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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65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5.26 17:41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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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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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룸메이트

DUMMY

추웠다. 너무나 추운 밤이었다. 유나는 혼자 기숙사 방에 있었다. 창밖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소리를 들으며 덜덜 떨고 있었다. 분명 아이보리색깔의 라디에이터로 보이는 것이 창 아래에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줄무늬처럼 패인 홈을 손으로 하나하나 다 만져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포기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기숙사 문이 닫혀 있어서 밖으로 나가 크리스를 부를 수도 없고, 저녁 내내 초콜릿만 먹었더니 속도 울렁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자다 깨다 반복하던 유나는 어디선가 들리는 ‘삐리리’ 소리에 무거운 눈을 떴다.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는 귀를 파고들었다.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는 유나지만 참을 수 없어 창가로 가 밖을 바라봤다. 평화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 중 하나가 유나의 창문 아래로 와 앉았다.


"예쁜 것들은.......... 다 나랑 안 맞아 "


또랑또랑한 눈으로 갸우뚱대며 쳐다보는 새를 노려보며 유나는 힘차게 커튼을 쳤다.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는데 평소에 그렇게 밀려오던 잠이 싹 달아나 버렸다. 발버둥 치듯 이불을 발로 차내고 벌떡 일어났다.


"아이 진짜 잠도 못 자겠고“


대충 눈곱만 떼고 밖으로 나왔다. 이틀째 날이 밝았는데도 이 넓은 기숙사에 아직도 유나 혼자 있는 것 같았다. ‘참 한 뭐였는데, 걔도 있었지.’ 유나는 식당에서 마주친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어젯밤 저녁도 먹지 못하고 잠들었는데........ 필시 깨질 것 같은 두통의 원인은 영양부족일거라 생각했다. 아침은 뭘 먹어야 하는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걸어가는데 존과 기술자 같아 보이는 사람이 맞은편에서 오고 있었다.


"하이."


언제부터 영어를 썼다고 유나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안녕 하십니까”


존 아저씨는 깍듯하게 인사했다. 유나도 얼른 머리를 숙이며 인사하다 라디에이터가 떠올랐다.


"아저씨 제방에 라디에이터가 작동하지 않던데요."


"네? 그럴 리가"


방안으로 들어온 존 아저씨는 방문 옆 버튼을 눌렀다. 그제야 신호음을 내며 라디에이터의 전원이 켜졌다. 천장에서도 윙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나가 위를 올려다보자 천장 귀퉁이마다 동그란 것에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조명인줄 알고 있었는데 왠지 무서운 느낌이 들어 존에게 말했다.


“아저씨 저기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 뭐에요?”


“저거는 방안의 환기를 시켜주는 기계입니다. 하루에 두 번 정도 하면 적당할 겁니다.”


존은 싱긋 웃더니 옷장 옆을 가리켰다. 긴 화면에는 알 수 없는 버튼이 나열되어 있었다. 존은 친절하게 하나씩 설명해주었다.


“여기 보이는 것이 방 안의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번에 드렸던 탭 가지고 있습니까?”


“탭이 뭐에요?”


“까맣고 네모난 거. 기억 안 납니까?”


“아! 열쇠. 네 가지고 있어요.”


“여기 학교에서는 그것으로 대부분 사용합니다.”


“이거 문 여는 열쇠 같은 거 아니에요?”


“하하하 학생들 기본적인 것은 다 세팅되어 있으니 한글만 읽을 수 있으면 사용 가능입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제가 표현이 서툴러서 잘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안 된다 싶은 게 있으면 이것을 사용하세요. 어제처럼 난방이 안 된다 하면 여기를 누르면 난방이라는 네모가 보이죠?”


“우와! 신기하다. 그런데 여기 학생은 이거 다 그냥 받는 거예요?”


“여기 학교에서만 사용합니다. 밖에는 가지고 나갈 수 없습니다.”


“아! 마술 지팡이 같은 거네요.”


“하하하 ”


존은 대꾸할 말이 없는 듯 그냥 웃었다.


“저는 그럼 이만 나가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유나는 90도로 고개를 숙여 깍듯이 인사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것이 너무 많았다. 버튼을 눌러볼까 하다 배가 고파 일단 밖으로 나왔다.


'기숙사 생활은 배고픔인가?'


유나는 더 이상 걸을 기운도 없어 분수대 앞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배고파."


"이거라도 줄까?"


벤치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뭐지?'


벤치는 두개가 등을 맞대고 붙어 있는 구조였는데, 허기져서 눈에 보이는 게 없었나보다. 빵을 든 손이 유나 앞으로 쑥 나왔다. 바로 받기가 부담스러워 얼굴이나 보려 고개를 돌리다가 몸을 일으키는 정재와 얼굴을 부딪히고 말았다.


"아!"


불꽃이 번쩍하고 보였다. 너무 아파 손으로 머리를 쥐며 고개를 들었다.


“아, 진짜!”


입에서 나쁜 말이 나오기 전에 다행히 상대방 얼굴을 먼저 봤다. 세상에나 유나의 이상형인 하얗고, 깔끔한 외모의 잘생긴 남자 아이가 유나처럼 머리를 잡고 있었다. 유나의 입이 헤 하고 벌어졌다.


"아, 너 진짜 돌머리 구나."


"뭐? 아, 아 아! 미안해."


유나는 잘못을 하건 하지 않건 이렇게 잘생긴 남자 아이 머리에 스크레치를 냈다는 것이 미안해 연신 사과했다.


