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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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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79
추천수 :
737
글자수 :
652,510

작성
24.01.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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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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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07) 인구 유입 정책

DUMMY



난 자정도 훨씬 넘은 시간에 다시 여산대 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일가친척도 없는 건가.’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마을이장과 몇몇 어르신들은 집에 가고 없었다.

치매라던 어머니 역시 당연히 없었고 사람이라고는 죽은 아이 아버지 혼자였다.


‘오길 잘했군.’


죽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얼마나 큰지 허공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아버님.”


조용히 그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듣지 못했고, 내가 바로 앞까지 다가서자 그제야 내 존재를 느낀 듯 고개를 들었다.


“어?”

“걱정이 돼서요.”

“아...”


처음 봤을 때도 이렇게 마른 얼굴이었던가?

그 잠깐 사이에 뼈밖에 안남은 표정이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저랑 술 한 잔 하시겠습니까?”


취임 후 취해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술이라고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사람에게는 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보였다.


“술요? 지금 아무도 없어서... 드릴게 마땅치 않은데요.”


아이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해서 황망한 가운데도 대통령이라고 나를 어려워하고 챙기려 한다.


“뭐 어떻습니까.”

“휴... 걱정해주시는 건 알겠는데요. 굳이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이런다고 애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요.”

“...”

“내가 미쳤나봅니다. 노인네 치매 걸린 거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는 저 표정.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치매 걸린 노모를 죽이고 싶을지도 모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요?”


힘없던 얼굴에 살짝 서리는 노한 기운.

이렇게 될 때까지 나라는 뭐하고 있었냐.

뭐 그런 느낌이다.


“아버님이나 할머님 잘못이 아니라는 뜻이예요.”

“아닙니다. 제가 말 실수를 그만... 대통령님 앞에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된 건 제 잘못입니다.”

“...”

“정말 죄송합니다.”



잠시 후.

아이의 아버지는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버틸 자신이 없는지 결국 술을 꺼내왔다.


“오랜만에 먹으니 꿀맛이네요.”


첫잔을 마시고 나서 나온 한마디.


“오랜만에 드신다고요? 하긴. 대통령이시니까 너무 바쁘셔서...”

“그런 것도 있지만... 오천만 국민을 책임지는 자리 아닙니까. 혹시 취해있을 때 중요한 일이라도 생길까봐 겁이 나서요.”

“...”

“그래서 당선인 신분 일때는 간간이 마셨지만 정식으로 취임을 한 후에는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몸둘 바를 몰라 한다.

저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이면서.


“아닙니다. 아버님 핑계대고 저도 이참에 먹는 거죠.”

“그래도 나라를 돌보셔야 할 텐데 괜히 저 때문에.”

“아버님.”

“...”

“전 한사람이라도 불행하게 하기 싫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요.”

“... 네...”

“제가 지금 아버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게. 지금은 이것밖에 없네요.”


후두둑.

갑자기 그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진다.


”흐흐흑... 죄송합니다. 흐흐흐흑...“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

난 그를 다독여주며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



정신은 육체를 이긴다.


“술을 드셨다고요?”


밤새 아이 아버지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살아온 과정과 아이 엄마를 만난 과정, 그리고 아이를 낳았을 때.


“네. 해 줄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어서요.”

“... 잘하셨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면 그거라도 해줘야 된다는 말.


”근데 많이 드시진 않은 것 같네요?“

”몇 잔? 나중에는 대화를 많이 했죠. 다행히 대화를 할수록 많이 진정이 돼가는 것 같더라구요.“


사실이다.

지나간 일들에 대한 이야기는 때로는 후회도 되기는 하지만 그것자체로 추억이다.

추억은 낭만이니까.

옛날 얘기에 웃기도 많이 웃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둘은 같은 나이였다.


”일단 해장을 하시죠. 뭘 좀 먹어야 이따 일을 제대로 하실 거 아닙니까.“

”그럴까요?“


경호실 직원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울 정도의 먹을거리만 사왔다.

너무 배가 불러도 집중이 안 된다.


“하... 이것도 문제가 많네요.”


화상 회의 전. 좀 이른 아침 식사를 하며 자료들을 보고 있었다.


“갈수록 고령자가 많아지는데 이것에 대한 대비가 이렇게 안 돼 있다니.”


적당한 나이가 되면 은퇴 후 연금을 받아서 소소하게 생활하는 건 이미 옛날 이야기다.

일흔이 넘어서도 일을 하는 노인이 부지기수다.

물론 편하게 쉬고는 싶겠지만 상황이 그럴 상황이 안 되는 거다.


