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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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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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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7
추천수 :
383
글자수 :
230,487

작성
21.04.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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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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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2쪽

[제4장] 거슬리는 놈은 마음 가는 대로 벤다-03

DUMMY

“그건 염려 마시지요. 다만 저희가 바로 밑 빠진 돈주머니라서 말입니다. 그만한 일을 시키시려면 돈이 좀 깨질 걸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대신 능력은 보장합죠.”

정면으로 살기를 마주함에도 불구하고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무슨 야바위꾼이라도 되듯 말하는 아이즈의 모습에,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살기를 지우곤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후후후. 염려 말게나. 지시한 일만 잘 처리할 수 있다면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네.”


그러면서 나는 미리 아공간에서 꺼내둔 보석 몇 개를 그에게 내밀었다. 재무관에게 준 것과 동일한 수준의 물건이기에 그 값어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다.


과연, 그 보석들을 보는 순간, 돈에 목말랐던 아이즈의 두 눈이 뒤집혔다. 그는 누가 뺏어가기라도 하는 듯, 재빨리 내 손에서 보석들을 채갔다.


“호오, 당장 며칠 후에 먹을 것도 없다고 알려졌는데 역시 다른 주머니가 있었군요. 최근 동향이 이상하다 느끼고는 있었습니다. 그 구두쇠 재무관 나리가 그렇게 펑펑 써대는 것을 보고 세상 종말이 이제 얼마 안 남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그건 아니었나 보군요. 하여간 덕분에 용돈 좀 받아 쓸 수 있겠군요. 이렇게 손이 크신 걸 보니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습니다.”


보석들을 연방 주무르며 복면을 뒤집어쓴 뺨에 비벼대는 추태를 보이면서, 내게 용돈이나 타 쓰겠다는 그의 말에 참지 못하고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후흐흐, 그 사람 참. 농담하고는.”


그 후로, 나는 아이즈와 더불어 많은 것을 의논했다. 앞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그가 무엇을 중점으로 정보를 수집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영지의 발전을 이루고 그에 맞게 발맞춰나갈 것인지를.


의논이 끝난 후에는 나름대로의 특훈이 시작되었다. 그와 같은 은밀한 그림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수준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다 거기서 거기인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은밀한 동작들도 죄다 허점으로 보이니 어찌 그냥 보낼 수 있단 말인가. 물가에 내놓은 애 같아 도저히 놔줄 수 없었다.


결국 아이즈는 날밤이 새도록 이를 갈면서 내 특훈에 따라 몇 가지 수법과 무기술을 익혀야 했고, 핏발 선 눈 밑에 다크 서클이 그려져서야 오늘 훈련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나는 밤새도록 시달린 데다 수면 부족으로 처절한 살광이 타오르는 아이즈의 눈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이제 매일 밤 나를 찾아오게. 보고는 언제나 오늘처럼 밤에 하도록. 더불어 자네에게 특훈을 시켜줄 테니 꼭 찾아오게. 하루 배운 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으니. 아, 참고로 말하는데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언데드라서 잠을 안 잔다네. 그러니 날밤 새울 각오를 하고 찾아오도록. 그리고 경고하겠는데, 안 찾아오면 내가 찾아갈 테니 도망갈 생각은 지우는 게 좋을 걸세. 이미 자네의 기운은 내가 파악해놔서 이 일대 어디에 숨든 찾을 수 있거든.”


“으아악! 나 그만둘래!”


뭐, 녀석의 마지막 괴성은 잊어버리기로 하자. 나름대로 유쾌한 밤이었어. 후후후.



* * *



아이즈를 만난 후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영지 발전 계획은 제법 순조롭게 진행되어갔고, 징집이 완료된 병력들은 훈련에 돌입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하나 순풍을 단 듯 일사천리로 수직상승하고 있는 영지의 흐름은 단 하나의 문제로 인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전부터 예상하던 사건이 급기야 터지고 만 것이다. 그것은 트로미온 영지에 이웃한 십여 개 성의 영주들이 일제히 사신을 보내온 일인데, 그들이 사신을 보낸 목적이 결코 호의에 의해서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명목상은 취임에 대한 축하 사절이라 포장되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주변으로 넓게 확장된 클레어보이언스는 그들의 목적을 파악해 보고해왔다. 예상하던 바였던지라 놀랄 것까지는 없지만 그저 치미는 분노와 더불어 씁쓸한 감정이 감돌 따름이다.


“이미 아이즈에게 보고는 받았었지만 막상 닥치니, 거참.”


“승냥이 떼는 어딜 가나 존재하는 법이죠. 그런 거에 일일이 신경 쓰고 살면 제명에 못 죽지요.”


