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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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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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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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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3.심상치 않은 북한.

DUMMY

“그나저나 북한이 심상치 않습니다.”

“예상했던 시나리오 아닌가?”

“생각보다 저항이 심한 듯합니다.”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지도자의 죽음이다.

미성년자인 딸이 후계자로 공식발표만 남은 상태다.

순수 백두혈통으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여동생의 아들인 김성일이 불쑥 튀어 나온 상황.

혈통을 중시하는 북한의 정서상 분열은 불 보듯 뻔했다.


“트래픽 양이 중국은 120배, 일본은 400배 이상 늘었습니다.”

“진영이 나뉘었다는 소리고, 기회다 싶은 두 마리란 소린가?”


판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지독하게 차가운 눈빛이지만 머릿속은 펄펄 타오르는 용암 그 이상인데 그런데 왜 가족들은 그렇게 보냈을까?

소매에 옷깃을 한차례 잡아끌어 내리던 중년이었다.

긴장하면 나오는 버릇이었다.

몸을 반쯤 돌리며 턱짓을 하던 사바틴이었다.

차를 내오란 소리였다.

긴장을 풀어주려는 배려쯤으로 보이던 행동이었다.

차가버섯 우린 물에 보드카가 살짝 가미된 새벽 공기와 어울리는 맛과 향이었다.

중년의 남성에 찻잔이 비어진 걸 확인하던 사바틴이 입을 열었다.


“정기룡과 아리의 DNA가 조카 삼촌임을 가리키고 있다. 그렇다면 400년 전 사람이란 소리고 이춘호, 정담 또한 그렇다는 거다.”

“예의주시하고 있겠습니다.”


긴장감을 내려놓은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그럴 필요 없다.”“네?”


상반된 대답에 다시 옷깃을 매만지던 중년의 남성이었다.

잠시 차를 한 모금 하고는 잔잔한 호수로 눈을 돌리자 다시 옷깃을 끌어 내리고 있었다.


“피로 물들어 있는 눈빛이지만 천사가 지닌 짙은 검은 눈동자였다. 과거에 레닌처럼 말이다.”


톰스토이나 레민, 그리고 최근에 천재 수학자 페렐마를 지칭하고 있음을 짐작하던 중년의 남성이었다.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자들이다.

미국의 에디순이나 스티브 하킹 또한 같은 부류다.

물론 맴스트롱처럼 사기꾼도 있지만 미래에서 온 자들이고 보고 온 자들이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대중들은 알 턱이 없다.


“미래와 과거는 다를 수 있습니다.”


확인된 바로는 정기룡은 과거의 실존인물이다.

앞길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 라는 소리다.

무엇보다 실존인물이라는 건 지난 과거사례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콕 집어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짙게 물든 사바틴의 눈동자가 에메랄드 빛 호수처럼 잔잔함을 내비치고는 있지만 거대한 폭풍의 중심부인양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단 하나에 의심이 없는 건 아니야, 물론 자네와 같은 생각을 품기도 했고 말이지. 하지만 카타리아 그러더군.”

“···”


대한민국의 반도체 공장 시찰을 자청한 카타리아를 떠올리며 미간을 말아 올리던 중년의 남성이었다.


“살려내라고, 아니 꼭 살려야만 한다고, 그리고 이번만큼은 자신을 믿어보라고.”


찻잔 속에 잔잔한 파도를 만들어내던 사바틴이었다.

죽은 어미의 주치의에게 왜 그렇게 칼부림을 하며 저주를 퍼부었는지, 수백 통의 문자와 전화를 왜 그렇게 언니에게 사건 당일 날 했었는지가 떠올랐다.

수년이 흘러 밝혀진 주치의에 의한 독극물이었다. 타살이었다. 철저하게 믿었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주치의에 배신이었다.

카타리아를 자폐증으로 몰아세웠고, 자신 또한 알 수 없는 병명을 빌미로 각종 주사와 치료였다.

