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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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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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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글자수 :
272,765

작성
23.04.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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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2 .죄다 고추밭입니다

DUMMY

목소리를 너무 작게 했나? 반응이 없었다.


“여보세요.”


재차 같은 말을 했는데 역시나 반응이 없었다.

잘못 걸려온 전화인가 싶어서 빨간 버튼에 손을 올릴 때였다.


- 나 박영수요.

“뭐라고? 누구? 박영수!”


몸이 경직되면서 걸음을 멈추던 무수의 커진 목소리에 벌떡 일어서던 춘호와 담이었다.

노함과의 추억에는 박영수를 빼놓을 수 없다.

박영수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담이와 아리가 포로로 잡혔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무수와 춘호였다.

물론 전화위복이 된 사건이지만 비열함과 치졸함은 왜놈조차 비교 할 바가 아닌 놈이다.

박영수라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던 춘호와 담이의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너 뭐라 그랬냐? 박영수?”


흥분을 가라앉히며 침착하게 재차 확인을 하던 무수였다.

춘호가 날쌘 동작으로 무수의 스마트폰의 스피커 버튼을 누르고는 풀썩 주저앉으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직 정상 컨디션은 아닌 듯 했다.

스마트폰을 춘호의 얼굴과 수평이 되도록 가로 모양으로 세우던 무수였다.


- 하, 이 목소리···, 확인이고 나발이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노함을 넘겨주겠소.


박영수라고 하는데 그래 인정한다. 이건 뭐 확인하면 될 일이니까.

하지만 놈의 입에서 노함의 이름이 거론된다고?

눈빛이 매섭게 변하던 무수였다.


“너 뭐야, 새끼야! 노함은 뭐고!”


노함의 이름이 거론 된 이상 그냥은 못 넘어간다. 게다가 노함을 넘겨준다고? 무수의 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 대장만 이 시대로 넘어왔다고 생각했어? 단순한건 여전하군. 쯧쯧쯧.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이 시대로 넘어 왔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던 무수였다.


“네놈이 박영수라고? 그럼 칠수형은 잘 있냐?”

“그라지, 부라덜은 잘 있어 불것지?”


무수가 침묵을 지키자 춘호가 나섰다.

손바닥을 내보이며 무수를 향해 한쪽 눈을 찡그리자 담이가 그 모습을 보고는 능청스럽게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러자 놈의 콧방귀 소리가 스피커로 통해 전해졌다.


- 훗, 춘호인가? 날 의심하는 모양인데 잘 들어.


춘호의 목소리를 대번 알아보자 무수와 춘호, 그리고 담이의 눈동자가 동시에 커지고 있었다.


- 내 동생 칠수 아니었으면 너희들에게 영영, 아니 평생 전화 할 일도 없었을 거다.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이를 갈던 소리에 진심이 묻어나왔다.

의도가 뻔히 보였다.

박칠수도 같이 이 시대로 넘어왔다는 소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소리다.


“시방, 칠수현테 뭔 사단이 나불었당가?”

- 무식한 곰 새끼는 빠져. 어른들 대화중이니까.

“워메, 칠수는 말이어라. 나가 구해줬어라. 기억이 안나분당가 시방?”


비아냥거리던 담이까지 알아보고 있었다.

과거 우둔치에게 잡혀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칠수를 몸을 던져 구한 담이가 그 때 일을 상기 시키자 스피커가 조용해졌다.

칠수만 살아난 게 아니었다. 자신 또한 무수가 아니었으면 죽은 목숨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말을 못하던 박영수였다.

침묵이 오래되자 무수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란 소리를 못하겠다.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 꿈에도 생각 못했으니까. 하지만 말이다.”

- ‘···’

“안부 인사부터 시작했어야 하지 않을까?”

- ‘···’

“네놈이 꼬일 대로 꼬였다는 거 잘 안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그러면 안 된다. 아니. 그럴 수 없다. 적어도 너는 말이다.”


스피커 너머로 목에 뭔가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뭔 의도로 전화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다. 반가웠고 잘 살아라.”


불순한 의도가 다분한데 길게 통화할 이유가 없다.

노함에게는 미안하지만 국정원장 성훈 말대로 알았으면 된 거다.

그것으로 만족하고 인연이 된다면 볼 수 있는 거고 말이다.


- 노함은 내가 수용소로 보냈소.


전화를 끊으려 했던 무수였다.

하지만 박영수의 한마디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무수의 팔뚝이 미묘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핏줄이 급격하게 부풀어 올랐고 머리를 천장으로 쭉 들어 올리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 모른 척 살길 바랬을 뿐이오. 그게 전부였소.


