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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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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75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6.10 20:00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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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세상에 공짜는 없다

DUMMY

“으으으으으으”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맞다. 막걸리! 악!”


순간 입안 가득히 침이 고이며 울렁거림이 시작됐다. 여지없이 일어나다 2층 침대에 머리를 박으며 비명을 질렀다.


“우우욱”


침대에 실수하기 전에 맨발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변기에 박은 머리를 올려 거울을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누구에게 쥐어뜯긴 듯 한 머리는 이물질이 잔뜩 묻어 덩어리가 져 있었고, 옷에는 김치 국물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내가 또 막걸리 마시면 사람이 아니지"


얼굴만 대충 씻고, 기어서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누워도 어지럽고, 울렁거려서 일어나기 힘들었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데, 가방 속에서 알람 소리가 들렸다.


“뭐지?”


알람시계는 침대 바로 옆에 있었다.


“어제 가방에 이상한 거 넣었나? 아~~ 힘든데”


투덜대면서도 계속 나는 소리가 신경 쓰여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으으으으으욱 악!”


또 2층 침대에 박힌 머리를 문지르며 배를 움켜쥐고 책상으로 다가갔다.


‘디리리리리링’


가방에는 책 몇 권과 까만색 탭밖에 없었다.


“뭐지?”


깜빡깜빡 불이 켜지며 울리는 탭을 한 손에 들고 유나는 멍하니 쳐다봤다.


“설마 이게 울리는 건가?”


자신이 미쳤다 생각하고 탭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세요?”


"속은 괜찮아?"


“으악!!!”


놀란 유나는 탭을 옆 침대에 던져버렸다.


“뭐야?”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야?”


유나가 소리 질렀다.


“별~ 아직 술 안 깼어?”


“너 나 술 마신 거 어떻게 알아?”


“헐 뭐래?”


“너! 너......... 너 누구야?”


“아 진짜! 나 서리. 기억 안나?”


“서리? 막걸리?”


“그래 막걸리. 아 진짜 얘 왜이래?”


“근데 네가 어떻게 말을 해?”


“뭐래? 정신 차리고 해장하게 내려와!”


“어 어디로?”


“어디긴? 식당으로 와!”


서리는 쿨 하게 전화를 끊었다. 탭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간 유나는 손끝으로 뒤집었다. 화면에 정서리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뭐지?


그제야 영식이 말했던 게 생각났다.


“아, 전화가 된댔지?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하는데 ,


‘디리리링’


다시 전화가 울렸다.

너무 놀라 두 손으로 탭을 받쳐 들고 어디에 말해야 할지 몰라 화면에 대고 일단 소리를 질렀다.


“여보세요?”


“아! 귀 따가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아! 아. 여보세요.”


“진짜 술이 영 안깨나 보네. 안내려오고 뭐해?”


“어? 어. 응 지금 가.”


허둥지둥 가방에 탭을 넣고 둘러매려다 가슴팍에 묻은 김칫국물이 보였다.


“아!”


유나는 소리를 지르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대충 머리를 물로 닦은 후 옷을 갈아입었다.


"못 마시면, 못 마신다고 하면 되지. 누가 억지로 먹이나?"


맞은편에 앉은 서리가 쯧쯧 대며 말했다.


"몸무게가 대박 이더라"


영식이 앞에서 히죽댔다.


"뭐?"


"네가 내 몸무게를 어떻게 알아?"


"어떻게 모르냐? 난생 처음 여자를 업어봤는데."


‘아~ 나 그런 거니?’


"뻥은....... 쟤 너 안 업었어. 아무리 여기가 자유롭대도 방에는 남자가 못 들어가지. 내가 업었어. 너."


서리가 따끈한 김칫국을 유나 앞에 놓으며 말했다.


"뭐? 내 몸무게 반쪽밖에 안돼 보이는데, 네가 어떻게."


서리가 양 팔을 들어 이두박근을 보이면서 말했다.


"내가 보기보다 좀 세."


서리는 힘도 센데 요리도 잘하나 보다.


“대박 김칫국 진짜 맛있다.”


"영식이 너는 특별히 주는 거다."


영식이 그릇을 시크하게 놓으며, 서리는 어느새 한손으로 막걸이를 흔들고 있었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내가 겁먹은 듯 물어보자


"원래, 술은 술로 푸는 거야. 해장술 몰라?"


"뭐가 막걸리밖에 없어?"


"난 막걸리만 먹거든."


'아, 진짜 죽을 것 같다.'


영식은 스텐 그릇에 막걸리를 가득 받아들고 김치죽과 맛있게 먹었다.