“······.”


별것 아니라는 듯 말하는 아이즈.


나를 믿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능력이라면 본가가 망해도 먹고살 자신이 있어서인지 꽤 태연하군.


“웃기는 놈들이군. 나란 존재가 출현함으로써 이제 영지가 어느 정도 정상화될 조짐이 보이자, 더 늦기 전에 선전포고하겠다라······.”


어쨌든 언제고 부딪쳐야 할 일이니 아이즈 말대로 그리 신경 쏟을 필요는 없지. 그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할 뿐.


뭐 그렇다 해도 결론은 쓸어버려야겠다는 정도겠지만.


그저 녀석들의 만용에 혀를 차며 감탄해줄 따름이다. 파멸의 지옥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볼 눈깔도 가지지 못한 불쌍한 놈들.


쯧쯔······. 이래서 사람들이 넓은 세상을 보고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들 하지.


화륵!


마나가 손에 집중되는 순간, 쥐여진 서류가 깔끔하게 불길에 타올라 재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그것은 마나와 마나를 서로 마찰시켜, 그 마나를 연료로 태우며 일어나는 불꽃.


그것을 본 아이즈가 새삼 놀랍다는 듯 쳐다보며 탄성을 지른다.


“우와, 마나 번(Mana Burn, 삼매진화)! 역시 마스터답군요.”


음, 이걸 그렇게 부르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말이지.


하여간 그렇게 감탄할 만한 기술은 아닌데. 닿는 것은 모두 사를 정도로 화력은 좋은데, 마나 소모에 비해 효율은 낮거든.


하나 화염계 마법을 사용할 때 약간 섞어 사용하면 그 효과는 지대하다. 아마도 헬 파이어라는 8클래스 궁극계 마법은 바로 이런 원리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그거 저도 가능합니까?”


아이즈가 어울리지 않게 복면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물었다. 그것은 나로서는 심히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아무래도 300년 전에 먹었던 것이 다시 올라올 듯한 느낌.


나는 못 볼 것을 본 듯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왜, 배우고 싶나?”


“물론이죠. 야영할 때 불 피우는 것도 간단해질 테고, 횃불도 굳이 필요 없을 것 같더군요. 그러니 아껴두지 마시고 소중한 수하에게 공개하시죠.”


내 표정을 보고도 용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요구하는 아이즈. 거참, 당당히 요구하는 태도도 그렇지만, 마나 번의 사용 용도가 참 다망하시구먼.


그건 그렇고 점점 더 이 녀석이 정보단체의 수장이 맞는지부터가 의문이 드는데?


“그럼 오늘 밤부터는 훈련을 두 배로 늘려야겠군.”


녀석의 치근댐을 견디다 못한 나의 최후통첩에 녀석은 당장에라도 각혈이라도 할 듯한 모습으로 고성을 내질러댔다.


“켁! 어떻게 말이 그렇게 되는 겁니까!?”


“진 마스터에 접어들면 가능할 거다. 그러자면 훈련을 늘릴 수밖에. 코피 쏟을 각오는 하는 게 좋겠지. 어때? 정보계를 주름잡는 최초의 진 마스터, 구미가 당기지 않나?”


“제가··· 포기하죠. 지금도 충분히 쏟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자주 어지러워서 빈혈이 아닌가 싶을 정돈데. 아아, 이거 몸보신이라도 해야······. 듣자하니 놀 새끼 푹 고아서 먹는 게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아, 그러십니까?


나는 혼자서 엄살을 떠는 녀석을 애써 무시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 그래. 무시, 무시. 이런 녀석은 무시해버리는 게 좋아. 저 녀석에게 대꾸해주면 나도 ‘바보’병이 옮는다.


젠장, 지금 내가 뭐 하는 거지?


* * *


다음 날이 되었다. 나는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아니 불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다.


아이즈가 보고한 사신단은 어젯밤에 도착해 하룻밤을 머문 상태다. 날이 밝았으니 최소한 만나주기는 해야 할 터였다. 물론 그들의 불순한 의도는 알고 있지만, 안 그런다면 형식 절차의 법도를 무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게 또 의외로 골치 아픈지라, 왕의 귀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시빗거리기 된다. 그냥 사소한 것은 절차대로 진행하고 기분대로 처리하는 게 좋겠지.


나는 회의실에 둘러앉은 가신들을 앞에 둔 채 약간 일그러진 얼굴로 낮게 읊조렸다.


“어찌되었든 형식적 절차상 그 뻔뻔한 면상들은 한번 봐야겠지?”


“······.”


나의 가라앉은 기분을 느꼈는지, 가신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들조차도 소리 없이 분노하고 있을 터였다.


