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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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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19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4.01.21 23:30
조회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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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09) 아이 한명에 매달 오십만 원

DUMMY



“기업 이전이나 관광 상품 개발 같은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어차피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지금 농사짓는 고령자들 없어지면 그 자리 누군가는 채워야 되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렇기는 하죠.”

“농사짓는 것도 할 만한 일이라는 인식이 확대 돼야 해요.”


농업, 수산업, 축산업 모든 일차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렇게 치면 염전일도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볼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은 이미지도 그렇고 진입 장벽이라는 것도 있으니.

낭만 가득한 귀농은 생각을 해봄직 하지만 염전은 그런 이미지도 딱히 없지 않나.


“하긴 옛날에는 소 한 마리 팔아서 자식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보내던 시절이 있었죠.”


언젠가부터 못해먹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염병 한번 창궐하면 애써 키워놓은 가축들을 산채 땅에 묻어야 하고, 일 년 내내 신경 썼던 농작물을 그대로 갈아엎어야 한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사람들이 많다.


“일단 소멸위험 시군 대상으로 지역 활성화 할 수 있는 사업 계획서 제출하라고 하세요. 농림축산식품부와 연계해서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는 건 어떤 게 있나 좀 봐주시고요.”



###



사업계획서가 전국 각지에서 올라왔다.


“제출을 하라고 해서 보고서가 올라오기는 했는데...”


내손에 들려있는 사업보고서들은 정말 참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거 정말... 이게 최선인걸까요?”


대충 한눈에 봐도 그럴싸해 보여야 한다.

정말 이참에 회사 때려치우고 농사나 짓고 고기나 잡으러 내려가고 싶을 정도로.


“내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나...”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다만... 어차피 농촌 활성화라는 게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정해져있다시피 하다 보니 그런 것 아닌가 싶은데요.”

“포인트를 다른 곳에서 잡아야 한다?”

“제가 보기에는요.”

“뭐가 있을까...”

“물어보시죠. 마음이 움직여야 되니.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잠시 후.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


오랜만에 단독으로 기습적인 라방을 진행했다.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지금 제 2집무실에 가 있다고 하던데요. 여산인가? 거기 계신건가요?

“네. 맞습니다. 만들어놓고 가만히 놔둘 수는 없으니까요. 생각날 때마다 와서 이곳도 챙기고 있습니다.


가벼운 인사말이 잠시간 오고갔다.

그리고 지방 활성화를 위한 좋은 방안이 뭐 없겠냐, 는 질문이 내 입에서 나갔다.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잖아요.

-그리고 뭐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도 막막하기도 하고요.


예상 가능한 하소연이 몇 개 나왔다.


“그래서 지금 소멸위기 시군을 대상으로 활성화할만한 사업계획서를 받았는데... 마땅한 게 없네요. 내 생각에는 농어촌은 그곳만의 장점을 살려야 할 것 같거든요. 농수축산물을 수입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식량 안보라는 단어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네. 맞는 말씀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예요. 지금이야 기존에 종사하시던 어르신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로 버텨내고는 있다고 하지만... 이십년 삼십 년 후에는 누가 하느냐가 문제라서...”


그 말을 하고 나니 떠들썩하던 채팅방이 조용하다.

본인들도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기는 했는데 구체적으로 생각은 해본 적이 없겠지.


-누군가 하기는 해야 되겠는데...

-맞아요. 누군가... 그런데 그 누군가가 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막연하게 낭만적인 귀농을 꿈꾸면서도.

-저도 친구들하고 돈 모아서 조용한 지방에 세컨드하우스 샀거든요. 주말에 만이라도 가서 조용히 있다가 오고 싶어서요.

-오... 진짜 세컨드 하우스 만든 사람이 있네요. 난 꿈만 꾸고 있는데. 주말만이라도 가서 쉬고 오면 힐링이 될 거 같아요.


그래. 이런 별장 느낌의 세컨드 하우스도 요즘에 많이 한다고 들었다.

아주 오래전에 반짝 유행했던 주말 농장 같은 것처럼.


“혹시 이 방송 보시는 분 중에서 귀농 도전했다가 포기하거나, 현재 귀농해서 살고 계신 분들 있나요?”

-저 몇 년 전에 한번 시도 했음요.

-저는 알아보다가 엄두가 안 나서 포기요

-전 귀농한지 이제 일년 좀 안됐습니다.

-계속 알아만 보고 있어요. 전 아무래도 대도시랑은 안 맞는 거 같아요 ㅠㅠ


이런 식의 답변이 꽤 올라왔다.


“한번 시도했던 분은... 왜 중간에 접고 올라오신 거죠?”

-살수가 없으니까요.

“구체적으로 말씀을 좀 해보시겠어요?”

-음... 뭐 뻔하기는 한데요. 시설농사를 겁 없이 뛰어들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사업성이 너무 없어서. 귀농인들에게 지원해주는 저리 대출상품이 있었는데, 그것 갚아나가기도 버겁겠다 싶을 정도로 너무 상황이 안 좋았어요.

