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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80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5.20 18:05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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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합격

DUMMY

"엄마, 엄마, 대박 소식"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나는가 하더니 유진이가 달려 들어왔다. 전화기를 들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던 엄마가 무슨 일인지 놀라서 일어났다.


"잠깐만, 내가 있다 전화 할게."


"왜, 왜 무슨 큰일난거야?"


"대박! 내가 거기. 언니 대학교, 이지? 암튼 거기 대학교에 대해 좀 알아봤거든. 거기가 대박 학교래."


"왜, 뭐가 ‘대박’ 이라는 거야 자꾸"


유진이 엄마에게 얼굴을 내밀고 마른침을 삼켰다.


"거기 등록금이 대박이래."


"뭐?"


"뭐야 이 반응. 안 궁금해?"


김이 샌 표정의 유진이 엄마 옆에 앉았다.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엄마는 다시 전화기를 들고 유나에게 말했다.


"어, 안 궁금해. 어~ 자기야 뭐 별일 아니야. 아까 어디까지 얘기 했더라 아 맞다.. 그래서........"


애기할 것 없다는 듯 엄마는 손으로 유진에게 가라는 표시를 했다.


"뭐야, 하나도 안궁 인가? 아 진짜 거기 한 학기 등록금이 천 만원 이래. 돈 없음 못가는 학교. "


"뭐? 천?"


엄마가 전화기를 내렸다.


"어쩐지, 거기 애들이 다 부티 나더라더니. 시설도........ 그래서 그랬구나."


이제야 납득이 된다는 표정으로 엄마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막힌 유진은 엄마를 보고 말했다.


"엄마, 걱정은 안 되고?"


"뭐가 걱정되니? 어차피 못가. 네 언니. "


"그치. 맞아. 말이 안 되지."


유진이 중얼대며 방으로 들어가자 며칠은 감지 않은 듯 떡 진 머리에 고등학교 체육복 차림의 유나가 머리를 긁적이며 방에서 나왔다.


"지금 유진이 뭐라는 거야?"


"별거 아니야. 그나저나 넌 지금까지 잔거니? 그냥 종일 잠만 자. 학원이랑 알아봐야지. 이제."


"아직 발표도 안 났는데, 무슨 학원."


유나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배고프다. 뭐 먹을 거 없어?”


냉장고를 뒤지는 유나를 보며 엄마는 땅이 꺼질 듯 크게 한숨을 쉬었다. 내 속으로 낳은 딸인데 배고프다니 또 뭐라도 챙겨줘야 할 것 같아 일어나는데 때마침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진유나 학생 댁인가요?”


“네 그런데요.”


“아, 여기 이지 예술대학교입니다. 합격자 통보해드리려 전화 드렸어요.”


“네? 아.... 네.”


엄마는 직감적으로 유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아는 사람 전화처럼 받으려 했다.


“네.....그런데”


“진유나 양이 수석으로 합격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네?”


너무 놀란 엄마는 소리를 지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유를 팩 채 들이키고 있던 유나가 놀라서 달려오자 엄마는 손을 저으며 유나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오지 못하게 하니 더 궁금해졌다. 엄마의 손 방향과는 반대로 점점 더 다가오는 유나를 피해 뒷걸음치는 엄마 손에서 언제 나왔는지 유진이가 휙 하고 전화기를 낚아챘다.


"여보세요? 네? 수석 요?"


엄마가 세상을 잃은 듯 한 표정으로 망연하게 유진을 쳐다보자 유진이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유나는 어색한 연기를 하는 엄마를 보고 학교 전화일거라는 추측은 했지만 수석은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었다. 웃어야 하는데 아무 느낌이 나지 않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뭐 잘못된 거 아니에요?"


또박또박 사나운 말로 받아치는 유진의 소리에 정신이 든 유나는 전화를 뺏어 들고 연신 머리를 숙이며 감사하다 인사했다. 유진은 유나의 힘에 밀려 소파로 넘어져서도 말이 안 된다며 엄마에게 말하고 엄마는 그런 유진을 원망했다.


“네가 말만 안했어도 그냥 떨어졌다 하고 넘어갔잖아.”


“말이 안 되잖아. 언니가 수석이래.”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표정의 유진은 이제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 듯 날아가는 듯 한 걸음으로 다시 주방으로 가서 우아하게 유리컵에 우유를 따라 원샷 했다. 앞으로 텔레비전에 나와 CF를 찍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황홀하기만 했다. 유진이 팔짱을 끼고 유나 옆에 섰다.


