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8,034
추천수 :
128
글자수 :
272,765

작성
23.03.30 09:23
조회
140
추천
2
글자
12쪽

27. 남자구실은 물건너 갔어.

DUMMY

건물 안 뒷마당.


‘끄으윽.’

인기척에 정신이 돌아왔다.

대대장인 송서구 대령이었다.

뭘 알아야 대답을 해주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질문에 대답조차 못했다.

동료는 뭐고 죽였는지, 체포한 건지, 누구 지시를 따랐으며 대가리가 누군지를 말하라는데 뭔 소리인가 싶었다.

대답을 못하니 돌아오는 건 뻔하다.

무자비한 구타였다.

도무지 감당하기 힘든 구타에 기절을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조차 없었다.

몸은 성 한데가 없고 숨조차 쉬기 힘들 지경이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양 발톱 끝에 절반쯤 박아 놓은 못에 고통보다는 이제는 이물감만 들 뿐이었고 한쪽 손에 손톱은 어디 갔는지 흉측한 뻘건 피딱지만 남아있었다.

목이 말랐다.

마른 침을 삼키는데 자꾸 헛구역질만 나와 부러진 뼈마디를 때렸다.

며칠이 지났을까?

하루? 이틀? 군대 간 둘째가 제대하는 날인데 혹시나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집에는 왔을까?

몸을 살짝 틀어보았지만 역시나 움직이지 않았다.

온 몸에 남아 있는 힘을 짜내 겨우 실눈을 떠서 주변을 살폈다.

밝은 빛에 눈이 부셨다.

낮이다.

주변에 진녹색의 잔풀들이 눈에 들어왔고 푹푹 찌는 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반쯤 자른 드럼통이 보였다.

하얀 연기가 몽골몽골 올라오고 있었다.

인기척과 함께 말소리가 들려오기에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지독한 새끼들이 눈에 들어왔다.

세 놈이었다.

두 놈은 허름한 소파에 걸터앉아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었고 한 놈은 웅크려 앉아 자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저건 뭐지?

분명한건 사람인데 어딘지 낯이 익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서 보이는 정수리와 이마, 바닥에 축 처진 몸통아리.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핏물과 눈물이 바닥에 흙먼지들과 함께 눈 커플에 무겁게 매달려 있다가 하나둘씩 떨어져나가자 시야가 조금은 밝아졌다.

선명하게 보이는 주위 환경에 더 자세히 볼 요량으로 머리를 살짝 들자 놈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젠장. 이놈의 오지랖은.

전화를 하던 해골처럼 삐쩍 마른 놈이 일어섰다.

전화를 끊고 셋이 번갈아 대화를 하는데 한 놈은 한국말이고 두 놈은 중국말과 한국말을 섞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가 점점 다가오자 공포심이 온몸을 휘감았다.

일단 한 놈이 다가오는 건 확실했고, 나머지 두 놈 중 한 놈은 무슨 일인지 급하게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차라리 가만히 있을 걸 괜한 짓했다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여기서 더 맞는다면 더는 못 버틸 것 같았다.

술 좀 그만 먹고 다니라는 마누라의 잔소리가 불현 듯 스쳐 지나갔다.

질끈 감은 두 눈에 힘을 주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끝에서 살을 뚫고 나오며 피가 터지면서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다. 힘이 전해진 팔과 어깨의 근육들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비겁하게 눈이나 감다니. 이런 모습은 그간에 내 모습이 아니다.

이깟 구타에 그간에 가지고 있던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당당하게 놈과 맞서야겠다.

남겨질 마누라와 아들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목숨은 여기까지다.

온몸에 힘을 짜내고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였다.

뚜렷하게 들리는 익숙한 구호가 들려왔다.


‘푸흐흑.’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목이 터져라 외쳤고 지겹다고 느낄 정도로 입에 달고 살았던 구호다.

죽겠다는 일념과 열정적으로 살자는 마음으로 외쳤는데, 죽음을 앞에 두고 진짜로 들릴 줄 몰랐다.