카타리아의 언니 사건은 더 가관이었다.

언니의 외출을 극도로 말렸고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는 문자와 전화에 손찌검까지 했었다.

심지어 극한의 환경인 시베리아 북쪽구석에 감금까지 했었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었다.

주치의도 주치의이지만 외출을 꺼려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그저 평범하지 않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후.

찻잔에 남은 물을 바닥에 쏟아 부었다.

딸을 믿었어야 했다.

찻잔을 힘껏 호수에 던졌다.


‘우드륵’


이가 절로 갈렸다.

벼락과도 같은 거친 행동에 수십의 수행원들이 바짝 긴장을 목에 넘기고 있었다.

‘퐁당’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멀리 날아간 찻잔이 눈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탁월한 예지능력을 가지고 있던 카타리아를 믿었어야 했고, 가족을 믿었어야 했다.

손가락 두 개를 피며 팔을 들어 올리자 불이 붙여진 담배였다.

깊게, 아주 깊게 빨아대자 짜릿함이 온몸에 전해졌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지만 어쩌겠나. 이미 지난 일인데 말이다.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는 잘못했다며 펑펑 우는 자신의 등을 안아주던 카타리아.

아버지를 용서한다는 한마디였다.

카타리아의 용서를 받은 그날 부터였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전환점이었다.

나름 유순했다고 생각했던 성격이 날카로워지고 뾰족해졌다.

최측근조차 틈을 내주지 않자 공포의 대상으로 부각됐다.

반대로 국정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을 경중에 상관없이 딸과 의논을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둘 사이에 비밀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대화가 늘었다는 점인데, 일상적인 수다가 이렇게 스트레스가 풀릴 줄이야.

중간쯤 남은 담배를 바닥에 비벼 껐다.


“전화 연결해.”


급작스런 명령이었다.

스마트폰을 급히 꺼내기는 했으나 어찌 할 바를 모르던 여성참모가 중년 남성을 힐끗거렸다.


“따님 말씀이십니까?”


중년 남성이 물에 빠져 위기에 놓인 여성참모를 구하고 있었다.


“Нет.”


단칼에 ‘아니’라는 소리였다.

조용히 수행 비서를 잡아끌던 손을 놓고는 물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가던 중년남성.

그리고 이어진 낮게 깔린 목소리였다.


“정. 기. 룡.”


* * *



분이 풀리지 않았다.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놈에게 달려가 몸통과 머리를 분리시켜 놓고 싶었다.

국가를 위해 몸을 바쳐도 별이고 감방을 갔다 와도 별 인데 까짓것 별 하나쯤이야.

그런데 놈이 중국에 있단다.

게다가 거긴 살인자는 사형이이란다.

제기랄.

거친 욕을 몇 차례 죄 없는 하늘에다 대고 퍼부었다.

지나가던 개가 꼬랑지를 내리고 도망가는데 지 욕하는지는 안다는 거다.

아리의 수술실에 묘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고, 러시아 의사인지 과학자인지 몇이 더 투입되는 것을 보고는 병실을 박차고 나왔다.

병원 일층 뒤편 후미진 공간으로 나와 화를 삭이는데 도무지 풀리지 않던 무수였다.

얼음이 가득한 커피 잔은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져 쓰레기통에 제집 마냥 쓰러져있었고, 담뱃갑 또한 온전치 않은 모습으로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이 새끼 생각보다 물건인데.”


테블릿에서 전송된 화면을 보며 입을 열던 이재호였다.

하늘에 떠있는 달이 왜 거기 있나 싶을 정도로 벌겋게 달궈진 초승달처럼 반짝거리는 이마를 보여주던 무수였다.


“물류, 통신. 운송업, 죄다 지역을 대표하는 회사고 재벌인데 뭐지?”

“재벌?”