“왜? 뭐? 연예인 처음 보냐?”


“연예인 같은 소리 하네. 개나 소나 다 뽑는 학교였다니. 거기 등록금이 얼만 줄 알아? 우리 형편에 말도 안 되는 거지.


팔짱을 끼고, 유진이 심각하게 말한다.


"나 전액 장학금이래. 엄마, 아빠한테 이제야 효도 하네"


유나의 태평한 말에 뒷머리를 부여잡은 엄마는 그대로 소파에 드러누워 버렸다.




유나는 방바닥에 커다란 캐리어를 펼쳤다. 옷장 속에 있는 옷을 다 꺼내서 침대 위에 늘어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기숙사로 들어가는 날이 바로 내일인데 엄마는 아직도 방에서 머리를 싸매고 누워 시위 중이었다. 짐을 싸보는 것도 처음이고 단기간의 여행이 아니라 집을 떠나는 건데 뭘 얼마나 싸야할지 막막했다.


"똑똑"


"누구야?"


"언니, 나 유진이"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언제부터 노크하고, 방에 들어왔다고. "


방문이 삐죽 열리더니 유진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들어온다.


"막상 언니 내일부터 없다니까 좀 그러네."


유진답지 않게 쭈뼛쭈뼛 말했다. 정은 모름지기 미운정이라고 유나가 막상 떠난다니 서운한 모양이다. 유나도 괜히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뭐가 ~ 그냥 기숙사에 들어가는 건데, 주말이면 올 거야,"


"그래도, 언니 처음으로 집 나가는 거잖아....... 여기 "


유진이 멋쩍은 듯 대충 포장된 상자를 등 뒤에서 내밀었다.


"뭐야, 감동스럽게."


"뭐~ 언니가 좀 그렇잖아. 패션 테러리스트.“


유나가 움찔했다.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막상 들으니 걱정되었다. 없던 패션센스가 갑자기 생길 것도 아니고, 마네킹보고 이거요 하고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거기 대학가서 넘 꾸지면 좀 그럴 것 같아서."


어색하게 받은 유나가 포장을 열어보니, 화장품이 종류별로 다 들어있었다.


"내가 딴 건 몰라도, 화장 하나는 좀 하잖아."


"아, 진짜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눈물 나게."


감격한 유나의 표정을 확인한 유나는 이때다 싶어 유나 옆에 앉아 팔로 안았다.


"언니야, 언니 가고 나 이방 써도 돼?"


눈물이 살짝 날 듯 감격하던 유나의 눈물이 쏙 들어갔다.


"너 지금 이거 노리고 그런 거야?"


자신이 선물한 화장품들을 하나씩 꺼내 보이며 생색내듯 유진이 말했다.


"언니 방이 채광도 더 좋고, 더 넓잖아."


유나는 딜을 받아들인다는 뜻에서 유진의 손에 든 화장품을 받으며 말했다.


"뭐..... 니맘대로 해."


"진짜 수석은 수석이다. 맘씨도 이리 좋아. 히히. 언니 낼 잘 가구"


목적달성 끝낸 유진은 쿨하게 방을 나갔다.


다시 침대 위에 놓인 옷을 바라보며 유나는 한숨이 나왔다. 옷가지가 색깔만 다른 다 똑같은 스타일이다. 하얀 티, 까만 티, 회색 티, 까만 트레이닝 바지, 회색 트레이닝 바지, 같은 색 반바지와 청바지 하나. 그 흔한 원피스 하나 없다. 신발은 단출하게 슬리퍼와 운동화 딱 두 개 뿐이었다. 오늘 밤은 잠자기는 다 그른 것 같다. 설렌다기보다 이상하게 울렁울렁 멀미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망의 기숙사 입소 날,


"엄마, 엄마~"


유나는 방문 앞에서 매달렸다.


"여보, 유나엄마."


아빠도 유나 옆에서 같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냥 마음 접고 편하게 보내자고."


아빠는 나갈 준비까지 마쳤는데, 엄마는 아직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계속 이러면 내가 유나 데리고, 그냥 가."


