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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62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5.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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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입학식

DUMMY

'삐리리~' 귀를 뚫고 들어오는 새소리가 알람보다 빠르게 유나를 깨웠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베개로 귀를 눌러도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아아앙~ 아야!”


집에서 버릇을 고치지 못해 소리를 지르며 기지개를 켜다 침대 머리에 부딪히고 말았다. 튼튼한 나무로 잘 만들어진 침대라 머리에서 빡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아! 머리 더 나빠지겠다.”


중얼대는데 위에서 베개가 날아왔다.


“조용히 안 해?”


생각보다 소리 언니는 무서웠다.


“죄송합니다.”


베개를 받아 공손히 다시 갖다 주며 말했다. 이제는 기는 게 생활이 된 것 같았다. 다행히 고등학교까지 무서운 언니들이나 동기생을 만나지 않고 안전하게 마쳤는데, 대학에 와서 무서운 언니들과 매일 밤을 같이 해야 한다. 유나는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담대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즉시 사과한다. 반항하지 않는다.’


수시로 되새기며 마음속에 참을 ‘인’자를 새겼다.


오늘은 대망의 입학식이다. 유치원, 초등, 중등, 고등 다음 내 인생 네 번째 입학식인데, 태어나서 가장 떨렸다. 예쁘게 보이고 싶었지만 가지고 온 옷을 꺼내보니 글렀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선택의 폭이 너무 작아 고민 할 것도 없었다. 옷장을 보며 한숨 쉬는 것을 본 소리 언니가 눈치 빠르게 말했다.


“내 옷이라도 빌려줄까?”


유나는 소리언니의 옷을 봤다. 까만색 망사가 속의 옷을 다 보여주고 아래에는 짧은 가죽 핫팬츠 차림에 부츠를 신고 있었다. 주렁주렁 달린 금속 장신구는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고마운데 저랑은 안 어울릴 것 같아요.”


가능한 예의 바르게 유나가 말하자 소리는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먼저 나갔다. 최소한 더럽게 만은 보이지 말자는 마음으로 아침부터 목욕제계하고, 동생이 사준 색조 화장품을 꺼내 곱게 화장을 하려 했으나 눈썹 그리는 것부터 계속 실패했다. 하도 지우니 눈썹 주위가 다 까맣게 변해 어쩔 수 없이 싹 물로 씻었다. 준비한 시간은 한 시간이 넘는데 허무하게도 얼굴에 비비크림만 바른 채 청바지에 하얀 티를 입고 캔버스 백을 맨 채 밖으로 나왔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꾸미는 것도 해봤어야 잘하지 마음 편하게 그냥 포기하고 스타일을 네추럴로 정했다.


기숙사는 학교 내에 있었지만 조경에 너무 신경 쓴 탓인지 정원이 넓어도 너무 넓었다. 학교까지 한 참을 가야했다. 헉헉대며 걸어가는 유나의 옆으로 스카이 씽씽 을 탄 학생들이 지나갔다. 한 발로 차서 가야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두 발을 올린 채 그냥 달렸다. 자전거 보다 빨리 달려 괜히 보고만 있는데도 오금이 저려왔다.


"야, 방연과."


"나 부르는 건가?"


뒤돌아보니 이정재가 스카이 씽씽 에서 내리며, 불렀다.


"너 안 힘들겠냐? 걸어가기에는 많이 먼데."


정재가 유나를 보며 말했다.


"그거 어디서 났어? 여기 애들은 다 그거타고 가더라."


"몰랐어? 저기 보안실 뒤로 가면 무료 대여하잖아. 학교에서도 대여실에 두고, 올 때 타고 오면 되는데."


"뭐? 아 그걸 왜 이제 말해."


"모르는 네가 이상하지. 넌 가이드북도 안 읽어봤어? 뭐가 다 모르냐"


"가이드 북? 그게 뭔데?"


"헐~ 티비 켜면 다 나와. 패드에도 있고."


'아, 본 것도 같다."


“그런데, 스카이 씽씽이 어떻게 혼자 달려?”


“그냥 여기 녹색 버튼을 누르면 가고 빨간 버튼을 누면 서고. 그렇다니깐 그런가 보지. 나야 편하니 좋구.”


“넌 그냥 받아들이는 구나.”


“그냥 심플하게 살아. 뭘 복잡하게 생각해? 네가 만들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 아~ 어쩌지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데."


유나는 최대한 불쌍한 몸짓을 하며 말했다. 불가능하지만 어떻게 좀 얻어 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을 하고 고개를 드니 앞에 아무도 없었다.


'난 누구에게 말한 거니.'


정재는 오지랍은 넓은데, 싸가지는 없는 듯하다. 잘생긴 애들은 그런가 싶기도 했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헉헉대며 땀에 절어 강당에 도착하니 과마다 앉는 자리가 배정되어 있었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게 강당도 규모가 아주 컸다. 2층까지 있었는데 뒤에 있으면 앞이 보이지도 않을 것 같았다.


방연과가 첫 번째 건물이더니 자리도 맨 앞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때 본 눈꽃도 보였다. 실기 시험 때는 노란머리더니 오늘은 연보라색 머리로 바뀌어져 있었다. 역시 방연과라 얼굴도 반짝였고, 머리 색깔은 무지개처럼 다채로웠다. 하나밖에 없는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차림의 나는 왠지 여기 진행요원 같았다. 뒤쪽을 돌아보니 역시 예술대학이었다. 부티가 좔좔 흐르는 아름다운 외모의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져 움츠러드는데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안녕, 디 게 떨린다."


목소리도 청순가련이다.


"응, 안녕. 나도 떨려."