서리도 어느새 한 컵 가득 마시며, 유나에게 내말자 유나는 마지못해 받아들었다.


'이번 주말에는 집에 가야겠다. 이러다 죽을 것 같아.'


서리에게 다시 업혀 방으로 들어온 유나는 침대로 기어 올라가 잠에 빠져들었다.


"똑똑"


'또 누구지?'


정말 해장술이 효과가 있는 건지, 아침보다는 좀 나은 느낌이었다. 시계를 보니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누구세요?"


"나, 정원이"


“어, 쾅! 악!”


가뜩이나 나쁜 머리가 계속 이리 부딪히면 정말 바보가 될 것 같았다.


"무슨 일이야? 바빠?"


"아니, 자고 있었어."


누가 봐도 자다 나온 몰골이다.


"나 시내 나갈 건데, 같이 갈래?"


"시내?"


"여기서 한 시간 나가면 이지시거든. 거기가면 웬만한 건 다 있어. 답답해서 머리도 좀 하고 오게."


“8시면 기숙사 문 닫잖아. 그때까지 올 수 있겠지?”


“그때까지 당연히 오지. 머리만 하고 올 건데. 바쁘면 나 혼자 가고.”


마음약한 유나는 너무 피곤했지만 혼자 간다는 말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응 잠깐만, 얼른 씻고 나올게. 참! 여기서 어떻게 가?"


"30분 있음 시내 나가는 셔틀버스 오잖아."


'뭐가, 나는 아는 게 없다. 다들 어떻게 아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나만 모르지?'


급하게 물만 뿌리며 샤워하고, 비비만 바른 채 젖은 머리로 나오니 예쁘게 차려입은 정원과 더 비교가 됐다.


"내가 오늘 너 스타일 바꿔줄까?"


"응?"


"안 꾸미는 것도 개성 있긴 한데, 한 번 꾸며 봐도 재밌잖아."


"뭐, 봐서.........일단 늦겠다. 빨리 가자."


기숙사 끝자락으로 오니,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왜 지금까지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는지 이상할 정도로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신기하다. 셔틀버스 있는 거 지금 알았어."


"가이드북에 다 있는데“


‘그놈의 가이드 북’


"서울 가는 것도 있나?"


"이지 시외버스 정류장으로는 가지. 거기서 갈아타야해. 귀찮아서 방학 때 아니면 안 가려고"


"서울이 이렇게 멀 줄이야........"


"나는 더 좋은데 히히."


버스를 타니 속이 또 안 좋아지려고 했다. 못 참을 정도까지 오니 도착했다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시골 읍내를 상상했는데, 번화한 소도시의 느낌이었다.


"머리한다고 했지? 어디로 가?"


"나도 처음이라. 딱 보이는 데로 가자."


"머리하는데, 아무데나 괜찮아?"


"다 거기서 거기겠지 뭐."


‘보기에는 까다로워 보이는데, 털털한가 보다. 스타일 크게 신경 안 쓰는 나도 가는 미용실만 가는데.........’


정류장에서 왼쪽으로 있는 큰 건물에 헤어살롱 간판이 보였다. 규모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 믿고 가보기로 했다. 종업원들이 줄을 서서 인사하는 게 왠지 비쌀 것 같은 미용실이었다. 정원은 돈 걱정은 안 되는지 고민 없이 안으로 쓱 들어갔다. 잘 정돈된 긴 세팅머리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했다. 자리에 앉은 정원에게 헤어디자이너가 시원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디자이너의 큼직큼직한 이목구비가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미용실에 머리하러 왔죠."


정원은 상대방이 무안할 정도로 톡 쏘며 말했다.


괜히 눈치가 보인 유나는 어리벙벙하게 안내하는 자리로 가 정원 옆에 앉았다.


"저도 머리하러 왔어요."


딱히 생각나는 스타일도 없는데, 몸집이 작은 헤어디자이너가 웃으며 다가왔다.


"친구 분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파마부터 준비 할게요."


'친구라니?'


불안해진 유나가 정원을 쳐다봤다. 정원은 네 맘 다 안다는 표정으로 윙크했다. 어차피 거기서 거기. 별 생각 없던 유나는 일단 맡겨보기로 했다.


깜빡 졸았나 보다. 유나는 거울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뽀글뽀글 샛노란 파마머리의 낯선 여자가 쳐다보고 있었다.


"으악"


둔한건지 이지경이 될 때까지 졸고 있었단 건가, 아침에 마신 막걸리를 원망하며, 정원을 보고는 더 놀랐다.


