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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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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6.1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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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히치하이킹

DUMMY

“쫄 바지에 쫄티?"


생각보다 큰 소리에 상희가 놀라 유나의 옆구리를 팔로 쿡 찌르자 그제야 사람들의 시선이 유나를 향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게 말이 돼? 저거를 입고 무슨 수업을 한다는 거야?”


“신체표현 시간이니까 당연하지.”


민망함은 나만의 몫인지, 수업 준비물에 다들 별 이견이 없나 보다. 상희는 멍해진 유나의 팔짱을 끼고 일어났다.


“말도 안 돼”


있을 리가 없는 쫄 바지와 쫄티를 사기위해 유나는 이지 시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오르고 보니 소리와 친구들도 맨 뒷자리에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안녕하세요.”


유나는 과하다 싶게 예의바른 태도로 인사했다.


“어. 유나도 탔구나. 어디가?”


소리는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저 필요하게 있어서 뭐 좀 사려고요. 언니 어디가세요?”


“응 나 얘들이랑 클럽가지.”


때마침 소리의 친구 가방에서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응 거기 파랑새. 거기로 와”


“언니, 저거 가지고 가면 안 되지 않아요? 클럽도 교칙 위반이라 들었는데.”


소심한 유나가 속삭이듯 말했다.


“뭐 어때? 알게 뭐야?”


소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전화를 받은 친구도 당연한 듯 가방에 탭을 밀어 넣었다.

유나는 지난번 영웅 선배와 명수 선배 일이 떠올라 영 찜찜했다. 그날 이후로 유나는 명수 선배를 볼 수 없었다. 짐작으로 학교에서 처벌받고 나오지 못하는 구나 생각했었다.


“네, 그럼 재미있게 보내고 오세요.”


마지막까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유나는 자기 자리에 폭 하고 앉았다. 어찌되었던 남의 일인데 자신이 너무 신경 쓰는 것 같아 애써 수업 전까지 어떻게 뱃살을 뺄 수 있을지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아침 공복에 감식초가 좋다는 엄마 말이 떠올라 어디서 사야할지 고민했다. 유나 옆자리에 누군가 앉자 차가 출발했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리던 유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깜짝 놀랐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유나 어디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영웅선배가 말했다.


“아, 저 쫄 바지. 아니 뭐 좀 사려고요.”


당황한 유나가 버벅 대자 영웅 선배는 귀엽다는 듯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많이 급한 거 아니면 나랑 맥주나 한 잔 할까?”


“이게 웬 떡?”


“응?”


너무 좋은 나머지 속의 말이 밖으로 나왔나 보다. 영웅선배는 다시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나는 속으로 오늘 머리 감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지 시에 도착해 신나서 가는 소리와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유나가 돌아섰다. 영웅선배는 유나 옆에 서서 소리네 일행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선배님”


유나의 말에 영웅이 돌아봤다.


“응?”


“맥주”


“아!”


영웅은 이제야 생각난 듯 말했다.


“저, 제가 좀 살게 있는데 잠깐만 괜찮을까요?”


유나가 조심스레 말했다.


“어. 응. 나도 잠깐 일이 있으니까 여기서 한 시간 후에 볼까?”


“아, 일이 있었구나.”


살짝 실망한 유나가 말했다.


“갑자기 생각나서.”


선배는 유나의 마음을 아는 듯 미안해하며 말했다.


“한 시간 있다 보자!”


선배는 급하게 인사하고 소리네 일행 방향으로 뛰어갔다.


가능한 기능성으로 찾았지만 어떤 기능도 뱃살을 완전히 감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라 판단한 유나는 과감히 포기하고 기본형 쫄 바지와 쫄티를 샀다. 까만 승용차 앞에 서서 은밀한 대화를 하던 영웅 선배는 유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승용차는 유유히 유나 옆을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선배 누구에요? 외제 차죠?”


“아,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서. 우리 뭐 먹으러 갈까?”


영웅 선배는 습관처럼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나는 무엇을 먹어도 상관없었다.


방울방울 올라가는 생맥주의 기포를 보고 있으니 유나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1층은 경양식 레스토랑, 2층은 간단히 맥주와 안주를 먹을 수 있는 운치 있는 나무 건물로 영웅 선배가 안내했다. 팔자에 이런 잘생긴 사람과 둘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올해 운을 다 썼다 생각했다.


“선배는 맥주 많이 안 마시네요”


귀까지 빨개져 귀여움을 더한 영웅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술은 잘 못 마셔서”


“선배 술도 못마시는데 오자고 한거에요?”


유나가 놀라 물었다.


“그냥 귀여운 후배와 술 한 잔 하고 싶어서.”


유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선배가 그런 마음인거 몰랐.....”


하는데 갑자기 영웅 선배가 일어났다.


“나 잠깐만 화장실.”


“네”


유나는 웃으며 말했다. 화장실에 간 선배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유나가 남자 화장실 앞으로 갔다.


“영웅 선배님”


처음에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하던 유나의 소리가 점점 커졌다. 안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고, 유나는 조급해졌다.


‘이건 필시 무슨 일이 생긴 거야’


1층 카운트로 달려간 유나가 숨찬 소리로 말했다.


“저, 선배가....... 화장실에 갔는데........나 오....”


하는데 카운터의 잘생긴 직원이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먼저 계산하고 가셨어요.”


