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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71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5.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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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빙의

DUMMY

‘지금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는 말이 딱 지금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기숙사로 걸어오는 길이 힘들지 않고 행복했다.


학교 갈 때는 오르막이었지만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콧노래도 나올 만큼 행복했다.


사그락 사그락 바닥의 잔디들이 유나의 발목에 부딪히며 간지럽혔다. 쿡쿡거리며 웃음이 계속 나오자 머리에 꽃만 안 꽂았지 동네 미친년이 따로 없겠구나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기분을 누구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너 선배들이랑 밥 먹더라. 벌써 친해진 거야?"


‘탁’하고 유나의 행복을 깨뜨린 이는 다름 아닌 재수탱이 눈꽃이었다.


'뭐래..'


속으로 생각하며 가능한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도 거기 있었어? 인사하지 왜"


"눈에 하트 뿅뿅해서 밥 먹는데, 내가 보였겠니."


역시나, 재수탱이!!


“뭐래, 인사했으면 같이 먹었을 텐데. "


한 마디 더 붙이려다 싸우기 싫어 딴 얘기를 했다.


"넌 친구는 좀 사귀었어? 생각보다 방연과 학생 수가 많지 않더라."


"다들 연예 활동 하니까 입학식까지 못 오는 거지."


"뭐? 진짜? 연예인들 많아?"


"방연과에 연예인 많은 게 이상한가? 당연하지."


"대박~ 누구 누구 있는데?"


유나의 눈이 반짝였다. 팸플릿에서 본 선배의 얼굴도 머리위로 떠올랐다.


"여기 연예인 특혜제도가 있어서 수능 점수 기준 미만이어도 티비 활동하면 다 들어올 수 있어. 대신 학교에 뭐 기부 같은 거 하는 것 같더라."


"대박~ 연예인이랑 같이 학교 다니는구나.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하고. 완전 꿈같다."


"꿈 깨. 걔네 학교 거의 안 나올 거야. 출석 못 채워도 점수 나오니까."


"뭐, 한 번은 안 오겠어? 완전 행복하다."


"넌 여기 왜 온 거야? 연예인 하려는 것 같지도 않고, 뭐 딱히 어울리지도 않고,"


"나? 연예인 보러 왔지."


"헐~ 별~"


눈꽃이 정말 무시하는 말투로 말하고는 인사도 없이 쌩하고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싸가지!”


'눈꼴 시려 워서 눈꽃인가. 진짜 맘에 안 든다.'


다행히 눈꽃은 6층이라 기숙사에서는 딱히 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같은 방 룸메이트 들이었다.


집은 자고로 편해야 하는데 문 앞에만 서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505호 문 앞에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 공손하게 똑똑 노크했다. 잠깐 기다렸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언니들은 아직 오지 않았나 보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뭐, 사회생활 미리 경험한다 생각하지 뭐.'


화내봤자 나만 손해니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제일 가까운 유나의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아, 배부르고, 피곤하다."


그렇게 한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밖이 벌써 어두워져있었다.


“배고프다! 저녁 먹어야 하는데.......”


후다닥 뛰어내려 바람 같은 속도로 가방을 집어 들고, 식당으로 달려갔다.


아직 불이 환한 식당을 보고 환호했다. 속으로.


'앗싸, 세이프'


"여기 샹젤리제 너무 잘 어울리지?"


'샹들리에가 아니라 샹젤리제? 웃기려고 그러나?'


돌아보니 전에 식당에서 봤던 정원이 웃으며 인사했다.


"너도 혼자 왔니?"


"응 너도?"


"응, 난 내방 룸메들이 넘 넘 맘에 안 들어."


정원이 강조하며 말했다.


"진짜?"


'동지를 만난 기분이다.'


유나는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아침에 변 볼 때 한 대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하네."


무슨 말인지 잠시 알아듣지 못하다가,


"아, 담배....."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유나가 말했다.


"응. 머.........뭐해? 들어가자."


“근데 너 저녁 안 먹는다며.”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그치. 사람이 어떻게 딱 고대로 살겠어.”


