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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더 써드(사라져 버린 독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10.13 10:08
최근연재일 :
2023.05.03 09:3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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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765

작성
23.04.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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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2. 이 시대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

DUMMY

“대충 알 것 같습니다. 이 시대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을 말입니다. 치졸하고 더럽고 야비하게 하는 방식을 말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손을 씻듯 양손을 손등까지 비벼대는 무수에게 시선들이 모였다.


“간계는 여기까지입니다. 건들면 때리고 찌르면 부숴 버릴 겁니다. 아까처럼 말입니다.”


뿜어내는 섬뜩한 안광만큼이나 무시무시한 발언이었다.


주변에 경호원들과 이재호 조차 몸을 움찔거리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미동조차 없이 이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던 차규범이었다.


“그래서 잠깐 뵙자고 한 겁니다. 제 판단이 옳기 바랄 뿐이고요.”


양복안주머니에서 하얀색 봉투를 꺼내 무수 앞으로 슬쩍 밀어 놓던 차규범이었다.

무수의 시선이 봉투와 차규범에게 교차되자 손바닥을 내밀며 열어보라고 하던 차규범이었다.

천천히 집어 들었다.


“생각 못했던 건 아닌데 순서가 조금 바뀐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앞으로는 부탁 따윈 없습니다. 별도의 조직이라 국정원장과 저의 하달된 명령에만 반응하시면 됩니다.”


검은색신분증이었다.

무수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었고 하단에는 국가정보원이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블랙요원입니다. 아, 한마디로 암행어사처럼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 요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암행어사요?”


국정원 내부에서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을 칭하는 말이다.

신분을 숨겨 활동하기에 몇이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조차 아무도 알 수 없다.

대한민국 내에서도 이런 요원이 있다는 사실은 극히 일부만 허락된 정보다.

그러기에 쉽게 설명을 곁들였던 차규범이었고 말이다.

고급스럽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무수의 두 눈이 치켜세워지자 이재호가 무수와 차규범을 번갈아 보며 헛기침하고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아마도 활동하시는데 제약이 없을 겁니다. 총기휴대까지 가능하니까요.”

“이렇게까지 하시면 대통령님이···”


총기소지까지 가능하다면 더 이상 물어보나 마나다.

하지만 방금 전 국정원에서의 잡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반대편에 선 자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흠 잡을 데 없나 노리고 있을 텐데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걱정이 앞섰던 무수가 말끝을 흐렸다.


“옷 벋는 정도와 탄핵, 그리고 목숨, 어느 쪽이 더 중할까요?”

“무슨 말씀이신지.”

“목숨보다 소중한건 없습니다. 그런 목숨을 내걸고 있는 분도 계신데 제 일신상의 잡음 따위엔 비교할게 아니란 겁니다.”


깊은 산속에 맑고 투명한 물 한 컵 들이키자 몸속 구석구석이 정화된 느낌이었다.

상대방에 배려조차 자신의 희생으로 보답할 줄 아는 그런 자다.

과하다는 느낌과 부담감이 교차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반문에 여지가 없이 그저 신분증을 만지작거리다 작심한 듯 바지주머니에 우겨 넣을 때였다.

그 때였다.

검은 양복에 무리들이 요란한 구둣발 소리를 내며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무수군이 여기 있다고 하니 따로 자리 마련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앤디입니까?”

“네. 인사나 하고 가야겠습니다. 나머지 세부사항은 국정원장이 전해드릴 겁니다.”

“대통령님 만나러 오신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오산에 미군병사들과의 만찬으로 인해 저와의 긴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여긴 장례식장입니다.”


하긴, 세계제일이라는 초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이 한국까지 와서 장례식장이 웬 말이냐. 뭐 트럼프나 고스톱 칠 것도 아니고 말이다.

차규범이 먼저 몸을 일으키자 다들 그와 행동을 같이했다.

키가 작은 제이든이 앞서 있었고, 머리하나쯤 더 큰 앤디가 그 뒤였다.

제이든이 먼저 가벼운 목례를 하고는 뒤로 물러서며 앤드를 앞세우자 특유의 요란한 몸짓이 시작됐다.


“Oh~! my God! president 차!”


앤디의 격한 포옹과 악수에 비슷한 반응으로 미소를 더하던 차규범이었다.

서로 주고받는 말은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뒤에 나오는 대화는 대충은 알 것 같았다. 신발을 벗고 올라오란 소리다.

신발을 벗고 올라선 앤디가 차규범과 원래 이런 눈높이였다는 행동을 내보이자 목젖이 보일만큼 크게 웃던 두 정상이었다.

맞잡은 손과 간혹 어깨를 도닥이는 모습은 마치 더할 나위 없는 친구가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묻는 그런 모습이었다.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주르륵 서있는 사람도 사람들이지만 인사만 하고 간다는 분이고, 미군병사들하고 만찬이 있다는 분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긴 대화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라도 알면 지루하지 않을 텐데 라며 아쉬움을 토로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무수의 눈에 들어온 한 장면이었다.

