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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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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77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5.2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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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영웅 선배의 비밀

DUMMY

"카페테리아? 여긴가 보네."


상희와 팔짱을 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얕은 오르막 끝자락에 건물이 보였다. 하얀 건물 상단에 ‘카페테리아’라고 필기체로 쓰여 있었다.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 건물에 도착해서 보니 방연과 후문 앞이었다. ‘오늘은 왠지 몸이 고생하는 날인가 보다.’ 엄마가 실기 시험 때 유나를 기다리던 바로 그 카페 건물이었다. 1층은 카페였고, 2층이 식당이었다. 2층은 둥글게 휘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될 것 같았다. 고급스러운 녹색 간판과 어울리게 계단의 손잡이도 같은 색이었다. 늘 기대 이상으로 좋았기에 이번에도 그럴 것을 예상하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

눈을 감았다 뜰까? 혼자 행복한 상상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에이’ 하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 했다. 너무 평범했다. 보통 대학 구내식당과 다름없이 각자 식판을 들고 받으러 가는 아주 흔한 식당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주문을 버튼으로 한다는 것만 차이가 있었다. 식권은 어디에서 사야하나하고 둘러보는데 상희가 먼저 버튼이 있는 기계로 향했다.


“뭐야? 식권 산거야?”


“식권?”


“주문할 거 아냐?”


“여기서는 이거면 돼.”


상희는 가방에서 까만색 패드를 꺼내 보이고는 버튼 아래 기계에다 대었다. 인식하는 ‘따라랑’ 소리와 함께 녹색 불이 들어오고 메뉴버튼을 누르면 끝이었다.


“너 어떻게 알았어?”


“가이드북에서.”


“아! 가이드북”


“안읽어봤어?”


“어? 흐흐흐”


유나는 무안함을 웃음으로 대신하며 기계로 갔다. 가방에서 척 하고 패드를 꺼내 갖다 대니 상희 때처럼 ‘따라랑’ 소리와 함께 메뉴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이거 너무 힘들다.”


“뭐가? 그냥 대기만 하면 되는데.”


상희는 유나가 잘 못하나 하고 도와주러 가까이 다가왔다.


“다 맛있어 보여.”


“뭐?”


“아, 진짜 다 먹고 싶다.”


유나는 눈을 감고 신중하게 아무 버튼이나 눌렀다.


“김치찌개. 쫄면에 김밥이 더 땡겼는데 아쉽다.”


늘 그렇듯이 메뉴 선택 후에 또 다른 메뉴에 대한 미련이 밀려왔다.


“아유 가자!”


상희는 유나의 팔을 끌고 자리를 잡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 방연과."


또 이정재인가하고 돌아다보니 잘생긴 영웅 선배가 또 잘생긴 다른 선배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너무 놀라 자기도 모르게 같이 손을 흔들다 흠칫해서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후 머리를 숙였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상희를 밀어내고 인사하니 선배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점심 먹으러 왔어?"


“네.”


상희가 채가듯 먼저 대답했다. 선배들은 계속 싱글대며 상희와 유나를 쳐다봤다.


“우리도 밥 먹으러 왔는데 후배님들 같이 먹어요.”


영웅선배 말에 유나는 녹을 것 같았다. 상희가 창가 자리를 가리키며 선배들에게 손짓하자 선배들이 알았다는 듯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해보였다.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은 유나는 순간 후회했다. 상희는 고상희라는 이름에 맞게 오므라이스를 앞에 놓고 앉았고, 선배들도 돈까스였다. 혼자 김치찌개를 후루룩 먹으며 이 사이에 고춧가루라도 끼지 않을까 조심해야 했다.


“유나는 복스럽게 먹는구나.”


영웅선배 옆의 다른 선배가 귀엽다는 듯 말했다. 유나가 듣기에 귀여워하는 말투였다.


“제가 아침도 못 먹어서요.”


변명 하는 게 더 웃겼다. 선배들은 계속 유나가 신기한지 잘 먹지도 않고 보기만 했다. 불편한 와중에도 유나는 식판을 깨끗이 비웠다.


“명수야! 너 있다가 학과 사무실로 올 거지?”


영웅선배가 옆의 선배에게 말했다.


“가야지. 이번 일 문제가 커질까?”


“조교 형이랑 얘기 잘해봐야지.”


선배들이 심각한 일이 있는 듯 서로 얘기하는 것을 들으며 유나는 영웅선배 옆의 선배 이름이 명수라는 것을 알았다. 궁금했지만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아 눈치 빠르게 모른 채 하고 있는데 상희가 입을 열었다.


“선배님 무슨 일 있어요?”


“응. 명수가 탭을 가지고 나갔었나봐.”


“어머. 그거 교칙에 위배된다고 봤는데........ ”


“이봐 신입생도 아는 것을 참”


영웅 선배가 명수 선배를 나무랐다.


“그냥 별일 아니라 생각했지.


유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겨우 탭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고 이렇게 심각할 일인가 싶었다.


“그게 그렇게 큰일인가요?”


영웅 선배와 상희가 동시에 유나를 쳐다봤다.


“우리 학교 규칙이야. 당연히 큰일이지. 규칙을 지키지 않았는데.”


“아~”


둘이 그렇게 얘기하니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 좀 조심하시지 그러셨어요.”


