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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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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72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5.23 14:12
조회
29
추천
2
글자
10쪽

이지 기숙사

DUMMY

건물 아래 따로 떨어진 단층 건물이 보였다. 경비실이라 쓰여 있지는 않았지만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느낌이 이끄는 대로 경비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유니폼을 입은 경비원이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활짝 문을 열었다. CCTV 모니터가 한 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사무실 안은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유나는 순간 흠칫했다. 부드러운 외모의 경비원의 머리카락은 노란빛이 도는 진한 갈색이었다.


“하 , 하이!”


말하고 나니 너무 창피했다.


“하이, 하하하”


굵직한 저음의 외모와 닮은 목소리를 가진 경비원은 호탕하게 웃었다.


“들어오세요.”


“네, 네에”


영어로 인사한 자신이 민망해졌다.


“한국인이세요?”


“아니에요. 영국인입니다.”


“네? 한국어가 너무 자연스러운데요.”


“한국어를 사랑하는 영국인입니다.”


“아, 멋지십니다.”


유나는 엄지를 올려보였다.


“신분증 보여주시면 확인해드립니다.”


유나는 얼른 가방에서 신분증을 꺼내 내밀었다. 기다란 패널 같은 데에 펜으로 쓰지 않고 찍듯이 체크한 후 유나를 보며 빙긋 웃었다. 얼떨결에 유나도 못생긴 웃음을 보이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505호 배정 받으셨습니다. 건너편은 남자 기숙사이고, 여자 기숙사는 경비실 바로 뒤편입니다.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저는 오전 타임이고, 밤에는 크리스가 있을 겁니다.”


“아, 크리스. 그럼 아저씨는 성함이?”


아저씨라는 말이 좋았는지 경비원은 웃으며 말했다.


“존입니다.”


“존 아저씨. 잘 부탁드립니다.”


유나는 꾸벅 인사했다.


“이것도 가져가셔야 합니다.”


깔끔하게 포장된 이불 가방과 사각형 판을 내미는 존의 팔의 힘줄이 튀어나올 듯 했다. 속으로 ‘우와’를 외치며 받아든 유나는 이불이 너무 가벼워 또 놀랐다.


“오리털 인가요?”


해맑은 유나의 질문에 존은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지 웃기만 했다.


“아, 안녕히 계세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 후 뒷걸음으로 나왔다. 본능적으로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존은 유나의 행동에 또 쿡 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밖으로 나온 유나 옆에서 안을 흘낏 본 엄마가 말했다.


“경비원 아저씨가 외국 영화배우 같다. 어머머, 근육 봐봐.”


엄마가 눈을 떼지 못하자 아빠가 엄마를 흘겨보며 재촉했다.


“뭐해. 날 샐 거야? 안 들어가?”


“가요. 가. 이번 생엔 글렀네.”


“뭐가?”


아빠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엄마가 아빠를 위 아래로 보며 답했다.


“근육질 남편하고 살아보는 거.”


“응 포기해.”


큰 걸음으로 입구로 간 아빠는 꽉 닫힌 입구 문에서 막혀버렸다.


“인터폰 같은 거 없나?”


문 주위를 이리저리 훑어보던 아빠가 유나를 돌아봤다.


“참 존 아저씨가 이거 줬는데.”


유나는 직사각형 모양의 판을 들어보였다. 세상 처음 보는 모양에 이리저리 흔들어보니 갑자기 텔레비전처럼 화면이 켜졌다.


“우와, 이게 뭐지?”


아빠가 신기한지 유나에게 받아든 물건을 흔들어보고 화면을 콕콕 눌러봤다. 화면에는 작은네모 모양들이 동동 떠있었다. 호기심에 네모 하나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대니 화면이 바뀌며 비밀번호라는 글자가 나왔다.


“비밀번호?”


“뭐야?”


아빠가 물어보지만 유나도 알 턱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 번호 505를 누르자 철커덕 하며 입구 문이 안으로 쑥 열렸다.


“우와!”


“무서운데.”


엄마는 진심 무서운지 근육질이 아닌 아빠의 팔을 붙들었다. 언제 닫힐지 몰라 두려웠지만 서둘러 안으로 들어왔다. 내부는 천장의 샹들리에와 돌아들어가는 붉은 색 카펫이 깔린 계단 때문에 화려한 인상을 주었다.


“파티라도 열릴 것처럼 생겼네. 가보진 않았지만 베르사유 궁전 뭐 그런 느낌?”


엄마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계단을 지나 왼쪽으로 도니 필기체로 '라운지'라 써진 넓은 룸이 나왔다. 유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자신의 발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가능한 가볍게 걸으려고 노력하며 빠르게 걸어가는 엄마를 따라갔다.

라운지 룸의 가운데는 조명이 켜진 듯 빛이 모여있었다. 다가가 위로 올려다보니 하늘이 뻥 뚫려 있었다. 비가 오면 어쩌나 하는데 자세히 보니 투명한 유리가 안을 보호하고 있었다. 정면에는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가 묵직하게 놓여있고, 색색의 밝은 소파들이 피아노를 향하고 있었다. 엄마는 벌써 포근한 소파에 앉아 톡톡 두드리며 집안의 평범한 가죽 소파와 비교했다.


“어머머 면인데 뭐가 이리 부드러워? 뭐 흘리기라도 하면 금방 엉망 되겠다.”


“그럼 소파는 가죽이지.”


아빠도 손으로는 소파를 쓰다듬으며 엄마 말에 맞장구 쳤다. 혹시나 바꾸자 할까 걱정되는 듯 보여 유나는 속으로 웃었다.


"오늘부터 입실인데, 아무래도 내가 처음 인가봐“


"괜찮겠어? 무섭지 않아?"


