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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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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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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6. 애국심은 소설 속에나 존재한다.

DUMMY

“이대표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아까 오일샌드는 뭐야?”

“사업을 같이 하자고 하면서 조만간 자료를 보내준다고 하네요. 상장 폐지된 한국기업이 있다고 했고, 그거를 인수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본인은 자금은 댄다고 하던데 뭔 말인지는 저도 잘···.”

“대한민국이 오일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다. 오일샌드 채굴 기술이 있다고 해도 그걸 허가해줄 나라가 없을 텐데 앤드류가 그걸 같이 하자고 했다고?”

“듣기로는 그렇습니다.”


무수의 답을 듣던 이재호에 한 팔을 탁자에 기대며 소주를 따르던 모습을 보던 담이가 입을 열었다.


“그란데 시방. 그거 아셔라 형님? 형님 그 눈빛 뭐다요?”


담이의 말에 눈알을 부라리던 이재호였다.


‘다다다닥!’


누군가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였다.

이재호가 뭔가 할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고 있었다.


‘헉! 헉! 헉!’


“여기 계셨네요? 헉, 헉, 헉. 아니 왜? 스마트폰은 안가지고 다니세요.”

“시방 온창현아니여? 화장터 안가부렀어?”


다급하게 뛰어오던 온창현을 알아 본 담이었다.

무수에게 거친 호흡으로 간절함을 토해내자 주섬주섬 몸을 뒤지며 스마트폰을 찾던 무수였다.


“잠시 만요. 전화 좀 하고요.”


한 손바닥을 내보이던 온창현이 호흡 가다듬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눌러 몇 군데 전화를 하다 뭔가 일이 틀어진 듯 체념을 하며 무수 곁에 다가왔다.

무수 곁에 서자 차렷 자세를 갖춰 거수를 했고, 담이와 이재호에게 같은 동작을 하고는 자리에 서 있던 온창현이었다.


“전화기를 아리 병실에 두고 온 모양이다. 미안하다.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너희들한테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일단 앉아봐라. 너희 넷이 제법 기지를 발휘 했더구나.”

“지금 공치사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닙니다. 급합니다. 대장님.”


자리에 앉으라며 칭찬을 하면서 한 쪽을 가리키던 무수의 동작이 온창현의 반문에 멎었다.

상대방의 행동에서 나오는 기운이 있다.

딱 봐도 좋은 소식은 아니라는 생각에 곧바로 시선을 온창현에게 향하자 담이와 이재호가 급격히 냉랭해진 무거운 공기에 숨을 거둬야만 했다.

무수의 매섭게 변한 송곳 같이 시선에 평소답지 않던 행동을 보이던 온창현이 별안간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였다.


“도와주십시오. 대장님.”


칭찬을 받아도 2박3일이 모자랄 정도인데 뭐지?

놈들의 기습에 부상조차 없이 일망타진 했었다.

하물며 놈들도 생포해서 배후가 조만간 드러날 수 있을 정도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그들이다.

그런데 왜?

무수의 깊어진 검은 눈동자가 눈꺼풀에 반쯤 가려 질 때였다.


“송서구 대대장님이 납치된 것 같습니다. 이봉수 상사님과 한동희 상사님이 방금 출발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실례인줄 알면서도 찾았습니다. 놈들의 숫자가 몇인지, 무장은 어떻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대대장님도 대대장님이지만 이 상사님과 한 상사님이 걱정입니다. 도와주십시오. 부탁입니다.”


푹 숙여진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을 하던 온창현의 붉어진 눈두덩이 사이로 보이는 촉촉한 눈망울에 진심과 간절함이 비춰지고 있었다.

새빨간 실핏줄을 가득 품은 온창현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던 무수였다.

이 녀석의 눈매와 눈빛, 어딘지 모르는 이 친숙함, 불현 듯 떠오른 노함이었다.

신립의 최측근이자 책사를 가장한 친구, 국가에 대한 사명감 혹은 애국심 따위가 아닌 진심으로 동료와 가족, 친구를 품을 줄 아는 그런 자다.

그런 자의 눈빛을 온창현이 흘려내고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천천히 돌리던 무수였다.

종이컵을 들고 망부석마냥 가만히 있던 담이가 무수의 시선을 받자 단숨에 컵에 있는 내용물을 목에 털어 넣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시방 뭐혀! 퍼떡 인나 불지 않고.”

“네?”

“어디로 가면 되냐? 가자, 그리고 형님.”


거절할거란 생각은 못했지만 이렇게나 빨리 답이 올 줄 몰랐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온창현이었다.

어깨를 가볍게 치던 무수가 검은색 양복을 집어 들었고, 몸을 일으키며 이재호를 불렀다.


“혹시 사이렌 켜고 달릴 수 있는 차량 부탁드려도 될까요?”

“개조된 차량 준비해두마. 그런데 이런 식으로 그냥 가도 되겠어? 직원 붙여 줄까?”


급하게 어디론가 전화를 하면서 질문을 하던 이재호였다.