"너 스타일 진짜 특이하다. 나 너무 평범하게 하고 왔나?"


그 말에 유나는 청순가련의 옷차림을 다시 봤다. 샤넬 정장을 입고 악세사리까지 맞춰 하고 있었다. 청바지에 면티를 입은 유나의 스타일이 낫다는 게 꼭 놀리는 것 같았다.


"넌 진짜 예쁘다. "


진심어린 말로 얘기하는데,


"티 많이 나? 살짝만 손본 건데."


청순가련은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볼에 손을 대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봤다. 콧대도 만지고 눈가도 짚어 보는 게 살짝만 손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사실 유나의 친구들도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쌍꺼풀과 코 수술은 기본이라며 너도 나도 한 것을 알기에 이상하지는 않았다. 유나는 무슨 용기로 어디 하나 손대지 않은 얼굴로 왔는지 자신을 나무랐다.


"아니, 난 몰랐어. 예뻐서 예쁘다고 한 건데."


"아, 진짜?"


좋아하며 유나의 팔에 팔짱을 끼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난 공상희야 별명은 고상해."


"응, 난 진유나, 반가워."


유나가 밝게 웃었다. 이지예술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입학식을 시작하려는지 주변이 검게 물들었다. 무대를 향해 핀 조명이 비추자 뚜벅뚜벅 구두소리를 내며 정장차림의 젊은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가운데에 우뚝 선 남자는 쭉 좌석을 훑어보고 말없이 서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여백과 같이 빈 시간은 유나를 더 초조하게 했다.


“뭐하려는 거지? 그런데 저 사람 누구야?”


유나가 소근 대는 말로 상희에게 말을 걸었다. 상희는 이미 눈에 눈물을 반짝이며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놀란 유나가 물었다.


“지금 우는 거야? 왜?”


“나 정말 기다렸어. 우리 이사장님 만나는 날을. 감정이 복받쳐 올라.”


“우리 이사장님? 이사장님이 뭐가 저리 젊어?”


“너 정말 몰라?”


상희가 유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뭘?”


“이사장님”


“오늘 처음 봤는데 어떻게 알아?”


상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앞을 바라 봤다.


“뭐야?”


박수소리에 유나도 더 이상 상희에게 물어보지 않고 무대로 고개를 돌렸다. 이사장은 많아야 30대 초반의 외모였다. 몸에 딱 맞는 회색빛 정장은 맞춤 정장을 입은 듯 탄탄한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얼굴은 지나치게 곱다고 해야 할까? 하얗고 작은 얼굴은 받치고 있는 튼튼한 목과 크기가 같았다. 이사장이라는 무거운 칭호가 어울리지 않는 외모였다.

그를 감싸듯 주변이 어느새 텔레비전 스크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화면 속에 들어간 이사장은 마치 그 속을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편안한 포즈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목소리는 낮고 당당했다. 화면을 손으로 가리키며 짚으니 버튼을 누른 듯 속으로 쑥하고 들어갔다. 무대에 있었지만 기숙사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학교 소개를 하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윙윙 거리며 꿈속에 있는 듯 이상하고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노래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유나만 빼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뽕짝 같기도 한 흥겨운 음악 소리에 맞춰 이사장이 앞에서 손뼉을 치면서 가벼운 몸동작을 하고, 학생들은 하나가 되어 따라했다. 생각하고 말게 없이 유나의 몸이 저절로 같이 하고 있었다.


최면에라도 걸린 듯 한 입학식이 끝나고 과별로 모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시작부터 평범하지 않음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 사귄 친구 상희와 나도 모르게 팔짱을 끼고, 방송 연예과가 있는 앞 건물로 이동했다. 실기 시험을 보러 올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건물 앞에는 선배들이 줄을 서서 신입생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연한 핑크 빛이 도는 자켓을 입은 하얀 얼굴의 남자 선배가 눈에 띄었다. 귀엽게 웃는데, 치아도 누렇지 않고 하얗다. 유난히 키가 커서 185센티는 되어 보였다. 큰 키 때문인지 유나 눈에는 그 선배만 보였다.


'내가 여기 온 이유~'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유나를 끌고 상희가 선배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안녕, 난 2학년 주영웅 선배라고 해. 앞으로 잘 지내보자."


'대박, 목소리도 너무 좋아.'


"아, 안녕하세요. 진유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전, 공상희요. 별명은 고상해. 반갑습니다."


영웅이 맑게 웃었다.


"귀여운 후배들이 왔네. 안으로 들어가자."


밝은 햇살이 조명인양 영웅을 더 빛나게 해주었다..


'올해 내 목표는 씨씨다.'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유나는 두근대는 가슴으로 방연과 건물로 들어갔다.


아침부터 긴장한 채 다녔더니, 온 몸에 힘이 다 빠지는 것 같았다.


'배고파.'


그러고 보니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아침부터 입학식 꽃단장을 하느라 아침도 거르고 나와 지금까지다. 유나의 뱃속이 다시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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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막걸리 22.06.09 20 0 12쪽
10 정소리 22.05.30 16 0 10쪽
9 빙의 22.05.30 25 0 11쪽
8 영웅 선배의 비밀 +2 22.05.27 23 1 9쪽
» 입학식 22.05.26 25 0 10쪽
6 룸메이트 22.05.26 32 2 10쪽
5 본능 +2 22.05.23 25 2 10쪽
4 이지 기숙사 22.05.23 29 2 10쪽
3 합격 22.05.20 30 2 11쪽
2 이지 예술대학교 22.05.19 35 3 13쪽
1 1997년 추웠던 그날. +2 22.05.19 8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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