종이컵에 실을 매달아 귀에 대면 통신이고, 리어카 한 대 끌어도 운송인가. 물류는 그럼 고물상?

믿음이 안가는 새끼가 무슨 재벌이지? 그 새끼가 재벌이면 거 뭐냐, 뭐냐, 난 뭐, 재벌 위가 뭐냐, 에이씨.

귓구멍에 새끼손가락을 넣어 후벼 팠다. 잘 못 들은 거다.


“이 새끼 마약했네! 마약해서 컸고. 이건 또 뭐야? 보이스피싱? 무수야 이리와 봐.”


그럼 그렇지. 똥개는 똥을 먹고 산다.

남 등 처먹을 새끼다.

비겁하고 비열한 전형적인 지저분한 일에 특화된 놈이 무쉰 물류? 통신? 에라이. 까마귀가 샤워했다고 백로가 되냐.

시원해진 귓구멍에 제대로 된 소리였다.


“이 새끼 맞지?”


이재호가 테블릿을 돌려 조폭처럼 생긴 뾰족한 초승달에게 화면을 밀어 넣었다.

볼펜에 뒷면을 누르듯이 두 눈을 바로 세웠다.

꽁지머리가 없는 대머리, 움푹 패인 두 눈, 양복이 큰 건지 대가리가 작은 건지.

박영수였다.

살이 제법 빠진 모습인데 야윈 허벅지를 봐서는 밤마다 뭘 했는지 딱 싸이즈가 나왔다.


“저 새끼가 박영수 맞습니다.”

“곶감 뭉개놓은 것처럼 잣 같이 생겼네.”

“생긴 것만큼이나 잔머리하나는 끝내주는데, 비겁하고 비열한건 저 새끼 당할 자 없습니다.”

“근데 수하였다고? 저런 놈이?”

“하아!”


말을 하자면 소설책 한권 분량쯤 풀어야 된다.

대답대신 끓어오르는 화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혹시 비격진천뢰라고 아십니까?”

“화포? 뭐 이순신이···, 조선 선조 때? 맞다 네가 선조 때라고 했지?”


교육은 확실히 받은 모양이었다.


“발명까지는 아니어도 저 새끼가 비격진천뢰 다루는 솜씨는 조선에서 제일이었습니다. 덕분에 죽을 고비 넘겼고요.”

“손재주는 있는 모양이네.”

“구르는 재주가 있는 거죠. 명줄도 길고 말이죠.”


칠수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갈아 마셨을 거다.

비트박스의 리듬에 맞춰 꺾기 춤을 추던 무수의 눈썹이 파도를 타고 있었다.

흘겨보던 이재호가 급히 화면을 넘겼다.

영화에서 악당이든 주인공이든 저 표정 후에는 누군가 꼭 죽었다.

영화가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게다가 무수다.

하얀색 바탕으로 정리가 잘된 파일을 한차례 훑어보자 잔잔해지던 파도였다.


“기록상 15년부터면 최소 15년은 있었다는 소리죠??”

“자네의 기록은 2년이니 그럴 수 있지.”


아차.

뒤를 캤다는 소리를 대놓고 한 이재호였다.

테블릿 화면에 있어야 할 무수의 시선이 이재호를 향해있었다.

파도가 잔잔해졌다고 한들 폭풍의 정확히 한가운데다.


“살살 하자.”

“뭘요?”

“그래, 너 만나고 다음날 뒷조사 좀 시켰다. 됐냐!”


진실게임 하자는 건 아닐 테고.


“형님 원래 하는 일이 그거 아니었어요?”


카메라 달고, 순찰 돌고, 경호하고, 정보수집하고, 지금처럼 정보주고 아닌가?


“맞는데! 너 허락도 없이 그럼 안 되는 거잖아.”

“정보를 허락받고 캐나요? 그럼 그게 정보인가요? 뉴스 아닌가?”

“아! 씨! 미안하다고 됐어! 살살 좀 하자!”