“저녁 시간 다 끝나간다.”


'참, 시간이 없지.'


서둘러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녁 메뉴는 뭘까?


설레는 마음으로 메뉴를 보니 오늘의 파스타와 샐러드가 전부였다.


고를 것도 없는 메뉴였다.


저녁은 든든히 먹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컸다.


정원은 얼마 되지도 않는 파스타를 깨작이더니 샐러드만 비우고 일어났다.


“저녁을 너무 먹었나봐. 운동하러 가야겠다.”


‘뭐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나가 정원을 쳐다봤다.


정원은 있지도 않은 뱃살을 만지며 밖으로 나왔다.


찬바람이 훅하고 불어왔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때리듯 앞으로 넘어왔다.


손으로 쓱 하고 올리는데 귀신처럼 앞에 정재가 보였다.


전에 본 같은 벤치에 같은 자세로 누워있었다.


“너 그러다 얼어 죽어! 벌써 죽었나?”


유나가 걱정돼 다가가 흔들어봤다. 몸에 찬 기운이 드는 게 조금 무서웠다.


들었는지 장난기 있는 웃음을 보이며 정재가 눈을 슬그머니 떴다.


쓸데없이 잘생긴 놈


"누구야? 남친?"


정원이 따라 나오며, 물어봤다.


"장난해? 나 눈 높아."


들었는지 말았는지 정원이 먼저 정재에게 다가갔다.


"안녕, 나 한정원이라고 해"


갑자기 더 예뻐진 정원이 손을 내밀며 천사같이 웃어보이자 정재가 빛의 속도로 벌떡 일어 나서 양 손으로 정원의 손을 잡으며 꾸벅 인사했다.


"난 사진과 이정재야. 반갑다."


'뭐야, 차별하는 거임? 내가 손 내밀 때는 안받아주더니.


더러운 세상!


정말 외모지상주의구나.'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유나가 먼저 들어가려 인사하려는 데 정재가 먼저 말했다.


“뭐해? 방연과 안 들어가?”


“아, 진짜. 들어가! 정원아! 나 먼저 간다. 쟤 좀 이상하니까 조심하고.”


유나가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관자놀이에서 돌리며 정재의 상태를 알리자 정재가 발끈했다.


“야! 너!”


유나는 메롱을 날리며 얼른 들어가 버렸다.


잘생긴 애들끼리 잘 놀라지 뭐. 나름 자신을 쿨 하다 위로했다.


쿨 하지 않은 유나는 창문으로 살짝 정재와 정원을 내려다 봤다.


염탐하듯이. 정원은 들어올 생각도 없는지 쌀쌀한 벤치에서 잘도 버티고 있었다.


정재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헤헤 거리며 정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괜히 자신이 여기에서 외톨이 같이 느껴졌다.


확 다 성형해버려? 하다가 묵직한 뱃살을 보니 그걸 로만 될 건 아닌 것 같았다.


‘아니, 뭐 다 잘생기고 예쁜 애들만 연애할 수 있으면 그런 애 몇 명한테 다 몰려가고 나머지는 처녀 총각 귀신으로 늙어 죽어야 해?


어차피 연애에도 개인 취향이 있는 거니까.


너무 실망 하지 마!


너 정재 쟤 좋아했던 것도 아니잖아. 괜찮아!’


유나는 혼자 위로하며 침대로 들어갔다.


씻어야 하는데 기분이 상해서 오늘은 그냥 자기로 했다.


잔소리하는 엄마도 없으니 이거 하나는 기숙사 생활이 편했다.


안 씻어도 된다는 것.


잠이 들락 말락 하려는데 기숙사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소리 언니가 들어왔다.


유나는 잠든 척 하며 일어나지 않았다.


“아유 냄새!”


소리 언니는 들어오자마자 창문부터 열어 젖혔다.


저녁의 차가운 바람이 훅 하고 들어왔다.


