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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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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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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내리사랑.

DUMMY

모니터가 터져라 동영상을 찾아보며 울어대기 시작했고, 끔찍한 사고 장면에서는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지길 수십 차례.

급기야 병원에서의 치료도 거부하며 음식조차 먹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했다.

자기 때문에 사고가 난 거고 보복을 당한 거라며 손을 써달라고 부탁을 수차례였다.

생명에 은인은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자신은 멀쩡한 것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 때문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자신 앞에서 혼절을 했다는 것까지였다.


“휴······, 카타리아가 난생 처음으로 저한테 무릎을 꿇더군요.”


말을 채 잊지 못하던 사바틴이 눈을 감았다.


“살려달라고, 아니. 살려내라고.”


장례식장이 드디어 본연의 자리를 찾은 듯 장내가 조용해졌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 서있는 저 바쁜 양반들이 팔짱을 끼고 침묵을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저 정도면 모른 체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잠시 감고 있던 눈을 뜨던 사바틴의 두 어깨에 아버지라는 무게감이 짙게 서려있는 듯 했다.


“우선 미리 말씀 못 드린 점은 사과드립니다.”


기껏 만들어 놓은 분위기 일순간 깨진 듯 했다.

민망할 정도로 갑자기 훅치고 들어온 사과에 ‘뭐지’ 라는 주변에 반응이었고 무수 또한 이해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진심을 다해 슬퍼해주면 고맙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저희 쪽 의료진이 미리 받은 자료와 아리군의 상태를 여기 병원 관계자들의 협조 하에 면밀히 살펴보았는데 가능하답니다.”

“누가 누굴?, 네?”

“살릴 수 있고, 치료 또한 가능하다는 소리입니다.”


무수의 눈빛이 초단위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리의 몸에 손을 댔다는 소리에 살벌하게 바뀌던 눈빛이 마지막 말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 온 것이었다.


“살릴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겁니까?”


사바틴에게 두고 있던 시선을 등 뒤에 있던 이재호에게 돌리던 무수였다.

한국의료진에게는 듣지 못했던 말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 있는 의사들을 투입시켜놓고 고작 하는 말이 경과를 지켜보자는 거였는데 저들은 치료가 가능하고?


“분명 살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무수의 시선이 다시 사바틴에게 돌아왔다. 확신에 찬 음성과 눈빛이 무수의 심장을 격하게 뛰게 만들고 있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장가시죠. 이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여기서가 아닙니다. 모스크바에서입니다.”


거의 반쯤 몸을 숙여 감사함을 표하던 무수에 상체가 서서히 들렸다.

모스크바가 어디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리를 살릴 수만 있다면 지옥이라도 못 가겠냐.


“무슨 소리죠? 의료기술은 전 세계에서 최상급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여기선 안 되고 거기선 된다는 말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이재호였다. 방금 전 무수의 눈빛이 내심 걸린 모양이었다.


“기술적 문제가 아닌 장비에 문제라고 들었습니다.”

“무중력장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1차 수술 직후입니다. 무중력 수술은 환자에 체력과 회복여부에 따라서 진행하려 했습니다.”

“대한민국엔 그만한 장비가 없을 텐데요.”

“어제날짜로 장비를 셋팅 했습니다. 기술진들은 아마도 내일쯤 도착할거고요. 무수야.”


1년 정도 뒤에 들여오기로 한 장비였는데 아리의 수술 전 회의에서 언급되자마자 특별기까지 동원 할 만큼 급하게 공수해온 장비다.

사바틴에게는 더는 볼일이 남아있지 않다는 투로 무수에게 시선을 돌리던 이재호가 무수의 대답이 오기도 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아리 내가 책임지고 살려 놓을 거다. 재룡형도 돈이 얼마가 들든 무조건 살리라고 했고 말이다.”


솔직히 안 서운했다면 거짓말이다. 의사의 말만 믿고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보호자들의 간절함이 배신감으로 바뀌는 건 순간인데 방금 딱 그 심정이었다.


“말씀 좀 해주시지.”

“그렇게 됐다. 그리고 내가 너한테 일일이 보고 할 군번이냐.”


‘와라락!’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싶었던 순간이었다.

담이가 등 뒤에서 이재호를 안아들었다. 무식한 곰이 나무위에 벌통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나무를 통째 뽑고 있다.


“뭐야! 안내려 놔! 아파! 아파!”

“시방, 겁나게 멋져부럿소, 나가 오늘 지대로 한턱 쏠텡께.”