" 미안하다니, 뭐. 자 이거"


한쪽을 베어 문, 먹다 만 단팥빵을 내밀었다.


"아, 아니 괜찮아."


"배고프다고 소리 지르더니. 뭐야.~"


빵을 마저 먹으며, 정재는 정면으로 자리를 고쳐 잡고 앉아 벤치에 기댔다.


'여기는 뭐 다 보자마자 반말이구나.'


"너도 신입생이니?"


"응. 여기 다 신입생 아닌가? 넌 무슨 학과야?"


"난 방송 연예과. 너는?"


"난 사진과 이정재 라고 해."


“풉”


이정재라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야, 이름 가지고 비웃는 거야?"


"아니~ 아니야. 미안해."


"뭐가 다 미안하대. 그러는 너는 이름이 뭐냐?"


"난 진유나. 만나서 반가워."


쓱 내민 손이 무색하게 정재는 흘낏 보고 그대로 빵만 먹었다.


'배고프다.'


유나의 배에서 폭풍이 휘몰아쳤다.


"난 들어갈게. 다음에 보자."


빵을 다 먹은 정재는 다시 누워서 손을 흔들었다.


"벌써 10시네."


여기저기 다니느라 시간이 이렇게나 된 줄 몰랐다. 오전은 간단한 브런치가 메뉴였다.


에그베네딕트 브런치를 맛있게 먹으면서 밖을 내다봤다. 깨끗하게 닦여진 유리 밖으로 정재가 보였다. 벤치에 누워 옆으로 고개를 떨어뜨린 정재의 입에서 개에게서나 볼 수 있던 늘어진 침이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매달려 있었다. 잘생긴 얼굴이 안타까웠다.


'쟤는 왜 멀쩡한 방 놔두고 저기서 저러고 있지'


‘쯧쯧’ 대며 정재를 본 유나는 마지막 조각을 입에 넣었다. 오늘도 남긴 음식 없이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일단 음식이 훌륭했다. 커피도 향이 좋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딱 이런 맛일 것 같았다.


'아, 매일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유나는 이곳이 천국같이 느껴졌다. 배를 두드리며 행복하게 기숙사로 향했다. 방문 앞으로 오니 룸메이트들이 이제 왔는지 이야기 소리가 밖에 까지 들렸다. 자신의 방이지만 예의 바르게 똑똑 노크를 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유나가 자고 일어난 1인용 침대에 덩치가 크고, 나이가 있어 보이는 긴 머리 여자가 앉아 있었고 유나가 찜해서 짐을 올려둔 창가 책상 의자에는 단발 머리에 짧은 치마를 입고 화장이 짙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여자가 앉아있었다. 유나의 짐들은 바닥에 곱게 놓여 있었다.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저, 안녕하세요."


"응, 안녕."


'여기는 뭐 다 반말이다.'


"저, 저는 여기 방에 함께 배정받은 방송 연예과 진유나라고 합니다."


'딱 봐도 연배가 있어 보이니 일단 예의바르게 하자.' 속으로 다짐했다. 사실 조금 무섭기도 했다.


"난 음악과 정소리"


글래머 단발머리 여자가 먼저 말한다.


"난 시각디자인과 정은숙이야. 내가 좀 나이가 있어."


‘안 그래도 그렇게 보이는데.........'


"내가 예전에 좀 놀았거든."


'헉, 거슬리게 행동하면 안 되겠다. 알아서 기어야지.'


유나는 비굴할 정도로 굽신거리며 옆의 의자로 가 앉았다.


"한해 꿀었는데, 엄마가 하도 여대 가라고, 공부 디 게 못했는데. 하하."


‘음악과 정소리는 한 살 보다 더 많아 보였지만 한 살이고 두 살이고 다 나보다 나이가 많다. 일단 룸메이트들은 망한 것 같다.'


“아, 네. 저 그런데 거기 제 ....”


유나는 용기 내어 입을 열다가 말았다.


“너도 딱 보면 알겠지? 내가 덩치가 좀 그래서 이거는 내가 써야할 것 같아.”


유나는 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네, 안 그래도 제가 그 말씀 드리려고 했어요. 언니 거기 사용하시라고요. 제가 쓰던 시트랑 이불은 금방 치울게요.”


“귀찮게 뭐 하러 그래. 저기 받아온 거로 써. 새 거야.”


유나는 두 손으로 이불가방을 들고 2층 침대 1층 칸으로 왔다. 설마 2층으로 올라가라 하진 않겠지. 유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내가 2층 쓸게. 갑갑해서 거기 1층은 못쓰겠어.”


다행이다. 정소리 언니가 좋아질 것 같았다.


“책상은 내가 안쪽 쓸게. 창이 시원하니 좋네.”


아니다. 좋아질 것 같지 않았다.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유나의 물건들을 보자 한숨 이 나왔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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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막걸리 22.06.09 20 0 12쪽
10 정소리 22.05.30 17 0 10쪽
9 빙의 22.05.30 25 0 11쪽
8 영웅 선배의 비밀 +2 22.05.27 23 1 9쪽
7 입학식 22.05.26 25 0 10쪽
» 룸메이트 22.05.26 33 2 10쪽
5 본능 +2 22.05.23 26 2 10쪽
4 이지 기숙사 22.05.23 29 2 10쪽
3 합격 22.05.20 30 2 11쪽
2 이지 예술대학교 22.05.19 35 3 13쪽
1 1997년 추웠던 그날. +2 22.05.19 8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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