언니는 유리가 벗어 던져 놓은 책상 위의 양말을 집어 들더니 코를 잡고 쓰레기통에 넣었다.


가늘게 뜬 눈으로 보고 있던 유나는 욱! 하는 마음을 최대한 누르고 계속 자는 시늉을 했다.


“내가 정말 방을 바꾸던지 해야지. 더러워서.”


소리 언니는 대놓고 유리를 더럽다고 했다.


‘아! 일어나야 하나? 일어나서 뭐라고 해? 나 안 더러워요 해? 뭐 딱히 아니라고도 못하겠고.’


유나의 속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막 나와 부딪혔다.


샤워실로 들어간 소리 언니는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아예 욕실 밖으로 얼굴을 내밀면서.


“진유나 너 진짜 머리카락 안 치울래?”


‘아! 아침에 샤워하고 깜빡했다. 집에서는 한 번도 샤워하고 머리카락 치운 적이 없어 아무리해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더 이상 자는 척 할 수도 없고, 저리 들으라고 소리 지르는데.’


마지못해 유나가 잠에서 막 깬 목소리를 흉내 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언니. 죄송해요. 아침에 너무 급해서. 내일 꼭 제가 치울게요. 언니 것도 치우지 말고 그냥 두세요.”


“뭘 그냥 둬. 머리를 좀 자르든지. 물이 안 내려가잖아. 아! 짜증나!”


“제가 지금 치울게요.”


부스럭대며 유나가 일어나자 소리가 또 소리쳤다.


“다 벗고 있는데, 어딜 들어와”


“아, 네.”


‘정말 어쩌라는 건지’


유리는 다시 이불로 기어 들어갔다.


욕실에서 비명 지르듯 짜증내는 소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갖은 방법을 다 써봤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나의 몸에서 곧 사리가 나올 지도 모르겠다.


팍 팍 대며 얼굴에 화장품을 바른 소리는 드라이어 소리도 요란하게 마무리 해 준 후 2층으로 올라갔다.


유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집에 가면 잊지 않고 CD플레이어를 챙겨 오리라고. 이어폰은 필수다.’


이제 잘 수 있겠구나 이제 잠 들 수 있겠구나.


유나의 눈이 스르르 감겨오는데 위에서 낑낑대는 소리가 들렸다.


애써 무시하며 다시 눈을 감는데 소리의 앓는 소리가 더 커졌다.


‘그래, 사람의 도리 상 괜찮은 지 물어는 봐야지.’


“언니, 괜찮아요?”


혹시 악몽을 꾸는 거면 유나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를 바라며 가능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으으으으으...........”


소리의 신음소리가 더 커졌다. 침대 밖으로 나간 유나는 침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으으으으으...........”


소리의 신음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숨쉬기가 힘든 듯 헉헉대는 호흡 소리가 목에서 막힌 것처럼 걸렸다.


땀으로 젖은 머리는 얼굴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유나가 소리의 팔을 짚었다.


“언......”


차갑게 식은 팔은 땀 때문에 끈적거렸고. 다리까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시체라도 만진 것처럼 유나는 섬뜩했다.


서늘한 기운에 침대 계단이 흔들리는 듯 했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침대 가장자리를 꽉 잡고 계단에 걸쳐진 다리에 힘을 주었다.


“헉”


유나가 휘청거리며 자리를 잡은 사이에 소리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유나는 튀어나오는 비명을 삼키며 소리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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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막걸리 22.06.09 21 0 12쪽
10 정소리 22.05.30 17 0 10쪽
» 빙의 22.05.30 26 0 11쪽
8 영웅 선배의 비밀 +2 22.05.27 23 1 9쪽
7 입학식 22.05.26 25 0 10쪽
6 룸메이트 22.05.26 33 2 10쪽
5 본능 +2 22.05.23 26 2 10쪽
4 이지 기숙사 22.05.23 29 2 10쪽
3 합격 22.05.20 30 2 11쪽
2 이지 예술대학교 22.05.19 36 3 13쪽
1 1997년 추웠던 그날. +2 22.05.19 8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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