이게 웬일인가.

커다래진 눈에 촉촉해진 눈망울로 두 정상에 대화를 듣던 이재호였다.

방금 전까지 이 새끼 저 새끼 하며 대통령한테 대들던 이재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상반된 표정이었다.

머리를 반쯤 비틀어 이재호를 훑어보던 무수였다.


“알아듣긴 하는 겁니까?”

“시방. 뭐다요. 막걸리 한 사발 하잡디까?”


무수의 조롱과 담이의 핀잔에 화들짝 놀라던 이재호였다.


“술 한 잔 하자고 해불면 딱 그 표정이어라.”

“이 새끼들이 진짜.”


차마 큰 소리를 내지 못하던 이재호가 말을 멈추고는 뾰족해진 눈으로 무수와 담이를 번갈아 보며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됐고! 그런데 너희 영어도 못하는 거야?”

“저걸 알아듣는 형님이 대단한데요.”

“하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던 이재호였다.

이것들 재벌2세가 뭐고 엘리트코스가 뭔지 알까 싶었다.

하긴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결재를 다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꼴랑 카드 하나 사용 할 수 있다고 저렇게 좋아하는 놈들인데 말이다.

그나저나 FTA와 독과점에 대한 관세유예를 먼저 발표한다고? 이것만 해결되면 5년 안에 대한민국에 경제규모가 배가 될 텐데? 게다가 1000조에 가까운 무기수출?

공생관계를 벋어난 상생관계를 펼쳐 보이겠다는 차규범의 선거 유세장면이 오버렙 되는 순간이었다.


“OH. my friend! Mr. 정.”


어느 틈엔가 대화를 멈추고는 무수에게 다가온 앤드류였다.

격한 포옹과 악수, 그리고 일행들 소개와 인사가 십 분이고 자리에 앉기까지 5분이 더 흐른 직후였다.

머리보다 한참 큰 왕관을 쓴 여인에 그림이 새겨진 커피 잔이 탁자 위에 놓일 때쯤 묵직한 상자를 무수 앞으로 밀어 놓던 앤디였다.


“조그마한 성의표시라고 보시면 됩니다.”


웃음기를 살짝 머금은 표정으로 빨대가 꼽힌 잔을 살짝 들어 올리며 열어보라는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빨대를 통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이 시원함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만족감을 내비치고 있는데 또?

무심한 듯 뚜껑을 열어 재끼던 무수였다.

상자 안에 내용물에 시선이 모여들었는데 반응이 제 각각이었다.


“일억 달러상당에 채권입니다. 한화로 약1100억쯤 될 겁니다.”

“와그작”


차규범과 이재호에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 딸을 구해줘서가 아닙니다. 이건 일본에 수출하려던 무기계약을 한국으로 돌리게 만든 결정적 역할을 한 Mr.정에게 주는 로비스트 비용쯤으로 보시면 됩니다.”


채권? 1.100억? 법인통장에 10억 아니 이건 됐고, 통장에 2억5000쯤 있으니까 열배면 25억, 백배면 250억, 된장할, 은행을 털면 저만큼 나오나?

앤디와 채권, 그리고 통역을 번갈아 보며 얼음을 잘게 씹어 급하게 우겨 넣자 잔기침을 뱉어내던 무수였다.


“놀랄 것 없습니다. 딸을 구해준 보답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을 거니까요.”


통역을 제대로 한 건가? 별안간 양팔을 최대한 넓게 벌리며 세상 편한 미소를 내보이던 앤디였다.


“큼. 큼. 제가 아니라 차규범대통령님에게 드려야 할 물건 같은데요.”


헛기침에 이은 무수에 한 마디였다.

계산조차 안 되는 건 돈이 아닌 물건이다.

편의점가서 저 종이 한 장 가지고 얼음커피 한개 사고 거스름돈 받을 거 아니면 더욱더 그렇다.


“NO! NO! NO! 이건 Mr.정께 분명합니다. 차규범대통령에게는 별도로 준비 했고요.”


정색과 함께 선을 분명히 긋던 앤디였다.

그러고는 차규범과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시금 옅은 미소를 내보이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질 선물이 내일 발표 됩니다. 부담 같지 마시고 받으세요.”


턱 밑까지 입이 벌어졌던 양반이 부담 없이 받으라는데 웃기면서 슬펐다.

대통령 입장에서도 딱히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거다.


“알겠습니다. 좋은데 쓰도록 하겠습니다.”


무수가 정중하게 머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하자 앤디가 흡족하다는 표정으로 요란한 박수를 쳐대기 시작했다.

뭔가 뒤바뀐 상황 아닌가 싶었다.