“지역에서 따로 써포트는 해주지 않았나요?”

-글쎄요... 뭔가 해주기는 한 거 같은데... 잘 됐으면 제가 중간에 포기를 하지는 않았겠죠?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뛰어든 케이스다.


‘시설 농입이면 돈도 많이 들어갈 텐데. 과일같은 걸 키운 건가? 수익성이 없었다면 판로 확보가 안돼서 그런 것도 같군.’


오롯이 개인이 감당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좀 달리 봐야 한다.

농촌인구를 늘리기 위해 귀농인을 받아들이는데, 정작 대출 조금 해주고 생존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빚만 지고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회사에 투잡까지 하면서 그 빚 갚고 있는 중이고요.


실패한 케이스를 들어봤으니 반대로 성공한 사례도 들어보고 싶은데 그건 안타깝게도 없어 보였다.

성공보다는 아직 정착 진행 중이라는 댓글이 많았으니.


“알아만 보고 계신 분은 어떤 부분이 겁이 나는 걸까요?”

-앞서 말씀하신 분처럼 실패한 케이스도 많으니까요. 실패하는 순간 몇 천만 원에서 몇 억 빚이 그냥 생기는 거고... 그럴 바에는 아무리 못 다니겠다 입에 달고 살아도 서울에 살면 직장에 알바까지 하면서 근근이 버티는 건 되니까...

“근근이 버티시는군요.”


근근이...

이 말이 참 안타깝다.

언제부터 근근이 버티는 사회가 된 걸까.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하긴 저처럼 겁 많은 사람은 결국 이도저도 안되겠네요. 결혼도 했는데 애 가지는 것도 엄두가 안나요.

“아이 좋아하시는군요. 요즘 딩크족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딩크... 전 그말 참 마음에 안 들어요. 그 사람들도 사정이 있고 다 생각이 있겠지만... 과연 정말 자식을 갖고 싶지 않을까요? 어떤 부부가 자기들이랑 똑 닮은 애기 안보고 싶을까요? 그런 면에서 대통령님이 초반에 추진하셨던 미혼모 지원 정책은 정말 잘하신 것 같아요. 제가 차라리 미혼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니까요. 어머, 말실수를 제가... 전 제 남편 사랑합니다요.


그래. 어찌 보면 이게 정상이다.

듣자니 문득 드는 생각 한 가지.


“아이 낳는데 드는 돈이 대폭 줄어든다면 서울 떠나서 지방에 가서 살 의향들도 있으실까요?”

-돈이 대폭 줄어드는 건 좋은데... 먹고 살 걱정도 해야죠.

-학교나 병원 같은 기본 인프라도 있어야 돼요. 그거 부족한곳도 엄청 많습니다. 그게 지방을 기피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고요.

-아이 낳는데 드는 돈이 대폭 줄어 든다고요? 임신부터 출산까지 정부에서 지원을 한다는 뜻인가요? 좋기는 한데 별로 메리트가 없는 거 같아요. 일회성으로 한명 낳으면 얼마주고 두 명 낳으면 또 얼마주고. 이거랑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아. 제가 말을 잘 못했네요. 아이 낳아서 키우는데 돈이 대폭 줄어든다면. 이걸 말씀드린 건데. 아이 한명에 오십만 원은 너무 적습니까?”

-대통령님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요. 많이 주는 데는 백만 원씩 주지 않나? 출산 장려금 뭐 이런 걸로요.

“그게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린 건 아이가 태어난 후 그 가정에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가지 매월 오십만 원씩 지원을 하면 어떻겠냐는 겁니다. 두 명이면 백만 원이 되는 거고, 세 명이면 백오십, 네 명이면 이백만 원. 뭐 이런 식으로요.”


순간 댓글창에 불이 났다.


-애 하나에 오십?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대통령님 너무 지르시는 거 아니예요?

-그러다가 나라 살림 거덜 나겠습니다요


그냥 번뜩하고 떠오르는 금액이었다.

그 정도면 성인이 될 때까지 매월 지원을 해줘도 지금보다는 훨씬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해서다.


“지금 보니 우리나라가 애들 키우기 돈이 제일 많이 드는 나라네요. 애 하나 성인될 때까지 키우는데 드는 평균 비용이 4억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4억?

-미친 거 아냐?

-이거 누가 조사한 통계인데요?


내가 제시한 한명에 오십만 원은 성인될 때까지로 계산하면 대략 일억 정도 나온다.


-이러니까 다들 헬조선 하는군요.

-그러게요. 정말 다들 미친 거 같아요.

-더 늦기 전에 이 나라를 떠나야. 앗,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돈이 들어도 해야 되는 일이 있다.

다른 곳에 덜 쓰더라도 반드시 써야 되는 일이 있다.

물론 돈이 많으면 여기도 쓰고 저기도 쓰고 풍족하게 살겠지만.


