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Walker Rain. 11-2 시간의 지배자.
<b>11-2
시간의 지배자</b>
그러니까 그 일이 시작된 것은 현재로부터 약 1개월하고도 3주 뒤다.
소년과 소녀의 가족이 모여 있는 곳에서 소년은 멋지게 소녀에게 고백에 성공하지.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아까 말했었지?
동해 용왕의 둘째 아들.
그 녀석은 용(龍)이라는 녀석이 자기 욕심이 많고, 자기 중심적이었지.
자신이 가지지 못할 것이라면 부숴버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녀석이다.
질투심에 몸부림쳤지 그 녀석은.
동해 용왕마저 자신의 아들에게 소녀를 넘보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으니까.
그래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헌데 이변이 일어난 것이지.
둘째 아들 놈에게 한 존재가 찾아온 것이지.
온 몸에 검은색 아우라를 풀풀 풍기는 존재였다.
마치 죽어 있지만, 살아 있는 듯한 모순된 존재가 둘째 아들의 앞에 서 있었던 것이야.
그 녀석을 칭하는 이름은 죽음의 황제(Death Emperor).
말 그대로 죽은 자들의 황제다.
호오.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유령?
《물론이다. 나 역시 초월자. 초월자들 중 끝머리에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그 악독한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더불어 내가 평생을 걸고 싸워온 존재이기도 하다."
청년은 혀를 찼다.
청년이 다루는 힘은 시간.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존재인 죽음의 황제에게는 그 시간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으니까.
죽은자는 시간을 거스르고 시간을 거부한다. 그렇기에 그마저도 고생하는 상대.
죽여도 죽여도, 이미 죽은 존재라 죽지 않는다.
죽음의 황제 역시 청년을 죽이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청년 역시 죽음의 황제를 죽이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것인가?》
죽음의 황제는 둘째 아들을 살살 꼬득이기 시작했지.
억울하지 않냐고.
자신의 힘을 받는다면 그 하찮은 인간을 죽이고 너의 약혼녀를 되찾을 수 있다고.
둘째 아들 놈은 그 유혹에 홀라당 넘어가버렸지.
그 결심을 하는데엔 아마 1초도 안걸렸을걸?
동해에 사는 용들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힘은 대부분 호풍환우(呼風喚雨)를 부리는 것.
둘째 아들은 혈통에서 주어진 그 힘을 포기하고 죽음의 황제가 뿌리는 죽음의 힘을 받아들였다.
꿀꺽-
스펙터의 목으로 마른침이 넘어간다.
그만큼 긴장감이 넘치는 이야기였다는 증거다.
《그,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후. 지금 말해줄테니까. 조급해하지 말게나 유령. 하아."
청년에게서 나온 깊은 한숨 소리가 스펙터마저도 무겁게 만든다.
〈대체 어떻게 되었길래.......〉
단순한 용이었던 동해 용왕의 둘째 아들은 죽음의 기운을 받아들여 새로운 존재가 되었지.
금색으로 빛나고 있던 비늘은 모두 벗겨지고, 필요없는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오밀조밀하게 뭉쳐 있던 근육은 모두 썩어 문드러졌다네.
뼈만 남은 머리에는 마치 악마의 뿔처럼 거대한 세 개의 뿔이 돋아났지.
그래. 오연하고 전설의 존재라고 칭해지던 용이 타락하여 뼈만남은 사룡(死龍)이 된 것이네.
사룡이 되는 용의 경우는 두가지라네.
시간이 지나 죽거나, 아니면 죽임을 당한 용의 사체를 일으키는 방법.
소위 말하는 영혼이 없는 채로 되살아난 시체를 사용하는 법이 있지. 그 것은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본 드래곤(Bone Dragon)이라 칭한다네.
두번째 방법은 용이 사악한 자의 꾀임에 빠져 어둠의 힘, 또는 죽음의 힘을 받아 죽음의 용이 되는 방법이라네.
이 경우 용은 타락하게 되고, 그 존재를 사룡(死龍)이라고 칭한다네.
그런데 동해 용왕의 둘째 아들 같은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아니 많이 특별했지.
그를 꾄 자는 보통 존재가 아니라 죽음의 황제라 불리는 초월자.
때문에 둘째 아들은 보통 사룡이 아닌, 초월자가 되고 말지.
사룡왕(死龍王)이라는 죽음을 다스리는 용으로 태어났다.
녀석은 죽음의 군세를 이끌고 성연을 공격했다네.
시간 조종술을 익히고, 이제야 조금 발판을 다졌다고 생각되는 녀석은 속절없이 사룡왕에게 물어 뜯겨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
양팔과 양다리가 떨어져 나간채 죽지도 못하고 있었지.
사룡왕이 뿜어낸 죽음의 기운(死氣)은 그렇지 않아도 엉망인 녀석의 피부를 녹이고, 근육을 썩게 만들어 이윽고 뼈만 남게 되자 자신의 발을 들어 그 뼈마저도 가구로 만들어 버렸다.