통상 세뱃돈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좋아서 날뛰지 않나?

그런데 박수소리가 뒤쪽 에서도 들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리며 뒤를 돌아보자 앤디와는 다른 이국적인 생김새에 낯선 이가 박수를 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앤디 만큼이나 독특한 새끼인가 라는 생각을 할 때였다.

앤디가 벌떡 일어나자 뒤이어 차규범, 이재호, 그리고 한참을 구시렁거리며 손가락으로 열심히 뭔가를 계산하던 담이까지 어기적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사바틴.”“앤드류.”


천천히 몸을 일으키던 무수에게 러시아 대통령이라고 속삭이라며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잡아끌던 이재호였다.

아파나시 세레딘 사바틴 러시아에 대통령이며 군사력으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국가운영체제가 극명하게 나뉘는 독재국가다.

듣기로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고 하는데 꼭 그렇지마는 않은 모양이었다.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살갑게 부둥켜안으며 좋아하는 앤디와 사바틴을 보면 말이다.

두 정상과의 대화에 차규범이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건 뭐.

피식하며 헛웃음을 내뱉던 무수였다.

이 표현이 맞나 싶었다.

반쯤은 욕 같은 거친 밀가루가 사바틴이라면 부드러운 버터는 앤디다. 이걸 조합해 오븐에서 막 구운 빵을 꺼내 김치를 올려 마침표를 찍는 차규범이다.

어쩜 이런 오묘한 맛이 나냐고 묻는다면 말이 필요 없다.

단언컨대 김치다.

삼국에 정상이 동시에 머리를 끄덕인다.

맞는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런 김치에 종주국이 한국이 아니라는 개소리를 하는 놈이 춘장을 가져다가 빵에 바른다.

한입 베어 물던 삼국에 정상들이 서둘러 담소를 멈추고는 몸을 돌린다.

돌아선 사바틴의 표정이 핵폭탄 한방 쏠 기세다.

신발을 벗고 올라선 사바틴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던 무수였다.


“안녕하십니까. 정기룡입니다.”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키도 크고 탄탄해 보이네요. 반갑습니다.”

“아리 병문안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방금 보고 내려오는 길입니다. 제 여식은 아직 병실에 있고요.”

“따님이 병실에요?”

“그게···”


조심스럽게 입을 연 사바틴이었다.

고덕반도체공장 테러 직후 본국으로 송환되어 치료와 요양을 하던 카타리아에게 아리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나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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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남조선에 의한 통일 23.05.03 67 1 11쪽
51 51. 북한당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23.05.02 64 1 11쪽
50 50. 무수가 가진 비밀. 23.04.29 79 1 11쪽
49 49. 안개를 만든다고? 23.04.28 72 2 11쪽
48 48. 넌 누구냐! 23.04.27 86 2 11쪽
47 47. 반갑냐? 나도 격하게 반갑다. 23.04.26 82 2 11쪽
46 46. 재수씨요? 23.04.25 91 2 11쪽
45 45. 북치는 소리에 꽹과리가 합을 맞춘다 23.04.24 98 2 11쪽
44 44. 이 새끼는 뇌가 있으려나. 23.04.21 116 2 11쪽
43 43.심상치 않은 북한. 23.04.20 107 1 11쪽
42 42 .죄다 고추밭입니다 23.04.19 98 2 11쪽
41 41. 조선시대 때도 이렇게는 안했어! 23.04.18 100 1 11쪽
40 40. 중과부적 23.04.17 116 2 11쪽
39 39. 놈의 눈빛 말입니다 23.04.14 116 1 11쪽
38 38. 범죄자 새끼들한테 희망을 주는 이상한 시대다 23.04.13 121 1 12쪽
37 37. 여그! 여그말이어라! 23.04.12 113 1 11쪽
36 36. 이강백의 먹성이 오인분입니다. 23.04.11 117 3 11쪽
35 35. 이게 훈련이라고? 23.04.10 121 2 11쪽
34 34. 통장에 50억쯤 넣어 줘야겠다. 23.04.07 127 3 11쪽
33 33. 내리사랑. 23.04.06 120 2 12쪽
» 32. 이 시대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 23.04.05 132 3 11쪽
31 31. 유족들에게 지급될 보상금. 23.04.04 135 3 12쪽
30 30. 머리가 좋아졌는걸. 23.04.03 139 3 11쪽
29 29. 기름을 팔아봐? +1 23.04.01 145 3 12쪽
28 28.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은 같이 흘린 땀방울에 비례한다 23.03.31 134 2 11쪽
27 27. 남자구실은 물건너 갔어. 23.03.30 143 2 12쪽
26 26. 애국심은 소설 속에나 존재한다. 23.03.29 142 2 12쪽
25 25. 이강백의 의지. 23.03.28 146 3 13쪽
24 24. 용서해 주는 겁니까? 23.03.27 13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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