“어떻습니까? 아이 한명에 한 달에 오십만 원. 그러면 어차피 지방이 집값포함 물가도 많이 싼데 서울에 미련 없는 사람들은 내려올 만 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사실 서울 사는 이유가 대부분 직장 때문인데. 비용해소가 그 정도만 돼도 메리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막말로 전업주부가 아르바이트 가끔 하면 그 정도 버는데요. 메리트가 있는 것 같기는 하네요.


대화를 하다 보니 조금씩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역시 혼자서 고민을 할 게 아니라 소통을 해야 한다.



###



-최태웅 대통령이 이번에는 전국에 있는 소멸 위험 지역들을 대상으로 실험성이 강한 정책들을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대상은 주로 농어촌 지역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각 지자체들과 연계를 해서 귀농, 귀어인들이 지속적으로 정착이 가능한 사업들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중 논란이 될 만한 것이 한 가지 발견이 되었습니다. 바로 귀농을 하거나 귀어를 하는 사람들 중 비교적 젊은 부부들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에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에 대해서는 성인이 될 때가지 한 명당 매월 오십만 원씩 국고에서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이 발전하려면 손해를 보는 지역도 생긴다.

사람이 옮겨가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일 벌이네.”

“잘하고 있네 뭐. 저거 참신한데?”


서울의 식당에서 퇴근 후 식사중인 직장인들의 시선이 tv에 머물러 있었다.


“참신하지. 다 참신해. 다들 몰라서 못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정책들이 참 참신하다고 본다.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돈들을 이제 생각을 하고 쓰는 것 같지 않아?”


두 남자의 의견은 달랐고 그들은 뉴스를 안주삼아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뉴스 속 앵커의 멘트는 계속 되었다.


-서울과 경기 일부에서는 지방 소멸 막으려다가 수도권 땅값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태웅 대통령이 취임초기부터 평생 임대 주택등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이미 특히 서울 부동산 가격은 하향세인데요. 지방 소멸 막는 것도 좋지만 수도권은 죽으라는 소리냐는 아우성이 심합니다. 현지에 나가있는 취재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tv화면은 앵커의 얼굴에서 취재기자가 나가 있는 현장으로 바뀌었다.


-정말 못 살겠어요. 지방 소멸 막는 거 중요하죠. 그런데 사람이 많기는 서울이 훨씬 더 많은데... 이런 말 하면 뭐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더 많이 사는 곳을 챙겨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숨을 쉬며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는 중년의 여자.

그녀는 얼굴에 시름이 가득했다.

그녀를 보며 다시 취재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지금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 중 제일 문제는 뭐라고 생각 하시나요?

-말해 뭐해요. 집값 떨어지는 거죠. 살 때는 지금 안사면 엄청 올라서 나중에는 사고 싶어도 못 산다고 대출을 있는 대로 끌어서 아파트 하나 샀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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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1 (120) 대한민국의 주권 完 24.02.01 166 5 11쪽
120 (119) 고인 물은 썩기 마련 24.01.31 151 5 12쪽
119 (118) 군대는 군대답게 24.01.30 144 4 12쪽
118 (117) 그럼 직접 하실래요? 24.01.29 142 5 13쪽
117 (116) 혁신 24.01.28 145 5 12쪽
116 (115) 총선 24.01.27 152 4 12쪽
115 (114) 일왕의 사과 24.01.26 159 4 13쪽
114 (113) 침공 24.01.25 166 3 12쪽
113 (112) 생각의 차이 24.01.24 142 3 12쪽
112 (111) 같은 편 24.01.23 144 4 12쪽
111 (110) 탄핵 24.01.22 145 3 12쪽
» (109) 아이 한명에 매달 오십만 원 24.01.21 142 4 12쪽
109 (108)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 24.01.20 146 4 12쪽
108 (107) 인구 유입 정책 24.01.19 154 5 12쪽
107 (106) 고령화 마을 +1 24.01.18 163 3 12쪽
106 (105)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24.01.17 175 4 12쪽
105 (104) 긴급 체포 24.01.16 178 4 13쪽
104 (103) 백악관 초청 24.01.15 169 5 13쪽
103 (102) 친일파 재산 환수 24.01.14 177 4 12쪽
102 (101) 교양과 강단 24.01.13 170 5 12쪽
101 (100) 학부모와의 대화 +1 24.01.12 170 5 12쪽
100 (99) 개헌 24.01.11 174 6 12쪽
99 (98) 믿음직한 파트너 24.01.10 167 3 12쪽
98 (97) 교권보호 24.01.09 166 5 12쪽
97 (96) 국민의 정의 24.01.03 173 5 12쪽
96 (95) 민원인들과의 대화 +2 24.01.02 175 5 13쪽
95 (94) 비선실세 24.01.01 175 6 13쪽
94 (93) 유일한 이웃나라요? 23.12.31 179 6 12쪽
93 (92)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23.12.30 176 6 12쪽
92 (91) 안심부터 23.12.29 15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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