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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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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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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0. 중과부적

DUMMY

벌떡 일어서던 김재철이었다.

장승을 연상케 하는 표정과 얼어붙은 몸이었다.

잘게 떨리는 손가락에 붙어 있는 애꿎은 담배가 위태롭게 떨리고 있었다.

뭔가 짚이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몸을 일으킨 무수였다.


“이천에서 데리고 온 놈 안주머니에 그리고 지휘했던 놈 사무실에도 같은 약이 있었습니다.”


남자구실 못할 두 놈이 같은 약을? 게다가 약을 먹으면 기억을 못한다고?

노함이 의도적으로 기술을 전파했다는 소리만큼이나 뜬금없었다.


“단순히 청심환인줄 알았습니다. 일단 성분 조사와 혈액 샘플도 채취 해야겠습니다.”

“가능한 일일까요?”

“정기룡씨도 여기 온 거 설명이 안 됩니다”


말 참 싸가지 없게 한다.

하여간 이런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한마디 하려다가 뒷목을 한차례 쓸어내리며 화를 억눌렀다.


“이제 가봐도 됩니까?”


김재철의 면상에서 흘러나오는 비릿함에 칼칼한 라면 국물이 절실하게 생각나던 순간이었다.


“이걸로도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몸을 돌려 손을 들고는 예의상 인사치레를 하던 무수였다.


“정기룡씨.”


갑자기 무수를 불러세우던 김재철이었다.

대답대신 몸을 돌렸다.


“오늘 여기서 듣고 말한 건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심지어 국정원장에게도 말입니다.”

“왜 그래야하죠?”

“정보입니다. 수사공조를 하는 거고요.”


수사공조? 너랑 내가? 우린 그냥 말 한마디 섞었을 뿐인데?

무수의 시선을 피하지 않던 김재철의 눈빛에 거침이 없어 보였다.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냥 몸을 돌려나가던 무수였다.

저런 놈한테는 주먹도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싸가지 없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건 또 뭔 소리지.


“직업특성상 말이 딱딱하게 나가고 누구도 믿지 않는 버릇 때문에 종종 오해를 많이 삽니다.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허리가 반쯤 꺾인 상태로 인사를 하던 김재철이었다.

이럴 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서 맹한 긴 한숨을 내쉬던 무수였다.


“혹시 가족은 있습니까?”

“가족은 있는데 아직 결혼 전입니다.”


머리를 들어 올리며 무수에 말에 대답을 하던 김재철이었다.

그럴 것 같았다.

결혼은 하지마라 마누라 고생길이 훤히 보이니까 말이다.


“알겠습니다. 일단 함구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 드리겠습니다.”


싸가지는 없는데 예의는 있다. 정은 안 가는데 왠지 믿음은 간다.


“아참, 혹시 신원조회 하나 부탁해도 될까요?”


무수의 질문에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더니 바짝 다가와 테블릿을 꺼내들던 김재철이었다.

극심한 직업병이 맞는 것 같았다.


“급한 건가요?”

“그건 아닌데.”

“성함, 주민번호, 전화번호 불러주세요.”

“그게 아니고···”


여기까지 온 목적, 그리고 놈한테 들은 모든 이야기, 그리고 노함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늘어놓았다. 내친김에 노함을 꼭 찾아 달라는 부탁까지 하자 ‘알았다며’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던 김재철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김재철을 바라보면서 담배 한 개를 더 피웠다.

괜한 짓 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비릿한 거와 완벽한 일 처리하는 것과는 별개 문제이다.

게다가 진정성을 내비치는데 진심은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몸을 돌렸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리모컨에 버튼을 누르자 ‘나 여기 있소’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밝은 불빛을 깜빡거리던 차량이었다.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목적지를 입력하자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던 여성의 목소리였다.

흘러나오는 라디오소리와 중간 중간 나오는 경고음이 지루할 틈 없이 없었다.

한 시간 쯤 운전을 해서 정상 병원 근처에 도착했는데 들어가는 데만 한 시간이 더 걸렸다.

미어터지는 인파에 좁아진 도로다.

버럭 하며 짜증이 날법한데 그러질 못했다.

창문을 두드리며 먹을 거를 던져주고 손을 흔들며 응원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마치 자기 일처럼 팔을 걷어붙이며 열과 성을 다한다.

아리의 쾌유를 외치고 또 외치며 같이 울어주고 있는데, 궁금한 건 이런 비슷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매번 이랬을까?

국정원과, 검찰, 경찰들 보다 더 빨리, 정확한 증거를 어떻게 네티즌들이 이렇게 매번 찾아 줄까?

이해하기 힘들지만 다른 건 몰라도 정의는 살아있는 것 같다.