죽음이 코앞인데 기껏 들리는 환청이 저건가?


‘후훗.’


내뱉던 말처럼 행동으로 옮긴다.

안되면 되게 하라. 안되면 되게 하라.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가슴으로 읊어대던 송서구였다.

두 눈을 부릅떴고,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양 주먹을 바닥에 찍으며 머리를 들 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걸음을 멈추던 놈이었다.

주머니에서 울리는 폴더식 구형 휴대폰을 꺼내들며 역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통화버튼을 누르는 '삐' 소리가 들렸다.


“접니다.”

- 노출됐다고?

“쥐새끼 두 마리였는데 해결했습니다.”

- 해결 했으면 예정대로 움직이면 될 텐데?

“네 마리가 더 왔습니다.”


굳이 통화까지 할 필요가 없음을 내비치며 짜증을 밀어 넣자 곧바로 말을 이었다.


- 넷이?

“두 시간만 일찍 준비해주십시오.”


넷이 더 왔다면 확실히 노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놈은 이점을 잘 알고 있기에 시간을 앞당겨 달라는 거고 말이다.


- 이동 경로까지도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목적지를 변경한다. 군산항으로 가라. 준비해놓겠다.

“알겠습니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휴대폰을 접어 숯불이 타오르는 드럼통에 던진 해골을 연상시키던 놈이었다.

잠시 후였다.

밖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와 둔탁한 소리가 송서구의 귓속을 때리고 있었다.

놈이 허리를 숙여 발목주위에서 뭔가를 찾다 몸을 세우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 있더라?”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뭔가를 찾던 놈이 몸을 돌려 나갔고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건물 밖 앞마당.


‘지르릉! 쿵!’


시커먼 커다란 대문이 무수일행이 들어오자 거침없이 닫혔다.

해보겠다는 거고 그냥은 못 내보낸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행동이었다.

문이 닫히자 동시에 놈들이 대형을 갖추며 움직였고 기다란 무기를 든 놈이 무기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옆에 있던 나머지 놈들도 행동을 같이하며 날카로운 회칼과 도끼를 꺼내 들고 있었다.

강렬한 태양빛에 맞물려 놈들의 눈빛도 무기처럼 날카롭게 보였다.

수적으로 우세를 보이는 놈들의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눈에 담던 무수였다.


“담아.”


무수의 부름에 대답 대신 머리를 살짝 돌린 담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아리와 춘호다. 적당히 할 생각이면 뒤로 빠져.”

“시방, 말이여 방구여라. 도련님은 저 짝으로 언릉 가보쇼.”


혹시나 긴장했을까봐 풀어주려 했던 무수였는데 오히려 전투력을 더 높이던 담이었다.

대화를 듣던 앞선 두 놈이 헛웃음을 내뱉고는 어이없다는 듯 칼을 앞세워 달려들었다.

권투의 잽을 연상케 하는 동작이 시작을 알렸다.

무수의 얼굴과 가슴팍으로 동시에 파고들자 오히려 몸을 앞으로 전진 시켰다.

움찔하던 놈이었다.

일반인이라면 십중팔구 뒤로 물러선다.

그러면 틈이 생기고 기회를 준다.

거리를 파악하는 건 좋았으나 실전은 현실이다.

되돌아가는 놈의 손목을 움켜쥐며 몸을 밀착시켜 팔꿈치를 들어 올려 턱을 노렸고, 몸을 돌리며 옆 놈의 귀 밑에 발등을 우겨넣었다.


‘우지근!’


새우과자 밟으면 나는 소리가 순차적으로 들렸다.

여기서 그치냐고? 그러면 아리가 서운할거다.

몸을 휘청 거리던 놈들의 양 머리를 잡아 아래로 내리 꽂으며 양 무릎을 있는 힘껏 들어올렸다.


‘와그작!, 으아악!’