천천히 머리를 내리며 아리의 수술실로 시선을 옮기던 무수였다.

화를 삭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목에 핏대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박영수가 말을 계속 이었다.


- 빼내주겠소. 대한민국까지 보내주겠소. 대신.


시선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돌리던 무수였다.

붉어질 대로 붉어진 얼굴이었다.

검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번득거리던 두 눈이었다.

춘호가 힘겹게 자리에 일어서자 이재호가 눈치를 보며 일어서고 있었다.


- 칠수를 빼내주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빠직!’


밝았던 화면이 검게 일그러지며 화면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깨어져 버렸다.

‘짜리릭’ 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던 스마트폰이었다.

부서진 스마트폰을 바닥에 던지고는 발로 밟아 버리던 무수가 손에 남아있던 파편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 * *



백악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마친 앤디였다.

환한 미소로 기자들의 질문에 모조리 답변을 한 직후였다.

난감한 질문 공세에 피곤할 법도 한데 선홍색을 품고 있는 환한 미소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담소를 나누며 실무진들과 집무실로 향하던 중이었다.


“Your expression is so good.”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이든이 표정이 좋다며 말을 걸었다.


“It’s so good that it.”


날아갈 듯 좋다며 특유의 제스처를 내보이던 앤디가 제이든의 어깨를 꽉 안아 들었다.


“미스터 정을 만난 뒤부터 줄 곳 이러시는 거 아십니까?”

“그랬습니까? 설마요. 허, 허, 허,”


손사래를 치는데 표정은 정 반대였다.


“혹시 해서 여쭤보는데 말입니다.”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레임덕이 좋을 리 만무했다.

그런데 지금의 이 유쾌함은 진심일까?

전직 대통령들과 전혀 다른 행보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던 실무진이었다.


“에리카 사위로 점찍은 건 아니죠?”

“푸하하하하하.”


복도가 들썩일 만큼 크게 웃던 앤디였다.

보기 좋게 한방 먹은 실무진도 허탈한 듯 덩달아 웃었다.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제이든의 목을 감싸며 레슬링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CIA국장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푸하하. 비상합니다. 진짜 비상한 머리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다는 반응에 웃음을 그치지 않고 있었다.


“moment!”


순간 웃음을 그치고는 걸음을 멈췄다.

이번에는 진짜 인가 싶었던지 모두가 얼음 땡 놀이 마냥 숨을 죽이고 앤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이든의 목에 걸고 있던 팔을 풀고는 웃음기를 뺀 심각한 표정으로 콧잔등을 만지작거렸다.

TV에서 항상 보던 모습이었다.

영혼까지 끄집어내려는 심각함이었다.


“사위가 생기는 건가? 그러면 손주? 그럼 내가 할아버지? 푸하하하하.”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앞서나가도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제이든이 체념한 듯 머리를 푹 숙이자 실무진들이 배꼽을 부여잡고 다시 웃어 대고 있었다.

재선에 실패한다면 바로 실업자가 되는 실무진들이다.

제이든 또한 자리를 보장 받기 힘들다.

환하게 웃고는 있지만 가슴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을 텐데 정작 당사자는 왜 저리 천하태평인지.

제이든의 어깨에 다시 팔을 걸고는 걸음을 재촉하는데 여전히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미스터 정한테 애인은 있나?”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뉘앙스였다.


“통화기록상은 죄다 고추밭입니다.”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제이든을 보며 반짝거리는 금색 어금니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전화한번 해볼까? 크하하하.”


영락없는 10살짜리 아이를 보는 듯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허공으로 던졌다.

‘빙그르르’ 돌아 떨어지는 걸 낚아채고는 빠르게 버튼을 눌렀다.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대며 마냥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외신들이 볼까 염려스런 표정들이었다.

줄기차게 울려대는 신호에 반응이 없었다.

다시 통화버튼을 누르자 손목에 시계를 확인하던 제이든이었다.


“오후 6~8시쯤 일겁니다.”


그쯤은 나도 알지라는 헤벌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통화가 안 되자 살짝 새초롬한 입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따가 다시 해보면 되지요. 뚜루뚜루.”


한국에서 넘어온 상어 물고기 노래를 하며 스텝과 율동을 곁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President.”

“말씀하시지요. 뚜루뚜루.”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살짝 고민을 하던 제이든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혹시 애리카양에 의향은 여쭤 보신 겁니까?”

“아하...그게 먼저였군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인양 순진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기고 있었다.


“혹시 영부인께 상의는 해보셨습니까?”

“이런!”


이마를 손바닥으로 ‘탁’ 치던 앤디가 난감하다는 듯 춤사위를 멈추고 있었다.