“이탄환 의원에게 연락이 왔었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제가 인재 추천을 말씀드렸더니 몇 명 적당한 사람을 추천해주더군요.“


몇 달 후 총선을 위해 준비 중인 그것.


”아, 그래요? 비서실장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일단은... 봐야죠? 그런데... 새로운 사실하나를 깨달았습니다.“

”뭡니까?“

”세상에는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맞는 말이다.

연일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뉴스로 도배가 되다보니 묻히는 느낌이지만 착한 사람들도 세상에는 꽤 많다.


“다행입니다. 그 분들이 앞으로 할일이 많겠네요. 이것도 거기 포함을 시켜야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예전에 여산에 내려왔을 때도 느꼈던 부분이고, 어제 청산면 보건소에 다녀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일단 사람이 살게 해야 되는데... 자연스러운 방법 없을까요?”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 더 급한 문제는 그나마 있던 청년들마저 전부다 수도권으로 대도시로 서울로 빠져나간다는 것.

소외된 지역은 자연스럽게 고령자 위주로 변해간다.

환갑이 돼도 어린놈 소리를 듣는 세상이니.


“제일 좋은 건 공단이 들어오는 거죠. 그것도 대규모 공단요.”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공장이 들어오면 주거단지가 생겨나고,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상업단지가 발달하기 마련이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그런데 이거 참... 너무 많아요. 서울에 가기 싫을 정도로 엄청난 생산기지가 있으면 좋을 텐데... 세금혜택으로 대기업 유혹하는 건 또 너무 싫고.“


”피치폰 생산기지 한국에 들어오는 건 어떻습니까?“

”피치폰요? 설마 비서실장님... 전화 한통화로 그것도 가능한 겁니까?”


미국보다 인건비가 훨씬 싼 국가에 생산을 맡겨놓은 지가 벌써 옛날이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는 싸겠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이익이야 줄어들겠죠?”

“...”

“뭐 돌려막으면 됩니다. 사실... 굳이 돌려막을 필요도 없이 푼돈이기는 하지만요.”


푼돈이라... 돌려막아?


‘이거 뭐 예전에 빌게이츠와 스티브잡스가 하던 그 농담 같은 건가?‘


빌게이츠가 스티브잡스에게 말한 갤럭시를 샀다는 발언.

그 갤럭시가 휴대폰이 아니라 미국프로축구단이었다는 사실.


“그럼 돌려막는 건 비서실장님이 해주시는 걸로 하고...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우리는 식사하던 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화상회의 준비를 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물론 그렇지 못하겠지.

나와 안면을 아직 터보지 않은 지자체장들은 이런 일이 영원히 없었으면 했을 것이다.

관료들 중에 나에게 질책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일을 제대로 하면 될 텐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난 화상 속 수많은 얼굴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 지금 경북 청산에 와 있습니다. 여산에 차린 두 번째 집무실 밀린 업무 처리 차 왔다가 이곳 청산이 인근이어서 지방 현실 파악 차원에서 왔었는데요...”


어제 밤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언질을 한 상태.


‘어떤 기분이었을까.‘


정말 선량한 축에 속하는 사람이어도 그래봐야 남의 일이다.

내가 너무 나댄다는 생각을 할 수도, 또 쓸데없는 일 시킨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일단 제가 미리 드린 각 지자체별 인구와 그에 대해 지금 진행 중인 사업 현황에 대한 보고부터 부탁드려볼까요?”


첫 국무 회의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처럼 개판이지는 않겠지 설마.


[준비되었습니다]


글라스에 모니터링 될 내용은 공중파건 지역방송이건 그들이 선거 때 내걸었던 공약 혹은 임기 중 언급한 사항에 대한 영상들이었다.

난 안경을 한번 만졌다.

정보를 띄워달라는 신호다.


‘흐음...’


당연한 말이지만 지역별로 상황이 다 달랐다.

처해있는 상황도, 그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도.


"청산부터 현황 보고 드리겠습니다.“


청산을 시작으로 한곳씩 보고를 듣고 있다 보니 결국 해결방안은 뻔했다.


“대천시장님.”


거슬리는 게 하나 발견됐다.

과연 생각을 하고 시정운영을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네 대통령님.

“대천 터미널 신축 이전 사업 계획이 있는데...

-맞습니다. 너무 노후 된 곳이라 시의 이미지 상...

“대천도 지금 초고령 지역인걸로 확인 되는데요.”

-그래서 저희가 지금 젊은 층 유입을 위한 대책중 하나로 추진 중인 사업입니다.


또 헛소리 한다.