축배드림이라고 했나?

평상시에는 힘든 하루하루를 살다가 지친 몸을 달래려 각종 유머와 비속어를 보며 웃고 떠든다.

가끔은 키보드 워리어 마냥 미친 척 서로 싸우고 헐뜯다가도, 정의롭지 못한 일에는 그간 있었던 일들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불같이 달려들어 자신의 일보다 더한 열정을 보인다.

따뜻하다는 거다.

머리가 아닌 가슴이 말이다.

한편으로는 나랏일을 보는 분들이 반성해야 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리 혹은 먼저 나서서 미연에 방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니 오죽 답답하며 저럴까.

살기 좋은 세상, 누구나 웃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진정 오지 않는 걸까?

수많은 군중을 뒤로 한 채 병원 건물로 서서히 모습을 감추던 무수의 차량이었다.

지하3층까지 내려가 빈자리에 주차를 하고는 차에서 내려 리모컨으로 차량을 잠그려 할 때였다.

요란하게 울리던 스마트폰이었다.

두 시간 전에 입력한 생선 기름이었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 김재철입니다. 알아냈습니다.

“네?”

- 문자메시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전 바빠서 이만.

“네? 노함 어르신이요? 여보세요?”


진정성은 얼어 죽을.

없었던 비릿함도 생길 판에 기존에 비릿한 선입견이 어딜 가겠나.

생선기름으로 샤워할 새끼다.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문자를 확인하던 무수였다.


“컥.”


화면에 전송된 낯익은 얼굴이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손이 떨리며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왔다.

노함이었다.

과거에 알고 있던 모습보다는 살짝 노화된 얼굴이지만 분명히 맞았다.

특무상사의 계급이니 대한민국에 원사 쯤 되려나?

뭐 이정도면 당연히 훈련도 가능하다.

믿기 어려운 일이다.

조선시대 사람이 또 있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문자메시지 마지막 문구에 호흡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북한도 북한이지만 정치범 수용소는 웬 말인가.

삼 일전에 수용소라니 일이 이렇게 꼬이나? 면회는 되려나?

찹찹한 마음에 걸음걸이가 무겁게 느껴졌다.

김재철에게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생선기름에 밥을 말아 먹었다가는 제2의 김재철이 될게 뻔했다.

국정원장 성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꽤나 길게 흘러나왔다.

거의 끊기 일보 직전이었다.


- 요즘 바빠서 통화도 못했습니다. 제가 먼저 전화를 드렸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원장님.”

-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면회는 불가할겁니다.


도깨비와 귀신하고 고스톱을 치고 있나? ‘옷 벗을래 정보하나 줄래’ 라고 반 협박하면 뚝딱 정보하나 씩 주나?

게다가 질문도하기 전인데 대답을?


“방법이 없을까요?”

- 정상적인 루트는 불가입니다. 일단 죄명을 파악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죄명에 따라 다른가요?”

- 한마디로 뇌물이 먹힐 수 있는 가벼운 죄면 가능하다는 소리입니다.


뇌물이 성행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다.

북한도 썩을 대로 썩었다고 생각했는데 뇌물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가능할 수도 있다는 소리네요.”

- 무수군.

“네.”

- 북한은 엄연히 다른 나라입니다. 그리고 철저한 공산국가고요. 면회는 될지언정 대한민국국적에 무수군은 안 될 겁니다. 게다가 지금은 내홍에 휩싸여 있는 북한입니다.


그렇게 되는 건가? 한껏 부푼 희망의 풍선이 터진 느낌이었다.


- 노함에 대한 정보는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더 필요한 게 있으면 김재철요원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드릴 겁니다.


도깨비나 귀신도 한계가 있나보다.

노함의 소식이 아닌 자신이 아는 노함의 진위여부다.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 무수군.


목소리 톤이 살짝 내려앉은 것뿐인데 급격하게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네.”

- 무수군은 대한민국에 영웅입니다. 아울러 전 세계에 이목이 집중되어 있고요.

“과찬이십니다. 그저 전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일이 커져버렸네요.”

- 나무라는 게 아닙니다. 행동거지나 처신 하나하나가 중요한 시기라는 겁니다. 그런 잡무 따위에 연연할 위치가 아니란 겁니다.


부담감으로 족쇄를 채우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높으신 양반이나 TV에서 나오는 연예인처럼 바짝 몸을 웅크리고 조심스럽게 살라는 소린가.


“적응하기 힘드네요. 이 시대에 사는 게 말입니다.”

-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힘들 것도 없고요. 지금처럼만 하시면 됩니다.


차라리 김재철과 통화할걸 그랬나 싶었다.

알아듣기 힘들만큼 어려운 말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들어야한 했던 무수였다.