“네?”


이것은 또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유나는 어이가 없었다. 집에 갈 정도로 취하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정말 술을 못 마시는 건가? 그럼 나 때문에 못 마시는 술을..........아! 어떡해’


생각하던 유나는 화끈 달아오른 얼굴을 양손으로 안았다.


‘아! 버스’


그제야 생각나 시계를 보니 6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으악! 버스!”


달려야 간신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쇼핑백을 들고 날아갈 듯 달려 버스에 탈 수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들어가니 맨 뒷자리에 소리만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역시 예의바른 유나는 고개 숙여 깍듯이 소리에게 인사했다.


“언니 친구들은요?”


“난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먼저 나왔어.”


소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유나는 소리의 눈에 검은 동자가 점점 뒤로 돌아가며 흰자위만 보이는 것 같았다.


“아! 네. 그럼 저는 여기.”


‘설마 차 안에서 빙의 되고 그러지는 않겠지?’


오는 내내 불안함을 안고 방까지 들어왔다. 역시나, 소리는 앓는 소리를 내며 또다시 유나에게 집에 전화하라고 했다. 유나는 알았다고 말한 후 방을 빠져나와 휴게소에 앉았다.


‘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내내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영웅 선배를 떠올렸다.


‘전화를 한 번 걸어볼까?’


아직 그 정도의 용기는 없었다. 자꾸만 쿡쿡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신체 표현 시간.

어제 저녁과 아침을 굶고, 가능한 화장실에서 비워보려 애쓰며 줄이려 한 뱃살은 생각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 보기에 아주 창피하지 않을 정도까지는 만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단 시간에 그들을 따를 수는 없었다. 상의 없이 맨살에 까만 쫄 바지만 입은 같은 과 남학생들이 앞을 쑥쑥 지나가고 군살 없이 볼륨감만 가득한 몸을 앞으로 내밀며 자신감 있게 걸어가는 여학생들 뒤에서 캔버스 백으로 뱃살을 가린 채 웅크리고 들어가는 유나는 한없이 초라해졌다.


“뭐야, 다들 몸이 왜 저래. 저게 이상한거야.”


스스로를 위로하며 유나는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방이 유리로 된 공연 연습실 같은 공간이었다. 신령님처럼 수염을 기른 도사 복 차림의 교수님이 점잖게 들어와서는 둥글게 원을 만들라고 하고 가운데 편안하게 앉았다.


정말 어디 산 속에서 도라도 닦고 온 모양으로 눈까지 감고는 가만히 있었다.


수업은 분명 시작했는데, 가만히 있었다. 어찌해야할지 두리번대며 주변을 보니 다른 학생들도 교수님과 같은 모양으로 눈을 감고 명상하듯 허리를 펴고 양반다리를 한 채 가만히 있었다. 일단 따라하자는 마음으로 눈을 감으려는데 어디선가 '밍밍밍'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님은 신령 같은 자세로 ‘밍밍밍’ 소리를 내며 손으로 코를 가리키고, 울리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가리켰다. 코, 머리, 가슴, 배를 돌아가며 소리를 내는데, 다들 비슷한 소리로 따라했다.


'발성인가 보네.'


어떻게 비슷하게 흉내 내고 있는데 갑자기 교수님이 자세를 세우고 일어나 옆으로 걸었다. 설명이 없어 그저 행동을 무조건 따라해야 했다. 한시도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살면서 이렇게 집중한 적이 있던가 싶게 온 정신이 교수님의 모습과 소리에 가 있었다. 입모양을 보며 쉴새 없이 내는 소리를 따라하며 천천히 걷다가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력 질주하듯 강의실을 빙글빙글 돌며 3시간을 보내고 나자 땀에 흠뻑 젖은 채 강의가 끝났다.


“다들 이래서 날씬 하구나.”


유나는 새삼 연기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존경심이 생겼다. 정말 열심히 해서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은 부수적으로 들었다.


“점심 먹어야지.”


흐르는 땀방울마저 우아해 보이는 고상희가 다가와 말했다.


“진짜 힘드니 밥 생각도 안 난다.”


“정말?”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뭐, 먹을까?”


“참! 너 룸메이트가 음악과라고 했지?”


“응”


“어제 히치하이킹 하던 음악과 학생 셋이 사라졌다고 하더라.”


“히치하이킹?”


“왜 셔틀 놓치면 택시 타야 하는데 택시 안 잡히면 들어올 방법이 없잖아. 가끔 지나가는 차 잡아타고 들어오는 애들 있다고 는 들었는데 결국 사단이 나네. 무슨 큰 사고는 안 당했어야 하는데.”


땀에 젖은 유나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소리와 함께 있던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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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막걸리 22.06.09 21 0 12쪽
10 정소리 22.05.30 17 0 10쪽
9 빙의 22.05.30 26 0 11쪽
8 영웅 선배의 비밀 +2 22.05.27 23 1 9쪽
7 입학식 22.05.26 25 0 10쪽
6 룸메이트 22.05.26 33 2 10쪽
5 본능 +2 22.05.23 26 2 10쪽
4 이지 기숙사 22.05.23 30 2 10쪽
3 합격 22.05.20 30 2 11쪽
2 이지 예술대학교 22.05.19 36 3 13쪽
1 1997년 추웠던 그날. +2 22.05.19 8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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