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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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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81
추천수 :
737
글자수 :
652,510

작성
24.02.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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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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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20) 대한민국의 주권 完

DUMMY

국민들의 진짜 생각을 알아야 한다.


“석 달이나요?”

“너무 깁니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진짜로 들어볼 생각이었다.

대표 몇 명만 뽑아서 하는 대화나 라이브방송 같은 온라인상의 소통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뭐 문제 될 거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이제 알아서 잘 돌아가고 있는데요.”


일선의 공무원들이 알아서 잘 한다 .

내가 할 건 결제뿐이었다.



###


시작은 부산이었다.


“아이고. 안녕들 하십니까?”


경호원 둘만 대동하고 시장안의 한 국밥집부터 찾았다.


“어?”

“와!”


식사 중이던 사람들의 놀라는 반응이 반가웠다.


“식사 좀 하러 왔습니다.”


경호원들과 자리를 잡고 앉은 후.


“여기는 뭐가 제일 맛있습니까?”


국밥이니 당연히 메인은 국밥이겠지.

물어본 건 그들과 섞이기 위한 제스쳐였다.


“국밥이니까 국밥이 제일 맛있습니다!”

“술국도 괜찮고예!”

“요 사장님이 물건을 잘 떼 와서 순대도 맛이 직입니다!”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그렇군요. 저희도 그럼 국밥 주십시오. 순대도 한 접시 주시고, 소주도 한 병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는 술도 한잔 할 생각이다.

내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도 여과되지 않은 진짜 속내를 보일 것이다.


“경호실장님은 조금 참으십시오. 혼자 마셔서 죄송합니다.”


경호 실장에게 양해를 구한 뒤 소주병부터 땄다. 그리고 자리에서 슬쩍 일어났다.


“혹시 제 술 한잔 받으실 분 계십니까?”


내가 동선을 벗어난다고 생각을 했는지 경호실장이 바로 일어섰다.

하지만 난 바로 제지를 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봐야 얼마나 일어나겠습니까. 괜찮습니다. 편하게 식사하세요. 저도 편하게 돌아다니면서 이분들하고 얘기도 좀 하고 그러겠습니다.”


이미 나와 오년가까이 함께해 내 성향을 잘 아는 경호 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앉았다.


“어? 반응이 뭐가 이렇습니까? 대통령 말년이라고 이제 만만한가보네요. 제가 술 한 잔 드리고 싶어서 그러는데요.”

“그럼 저 한잔 주십시오.”

“어이쿠. 이제 한분 나오셨네요. 자, 그럼...”


난 정중하게 일어선 남자를 향해 술을 따르며 물었다.


“요즘 어떻습니까?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

“먹고 살만합니다.”

“혹시 연배가 어떻게 되시나요?”

“일흔하고 다섯입니다.”


건강관리를 잘하는지 혈색이 좋다.

일흔은 예상했지만 다섯이 더 됐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무슨 일을 하시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일은 안하고 이제 친구들 만나고 시간 나면 손주들 봐주고 그러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요즘에는 나이가 많이 들어도 다들 일하시지 않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었다.

직업에 대한 생각은 다양하다.

정말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사람도 있고, 소일거리 삼아 하는 사람, 자신의 정체성으로 찾기 위해 하는 사람도 있다 .


“예전에야 일을 했지요.”


부산 특유의 억양이 계속 이어진다.


“요즘에는 나라에서 주는 것만 가지고도 욕심 안 부리면 살만합니다. 국민연금에 노령연금에, 기본소득까지 나오니까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고 있는 기본소득.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국적자에게는 예외 없이 지급이 된다.


“음... 다행입니다. 그래도 그것가지고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좋은 데 놀러도 가고 싶고, 맛있는 것도 종종 드셔야 할 거고요.”

“그래서 욕심 안 부리면 살만하다고 말씀을 드린 겁니다. 지금은 나라에서 공공주택도 주지 않습니까. 갖고 있던 아파트도 다 팔아버려서 대출 이자 같은 것도 안 나간 지 오래 됐고요. 병원 갈 때도 돈 별로 안 들어가니까 돈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여유 있으면 자식들이 엉겨붙지는 않습니까? 그래도 하나를 가지면 두 개를 가지고 열 개를 가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요.”