아빠가 걱정스럽게 물어봤다.


"뭘 애도 아니고,"


엄마가 대신 대답을 해줬다.


사실 유나는 낯선 곳에 사람도 없으니 오늘 어떻게 있을까 걱정하던 중이었는데, 엄마가 그렇게 얘기하니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제 방에 올라가야지?”


어느새 아빠 손에 콜라가 들려있었다.


“아빠 그거 어디서 났어?”


“목마르지? 여기 막 먹어도 되나봐.”


엄마가 긴 테이블 옆에 있는 냉장고를 열며 유나를 불렀다.


“이거 돈 내야하는 거 아냐? 막 그렇게 먹으면 어떡해?”


하며 다가가니 테이블에는 쿠키와 초콜릿, 캔디가 하나씩 포장되어 예쁘게 놓여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빠를 보니 호주머니가 불록 한 게 벌써 꽤 챙겼나보다.


“막 집어가고 그래. 존 아저씨한테 혼나는 거 아냐?”


찝찝한데 엄마는 벌써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유나에게도 하나 내밀었다.


“보니까 돈 내는 데도 없는데 뭐.”


“이미 먹은 거. 뭐. 모르겠다.”


유나도 단숨에 시원한 주스를 마시고 쓰레기통에 깔끔하게 넣고 나왔다.


“여기 엘리베이터는 없나봐.”


아빠가 낑낑대며 트렁크를 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5층인데 괜찮겠어?”


엄마는 아빠의 약한 허리를 걱정하며 뒤따르고 유나도 이불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 숨이 턱까지 차고, 땀 때문에 등이 끈적끈적 했다. 505호 입구에 트렁크를 놓고 주저앉은 아빠의 눈과 코끝에서 땀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문 열자!”


호주머니에서 초콜릿을 하나 꺼내 입에 넣고 아빠가 말했다.


유나는 입구에서 연 것처럼 네모 판에 방 번호를 누르자 문이 찰칵하는 가벼운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희한한 곳이야. 암튼.”


엄마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안은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기숙사 방이었다. 이층 침대 하나와 단층침대가 나란히 안에 있고, 책상이 3개, 문을 열면 왼쪽은 욕실 오른 쪽은 붙박이장이 싸우지 말라는 듯 사이좋게 3개가 나란히 있었다. 물론 다른 기숙사 방을 본 적은 없었지만 상상하던 그대로였다. 정면에 보이는 창이 유달리 넓고 잔디와 분수가 보이는 밖의 풍경이 예뻤다.


“깔끔하네.”


엄마의 만족스러운 목소리에 욕실을 둘러보던 유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완전 새 거야. 다.”


“이번에 오픈이라며.”


엄마가 타박하듯 말했다. 앞으로 혼자 지내게 될 유나를 생각하니 너무 철없는 것 같고, 어찌 지낼지 걱정만 되었다. 울컥하는 엄마 마음을 아는지 아빠가 엄마의 어깨를 두드렸다. 두드림은 그만 엄마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당황한 아빠가 엄마의 어깨를 안고 엄마는 아빠 어깨에 코를 박고 울었다.


“엄마, 좋은 날 왜 그래.”


민망해진 유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유. 요 철딱서니가 혼자서 어떻게 지내.”


흐느끼듯 엄마가 하는 말에 유나도 코끝이 찡해졌다.


“어차피 잘 독립하라 키웠으니 믿어 보자고.”


아빠답지 않게 성숙한 말을 했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우리 맛있는 것도 먹고 데이트 좀 하고 들어갈까?”


아빠의 말에 언제 그랬나 싶게 엄마의 얼굴이 발그레 해졌다.


“맛있는 거 뭐 먹을까?”


“같이 찾아보자고.”


아빠가 다정히 말했다.


“유나야. 그럼 엄마 아빠는 이제 갈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방금 전까지 유나가 걱정 된다 울던 엄마는 아빠와 데이트 생각에 유나의 점심은 잊었나보다.


“나는?”


“응?”


“나도 배고픈데.”


“뭐, 여기도 먹을 거 있겠지. 독립한다며. 끼니 정도는 이제 스스로 해결해야지. 엄마가 용돈 준 거 잘 갖고 있지?”


유나는 잃어버릴까 지갑에 든 20만원을 단단히 쥐었다.


아빠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유나야 힘든 거 있으면 아빠한테 전화하고, 씩씩하게 잘 보내."


"어? 응. 조심히 가."


'나 딸 맞아?'


간다는데, 잡을 수도 없고, 이 나이에 무섭다고, 징징댈 수도 없었다. 밖으로 나오니 들어갈 때는 보이지 않던 엘리베이트가 들어온 방향의 반대로 보였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아빠!”


“응?”


“저기. 엘리베이터가 있었네.”


“아........... 그러네.”


아빠도 억울한지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도 갈 때는 편하겠네. 들어가”


어느새 아빠의 팔짱을 끼고 엄마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가는 거 봐야지.”


유나가 말하자


“너 들어가는 거 보면 또 마음이 그럴 것 같아.”


엄마 눈에 또다시 이슬이 맺히려했다.


“알았어. 조심히 가!”


유나는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시원 섭섭한 마음을 안고 뒤돌아서던 유나는 방문을 닫고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은 게 그제야 생각났다.

“망했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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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입학식 22.05.26 25 0 10쪽
6 룸메이트 22.05.26 33 2 10쪽
5 본능 +2 22.05.23 26 2 10쪽
» 이지 기숙사 22.05.23 30 2 10쪽
3 합격 22.05.20 30 2 11쪽
2 이지 예술대학교 22.05.19 36 3 13쪽
1 1997년 추웠던 그날. +2 22.05.19 8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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