“형님이 왜 갑자기 미안해하는 건데요? 지금 속이 말이 아닌 건 접니다 저!”

“그럼 그 눈은 뭐고, 왜 째려보는 건데!”

“제가 형님을 왜 째려요. 형님 뒤에 저 사람 보고 있는데.”


목이 원래 저렇게 돌아가나? 동작 빠른 거북이가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Z1직원이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실장님이 무조건 연결하라고 해서.”


이래서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는 거다.

죄 짓고 살지 말자.

체면이 바닥에 떨어져 지하수를 파고 있었다.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야 할 것 아니야! 그리고 내 폰으로 하면···”

“이게 대표님 폰입니다. 병실에 두고 오셔서 제가 받았습니다.”


종로에서 뺨 맞고 어디서 화를 푼다고 했더라.

애먼 직원이 날벼락을 맞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낚아채던 이재호였다.


“이 시간에 왜 또!”


불똥이 실장에게까지 튀고 있었다.


- 박칠수의 위치 파악됐습니다.

“뭐라고? 박칠수?”


급히 몸을 돌리며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 박칠수는 지금 분주소에 있는데 내일 11시경 보안서로 이송될 거라고 합니다.

“분주소가 뭐고 보안서는 뭐야?”

- 우리의 파출소나 지구대 정도입니다. 보안서는 경찰서쯤으로 보시면 됩니다.

“죄명은?”

- 마약밀수입니다. 경찰서에 도착 즉시 집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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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남조선에 의한 통일 23.05.03 67 1 11쪽
51 51. 북한당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23.05.02 64 1 11쪽
50 50. 무수가 가진 비밀. 23.04.29 79 1 11쪽
49 49. 안개를 만든다고? 23.04.28 72 2 11쪽
48 48. 넌 누구냐! 23.04.27 86 2 11쪽
47 47. 반갑냐? 나도 격하게 반갑다. 23.04.26 82 2 11쪽
46 46. 재수씨요? 23.04.25 91 2 11쪽
45 45. 북치는 소리에 꽹과리가 합을 맞춘다 23.04.24 98 2 11쪽
44 44. 이 새끼는 뇌가 있으려나. 23.04.21 116 2 11쪽
» 43.심상치 않은 북한. 23.04.20 108 1 11쪽
42 42 .죄다 고추밭입니다 23.04.19 98 2 11쪽
41 41. 조선시대 때도 이렇게는 안했어! 23.04.18 100 1 11쪽
40 40. 중과부적 23.04.17 116 2 11쪽
39 39. 놈의 눈빛 말입니다 23.04.14 116 1 11쪽
38 38. 범죄자 새끼들한테 희망을 주는 이상한 시대다 23.04.13 121 1 12쪽
37 37. 여그! 여그말이어라! 23.04.12 113 1 11쪽
36 36. 이강백의 먹성이 오인분입니다. 23.04.11 117 3 11쪽
35 35. 이게 훈련이라고? 23.04.10 121 2 11쪽
34 34. 통장에 50억쯤 넣어 줘야겠다. 23.04.07 127 3 11쪽
33 33. 내리사랑. 23.04.06 121 2 12쪽
32 32. 이 시대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 23.04.05 132 3 11쪽
31 31. 유족들에게 지급될 보상금. 23.04.04 135 3 12쪽
30 30. 머리가 좋아졌는걸. 23.04.03 139 3 11쪽
29 29. 기름을 팔아봐? +1 23.04.01 145 3 12쪽
28 28.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은 같이 흘린 땀방울에 비례한다 23.03.31 134 2 11쪽
27 27. 남자구실은 물건너 갔어. 23.03.30 143 2 12쪽
26 26. 애국심은 소설 속에나 존재한다. 23.03.29 142 2 12쪽
25 25. 이강백의 의지. 23.03.28 146 3 13쪽
24 24. 용서해 주는 겁니까? 23.03.27 13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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