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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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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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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2
추천수 :
383
글자수 :
230,487

작성
21.04.0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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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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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제3장] 임시 대리가주로 취임하다-01

DUMMY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게 문득 집사가 말문을 열어왔다.


“데이스 님, 혹시나 해서 하나 여쭙겠습니다.”


“말하시게.”


“설마 소가주님을 제치고 가주가 될 작정이십니까?”


역시 예상하던 질문이 날아온다. 노집사의 예리하고 차가운 눈에는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절대 용납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적대적 눈초리는 수없이 받아본 나다. 나는 태연스러운 얼굴로 담담히 답했다.


“흠··· 하긴 자네들은 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염려스럽기도 하겠군. 게다가 외인이라 생각되는 사람이 영지 살림을 파악하는 게 거슬렸겠지.”


“······.”


“하지만··· 나는 분명히 임시 가주로서 취임할 거라네. 기한은 5년. 레나딘이 성인식을 치러 정식으로 가주가 될 때까지지.”


“데이스 님!”


이를 악물며 노려보는 노집사. 아마도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지금을 두고 말하는 거겠지. 그러나 그 정도에 흔들릴 정도로 내 마음과 세월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더 이상 시비를 일일이 가리고, 반론에 답하고 싶은 마음은 없기에 단호히 잘라 말했다.


“그만! 더 이상 이의는 받지 않는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는다. 어느 누구도 말문을 열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 음성에는 마나가 실려 있다. 살기는 아니지만 나의 확고한 의념이 마나의 파장 안에 담겨 있었기에 반론의 의지마저 앗아버린 거다. 비록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들의 기법 가운데 하나지만 의념을 실어냈다는 점에서 어쩌면 언령(言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지도······.


“다만 확실히 해두지. 5년 안에 영지와 가문은 내가 다시 일으켜주겠다. 그 대신 나에게 불복하는 이는 처단될 뿐이다.”


그렇다. 나는 불복하고 대드는 놈들까지 감쌀 정도로 좋은 놈이 못 된다. 그리고 고약하고 지독하지. 내 성미를 건드리는 놈치고 지금까지 좋게 끝난 놈은 없었다.


아무리 가문의 가신이라도 할 것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300년 전 몰락해가는 가문을 되살리기 위해 죽어가던 내가 스스로를 언데드로 만들면서까지 부활하지 못했을 거다.


그런 놈이 바로 나 데이스 덴 트로미안인 것이다.


하지만··· 내 뒤를 따라 같은 길을 보려 한다면, 그만한 대가는 지불해주지.


“······.”


나는 그저 행할 뿐이다. 질주하는 말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나다. 그렇기에 강압적인 성향도 있겠지만, 그런 걸 일일이 따져서야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그것이 내가 경험했던 300년 전의 과거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지시하고 선언할 뿐이다. 그들의 반론의 의견 따윈 받지 않는다. 물론 참고할 만한 의견이라면 나름대로 받아주겠지만, 지금처럼 내가 악감정으로 떠들어댄다면 그저 내쳐버릴 뿐이다.


“대리가주 취임식은 3일 후에 한다. 그렇게 알고 빠짐없이 준비해두도록. 필요한 게 있다면 내개 보고하고. 그럼 레나딘을 제외하곤 다들 이만 물러들 가게.”


마지막 나의 축객령에 노집사와 재무관은 무거운 얼굴로 집무실을 떠났다. 그들이 나가고 나와 레나딘이 남게 된 실내는 무거운 잔재만이 남아 맴돌았다.


이윽고 레나딘이 입을 열었다.


“삼촌······.”


나를 부를 뿐 더 뭐라 말을 꺼내지 못하는 레나딘. 하긴 가문을 위해 나를 깨운 건 자신의 결정이었으니 이를 가지고 뭐라 말하기는 어렵겠지.


하지만 어디까지 가신들에게 끌려 다닐 수는 없다. 아무리 가신들이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제각각 움직인다면 한 사람 아래서 통제되어 움직이는 것보다는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녀석이 내 아우의 후손일지라도 그런 내 지론을 굽힐 순 없다.


“내가 너무하다고 생각하느냐?”


“······.”


말없이 혼란스런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에 나는 나직이 말했다.


“하지만 한 가문을 다시 되돌린다는 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단호하고 냉정히 자를 때는 잘라야 하는 법. 아무리 가깝고 오랜 가신이라도 만약의 사태에는 내칠 줄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지금 같은 시국에는 절대 가주 권위에 기어오르는 일이 있어선 안 되지. 가주 한 사람의 명에 따라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이 사태는 해결될 수 있을 거다.”