이미 아이즈가 보고한 내용은 그들에게도 알려졌다. 그러니 대륙 최고였다는 트로미안 가문의 가신으로서 자존심으로 먹고 살아온 그들에게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겠지.


이윽고 사신단 일행이 회의실에 도착했다. 그들은 대충 40여 명 정도 되었는데 아마 서로 짜고 움직이기라도 한 듯, 30여 개 영지의 인원이 전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작위가 높은 영지 로엔트 백작의 사신으로 온 자가 일행 앞으로 나섰다.


“로엔트 영지를 비롯한 20여 개의 영지 사절단 대표 간프 하락스가 트로미온의 지배자께 인사 올립니다.”


공손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


일반적인 경우라면 참으로 기개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불순한 목적을 알고 있기에 그저 이맛살을 찌푸릴 뿐이다.


“후, 아예 지들끼리 다 단합했다고 대놓고 함께 오는군. 그래,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이번에 영주로 취임하신 데이스 덴 트로미안 님께 축하의 인사와 함께 저희 영지연합에서 드리는 축하 서신입니다. 받아주시옵소서.”


혀는 제법 매끄럽군. 하긴 그 더럽고 날카로운 혀로 영주들에게 아부는 제법 했겠지.


더구나 녀석의 눈동자로 보이는 교활함과 비열함은 역겨울 정도로 선연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주인이라 해도 기회가 된다면 서슴없이 등 뒤로 칼을 밀어 넣을 수 있는 자. 바로 이자가 그런 자이리라.


“후, 무슨 내용일지 보기 겁날 정도군.”


나는 시종이 건네다 주는 두루마리 서신을 받아 펼쳤다.


뭐, 내용은 예상한 대로였다.


온갖 자극하는 말과 시건방짐의 도를 넘어서는 오만이 뒤섞인 말들의 유희. 그저 코웃음 칠 거리도 되지 못하는 쓰레기들의 나열이다.


나는 그저 무감정한 얼굴로 이를 훑어본 후 시선을 들어 간프라는 놈을 향했다.


“축하 사절이라는 것들이 마땅한 선물도 없이, 들고 온 건 고작 협박인지 희롱인지 알 수 없는 이 형편없는 종잇조각이 전부인가?”


그러자 녀석은 빙글빙글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띠며 입을 놀렸다.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하실 것까지야······. 서로가 좋은 길이라 생각됩니다. 윈윈 게임이죠. 선물이야 일이 좋게 해결되면 풍부하게 보내드릴 예정입니다만.”


축하사절단이 아니라 선전포고단이란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떠들 줄이야.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건 기대했던 것 이상이군. 아예 박 터지게 싸우고 싶다고 직설적인 말을 듣는 게 더 낫겠어.


“큭, 어이가 없군.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라······. 어떤 점에서 그렇다는 게냐?”


“트로미온은 평화를 유지할 수 있고, 저희는 풍요로운 땅을 손에 넣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


그리도 뻔뻔한 녀석의 말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도대체가 무슨 간을 씹어 먹었기에 사지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저리 행동할 수 있는 거지?


나뿐 아니라 가신들마저도 분노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는지 차마 입을 열질 못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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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4장] 거슬리는 놈은 마음 가는 대로 벤다-04 21.04.15 494 12 11쪽
» [제4장] 거슬리는 놈은 마음 가는 대로 벤다-03 21.04.14 500 12 12쪽
12 [제4장] 거슬리는 놈은 마음 가는 대로 벤다-02 21.04.13 523 11 11쪽
11 [제4장] 거슬리는 놈은 마음 가는 대로 벤다-01 21.04.12 550 13 11쪽
10 [제3장] 임시 대리가주로 취임하다-03 21.04.09 601 12 14쪽
9 [제3장] 임시 대리가주로 취임하다-02 +1 21.04.09 627 13 12쪽
8 [제3장] 임시 대리가주로 취임하다-01 21.04.08 648 13 13쪽
7 [제2장] 가문의 현실은 암담하다-02 21.04.08 690 13 13쪽
6 [제2장] 가문의 현실은 암담하다-01 21.04.06 796 13 12쪽
5 [제1장] 300년 만에 깨어나는 자-04 21.04.06 904 12 11쪽
4 [제1장] 300년 만에 깨어나는 자-03 21.04.06 951 13 12쪽
3 [제1장] 300년 만에 깨어나는 자-02 21.04.05 1,186 15 12쪽
2 [제1장] 300년 만에 깨어나는 자-01 21.04.05 1,520 18 11쪽
1 서장. 21.04.05 1,602 2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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