한 바퀴 잡아 돌리고 내려놓자 담이에 정강이를 걷어차던 이재호가 이번엔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고 아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됐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에 표현이 낫다. 그걸 담이가 해준 거고 말이다. 오늘은 1차에서 그치면 안 될 것 같다. 몇 차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나머지는 내 몫이다.


“오호. 대단합니다. 대한민국사람들에 추진력을 제 정보력이 못 따라 가는군요.”

“신경써주셨는데 저희 쪽에서 해결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감사드립니다.”


말만이라도 충분히 고맙고 감사한데 아쉬움까지 토로하며 자책까지 하는 사바틴에게 끝까지 예를 표하던 무수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요? 그 장비에 익숙한 최고에 의료진을 지원하겠습니다.”


뭐지? 도박판에서 판돈을 다 잃었으면 깔끔하게 털고 나가야 되는데 사채를 빌려서 다시 온다?


“그건 제 선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의료진들하고 상의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실례가 안 된다면 먼저 나가봐도 되겠습니까?”


패를 숨기고 있다면 꺼내보이게 만들면 된다. 담이와 이재호에게 눈빛을 교환한 뒤 몸을 돌리려던 무수였다.


“부탁이 있습니다.”


그렇지. 처음부터 그렇게 나왔어야지.

사바틴이 콧등을 한차례 쓸고는 입을 열었다.


“카타리아가 아리 옆에서 간호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합니다.”


뭐야. 살짝 맥이 빠진다. 숨겨둔 패가 고작 이런 거라고? 하루에 단 5분 허락된 면회인데?


“저 조차도 하루에 5분밖에 못 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거라도 허락해 달라고 합니다.”

“허락받고 할게 뭐있겠습니까. 하라고 하세요. 다만, 아리 몸에는 절대 손대지 않는 조건입니다.”


혼절까지 하며 고통을 나누고자 먼 길 달려 왔는데 5분 정도야. 하지만 건드는 건 그것과는 다른 문제다.


“또 있습니다.”


이건 예상 못했다는 표정으로 목을 길게 빼던 두 정상들이었고, 살짝 커진 두 눈으로 대답 대신 사바틴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던 무수였다.


“교제를 허락해달랍니다.”


통역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환호가 흘러나왔다.

장례식장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터져 나온 박수와 웃음소리였다.

한나라에 수장 그것도 독재자이며 냉혹하고 잔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 무섭다는 러시아에 대통령이다.

그런 자가 머쓱해 하며 붉어진 귀를 내놓고 마른세수를 한다.

저 말을 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까. 그것도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이다.

자식은 이길 수 없다.

언어가 틀리고 피부가 틀리고 생김새가 틀릴지언정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은 인간의 본성인 것을 말이다.

앤디가 사바틴의 어깨를 감싸며 가볍게 쳐주자 차규범이 가세를 하며 셋이 어깨동무를 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있었다.

허락을 하고 말고가 어디 있냐. 그건 본인들이 알아서 하는 거다.

연애까지 간섭하지 않음을 분명히 선을 긋자 고맙다던 사바틴이었다.

사돈총각이니 뭐니 김칫국을 들이키며 이야기를 하던 세 정상들과의 힘겨운 인사말을 끝으로 탈출하다시피 빠져나온 무수였다.

뒤따라 나온 담이와 이재호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나란히 담배를 꺼내 물자 피식거리며 웃던 세 사람이 짓궂은 말장난으로 무게감을 털어댔다.

지하 장례식장에서 3국의 정상이 모여서 회의 하는 모습은 다시 못 볼 장면이라며 비정상회담 인증샷을 못 찍은걸 못내 아쉬워하던 이재호였다.

후끈한 열기만큼이나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요란한 불빛들을 밝히고 있던 번잡한 도로를 나란히 걷던 세 사람이었다.

제법 맛있다는 숯불 고기집인데 살짝 거리는 있지만 택시타지 말고 걷자는 의견이었다.

이천에서의 일과 용산 빌딩에서 벌어진 일들을 이재호에게 설명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전후사정을 듣던 이재호의 표정이 걸음걸이에 발맞춰 서서히 심각해지고 있었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벌어진 정보유출이라 심각하긴 하지만 어차피 블랙요원으로 된 마당에 더 이상 쥐새끼들에게 흘러갈 정보는 없을 거라 안심은 되지만 살아남은 군인들을 걱정하던 이재호였다.

노출된 신분은 군인으로써의 생명력을 다 했기에 의가사제대 혹은 불명예 제대로 처리 될 거라고 했다.