《마치 미래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군.》
피식-
스펙터의 말에 실소를 지은 청년은 담담히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그런데 소년의 스승이란 존재가 하나 있었지.
호호백발의 할아버지였어 그 스승이란.
입도 아주 걸었지. 말하는 것의 반절은 아마 욕이었을 거야.
시간 조종술을 최초로 사용했으며, 초월자들 중 두번째로 강하다고 알려진 존재였지.
그 스승은 자신의 제자가 처참하게 죽은 모습을 묵묵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화가 났어.
자신의 제자라는 놈이 저렇게 손도 못써보고 개박살이 나다니.
충동적이었을 거야.
소년은 죽었지, 소녀는 사룡왕에 의하여 타락했지.
얼마나 열이 받았겠어.
소년은 미우나 고우나 자신의 제자이고, 소녀는 제자와 미래를 약속한 사이였는데 말이지.
《...타락... 하다니?》
스펙터가 말을 더듬으며 질문.
소녀의 하늘색 머리카락은 검게 물들고, 바다를 담아 놓은 눈동자는 검붉게 변했다.
소년을 향하여 언제나 입에 미소를 지었지만, 지금은 조소를 머금었고.
말은 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따스하게 소년을 바라보던 눈동자에는 멸시의 시선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조롱 어린 비웃음이었다.
《그, 그런 말도 안되는......!》
스펙터는 생각했다.
청년이 말하는 '소녀'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현재 자신들이 앉아 있는 집 안에 있을 연린일터.
그런데 그 소녀가 그렇게 바뀐다고?
생각 할 수 조차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이라네."
냉정하게 스펙터의 부정을 잘라버린 청년.
스승은 분노했지.
자신의 제자가 저런 꼴을 당하는 것은 절대로 못본다.
스승의 수명은 대략 2달 정도가 남은 상태였다네.
조용히 지내면서 노후를 즐겼다면 더 살수도 있었겠지.
그러나 그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네.
스승이 초월자가 된 후, 패한 적은 단 한번.
혼돈의 기사라고 불리워졌었던 존재에게 밖에 패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래서 스승은 금기(禁技)를 범했다네.
시간을 다루는 존재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될일.
아니, 해도 되긴 했지. 다만, 시간 조종술을 사용하는데에 들어가는 것이 술사의 생명력이라면 달라지겠지?
그래. 스승은 자신의 남은 생명을 대부분 사용하여 소년을 과거로 돌려보냈다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더불어 또 사룡왕이라는 존재가 소년에게 덤빈다면 그에게 복수하라는 마음으로.
《서, 설마.》
"후- 그래. 내가 바로 소년의 스승이자, 금기를 범하고 곧 죽을 몸인 시간의 지배자라고 불리워지고 있는 Scorn 일세."
놀라는 스펙터. 하지만 Scorn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곰방대를 뻐끔댈 뿐이었다.
"뭐, 나는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온 존재."
Scorn이 말함과 동시에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흐릿해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시간이... 없는건가?》
"아아. 그런거지. 별 수 없다. 사실 몇백년 정도를 살았으면 된거지. 안그런가?"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Scorn.
한시대를 풍미했던 강자.
단 한 존재를 제외하고서는 무패(無敗)의 전적을 기록한 초월자.
그런 그가 죽는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설마 나에게 소녀의 보호를 맡긴 것은?》
"음? 아, 그거 말인가?"
스펙터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해준다.
"나는 녀석이 강해지길 원했기에, 녀석의 수련을 도와줄 존재들을 찾고 있었지. 그러다 정처 없이 떠도는 한 유령을 봤을 뿐이야."
후우-
연초의 새하얀 구름이 자욱하게 깔린다.
"그리고 그 유령의 과거를 보게 되었고. 단순히 그 유령에게 행복이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을 뿐이지."
《.......》
때문에 스펙터는 구원받았다.
모두 그녀를 괴물 취급했다. 반절은 기계지만, 반절은 인간.
그리고 마음 역시 인간. 그런데 주변인들은 그녀를 괴물 취급한다.
그런 그녀를 처음으로 인간으로 대해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고맙다. 정말로.》
"하하하! 내가 평생 살아오면서 이런 미녀의 인사를 받다니. 이거 참. 세상은 살아볼만 하구나!"
호탕하게 웃으며 Scorn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세상은 참으로 재미있는 거다. 그리고 내 제자 녀석도 죽지 말고 살아줬으면 하고 말이다."
《정말로... 죽는건가 시간의 지배자?》
점차 몸이 깜박이는 것이 눈에 띄일 정도로 자주 일어나자 스펙터가 불안한 기색으로 묻는다.
"그렇겠지. 여기까지 버텼으면 잘해준 거야. 실망하지 말라고 유령 아가씨. 또 다른 미래의 나는 죽겠지만. 이 세상의 나는 아직 존재하니까."
