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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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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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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3
추천수 :
383
글자수 :
230,487

작성
21.04.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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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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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1쪽

[제4장] 거슬리는 놈은 마음 가는 대로 벤다-02

DUMMY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300년 전의 인물이고, 또한 언데드란 사실까지 밝혀야 하기에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


확실히 오랜 연륜이 있는지 감이 예리하군. 옆의 재무관은 그저 좋아 죽는다고 떠들며 출처 따윈 생각지도 않았는데.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니네. 그저 내가 갖고 있는 다른 재산 정도로 생각해주게나. 그리고 내 아공간에는 아직도 많은 재물이 잠자고 있지. 지금 꺼낸 보석들 정도는 우스울 정도니까.”


“오오오! 재신이 나셨다!”


흥분해 어쩔 줄을 모르는 재무관 하시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훗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함부로 낭비할 수는 없는 법. 여기에 의지할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걸세. 그리고 후에 가문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면 모두 회수해서 채워놓을 거니 거저먹을 생각은 말게. 대신 최소한 이자는 받지 않겠네.”


하지만 다시 갚아야 한다는 말에도 재무관의 눈은 여지없이 돌아간다. 옛말에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하질 않던가! 그런데 무이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


막대한 금액을 굴려 그 이자로 재정을 채울 꿈에 두 눈이 팽팽 돌아가고 있는 재무관 옆으로 노집사가 복잡한 얼굴로 물어왔다.


“도대체··· 가주님은 대체··· 어떤 분이십니까?”


그로서는 모든 게 의문이리라. 어디서 왔는지 모를 트로미안가의 혈연에, 소드 마스터에 이르는 능력에, 게다가 이런 재물까지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나는 미묘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답해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답했다.


“글쎄, 후에 알게 될 날이 있을 걸세. 하나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네. 그러니 그걸로 수긍해주게나. 확실히 해줄 말은··· 절대 가문과 영지에 해가 되진 않을 거란 정도지.”


“알겠습니다. 훗날을 기다리지요.”


의문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염려할 일은 아니라고 느낀 건지 노집사는 평소의 안색으로 돌아가 다시 침묵에 잠겼다.


나는 아직도 몽롱한 기분에 빠져 있는 재무관을 불러 지시했다.


“재무관, 일단 그걸로 가장 시급한 것부터 해결하도록. 그리고 병력을 빠르게 늘리게. 영지의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으니 주변 영지들이 감히 트로미안가의 영지를 노리고 시비를 걸어오고 있는 것 아닌가?”


“송구스럽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재무관과 노집사에게 나는 슬며시 이빨을 드러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감히 본가의 수하를 자청하던 것들이 반항이라. 후후후, 기회가 되면 다 쓸어버려야겠지. 하지만 직영지부터 일단 정돈해야 하네. 2달의 시간을 주지. 기존에 있던 병사들을 교육해 지휘관으로 삼고, 기사들을 동원해 새로 증원될 병사들을 훈련시키게. 2달 후에는 최소한 직영지는 완전히 본가의 통제하에 놓여야 할 테니까.”


“당장 시행하겠습니다.”


현재 영지의 사정이 극도로 어려워진 것은, 이웃한 사방의 영지들의 위협으로 인해 통제를 상실한 영토들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식으로 병력이 부족한 본가의 영지를 야금야금 먹어치울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내가 돌아온 이상 결코 용납지 않는다. 병력이 준비되는 대로 당장 정리에 들어갈 생각이다.


본디 주변 영지 또한 본가의 영토로서 공을 세웠던 가신들에게 하사했던 땅들이다. 그런데도 그 은혜를 알지 못하고 이빨을 드러내는 개들 따위, 죽여 없애야지.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제거해야겠지. 감히 본가로부터 영지를 받은 개들이 주인에게 칼을 들이밀다니. 죽여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참한 종말을 맞게 해주겠다.”


스산한 살기가 스며나오고 공기가 차갑게 식는다.


낮게 이어진 내 선언에,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광경을 떠올린 건지 노집사와 재무관은 작게 몸을 떨고 있었다.



* * *



계획 일정이 정해지자 한가했던 트로미온 영지 전체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일단 자금이 생기자 그동안 미뤄두고 있던 사안들이 일제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재무관 하시펠은 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우선적으로 병사들의 징집을 시작했다.


