서 모든 세계들과 협상할 시간이었다.

네메시스가 자신의 아공간 안에 들어서자마자. 하늘에서 내려온 새파란 풀잎이 그의 볼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흉흉한 얼굴을 한 세계들이 네메시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들에 네메시스는 손뼉을 쳐. 아공간 한 구석에 있는 원형 탁자를 자신의 앞으로 소환하더니 그곳에 딸려온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다른 세계들을 훑어보았다.

하나 같이 네메시스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모습에 네메시스는 화사하게 웃어주었다.


“의자에 앉아. 이제 협상을 시작하지...”


그렇게... 세레나와 네메시스. 둘의 운명을 가르게 될 협상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카르마 시스템이 처음 사용된 곳은 고대 유적지에서 네메시스가 사라에게서 탈출 할 때입니다!

현재 네메시스가 사용하는 것은 미완성으로, 언젠가 완성된 형태로 언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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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제 387화 어둠의 주신과 부관. +2 22.08.22 40 3 15쪽
387 제 386화 오메가의 수업. +1 22.08.22 34 4 21쪽
386 제 385화 평화를 위한 길. +1 22.08.22 42 4 25쪽
385 제 384화 이계의 손님들. +1 22.08.22 40 3 26쪽
384 제 383화 어느날 갑자기 불멸자와 괴물이 날 찾아왔다?! +1 22.08.22 39 3 36쪽
383 제 382화 종말자와 괴물. +1 22.08.02 45 3 25쪽
382 제 381화 폭풍 전의 고요함. +1 22.08.02 31 3 22쪽
381 제 380화 마리에게 다가오는 악몽. +1 22.08.02 33 3 33쪽
380 제 379화 타락한 존재들의 회의. +1 22.08.01 48 3 34쪽
379 제 378화 공동의 목적. +1 22.07.12 35 3 23쪽
378 제 377화 비스트들의 여왕의 탄생. +1 22.07.12 39 3 39쪽
377 제 376화 최흉의 비스트. 칼리. +1 22.07.12 35 2 40쪽
376 제 375화 4세계의 심연 속. +1 22.07.12 47 3 30쪽
» 제 374화 비극적인 운명. +2 22.07.11 30 3 38쪽
374 제 373화 잔혹한 현실. +1 22.06.22 34 3 19쪽
373 제 372화 추락하는 악마. +1 22.06.22 33 3 25쪽
372 제 371화 제 3세력. +1 22.06.21 47 3 38쪽
371 제 370화 말리고스. 처참하게 죽다. +1 22.06.08 35 3 35쪽
370 제 369화 눈에서 빔!!! +1 22.06.08 42 3 28쪽
369 제 368화 천 년 전 영웅들의 재림. +1 22.06.08 37 3 38쪽
368 제 367화 악마에 맞서는 필멸자들. +1 22.06.08 27 3 31쪽
367 제 366화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S.N.S.) +1 22.06.07 26 3 27쪽
366 제 365화 까마귀와 괴물. +1 22.06.07 25 3 30쪽
365 제 364화 세계수 내부에서의 술래잡기. +2 22.05.20 28 3 36쪽
364 제 363화 말리고스의 구출. 하지만... +1 22.05.20 26 3 22쪽
363 제 362화 괴물들의 왕의... 도주? +1 22.05.20 29 3 26쪽
362 제 361화 악마를 사냥하기 위해 날개를 펼치다. +1 22.05.20 23 3 27쪽
361 제 360화 괴물들의 왕에게 맞서다. +1 22.05.19 28 3 41쪽
360 제 359화 야누스의 경고. +2 22.05.04 36 3 24쪽
359 제 358화 대재앙을 막아내다. +1 22.05.04 31 3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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