“전혀 안 그렇습니다. 우리 애들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집주고 아이 낳아 키우라고 돈도 주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여기서 더 바라면 그거야 말로 욕심이 지나친 거지요.”


물론 이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아파트 시세 차익으로 돈을 벌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있었고, 언젠가는 때가 오겠지, 라며 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님.”


서른 중반 쯤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네.”

“대통령님 말씀하신 것 중에서 아직도 완전히 해결이 안 된 게 있는 거 아십니꺼?”

“저라고 완벽할 수는 없죠. 다 잘 살자고 하는 일이지만 그 와중에 불만 가지신분이 왜 없겠습니까.”

“아파트가 이제 정말 부자들만 살 수 있는 집이 됐다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공격적인 평생임대 주택과 주거비 지원으로 영끌해서 아파트나 빌라를 사는 사람들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장원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건 불가능했고, 여전히 수요와 공급은 있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 돈으로 더 좋은 집 지어 살겠다는 욕심까지 제가 무슨 수로 막겠습니까.”

“어? 지금 그건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말씀 같은데요?”


남자의 테이블에는 이미 빈 소주병이 네 개나 있었다.

물론 일행이 있었고 둘이 나눠 마신 모양이었고, 함께 온 여자는 자기 남자의 다음 말이 기대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집값 강제로 통제하는 바람에 아파트값 뚝뚝 떨어져서 헐값에 내다 판 사람이 얼마인지나 아십니까?”


남자는 나에게 쌓인 불만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았다.


“집값을 통제한 게 아니라 공공주택을 많이 보급한 겁니다. 그리고 주거비 지원을 강화한 것이고요.”

“그게 그거 아닙니까? 아파트값 떨어지는 바람에 피해본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손해가 아주 얼마나 막심한지 아시냐고요. 없이 사는 사람 살게 하려다가 잘 사는 사람들 죽이자는 처사가 아닙니까?”


너무 격정적인 토로를 하는 바람에 가만히 있던 경호실장이 내가 괜찮은지 눈치를 살폈다.


“아파트값 올라갈 때는 돈 많이 벌었다고 좋아하시지 않으셨을까요?”

“그거야 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아파트 사서 돈 버는 것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것도 능력이죠. 시세차익으로 돈 버는 것도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당연하다고 맞받아쳐주니 남자의 기세가 살짝 수그러든다.


“제가 대통령 되고 나서 취득세나 등록세 종부세 같은 건 하나도 건든 게 없습니다. 새로 만들거나 강화해서 집주인들 옥죈 것도 없습니다. 그건 잘들 아시죠?”

“...”

“다만 내가 한건 저렴하고 괜찮은 집에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것뿐입니다.”


물론 평생 임대주택이 아니라 조금 좋은 아파트에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주거비 지원은 해준다.


“이미 정부가 임기초반부터 홍보를 많이 했습니다. 뉴스에서 툭하면 나오고, 인터넷이나 옥외 광고물 같은 것도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수준으로 많도록 해놨죠.”

“...”

“수요가 그전보다 줄어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실제로 그럴 거라고 몇 백 번을 말씀드렸습니다. 능력이 돼서 사고 파는 건 막지 않겠다, 그러나 절대 은행 대출 무리하게 받아서 아파트 사지는 마시라고요.”


욕심을 내는 걸 막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다수의 행복이 완성된 후여야 된다.



###



선거전날.

tv에서는 토론이 한창이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하면 계속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잘하는 사람을 놔두고 굳이 법 때문에 능력 없는 사람을 쓸 필요가 있습니까?


오년 단임제였던 대한민국 대통령제.

그게 이번에 처음으로 바뀐다.

그런데 사람들은 벌써 그 후를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러시아나 중국처럼 장기집권을 가능하도록 허용하자는 겁니까? 사상이 의심되는 발언 같은데요?

-독일은 왜 빼먹습니까? 그리고 사상을 의심하실 게 아니라 변화의 물결을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사회주의가 주목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 자본주의가 승리했다.