그도 현재 영지를 빠르게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병력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징집된 병력은 정예화되기 위해 기사들의 조련을 받게 되었고, 기존의 병력들은 간부급이나 고위 군부관료로 만들어야 했기에 따로 훈련과 교육에 들어갔다.


물론 그 병력들 전부를 간부로 만들 일은 아니므로 철저한 시험과 절차를 거쳐 우수한 인재들을 뽑아낼 예정이었다.


그리고 영지 사정에 밝은 집사는 수로와 저수지, 그리고 도로와 길을 정비하기 위해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했다. 영지민들 중 부랑아나 혹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자들을 강제적으로 차출하여 시공을 시작했고, 대신 낮은 임금을 대가로 지불했다.


물론 턱없이 낮은 임금이긴 하지만 하루 먹을 것을 걱정하는 그들에게는 식사도 제공되고 임금도 받게 되는 이 토목공사가 결코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하겠다.


그들이 바쁘게 움직인 동안, 나도 놀고 있던 건 아니다.


우선적으로 내가 한 것은 클레어보이언스의 접수였다. 물론 가문 직속의 정보단체라고는 하지만 노집사와는 거의 협력관계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기에 완전히 휘하에 두기 위해서는 직접 굴복을 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과 접촉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자신의 방 창문에 붉은 바탕에 거대한 눈이 그려진 깃발을 걸면 알아서 찾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눈이 적어지는 야밤이 되자, 한 가닥 은밀한 기척이 다가드는 것이 내 감각에 포착되었다. 나는 창밖을 응시하며 낮게 말했다.


“들어오게나.”


그러자 창문이 소리 없이 열리고, 검은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제법 숙련된 움직임. 은밀할 뿐만 아니라, 대충 익스퍼트 상급 수준의 강자라니 놀라웠다.


내가 낮게 감탄하는 사이, 그림자와 같이 내려앉은 복면의 사내는 변조된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대단하시군요. 제가 온 것을 감지하시다니······.”


“후, 별것 아닐세.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감이라네.”


정말로 별거 아니다. 내 경지 정도 되면 전신의 미세한 마나 로드가 개방되면서 외부의 마나와 은은하게 소통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주변의 흔들림이나 마나의 움직임에 민감해지는 것.


“음. 일반적인 소드 마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선보이셨다니. 역시······.”


낮게 감탄하는 복면 사내를 향해 나는 물었다.


“자네가 바로 클레어보이언스의 마스터인가?”


“그렇습니다. 인사드리지요. 제가 바로 클레어보이언스의 마스터, 아이즈라고 합니다.”


마치 밤 신사라도 되듯 검은 복장으로 내게 귀족식 인사를 올리는 아이즈라 자칭한 사내. 나는 흐릿하게 웃으며 슬쩍 물었다.


“물론 가명이겠지?”


“물론이지요. 이 방면 업계가 다 그렇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후, 그 능청스러움도 맘에 든다.


능력도 있는데다가, 고지식한 자들과는 달리 깨어 있는 저 모습은 모든 일을 융통성 있게 처리할 수 있을 듯했다. 다소 가벼운 감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음지에서 활약하면서 음침한 것보다는 낫겠지.


“본 가주가 자네를 부른 이유는 알 거라 생각하네.”


“물론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렇게 직접 방문한 게 아닙니까. 저도 주군으로 모실지 아닐지 판단해봐야 하니 말입니다.”


그것은 좀 건방지게 들릴 만한 말이었지만, 그만큼 아이즈의 인정을 받으면 절대적인 충성을 받을 수 있을 터. 나는 그저 실소를 흘리며 물었다.


“후, 그래서 평가는?”


그러자 아이즈는 대답 대신 그 즉시 내 앞에 부복했다. 그리고 뜻밖의 말을 쏟아내었다.


“저희가 어찌 거부하겠습니까. 클레어보이언스의 창시자, 데이스 덴 트로미안 님. 300년 만에 저희에게 다시 돌아오셨군요.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흠. 역시 알고 있었나?”


약간 놀라긴 했지만 나는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아이즈는 당연하다는 듯 답변을 내놨다.


“이래 봬도 3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곳입니다. 게다가 당신께서 세우신 곳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당신께서 어떠한 존재로서 그 옛날 가문을 되살리셨는지, 어찌 그곳에 잠드셨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도 약간이지만 그들이 내 정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생각하고 있었다. 가장 날 가까이에서 섬겼던 자들이고, 정보단체로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되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을 거라 짐작은 했다.