“알겠어요, 삼촌.”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는 듯,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직 어린 이 녀석에게 강압적인 치세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


하지만 녀석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너도 내가 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워두거라. 그리고 후에 다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강해져야겠지.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는 법. 최고의 가문이라던 우리 가문도 이렇게 몰락하는데 무엇이 영원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엔 절대적인 건 없기에 항상 노력하고 강해져야 하는 거다.”


나는 앞으로 많은 걸 보여주고 가르쳐줄 거다. 이 아이는 우리 가문의 미래, 그리고 나아가야 할 길이 될 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전해주고 물려주리라.


그것이 바로 내가 300년이란 시간 동안 가문을 위해 대비하여 잠든 유일한 목적이자 이유였으니까.


설사 나의 행사에 대해 의심하고 오해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이미 오랜 세월 모든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내 마음은 옛적에 모두 마모되어 닳아버렸다. 가문과 이 아이가 앞으로 굳건히 서서 미래에 다가갈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


그렇기에 앞으로도 계속 밀고 나아갈 거다. 이것이 나의 의지니까.



[제3장] 임시 대리가주로 취임하다!



처음 들어온 외인이라 할 수 있는 내가 가문을 장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이 열이면 열 다 제각각 생각이 다르듯, 이를 하나로 뭉치려면 그만큼 나머지 아홉이 뜻을 꺾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자면 가장 무난한 것은 인정으로써 설득해보는 거지만, 그럴 여유 따윈 부릴 형편이 못 되는 것이 당금의 사정. 안 된다면 힘으로라도 해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취임식은 아주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거다. 나에게 가주의 자격이 있다는 것을 뇌리에 각인시키는 것. 그것이 이번 취임식의 목적인 게다.


그렇기에 그만한 위엄과 권위, 그리고 내가 가진 막대한 힘을 보여줄 것이다. 강압통제라고 해도 좋고, 두려움과 공포를 앞세운 독재자라 해도 상관없다. 그저 막는 자는 무너뜨릴 뿐이다.


그러니 그 전까지 대충 정리는 해둬야겠지.


집사의 입을 통해 내가 임시 가주대리가 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는지, 트로미안가 내부는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다. 물론 분개하는 열혈의 사내들도 있었지만 소가주의 의사로 그리된 이상 대놓고 내게 따지진 못하고 있는 상황.


그 대부분은 기사들로서 역시 실력도 안 되는 것들이 힘만 남아돌아 피가 끓는 모양이다. 그런 기운 있으면 수련해서 실력이나 쌓을 일이지. 이런 놈들은 힘으로 찍어 누르면 찍소리도 못할 부류들이다.


비록 강하게 반발해도 한번 마음을 얻으면 끝까지 따라주는 게 기사들인지라 지지 세력을 만들려면 이 정도로 적당한 게 없었다.


내가 집무실을 나서자, 눈치만 보고 있던 카마트가 슬그머니 뒤에 붙어 따라왔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의하면 평소엔 멍청한 것 같으면서도 간혹 예리한 면모를 보이는 녀석이다. 아마도 지금 내가 방을 나선 목적을 알아챈 것 같다.


“데이스 님.”


말없이 따라오던 녀석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뭔가?”


잠시 망설임을 보이던 카마트가 겨우 입술을 뗐다.


“그들이 무례함을 보인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데이스님에 대해서······.”


“글쎄다. 그건 그들에게 달린 일이겠지.”


그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에게는 소중한 수하들이고, 동고동락을 해온 동료일 테지.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트로미안가의 기사단이란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 그 근본을 거부한다면······.


“내게 굴복하는 자는 그만한 대가를 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자는······.”


내 가라앉은 말에 그가 소리 없이 마른침을 삼킨다. 날 만난 지 불과 며칠밖에 되진 않았지만 내 성품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그 뒤는 듣지 않아도 알 테지.


내 손에 들어온 것은 아껴주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무참히 부숴버린다.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나의 본질이지.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해도 그 끝은 그들이 결정하는 것. 차라리 그들을 설득하는 게 나을 거다.”


“······.”


망연한 얼굴로 우두커니 선 카마트를 뒤로한 채 나는 단호한 걸음을 내디뎠다.