아빠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슬며시 문이 열리더니, 곱게 화장하고, 옷까지 차려입은 엄마가 나왔다. 귀고리랑 목걸이, 팔찌, 반지까지 예물상자를 다 뒤진 듯 달랑 달랑 부담스럽게 치장한 모습이었다.


"엄마 , 너무 멋 부린 것 아냐?”


유나가 뜨악하며 말했지만 엄마는 차려입은 기분 탓인지 과하게 우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자들 다니는 학교라잖아. 밀리면 안되니까."


아빠와 유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다 거실 벽시계를 보고 서둘렀다.


"학교가 생각보다 멀더라고, 얼른 나가자. 유나 짐은 저 트렁크 하나야?"


아빠가 트렁크를 밀며 말했다.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엄마한테 전화해. 택배로 보내면 되니. 외국 나가는 것도 아니고."


막상 딸이 간다니까 엄마도 신경이 쓰이는지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얘기만 들었는데, 어떤 곳인지 아빠도 궁금하다. "


유나보다 엄마 아빠가 더 설레는 것 같았다. 하필 차까지 막혀 4시간이 넘게 걸려 학교에 도착했다. 주변을 보며 살짝 속상한 표정의 아빠는 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가자 표정이 확연히 달라졌다.


"야~ 무슨 이런 곳이 다 있냐?"


감탄한 표정으로 아빠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기숙사 입소 날이라는데, 들어가는 차 하나 없이 학교가 조용하기만 했다.


"오~ 야~ 우리 유나 학교생활 아주 재미있겠는데. 하하"


부러워하는 마음이 말투에서 고대로 뭍어났다. 아빠 마음은 모르지만 유나는 그렇게 느꼈다.


"에휴 진짜 여기를 또 오게 될 줄이야. 지가 선택한 건데, 뭐. 네 인생인데. 뭐, 네가 알아서 해."


막상 학교 앞으로 오니 엄마는 또 속이 상한 듯 말했다. 계속 말이 없던 유나는 눈에 눈물이 맺힌 듯 감동스러운 표정으로 학교를 쳐다봤다. 자신이 여기 학생이라는 것이 그것도 등록금 한 푼 안들이고 장학금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기숙사가 어디 있는 거지?


아빠는 문 옆 경비실로 가서 길을 물어보고 돌아왔다.


"생각보다 학교가 꽤 큰가 보네. "


정문 안으로 들어가서도 한참 등산하듯 오르막길을 올라 마지막 학교 건물을 지나니 영화에서나 나오는 듯 고즈넉하면서 커다란 두 개의 저택이 보였다. 규모만큼 널따란 주차장이 잔디밭 뒤로 있어 차를 주차하고 정원으로 나왔다. 잔디 가운데 데크길을 따라가면 오른 쪽 왼쪽으로 두개의 저택이 나누어지고, 가운데로는 유리로 된 식물원 같은 곳이 보였다. 식물원 전면으로는 트레비 분수와 똑 닮은 분수가 날이 따듯해지면 시원하게 물을 뿜으려 대기하고 있었다. 기숙사는 올해 처음 오픈이라더니 새것 냄새가 폴폴 나고, 모든 것이 반짝반짝했다.


"이야~"


아빠는 연신 감탄하느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기 다니면 이게 다 공짜라고? 우리 유나 좋겠다. 하하."


"좋긴 한데, 나중도 생각해야지. "


걱정쟁이 엄마는 구경하느라 눈을 돌리면서도 잠깐씩 현타가 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이쪽이 여자 저쪽이 남자네, 구경은 있다하고, 짐부터 옮겨두자."


유나는 아빠가 구경하느라 던져둔 트렁크를 끌고 여자 기숙사 쪽으로 향했다. 드디어 대학생이 된다는 설렘과 이렇게 근사한 곳에서 생활하게 된다는 기대감에 무거운 트렁크에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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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막걸리 22.06.09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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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빙의 22.05.30 26 0 11쪽
8 영웅 선배의 비밀 +2 22.05.27 24 1 9쪽
7 입학식 22.05.26 25 0 10쪽
6 룸메이트 22.05.26 33 2 10쪽
5 본능 +2 22.05.23 26 2 10쪽
4 이지 기숙사 22.05.23 30 2 10쪽
» 합격 22.05.20 31 2 11쪽
2 이지 예술대학교 22.05.19 36 3 13쪽
1 1997년 추웠던 그날. +2 22.05.19 9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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