어렵게 전화를 끊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노함과의 관계를 털어 놓았다면 저런 반응이었을까?

말을 해볼걸 그랬나?

팔짱을 끼고는 천천히 내려오는 빨간 숫자를 멍하니 보며 대화를 하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쇠붙이가 ‘땡’ 소리를 냈다.

미친놈이라고.

그나저나 약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했다.

김재철이 보고를 안했다면 적어도 약속은 지킨 건데 이것 또한 말을 했어야 하나 싶었다.

괜한 비밀 하나 더 만든 것 같았다.

비밀이 많아진다는 건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쇠붙이가 이번에는 환하게 웃으며 ‘땡’ 소리를 낸다.

긴 한숨을 흘러나왔다.

열린 엘리베이터 안으로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



* * *


중국 통화시 W 호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제법 관리 잘된 날렵한 몸을 가진 대머리의 중년남성이 전화를 받고 있었다.


“뭐라고? 알아냈다고?”

- 네. 방금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쾅!’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용소까지 보냈건만 삼일천하였다.

의자에 삐딱하게 늘어졌던 몸을 일으키며 유선전화기를 던지듯 내려놓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에 내천 자를 깊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자 때마침 울리던 전화기.

급히 전화기를 들었고, 귀에 닿기도 전에 입을 연 대머리였다.


“어떻게 됐어?”

- 중과부적입니다. 마약밀수는 사형입니다. 가까스로 막아 대고는 있는데 며칠 안으로 상부로 보고가 될 모양입니다.

“그걸 말이라고 해! 돈이 얼마가 들던 그건 막아!”

-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요즘 북조선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알아 안다고! 그러니까 더 노력해보란 소리 하는 거 아니야! 일단 너는 거기서 밖으로 나가지만 못하게 만들어!”

- 알겠습니다. 하지만 기껏 해야 하루나 이틀 정도 일겁니다. 서둘러 주십시오.


‘쾅!’


수화기가 부서져라 내려놓고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던 대머리였다.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거실을 돌아다니다가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휴!’


두 모금 정도 들이 내쉬더니 이내 재떨이로 던졌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 동안 잘나가도 너무 잘나갔다.

지난 15년 동안 사업가로서, 공산당원으로써 승승장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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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남조선에 의한 통일 23.05.03 67 1 11쪽
51 51. 북한당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23.05.02 64 1 11쪽
50 50. 무수가 가진 비밀. 23.04.29 79 1 11쪽
49 49. 안개를 만든다고? 23.04.28 72 2 11쪽
48 48. 넌 누구냐! 23.04.27 86 2 11쪽
47 47. 반갑냐? 나도 격하게 반갑다. 23.04.26 82 2 11쪽
46 46. 재수씨요? 23.04.25 91 2 11쪽
45 45. 북치는 소리에 꽹과리가 합을 맞춘다 23.04.24 98 2 11쪽
44 44. 이 새끼는 뇌가 있으려나. 23.04.21 116 2 11쪽
43 43.심상치 않은 북한. 23.04.20 107 1 11쪽
42 42 .죄다 고추밭입니다 23.04.19 98 2 11쪽
41 41. 조선시대 때도 이렇게는 안했어! 23.04.18 100 1 11쪽
» 40. 중과부적 23.04.17 116 2 11쪽
39 39. 놈의 눈빛 말입니다 23.04.14 116 1 11쪽
38 38. 범죄자 새끼들한테 희망을 주는 이상한 시대다 23.04.13 121 1 12쪽
37 37. 여그! 여그말이어라! 23.04.12 113 1 11쪽
36 36. 이강백의 먹성이 오인분입니다. 23.04.11 117 3 11쪽
35 35. 이게 훈련이라고? 23.04.10 121 2 11쪽
34 34. 통장에 50억쯤 넣어 줘야겠다. 23.04.07 127 3 11쪽
33 33. 내리사랑. 23.04.06 120 2 12쪽
32 32. 이 시대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 23.04.05 131 3 11쪽
31 31. 유족들에게 지급될 보상금. 23.04.04 135 3 12쪽
30 30. 머리가 좋아졌는걸. 23.04.03 139 3 11쪽
29 29. 기름을 팔아봐? +1 23.04.01 145 3 12쪽
28 28.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은 같이 흘린 땀방울에 비례한다 23.03.31 134 2 11쪽
27 27. 남자구실은 물건너 갔어. 23.03.30 143 2 12쪽
26 26. 애국심은 소설 속에나 존재한다. 23.03.29 141 2 12쪽
25 25. 이강백의 의지. 23.03.28 145 3 13쪽
24 24. 용서해 주는 겁니까? 23.03.27 13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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