제대로 된 직장도 못 구할 거라는 이재호의 말에 갑자기 걸음을 멈추던 무수였다.


“심각한데요.”

“지금의 놈들이면 네가 생각한 게 맞을 거다.”


무수의 굳은 표정을 읽던 이재호였다.

개죽음이다.

선제공격에 살인까지 저질렀던 놈들이라 거침없이 달려들게 불 보듯 뻔했다.

일개 시민도 억울한 일인데 시체는 더욱더 안 될 말다.


“차대통령님한테 말씀드리면 안 될까요?”

“사바틴이라면 가능하겠지.”


하긴. 여긴 대한민국이다. 대통령이라고 법하나쯤 부침개처럼 막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힘쓴다 해도 애들 다 죽고 난 다음일거다.

욕이 튀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아내고 있던 무수를 툭 하고 건들던 담이었다.

투명한 물기를 잔뜩 머금은 생수병을 무수 앞에 내밀었다.


“걱정도 차아암! 후딱 드시랑께.”


언제 사왔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다. 편의점 간판이 머리 위에 있었다.


“시방, 얼라들 짤리믄 우드리 거둬주면 되지라.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한다요.”


등을 떠밀며 걸음을 재촉하던 담이었다.


“생각을 해보쇼. 1100억이믄. 이자만 혀도 한 달에 1억쯤 나옵디다. 월급 줘가면서 우드리 지켜주면 되불고, 훈련 쪼매시켜서 지몸 하나 건사하게 만들어 주면 되지 않것어라?”


가슴을 씻겨주는 시원한 말이었다.

지금 마시는 이 시원한 생수 물 따위에 비교가 안될 만큼 말이다.

무수와 이재호가 한발 앞선 담이의 등짝을 동시에 때리고는 엄지를 치켜세우자 우쭐거리며 한 건 한 듯 거들먹거리는 팔자걸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맞다. 뭔 걱정이냐.

돈이 없길 해, 배짱이 없길 해. 좋은데 쓰라고 준 돈인데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더 어디 있겠냐.

반쯤 남은 생수병에 물을 담이 머리에 쏟아대자 이재호도 따라 붓는다.

차갑다며 도망가는 담이를 쫒던 이재호였다.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몸을 날려 담이에 허리를 낚아채자 남은 물을 담이에게 쏟아내고는 한바탕 웃던 이재호였다.

반칙이라며 몸을 홱 돌려 무수의 양쪽 허리를 잡아 힘을 주자 씨름판에 한 장면을 만들어 내던 담이었다.

안 봐줄 거라는 담이의 선전포고에 자세를 낮추며 이에 반응을 하던 무수였다.

얼마만인가 싶었다.

담이와의 이 대치가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 자세는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묵직하다 못해 숨이 막힐 듯 조여 오는 담이의 힘에 피식하며 헛웃음을 뱉어 내던 무수였다.

힘으로는 안 된다.

그럼 이건 어떠냐. 한쪽 무릎을 살짝 굽히고 반대쪽 발을 비틀던 그때였다.


‘짜자악!’


무수와 담이의 등짝을 후려친 이재호였다.


“이것들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뭐 하는 짓이야. 후딱 안 비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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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반갑냐? 나도 격하게 반갑다. 23.04.26 82 2 11쪽
46 46. 재수씨요? 23.04.25 91 2 11쪽
45 45. 북치는 소리에 꽹과리가 합을 맞춘다 23.04.24 9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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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이강백의 먹성이 오인분입니다. 23.04.11 117 3 11쪽
35 35. 이게 훈련이라고? 23.04.10 121 2 11쪽
34 34. 통장에 50억쯤 넣어 줘야겠다. 23.04.07 127 3 11쪽
» 33. 내리사랑. 23.04.06 121 2 12쪽
32 32. 이 시대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 23.04.05 132 3 11쪽
31 31. 유족들에게 지급될 보상금. 23.04.04 135 3 12쪽
30 30. 머리가 좋아졌는걸. 23.04.03 139 3 11쪽
29 29. 기름을 팔아봐? +1 23.04.01 145 3 12쪽
28 28.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은 같이 흘린 땀방울에 비례한다 23.03.31 134 2 11쪽
27 27. 남자구실은 물건너 갔어. 23.03.30 143 2 12쪽
26 26. 애국심은 소설 속에나 존재한다. 23.03.29 142 2 12쪽
25 25. 이강백의 의지. 23.03.28 14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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