터미널을 신식으로 만드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된다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미리 예약을 다 하지 않습니까. 기존 터미널은 너무 구식이라 차량 예매시스템만 개선하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기회에 시의 이미지도 좀 젊게 바꾸는 차원에서...

“대천터미널 드나드는 차가 하루에 몇 대나 됩니까?”

-네? 아, 그건 찾아...


글라스에 모니터 된 정보를 그대로 읽었다.


“대천에서 서울 가는 버스 하루에 2회 운행, 나머지 수도권이라고 해봐야... 없네요. 그 외 지방으로 가는 버스... 노선 다 합쳐 10회? 이게 맞는 겁니까?”

-...


쩔쩔매는 얼굴에 화면에 다 보인다.


“적당히 하세요. 지금 터미널 사업권자가 시장님 먼 친척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아직 예산 집행전이니까 이건 묻어두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시립 병원 운영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고령자들 교통편 불편하니까 병원에서 셔틀버스도 몇 대 운영하면 좋을 것 같은데...”

-시 시립 병원요?

“거기 정말 필요한 게 그거 같은데요? 의원급 병원도 몇 개 없는 걸로 확인됩니다. 기초 의료시설은 필수 아닙니까? 아프면 전부 다 타 도시로 이동을 할 수도 없는 거 아닙니까?”


다음 순서는 전남의 만한군.


”만한군수님?“

-네 각하.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모습.

대체 언제 적 각하인가?


”힘 좀 빼세요. 누가 보면 없는 일 만들어서 쓸데없이 갈구는 줄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여기는 특이한 게 하나 보였다.

바로 인구유입에 대한 정책인데.


‘독특하네.’


요즘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지방 소도시들이 많이 쓰는 정책이다.

이사 와서 정착하면 현금을 쥐어주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취학연령의 자녀와 함께 오면 월 사백만원 상당의... 일자리 제공? 이거 뭡니까? 생활비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준다고요?“

-네 맞습니다. 고임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서 정착이 용이하도록...


생각 없이 들으면 굉장히 좋은 조건 같아 보인다.

그래도 아직까지 월사백만원의 수입이면 괜찮은 보수에 속하니까.


”고임금의 안정적인 일자리인데... 하루도 안 쉰다거나 하루에 열다섯 시간씩 하는... 그런 일은 아니겠죠?“

-아닙니다. 염전일이 어차피 어두워지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대략...

”염전요?“

-네. 우려하시는 그런 일이...


그래.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젊은 층 유입정책이라면서 염전요?“

-대신 고임금을...

”요새는 힘들면 공장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거 알고 하시는 말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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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1 (120) 대한민국의 주권 完 24.02.01 150 4 11쪽
120 (119) 고인 물은 썩기 마련 24.01.31 139 4 12쪽
119 (118) 군대는 군대답게 24.01.30 135 3 12쪽
118 (117) 그럼 직접 하실래요? 24.01.29 134 4 13쪽
117 (116) 혁신 24.01.28 134 4 12쪽
116 (115) 총선 24.01.27 142 3 12쪽
115 (114) 일왕의 사과 24.01.26 148 3 13쪽
114 (113) 침공 24.01.25 157 2 12쪽
113 (112) 생각의 차이 24.01.24 134 2 12쪽
112 (111) 같은 편 24.01.23 134 3 12쪽
111 (110) 탄핵 24.01.22 134 2 12쪽
110 (109) 아이 한명에 매달 오십만 원 24.01.21 133 3 12쪽
109 (108)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 24.01.20 137 3 12쪽
» (107) 인구 유입 정책 24.01.19 145 4 12쪽
107 (106) 고령화 마을 +1 24.01.18 155 2 12쪽
106 (105)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24.01.17 166 3 12쪽
105 (104) 긴급 체포 24.01.16 170 3 13쪽
104 (103) 백악관 초청 24.01.15 162 4 13쪽
103 (102) 친일파 재산 환수 24.01.14 168 3 12쪽
102 (101) 교양과 강단 24.01.13 162 4 12쪽
101 (100) 학부모와의 대화 +1 24.01.12 163 4 12쪽
100 (99) 개헌 24.01.11 165 5 12쪽
99 (98) 믿음직한 파트너 24.01.10 157 3 12쪽
98 (97) 교권보호 24.01.09 160 4 12쪽
97 (96) 국민의 정의 24.01.03 164 4 12쪽
96 (95) 민원인들과의 대화 +2 24.01.02 169 4 13쪽
95 (94) 비선실세 24.01.01 168 5 13쪽
94 (93) 유일한 이웃나라요? 23.12.31 172 5 12쪽
93 (92)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23.12.30 169 5 12쪽
92 (91) 안심부터 23.12.29 14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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