《......!》
"그럼. 바이바이. 즐거웠다네. 너와, 마술사, 인어, 불꽃의 임금, 돈귀신, 유령, 수호자, 기사, 성녀, 축제, 여우. 모두 즐거운 인연이었네. 하하! 나중에, 아주 나중에 보자고 유령 아가씨. 일찍 오면 안된다고? 이제야 행복이란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을 텐데. 즐기지도 못하고 내가 있는 곳으로 와버리면 손해니까 말이야. 하하하하하하! 그럼 난 이만 퇴장하도록 하지."
호탕하게 웃는 Scorn.
청년이었던 모습이 변해간다.
푸른색이었던 도포는 하얀색으로 물들고, 검은색 머리카락 역시 새하얗게 탈색한다.
순백의 수염이 배꼽까지 내려온다.
마치 속세에 해탈한 신선의 모습이 이러할까.
<b>"하, 씨발. 그래도 이렇게 죽는다고 생각하니 심란하네. 젠장할!"</b>
Scorn이라는 이름의 뜻은 경멸하다, 멸시하다, 조롱하다. 라는 뜻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그는 사라지기 전에도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걸걸한 입담과 함께 Scorn은 빙글 돌아 오른손을 흔든다.
"그럼. 진짜로 나중에 보자고, 유령 아가씨."
여유롭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그 모습이 왠지 초라해보인다.
"아, 그래도 제자 놈한테 마지막 인사를 못 전하는 것은 아쉽긴하군. 그리고 전해주지 않겠나? 또 다른 내가 찾아갈 것이라고. 마지막 수련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일세. 흐하하하하하하하!"
《...그러도록 하지.》
훅-
"이제 끝이구나 정말로. 그래도 괜찮다네. 그런 표정 짓지 말게나. 난 내 제자 놈을 굴릴 수만 있으면 되니까 말일세. 푸헬헬헬!"
스펙터의 답을 듣자마자 신기루처럼 스콘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가 입에 물고 있던 곰방대만이 떨그렁 소리르 대며 지붕 위에 떨어진다.
《...갑갑하네.》
모든 사실을 들었지만, 오히려 더 답답해져 버린 스펙터.
하지만 그녀를 답답하게 만든 장본인은 모두 떨쳐버렸다는 듯이 사라져버렸다.
《...또 다른 내가 찾아갈 거라고?》
Scorn의 마지막 말이 신경쓰이는 그녀.
또 다른 자신이 찾아간다?
대체 무슨 뜻이지 그건?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소년은 아마도 집안에 있는 성연.
그리고 그는 미래에서 과거로 되돌아왔으며, 약 한달하고도 3주 뒤에 출현할 사룡왕(死龍王)과의 싸움을 위해서 수련을 하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Scorn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성연을 위하여 자신과 오진호를 보낸 것은 알겠다.
단순히 제자가 성장하기 위하며 굴린 것이다. 죽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지 운명이라고 무심히 넘겨버리는 극악무도한 생각이다.
자, 자신은 초월자다. 다만 암살에 특화된 초월자지만, 그래도 초월자.
더불어 오진호는 구미호(九尾狐)다. 아마도 원소를 다루는 주슬에 가장 익숙하고 잘 할 수 있는 존재.
이런 두 명과 싸우면서 소년은 새로운 능력을 각성하기도 하고, 자신의 전투 센스를 더 갈고 닦았다.
그런데 마지막 수련이 기다리고 있다고?
현재 자신도 성연과 정명으로 붙는다면 승리를 자신 할 수는 없다.
암살이라면 자신이 무조건 소년을 죽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진호. 그 역시 지금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소년은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해 있는 상태니까.
그런데 그런 소년을 수련시키겠다고?
대체 얼마나 강한 존재이길래?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어느새 시간은 한밤중.
달이 중천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뭐, 고민해 봤자 소용 없는 일인가.》
간단하게 결론을 낸 스펙터가 훌쩍 몸을 달린다.
《여어, 소년. 오늘도 하는 건가?》
"아, 스펙터. 항상 보시고 계셨나요?"
마당에는 성연이 휠체어에 앉아 눈을 감고 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소년의 주변에 떠오른 53장의 카드가 밝게 빛나며 자신의 존재를 성연에게 알리려 애쓴다.
《열심히 하게나. 그 것이 소년은 살아야 하니까 말이지.》
"......?"
집 안으로 들어가며 스펙터가 툭 던진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성연.
그녀가 자신에게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스펙터는 자신이 미래에서 돌아왔다는 사실을 모를테니까 말이지.
"술이라도 드셨나......."
성연은 그렇게 오늘 밤도 수련을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행복한 미래를 자신의 손으로 거머쥐기 위하여.
******
어우.. 오늘따라 글이 잘 안써집니다 그려. 기분이 찝찝하군요. 영 마음에 안드는 글이 탄생했습니다 lllOTL..
리플에 이것저것 할 말이 많으니 리플에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이번편에 달린 제 리플을 필독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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