“아닙니다.”

“국정원은?”

“제가 따로 연락해 놓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저쪽으로 쭉 가. 지하주차장에 차하고 운전기사 대기하고 있다니까.”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제 전화기 아리 병실에 있는데···”

“심부름까지 시키네. 일단 알았다.”


남은 소주를 입에 털며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던 이재호였다.


“네. 이따가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끄럽다.”


마저 인사를 다하고는 주차장으로 향하던 담이와 온창현의 뒤를 따르던 무수였다.

날렵하게 생긴 구급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켜고 대기 있었다.

환자들이나 타는 뒤 칸에 탑승하자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오던 권순철 중사를 마지막으로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밖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음을 차량의 흔들림과 소음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속도면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운전사의 말에 권순철과 온창현이 차례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부천에서의 사건을 시작으로 대대장인 송서구까지였다.

송서구 대령은 평소에 술을 즐겨하는데 술이 취하며 집을 못가고 엉뚱한 논두렁이나 차량 후드, 혹은 건물 지하층 계단에서 노숙자 마냥 잠을 자는 사고뭉치였다.

평소 행실을 잘 알고 있던 온창현이 선물을 가장한 시계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놓았던 사실을 기억해 내서 찾았다고 했다.

급히 사모님과 통화를 했고, 납치를 짐작했다.

중대장과 소대장에게 연락을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라고는 일단 대기하라는 명령이었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단순실종사건이라 연락을 준다는 앵무새의 반복적인 말에 분노한 이봉수와 한동희가 급히 출발했다고 했다.

조선시대의 포졸들과 지금의 경찰들은 도무지 변함이 없다는 담이의 빈정거림에 잠시 말이 끊기긴 했으나 부연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국가에 부름에 목숨을 바쳐가며 일한 동료들이 희생됐고 납치가 됐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초를 다투는 이 긴박한 상황을 정작 국가는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하는데 깊은 분노와 배신감에 가슴팍에 새겨져 있는 태극기를 도려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흥분한 권순철이 정글도를 꺼내 반쯤 도려낸 태극기를 팔목을 잡아 말렸다.

진정을 시키던 무수가 다시 발목에 정글도를 넣어주기까지 했다.

위로에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국가를 위해 희생되면 이름 모를 별이 된다는 근사한 말로 포장하며 개 값도 안 되는 보상금이 전부다.

시대가 변해도 이런 건 도대체 왜 안변할까.

국민이 있어야 국가는 존재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사명감이나 애국심은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글로만 남겨 질 거다.

어깨를 도닥이며 위로를 대신 하던 무수였다.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덜컹거림과 담이의 코를 고는 소리가 묘하게 평화로움을 더하고 있었다.

잠시 후 차량의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차량이 멈추자 차에서 내려 시계를 확인하던 무수였다.

점심이 끝났거나 혹은 마무리할 정도의 오후 1시 30분.

딱 봐도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한적한 곳이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단층건물과 허름한 집들이 평화로운 시골에 흔하디흔한 고즈넉함을 주고 있었다.

주위를 살피던 온창현과 권순철이 동시에 손가락을 가리킨 곳에 회색 SUV차량이었다.

일제히 차량으로 달려들었다.

풀 숲 사이에 감춰 놓은 게 아닌 급하게 주차를 한 것 같은 느낌이었고, 텅 빈 차량은 딱 봐도 그리 오래 세워둔 것 같지 않았다.

동료들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추적기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온창현과 권순철의 시선이 멈췄다.

우두커니 서 있는 무수와 담이를 확인하던 순간이었다.


“저기인 것 같다.”

“시방, 그라지라.”


무수가 턱 짓으로 한 쪽을 가리키자 검은색 양복상의를 차량에 벋어 놓던 담이었다.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많은 승용차와 회색 봉고차들이 있던 단층 건물.

열 명 남짓이 무수일행 쪽으로 시선을 주고 있었다.

머리를 흔들고 팔을 이리저리 돌리며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준비하고 있었고, 예상했다는 몸짓이었다.

그렇다면 이봉수와 한동희는 당했다는 거다.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놈들과의 거리가 절반쯤 가깝게 될 무렵 붕대에 칭칭 감겨있는 오른쪽 주먹을 움켜쥐던 무수였다.

기분 나쁜 통증이 등골을 타고 올라와 뇌를 두드리고 있었다.

염병! 피부가 다시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미간이 좁혀지며 인상을 찌푸리던 무수였다.


“시방 그 손가지고 모기 한 마리 뺨이나 때릴 수나 있것소? 뒤에 계셔불지라.”


“풋.”


한걸음 앞으로 나서던 담이의 한마디에 험악한 인상이 옅은 미소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덥수룩한 더벅머리에서 짧은 스포츠머리로 변해서 그런가? 뒷목에서 타고 흐르는 어깨와 두툼한 팔뚝이 꽤나 도드라져 보였다.


“왜, 한 대 맞아볼래?”

“됐어라. 지 말고 뒤에 모기들이나 정신 줄 잡아주소.”