* * *



기사단이 머무는 곳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온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리 성 내부 지도를 훑어봐둔 덕도 있지만, 300년이 지났어도 구조가 그다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성의 오른편을 차지하고 있는 기사들의 합숙소는 꽤 규모가 큰 편이다. 물론 결혼한 자들은 각자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지만, 총각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렇게 정해진 합숙소에 대다수 머무는 편이다.


그리고 그 앞에는 넓은 연무장이 펼쳐져 있었는데, 이제 정오가 되어가는 지금은 한창 수련에 몰두할 시각이었던지 많은 기사들로 들끓고 있었다.


“제라딘 검법! 1검 러시 웨이브(Rush Wave) - 섬해(閃海)!”


“합!”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기사들은 무장을 한 채, 부단장 카라반 하야트의 영창에 맞춰 검을 휘둘렀다. 마치 자로 잰 듯한 동작, 마치 모든 사람이 한 몸이라도 된 듯이 일제히 그려내는 검로.


겉보기에는 참 좋군. 그래, 군사훈련의 군기의 표상으로 나타내는 눈요깃감으로는 아주 그만이야. 다만 한심할 따름이지.


물론 이 훈련은 결코 나쁘진 않다. 다만 그것이 효과를 볼 수 있는 범주가 병사 정도에 국한될 뿐.


수준이 낮은 일반인들을 짧은 기간 내에 정예병 수준까지 만드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제라딘 검법의 검로를 통해 자신만의 검을 터득해야 하는 기사들에게는 이런 합동 훈련은 개인의 특성을 획일화시켜 오히려 그 실력을 반감시킨다.


검이란 같은 검이라 해도 익히는 자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양이나 내면을 갖추는 법. 그런 것을 억지로 획일화시키면 당연히 실력 정체라는 부작용을 안게 된다.


역시 이상하게 부족하다 싶은 기사들 실력 정체의 원인은 이것이었던가.


내가 온 것을 카라반 또한 눈치 챈 건지 시선이 잠시 이쪽을 향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가주나 그에 준하는 자가 훈련에 참관했을 시 중단하고 기사들과 함께 예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자, 그다음! 2검 소프트 웨이브(Soft Wave) - 유해(柔海)!”


“하압!”


그러나 그는 마치 나를 보지 못한 사람처럼 중단하지 않고 훈련을 강행해나갔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다. 아마도 그건 그가 나에게 보내는 무언의 반발이었겠지. 어디서 굴러먹다 온 임시가주 따위는 따를 수 없다는······.


그러나 상대를 잘못 봤지. 앙탈을 부리는 것도 상대를 봐서 해야 하는 짓이다.


내가 어떤 자라는 것을 안다면 결코 이럴 수 없겠지. 단장인 카마트처럼.


쿵! 쿵!


연무장을 향해 다가가는 내 발걸음이 중후한 울림으로 퍼져나간다. 그것은 점차 무게를 가지고 확산하더니 마치 산악과도 같은 거대함으로 모든 것을 짓눌렀다.


이것은 나의 마음이자, 내가 담은 강한 의념.


천만인을 짓누르는 무게로 심령을 장악하는 이것은 검법도, 스텝도 뭐도 아니다.


그저 나의 마음일 따름이다. 나의 오랜 세월의 무게를, 나의 마음을 과연 네놈들이 견딜 수 있겠느냐!


쿵! 쿵!


세 번, 네 번째 발걸음. 걸음의 수가 더해갈수록 무게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된다.


그것이 더욱더 무서운 점이지. 첫 발걸음에서는 그저 인상만 찌푸리는 정도였던 기사들이었지만 이젠 검 휘두르는 것도 멈춘 채 납덩이가 된 얼굴로 나의 기세에 저항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떨어지는 최후의 철퇴처럼, 종말을 알리는 시계추처럼 나의 다섯 번째 발걸음은 천지를 뒤흔드는 무게로서 내리 떨어진다.


쿠우웅!


결코 들릴 리 없는 거대한 무게감이 모든 이의 심령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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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2장] 가문의 현실은 암담하다-02 21.04.08 689 13 13쪽
6 [제2장] 가문의 현실은 암담하다-01 21.04.06 79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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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1장] 300년 만에 깨어나는 자-03 21.04.06 951 13 12쪽
3 [제1장] 300년 만에 깨어나는 자-02 21.04.05 1,186 15 12쪽
2 [제1장] 300년 만에 깨어나는 자-01 21.04.05 1,520 18 11쪽
1 서장. 21.04.05 1,602 2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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