하지만 고삐 풀린 자본주의는 폭주를 쉽게 멈추지 못했다.


-지난 오년동안 대통령 하는 거 보지 않았습니까. 오년동안 자살률 얼마나 떨어진지 아십니까?


나만 잘 살자가 아니라, 다 같이 잘 살자는 헛된 희망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걸 모두에게 보여줬다.

아직 손볼 곳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대통령도 사람입니다. 장기 집권이 가능하게 되면, 그래도 사람인데 나중에는 딴생각을 할지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고인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이거 대통령이 직접 했던 말 아닙니까?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하셔야 합니다. 대통령도 분명 한사코 거절하셨어요. 이건 국민이 바라는 겁니다.


오년동안 국민들의 정치 참여가 상당히 높아졌다.

지역별 정치색도 상당히 옅어졌다.


“긴장 안 되십니까?”


토론에 몰입해있던 나에게 비서실장이 다가왔다.


“긴장이 되기는 합니다. 죽을 때까지 이 자리에 있어야 될까봐서요.”


대통령을 평생 해먹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할 것이다.

과거에도 그런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은 있었다.


“할 사람이 없으면 하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저도 좀 쉬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난 정말... 다른 사람이 있으면 좀 쉬고 싶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정말 바빴다.


“쉬실 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것 같기는 하네요.”


정치는 정치인이 하지만 실상 국민이하는 것이다. 조금만 내일이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지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걸 이미 지난 총선과 몇 번의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난 딱 오년만 더하겠습니다.”


거절 할 수 없었던 오년.

오년 단임으로는 할 수 없는 수많은 정책들, 한차례 연임만 하더라도 좀 더 안정적으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보여줘야 했다.

따지고 보면 난 테스트 차원의 첫 사례였다.


“그 정도면 사람들도 알 거예요. 어떻게 살아야 모두가 더 잘살 수 있다는 걸 믿게 될 겁니다.”


믿고 맡겨야 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 땅의 주인은 그들이니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니까.


-끝-


작가의말

부족한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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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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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 대한민국의 주권 完 24.02.01 151 4 11쪽
120 (119) 고인 물은 썩기 마련 24.01.31 139 4 12쪽
119 (118) 군대는 군대답게 24.01.30 135 3 12쪽
118 (117) 그럼 직접 하실래요? 24.01.29 134 4 13쪽
117 (116) 혁신 24.01.28 134 4 12쪽
116 (115) 총선 24.01.27 142 3 12쪽
115 (114) 일왕의 사과 24.01.26 148 3 13쪽
114 (113) 침공 24.01.25 157 2 12쪽
113 (112) 생각의 차이 24.01.24 134 2 12쪽
112 (111) 같은 편 24.01.23 134 3 12쪽
111 (110) 탄핵 24.01.22 134 2 12쪽
110 (109) 아이 한명에 매달 오십만 원 24.01.21 133 3 12쪽
109 (108)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 24.01.20 137 3 12쪽
108 (107) 인구 유입 정책 24.01.19 145 4 12쪽
107 (106) 고령화 마을 +1 24.01.18 155 2 12쪽
106 (105)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24.01.17 166 3 12쪽
105 (104) 긴급 체포 24.01.16 170 3 13쪽
104 (103) 백악관 초청 24.01.15 162 4 13쪽
103 (102) 친일파 재산 환수 24.01.14 168 3 12쪽
102 (101) 교양과 강단 24.01.13 162 4 12쪽
101 (100) 학부모와의 대화 +1 24.01.12 163 4 12쪽
100 (99) 개헌 24.01.11 165 5 12쪽
99 (98) 믿음직한 파트너 24.01.10 157 3 12쪽
98 (97) 교권보호 24.01.09 160 4 12쪽
97 (96) 국민의 정의 24.01.03 165 4 12쪽
96 (95) 민원인들과의 대화 +2 24.01.02 169 4 13쪽
95 (94) 비선실세 24.01.01 168 5 13쪽
94 (93) 유일한 이웃나라요? 23.12.31 172 5 12쪽
93 (92)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23.12.30 169 5 12쪽
92 (91) 안심부터 23.12.29 14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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