관자놀이 쪽이 움푹 들어간 놈은 비명조차 없이 축 늘어져 쓰러졌는데 꽤나 아픈 모양이었다.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 바닥을 뒹굴며 고통을 호소하는 몸부림이 꽤나 볼만했다.

아프냐? 그런데 말이다. 그런 건 사치다. 특히 너 같은 놈들한테는 말이다.


‘꽈직! 꽈짜작!’


다리를 높이 들어 놈의 배와 머리통을 내려찍자 입에서 붉은 핏덩어리를 토해내며 기절하던 놈들이었다.

손아귀에 남아있던 놈들의 머리카락을 털어내자 이번엔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놈이었다.

옆으로 피하며 마저 남은 머리카락을 털었고 연거푸 머리와 옆구리 쪽으로 날아오던 쇠파이프를 어깨로 미끄러지듯이 막아내고는 바로 어퍼컷을 날렸다.

머리를 비틀어 피하던 놈이었다.

반사 신경이 제법인데, 그럼 이건 어때.

재빨리 몸을 돌려 반대쪽 주먹을 울대에 우겨넣었고 가슴과 배에 한방씩 그리고 사타구니 사이로 다리를 올렸다.


‘퍼어억!, 우훅!’


검은 눈동자가 점프하듯 한껏 올라가자 허연 흰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며 쓰러지던 놈이었다.

살아도 산 게 아닐 거다.

남자의 구실은 물 건너갔으니까 말이다.

고개를 천천히 들며 놈들을 훑었다.

손등으로 이마를 한차례 닦아 내자 움찔하던 놈들이 애꿎은 바닥만 긁어대며 위협적인 자세로 주춤거리고 있었다.

너희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였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건 너희와 다른 시대의 사람이다.

너희들이 책가방 메고 학교 다닐 때 말이다.

난 내 몸을 지켜야했고 가족을 살려야 했기에 주먹을 써야했다.

칼을 들어야 했으며 화살의 시위를 당겨야 했다.

저잣거리에 양아치들과 싸워야했고 북쪽에 오랑캐와의 전쟁을 해야 했다.

임진년에 왜놈들을 막아대며 생사의 경계선을 도대체 몇 번을 넘어야 했는지 기억조차 없이···, 어라?

놈들의 시선이 엉뚱하게도 담이에게 쏠려있었다.


“풋.”


고개를 살짝 돌렸던 무수가 헛웃음을 뱉어냈다. 그렇지 나 이외에 셋이 더 있다.

그 중에 영화에서나 볼법한 요란한 장면을 연출하는 저 덩치는 너희들 인생에 가장 강력한 전환점을 줄 거다.

이 맑은 공기의 신선함과 강렬한 햇살의 따사로움이 그토록 소중했었다는 것을 말이다.


“언능 가보랑께요.”


담이가 귀찮은 듯 한마디를 던졌다.

아리 때문인지 눈빛이 예리해 보였는데 힘 조절 하라는 소리를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닫았다. 남은 놈들은 담이면 충분해 보였다.

손등에 묻어 있는 땀을 털어내며 히죽이던 담이에게 눈길 한번 주고는 문이 살짝 열려있던 건물 입구로 발걸음을 옮기던 무수였다.

이를 힐끔 거리며 멀어지는 무수를 지켜볼 수밖에 없던 놈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빠른 것까지야 뭐 그렇다 쳐도 저건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다.

쇠파이프를 날아오면 피해야하는데 어깨로 막는다.

그래, 막는다고 치자. 그런데 치는 놈이 밀린다고?

쇠파이프를 강하게 돌리자 묵직한 손아귀에 느낌이 들었다 싶은 순간 갑자기 사라지면서 허공을 가르자 곧바로 커다란 주먹 안면에 들어왔다.

어깨를 내주는 척하며 몸을 숙여 쇠파이프를 피해 주먹을 날린 담이었다.

곧바로 옆에서 칼을 어깨높이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려는 놈의 궤적을 아슬아슬 피해 반대쪽 주먹을 하복부에 꽂아 놓자 몸이 기역자로 꺾이면서 앞으로 고꾸라지던 놈이었다.