벙벙한 표정으로 뒤따르던 온창현과 권순철이 이를 악 물고 있었다.

눈빛은 번득이고 있지만 몸이 경직되어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웠다.


“어쩌면 말이다.”


무수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낮게 깔린 무거운 음성을 내보이자 걸음을 멈추던 담이가 뒤쪽을 흘깃 거리다가 이내 전방을 주시했다.


“난생처음 살인이라는 놈을 맛볼 수 있어, 죽을 수도 있고. 그래도 함께 할래?”


섬뜩한 말을 저런 담담한 얼굴로 내비칠까.

창피했고 부끄러웠지만 차마 입을 바로 열수가 없던 두 사람이었다.

진정한 속마음을 고스란히 내보인 듯 부르르 몸을 떨며 양 주먹을 움켜주던 권순철이 뭔가 결심한 듯 무수에게 한발 걸음을 옮겼다.


“퉤! 씨발, 쫀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저기! 선임들하고 대대장님을 두고 절대 그냥은 안갑니다. 실력이 딸려서 무시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비겁하게 돌아서지는 않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육군 9공수 특전여단 권!순!철!”

“온!창!현!”

“우리의 구호! 안되면 되게 하라! 안되면 되게 하라!”


목에 핏대가 터질 것 같았다.

떨리던 몸도 잦아든 모습이었고 공포심을 이겨낸 홍조가 얼굴에 옅게 퍼지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천천히 담배를 꺼낸 무수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는데 그것 까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담배하나 필정도의 여유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두 개비를 입에 넣어 불을 붙였다.

온창현과, 권순철에게 한 개씩 건넸고, 다시 두 개를 꺼내들어 담이와 한 개씩 나누었다.


‘스읍! 후!’


긴장을 푸는 데는 담배만한 게 없다.

몇 모금 내쉬는 동안에 놈들의 숫자가 조금 늘었고 몇은 기다란 무기를 들고 있었다.


“저기 모여 있는 놈들은 담이가 맡는다. 너희 둘은 담이 뒤에서 보조를 맞춘다. 얼마 전에 보았을 거다. 담이의 실력을 믿고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배워라.”

“그건···.”


일본에서의 임무에서 담이와 아리 뒤를 따랐던 권순철이었고, 온창현은 무수 옆이었다.

비명소리와 처참했던 광경을 똑똑히 두 눈으로 경험했다.


“총이 보이면 무조건 튀고, 상대가 칼을 꺼내면 같이 꺼낸다. 무리하지 말고 담이 명령만 따르면 된다. 마지막으로···.”


말을 잠시 멈추고 셋의 시선을 쓰윽 훑어보던 무수였다.


“저 쪽에 보이지?”


시선이 무수가 손짓을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옻닭에 소주한잔 한다. 이건 명령이다.”

“흐흐.”

“아···.”


고개를 돌려 무수를 보던 담이가 히쭉였다.

밥을 먹자는 의미를 저들에게 말해줄까 하던 담이가 몸을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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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 넌 누구냐! 23.04.27 8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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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재수씨요? 23.04.25 91 2 11쪽
45 45. 북치는 소리에 꽹과리가 합을 맞춘다 23.04.24 98 2 11쪽
44 44. 이 새끼는 뇌가 있으려나. 23.04.21 116 2 11쪽
43 43.심상치 않은 북한. 23.04.20 107 1 11쪽
42 42 .죄다 고추밭입니다 23.04.19 98 2 11쪽
41 41. 조선시대 때도 이렇게는 안했어! 23.04.18 100 1 11쪽
40 40. 중과부적 23.04.17 116 2 11쪽
39 39. 놈의 눈빛 말입니다 23.04.14 116 1 11쪽
38 38. 범죄자 새끼들한테 희망을 주는 이상한 시대다 23.04.13 121 1 12쪽
37 37. 여그! 여그말이어라! 23.04.12 113 1 11쪽
36 36. 이강백의 먹성이 오인분입니다. 23.04.11 117 3 11쪽
35 35. 이게 훈련이라고? 23.04.10 121 2 11쪽
34 34. 통장에 50억쯤 넣어 줘야겠다. 23.04.07 127 3 11쪽
33 33. 내리사랑. 23.04.06 120 2 12쪽
32 32. 이 시대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 23.04.05 131 3 11쪽
31 31. 유족들에게 지급될 보상금. 23.04.04 135 3 12쪽
30 30. 머리가 좋아졌는걸. 23.04.03 139 3 11쪽
29 29. 기름을 팔아봐? +1 23.04.01 145 3 12쪽
28 28.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은 같이 흘린 땀방울에 비례한다 23.03.31 134 2 11쪽
27 27. 남자구실은 물건너 갔어. 23.03.30 143 2 12쪽
» 26. 애국심은 소설 속에나 존재한다. 23.03.29 142 2 12쪽
25 25. 이강백의 의지. 23.03.28 146 3 13쪽
24 24. 용서해 주는 겁니까? 23.03.27 13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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