깔끔한 세팅 머리를 댕강 자르고, 보라빛이 도는 까만색 커트 머리의 정원은 더 이지적으로 보였다.


자신의 머리는 잊고, 정원을 보며 잘 어울린다 생각하고 있는데, 정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시원한 외모의 헤어디자이너는 쩔쩔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입을 꾹 다문 정원은 누가 봐도 화난 표정으로 거울만 노려보고 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잘 어울리시는데요."


"이거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거울을 향해 말하는지 헤어디자이너에게 말하는 지 정면만 노려보고 있었다.


"머리 제대로 고쳐놓을 때까지 안 일어날 거예요."


'진상, 진상. 알고 보니 정원은 진상 손님이었다.'


본인이 더 창피함을 느끼며, 유나가 정원에게 다가간다.


"예쁜데, 왜?"


"내가 섹시한 검은 컬러라고 했는데, 이거는 보라색이잖아."


"뭐가? 무지 섹시해. 가자."


"아! 나 못가. 제대로 할 때까지 안 갈거야."


'아, 나!'


원장인지 나이가 있어 보이는 분이 다가와 교양 있게 말을 걸었다.


"손님, 색이 마음에 안 드시면 지금 다시 해봐야 머리만 상하니 한 달 정도 후에 오시면 제대로 해드리겠습니다. 너도 사과하고,"


죄 없는 헤어디자이너는 울상이 되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오시면 제대로 다시 해드릴게요."


'이런 분위기 정말 싫어하는데........'


유나는 민망함에 고개를 숙이고 정원의 팔을 잡았다.


"그게 다에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유나는 다시는 정원과 미용실은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경험 많은 원장은 웃으며,


"그럼 오늘 하신 것은 30프로 디씨 해드리겠습니다. "


"50프로. 안내려다 내는 거예요."


'헉. 지금 딜 하는 건가?'


존경과 민망함이 섞인 마음으로 정원을 보고는 계산대로 오니 정원이 시크하게 말한다.


"내가 오자고 했으니 내가 계산 할게."


'이건 또 무슨 오지랖인지'


"친구 것도 같이요. 50프로 디씨 라고 했어요."


지갑을 열며, 정원은 한 번 더 다짐 받았다.


불편한 마음으로 미용실을 나오니 정원이 얘기했다.


"미용실은 내가 계산했으니, 네가 밥 사."


"어, 당연하지."


오늘 일진이 좋지 않은지 하루 종일 피곤한 마음이다. 간단히 메밀국수를 먹고, 쇼핑몰에 들어갔다.


"여기 동대문 온 것 같다."


"그러네, 오늘 헤어에 어떤 옷이 어울릴까?"


'잊고 있었다. 나 머리했지.'


정원은 너저분한 스타일이 가득한 코너로 가서 망사 원피스를 골랐다. 가뜩이나 요즘 들어 배가 나와 고민인데, 드레스라니.


"이건 좀......."


"원래 딱 붙는 스타일이 더 날씬해 보여. 요즘은 크롭 탑이 인기인데,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안 되는 것 같고."


"지금 나 욕한 거지?"


" 나 막 스타이너가 된 것 같아. 재밌어."


'스타일리스트겠지'


정원의 장난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촌티를 벗으려는 유나는 본인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참이라 스타일 좋은 정원을 따라 보기로 했다.


"요게 좋겠다."


정원은 꽃무늬의 귀여운 원피스를 고르고, 어울리는 색의 구두까지 골랐다.


"가방은 있어?"


"아, 아니..."


"뭐, 있는 게 없네."


"근데, 나 돈이 그리 많지 않은데......."


"언니가 주는 선물. 주말에 나랑 놀아줬잖아."


"나 그냥 공짜로 막 받는 성격은 아닌데........."


"누가 공짜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불길하다. 그래, 세상에 공짜는 없지.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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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YJBS 22.06.17 23 0 10쪽
13 히치하이킹 22.06.13 29 0 10쪽
» 세상에 공짜는 없다 22.06.10 20 0 12쪽
11 막걸리 22.06.09 21 0 12쪽
10 정소리 22.05.30 17 0 10쪽
9 빙의 22.05.30 26 0 11쪽
8 영웅 선배의 비밀 +2 22.05.27 23 1 9쪽
7 입학식 22.05.26 25 0 10쪽
6 룸메이트 22.05.26 33 2 10쪽
5 본능 +2 22.05.23 26 2 10쪽
4 이지 기숙사 22.05.23 30 2 10쪽
3 합격 22.05.20 30 2 11쪽
2 이지 예술대학교 22.05.19 36 3 13쪽
1 1997년 추웠던 그날. +2 22.05.19 8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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