놈의 머리가 바닥에 닿으려고 하자 놈의 머리끄덩이를 양손으로 잡아 채 들어버리고는 그대로 머리를 돌렸다.

‘짜그락’ 소리가 공간을 지배할 때 쯤 쇠파이프를 바닥에 떨구고 뭉겨진 안면을 감싸던 놈에게 몸을 날려 깍지 낀 주먹으로 놈의 뒤통수를 내려치자 뒤통수가 순간 뭉겨지며 핏덩어리들이 사방에 흩어지고 있었다.

한방에 한 놈씩 무력화 시켰다.

그리고 마무리는 분명 의도적이었다.

죽일 거라는.

그리고 살려두지 않을 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세우며 자세를 바로 하던 담이가 고개를 들었다.

어느 틈엔가 핏물을 뒤집어 쓴 흉측한 얼굴에서 핏물이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공포심을 억지로 우겨 넣는 모습을 보이던 놈들이었다.

잠시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하자 한 놈이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고 몸을 날렸다.


“뭐해! 죽여!”

“시방 죽여 달라고? 그라지 뭐.”


정신을 차린 놈들이 한꺼번에 담이에게 달려들자 양 옆에서 권순철과 온창현이 손에 쥐고 있던 정글도를 살짝 비틀어 세워 달려 나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그 동안 죄송했습니다. 다시 시작합니다. 21.10.13 281 0 -
52 52. 남조선에 의한 통일 23.05.03 66 1 11쪽
51 51. 북한당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23.05.02 63 1 11쪽
50 50. 무수가 가진 비밀. 23.04.29 76 1 11쪽
49 49. 안개를 만든다고? 23.04.28 70 2 11쪽
48 48. 넌 누구냐! 23.04.27 83 2 11쪽
47 47. 반갑냐? 나도 격하게 반갑다. 23.04.26 81 2 11쪽
46 46. 재수씨요? 23.04.25 88 2 11쪽
45 45. 북치는 소리에 꽹과리가 합을 맞춘다 23.04.24 95 2 11쪽
44 44. 이 새끼는 뇌가 있으려나. 23.04.21 115 2 11쪽
43 43.심상치 않은 북한. 23.04.20 106 1 11쪽
42 42 .죄다 고추밭입니다 23.04.19 97 2 11쪽
41 41. 조선시대 때도 이렇게는 안했어! 23.04.18 98 1 11쪽
40 40. 중과부적 23.04.17 114 2 11쪽
39 39. 놈의 눈빛 말입니다 23.04.14 114 1 11쪽
38 38. 범죄자 새끼들한테 희망을 주는 이상한 시대다 23.04.13 120 1 12쪽
37 37. 여그! 여그말이어라! 23.04.12 111 1 11쪽
36 36. 이강백의 먹성이 오인분입니다. 23.04.11 116 3 11쪽
35 35. 이게 훈련이라고? 23.04.10 119 2 11쪽
34 34. 통장에 50억쯤 넣어 줘야겠다. 23.04.07 126 3 11쪽
33 33. 내리사랑. 23.04.06 119 2 12쪽
32 32. 이 시대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 23.04.05 130 3 11쪽
31 31. 유족들에게 지급될 보상금. 23.04.04 134 3 12쪽
30 30. 머리가 좋아졌는걸. 23.04.03 137 3 11쪽
29 29. 기름을 팔아봐? +1 23.04.01 142 3 12쪽
28 28.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은 같이 흘린 땀방울에 비례한다 23.03.31 133 2 11쪽
» 27. 남자구실은 물건너 갔어. 23.03.30 141 2 12쪽
26 26. 애국심은 소설 속에나 존재한다. 23.03.29 140 2 12쪽
25 25. 이강백의 의지. 23.03.28 144 3 13쪽
24 24. 용서해 주는 겁니까? 23.03.27 137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