그렇기에 나도 크게 놀라지 않았던 거다. 하긴 이 정도가 아니라면 앞으로 굳이 써먹을 필요가 없겠지. 그러나 나의 비밀을 아는 만큼, 저들로서는 나의 손을 벗어나기 어려우리라.


“그렇다면 이 사실에 대해 함구해야 하는 건 잘 알고 있겠군. 현재 내 정체를 아는 건 소가주 레나딘과 기사단장 카마트뿐. 아니, 이제는 너와 클레어보이언스도 추가된 건가?”


“아닙니다. 그저 클레어보이언스의 마스터들에게만 대대로 내려온 특급 계승 정보일 뿐. 저희 집단 내에서도 아는 자들은 아무도 없지요. 저도 앞으로 철저히 함구할 테니 염려 놓으시기를.”


흠, 역시 초대 클레어보이언스의 마스터 하라트. 그 녀석이 나에 대해 남겼었나 보군. 과묵한 줄 알았는데, 더럽게 입 싼 녀석.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최대한 비밀을 지켜보는 수밖에.


“조심해야 하네. 자칫 잘못하면 흑마법사 소굴로 몰려 가문을 일으키기는커녕 몰살당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자네가 방에 들어온 순간 나도 마나로 실내에 방음벽을 쳐놨지.”


“역시, 진 마스터는 대단하군요. 그런 마나 운용이 가능하다니.”


조심하라는 나의 충고보다는 지금 내가 보인 능력에 더 흥미가 있어 보이는 듯한 태도에 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거 정보단체의 수장을 맡기엔 너무 가벼운 거 아닌가.


나는 내심 이 녀석을 믿어도 될지 약간 갈등하며 간단히 설명해줬다.


“이건 어느 정도 마나 제어 능력이 되면 가능한 수법이지. 앞으로 자네들도 내게 많이 배워야 할 거네. 자네들에게 유용한 수법들이나 강해질 만한 방법들이 제법 있으니까.”


“그거 반가운 말이군요.”


강해진다는 것은 정보 수집에 많은 위험성을 내포한 정보단체로서도 반갑기 그지없는 일일 터였다. 게다가 은신술이나 은밀한 이동술, 혹은 각종 다양한 기법들은 조심스런 정보 수집에 큰 도움이 될 터.


아마 내가 아는 것만 제대로 익혀도 대륙 최고의 어새신이 된다고 장담할 수 있다. 대신, 이런 것을 내게 받고도 정보 세계의 흐름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받아낼 생각이다.


“하여간 잘 알겠지만, 최대한 세력을 확장하게. 우선은 이 나라 전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자네들의 당면과제네. 물론 그 후엔, 전 세계가 되겠지만. 다만 투자한 만큼의 능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게야.”


말을 이어가면서 나는 천천히 기세를 끌어올렸고, 말이 끝나는 순간에는 어지간한 자라도 견디기 어려운 만한 살기를 집중시켰다.


이것은 나의 경고. 비밀을 지키지 못하거나 혹은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할 경우, 그 영혼까지 고통받게 될 거라는 나의 의지의 표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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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장] 거슬리는 놈은 마음 가는 대로 벤다-02 21.04.13 523 11 11쪽
11 [제4장] 거슬리는 놈은 마음 가는 대로 벤다-01 21.04.12 550 13 11쪽
10 [제3장] 임시 대리가주로 취임하다-03 21.04.09 601 12 14쪽
9 [제3장] 임시 대리가주로 취임하다-02 +1 21.04.09 627 13 12쪽
8 [제3장] 임시 대리가주로 취임하다-01 21.04.08 648 13 13쪽
7 [제2장] 가문의 현실은 암담하다-02 21.04.08 689 13 13쪽
6 [제2장] 가문의 현실은 암담하다-01 21.04.06 796 13 12쪽
5 [제1장] 300년 만에 깨어나는 자-04 21.04.06 904 12 11쪽
4 [제1장] 300년 만에 깨어나는 자-03 21.04.06 951 13 12쪽
3 [제1장] 300년 만에 깨어나는 자-02 21.04.05 1,186 15 12쪽
2 [제1장] 300년 만에 깨어나는 자-01 21.04.05 1,520 18 11쪽
1 서장. 21.04.05 1,602 2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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