유나가 쓸데없이 한마디 더하자 분위기가 갑자기 쎄 해졌다. 명수의 째려보는 듯한 눈빛에 유나는 자신의 실수를 감지했다.


“아, 아니. 선배님! 속상하시겠어요.”


분위기를 무마시켜보려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물 한 컵을 원 샷하고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유나가 먼저 일어났다. 이럴 때는 도망가는 게 상책이다.


“선배님들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그럼 저희 후배들은 이만”


유나가 꾸벅 절하자 상희도 마지못해 일어났다. 유나와 상희가 떠나고 영웅은 명수와 둘이 남게 되었다.


“얘들 앞에서 왜 그런 얘기를 해가지고.”


명수가 고개를 돌리며 쓴소리를 했다.


“애들도 알아야지. 너 사실 모르고 그런거 아니잖아. 무슨 꿍꿍이야?”


“그냥 깜빡 했었다고. 가방에 넣고 반납하는 거 잊고 간거야. 그냥.”


“너 그쪽 사람들 만났다던데......”


영웅이 고개를 돌리며 중얼 거리듯 말했다. 명수가 흠칫하며 티나게 당황했다.


“그....... 그건.......”


“네가 너무 우습게 안거야. 다 알고 있었어.”


“퇴학인가?”


“뭐....... 그럼 다행이고.”


뒤에 말은 명수에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뱉고 영웅은 일어났다.


“일단 조교님과 얘기해봐.”


“같이 안가?”


당황한 명수가 엉거주춤 일어났다.


“같이 가봐야 별다른 거 없을 거야.”


영웅은 명수를 뒤로 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맑은 하늘이 차게만 느껴졌다. 영웅에게 명수는 각별한 친구였다. 겉으로만 웃으며 농담하는 다른 과 동기들과는 달랐다.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하고 중학교 때부터 홀로 독립해서 살았던 명수의 외로움을 알았기에 영웅의 마음은 더 복잡했다. 명수가 웃으며 했던 예전 말이 떠올랐다.


“난 가구를 사지 않아.”


“어?”


밥을 먹다 갑작스럽게 얘기했다.


“우리 집에 한 번 올래?”


“가봤잖아.”


“여기 말고 서울 집”


그냥 그렇게 지나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거나하게 취한 영웅은 명수의 집에서 주말 아침을 맞았었다. 주량을 많이 넘긴 탓인지 타들어 가는 갈증에 눈을 뜬 영웅은 기다시피 주방을 찾아 냉장고 문을 열었다. 생수병과 소주병만 빼곡히 있던 냉장고에서 생수를 하나 꺼내 꿀꺽꿀꺽 마시자 정신이 조금 들었다. 그제야 집 안이 눈에 들어왔다. 주방 싱크대와 나란히 냉장고 한 대.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혼자 지내기에는 턱없이 큰 아파트 안은 막 이사 나가고 난 후 같았다. 팅 빈 거실, 텅 빈 주방, 텅 빈 방안. 명수는 아무렇게나 바닥에 누워있었다.


“이불도 없냐?”


영웅은 기분이 착잡했다.


“됐어 임마!”


명수는 영웅이 내민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며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났다.


“왜 이러고 사냐?”


“혹시나 부모님이 오시면 보라고. 버린 자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런데....... 훗! 나 혼자 생쇼한 거지. 그 사람들 한 번도 안 왔어. 제기랄! 여기가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이었거든. 나만 두고 둘이 나가버렸어. 서로 싫다고. 그래서 다 갖다 버렸어. 두고 간 거. 싹 다.”


“외로웠겠다.”


영웅의 한 마디에 명수는 고개를 돌렸었다. 울고 있었는지 어깨가 들썩였지만 그렇게 한참을 그냥 뒀었다.


“배고프다. 해장국 먹으러 가자!”


영웅과 명수는 그렇게 서로 속을 터놓는 친구가 되었다.


“새끼. 왜 그런 짓을 해가지고.”


영웅은 답답했다. 곧 연락이 올 텐데 뭐라고 얘기해야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카페 건물 가장자리에 선 채 땅바닥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영웅 앞으로 까만색 고급 승용차가 다가 왔다. 미끄러지듯 들어와 소리 없이 정지한 채 영웅을 기다리듯 가만히 있었다. 옆으로 침을 퉤! 하고 뱉은 영웅은 자동차 앞으로 다가갔다.

뒷자리 창문이 조용히 내려가자 두꺼운 썬팅에 가려져 있던 이사장의 얼굴이 드러났다. 가까이 다가오라 손짓하자 영웅은 그의 곁에 얼굴을 갖다 댔다. 귓속말로 소근 대는 이사장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티 하나 없이 깨끗한 그의 얼굴은 인간이 아닌 듯 보였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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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정소리 22.05.30 17 0 10쪽
9 빙의 22.05.30 26 0 11쪽
» 영웅 선배의 비밀 +2 22.05.27 24 1 9쪽
7 입학식 22.05.26 25 0 10쪽
6 룸메이트 22.05.26 33 2 10쪽
5 본능 +2 22.05.23 26 2 10쪽
4 이지 기숙사 22.05.23 30 2 10쪽
3 합격 22.05.20 30 2 11쪽
2 이지 예술대학교 22.05.19 36 3 13쪽
1 1997년 추웠던 그날. +2 22.05.19 8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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