머리를 떨구던 제이든이었다.

뭔가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됐다.

저런 분이 천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고, 미합중국에 대통령이라고?

재산은 어떻게 모았을 거며 대통령은 어떻게 됐을까?

미스터리다.


“자~, 다음 스케줄 하러 갑시다.”


심각했던 표정도 잠시였다.

유쾌한 표정으로 파이팅을 외치던 앤디를 보며 머리를 잡아 쥐어뜯던 제이든이었다.



같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에메랄드 빛 호숫가에 짙은 안개가 상쾌함을 더하고 있었다.


“수술이 진행됐다고?”


새벽 운동을 하던 중간이었다.

간단한 티타임에서 보고를 받고 있던 사바틴이었다.


“살짝 고비가 있긴 했는데 다행이 아직까지는 순조롭다는 소식입니다.”

“가능성은?”

“아직 거기까지는.”


돌변한 사바틴의 눈빛이었다.



“러시아의 첨단기술과 발전된 의학기술을 전 세계에 선을 보이는 자리다. 실패는 용납 못한다고 지금 전해라.”


살아서는 러시아 땅을 못 밟는 다는 소리다.

짙어진 푸른색 눈동자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짧은 러시아말과 함께 절도 있는 거수를 하던 군복이 주먹을 불끈 쥐고 떨리는 손을 바로잡으며 서둘러 몸을 돌리고 있었다.


“카타리아는.”


군복에 이어 나이 지긋한 중년의 양복이 한걸음 나서는 모습에 입을 열던 사바틴이었다.


“주한러시아영사관 주재원으로 등록했습니다.”

“경호는.”

“GRU(국방총정보국)정예로만 총12명 배치했습니다. 통역조차 정예요원입니다. 그리고 근거리에 12명이 더 추가시켰고, 영사관에 PSB(연방정보국)소대 추가로 투입시켰습니다.”

“내게 남은 유일한 혈육이다.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은 아내, 시신도 못 찾은 카타리아의 오빠와 팔, 다리가 잘린 채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언니다.

병적으로 경호에 집착하는 사바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철통 경호와 여차하면 전쟁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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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남조선에 의한 통일 23.05.03 66 1 11쪽
51 51. 북한당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23.05.02 63 1 11쪽
50 50. 무수가 가진 비밀. 23.04.29 76 1 11쪽
49 49. 안개를 만든다고? 23.04.28 70 2 11쪽
48 48. 넌 누구냐! 23.04.27 83 2 11쪽
47 47. 반갑냐? 나도 격하게 반갑다. 23.04.26 81 2 11쪽
46 46. 재수씨요? 23.04.25 88 2 11쪽
45 45. 북치는 소리에 꽹과리가 합을 맞춘다 23.04.24 95 2 11쪽
44 44. 이 새끼는 뇌가 있으려나. 23.04.21 115 2 11쪽
43 43.심상치 않은 북한. 23.04.20 106 1 11쪽
» 42 .죄다 고추밭입니다 23.04.19 96 2 11쪽
41 41. 조선시대 때도 이렇게는 안했어! 23.04.18 98 1 11쪽
40 40. 중과부적 23.04.17 114 2 11쪽
39 39. 놈의 눈빛 말입니다 23.04.14 114 1 11쪽
38 38. 범죄자 새끼들한테 희망을 주는 이상한 시대다 23.04.13 120 1 12쪽
37 37. 여그! 여그말이어라! 23.04.12 111 1 11쪽
36 36. 이강백의 먹성이 오인분입니다. 23.04.11 116 3 11쪽
35 35. 이게 훈련이라고? 23.04.10 119 2 11쪽
34 34. 통장에 50억쯤 넣어 줘야겠다. 23.04.07 126 3 11쪽
33 33. 내리사랑. 23.04.06 119 2 12쪽
32 32. 이 시대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 23.04.05 130 3 11쪽
31 31. 유족들에게 지급될 보상금. 23.04.04 134 3 12쪽
30 30. 머리가 좋아졌는걸. 23.04.03 137 3 11쪽
29 29. 기름을 팔아봐? +1 23.04.01 142 3 12쪽
28 28.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은 같이 흘린 땀방울에 비례한다 23.03.31 133 2 11쪽
27 27. 남자구실은 물건너 갔어. 23.03.30 140 2 12쪽
26 26. 애국심은 소설 속에나 존재한다. 23.03.29 140 2 12쪽
25 25. 이강백의 의지. 23.03.28 144 3 13쪽
24 24. 용서해 주는 겁니까? 23.03.27 13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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