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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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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510

작성
24.01.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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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8)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

DUMMY



-그래서 노동 강도 적당히 하게끔 이미 군청과 사업자들 간에 협약이 돼 있습니다.

”협약요? 계약을 이미 하셨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건 아니고 구두로...


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이 서류를 이렇게 무시하다니.


”휴... 이거 일단 보류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일단은 유입이 돼야 합니다. 염전에서 하는 일이라고 하면 누가 오겠습니까? 물론 염전을 폄하하는 말은 아니니 노여워 마시고요.“


진짜 오해는 안했으면 좋겠다.

힘든 일을 기피하려는 현상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누군가는 언젠가는 해야 되겠지만, 젊은 층 인구 유입을 한다면서 저런 생각을 하는 건 정말이지 판단미스다.


“이거 좋네요. 전북도지사님?“

-네 대통령님.


선착순이고 무작위 선별이기는 하지만 이주 청년층에게 주거 지원을 아주 파격적으로 하고 있다.

그것도 지역 내 시군과 연계해서 전라북도 전역에서 시행중인 정책.


“한 달 임대료가 진짜 만원입니까?”

-네 맞습니다.

“주택 확보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저렴하게 매물로 나온 거 나오는 대로 확보했습니다.


특별한건 없다.


“재원은요?”

-특별한건 없습니다. 쓸데없이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 예산 줄였고, 불필요하게 계획돼 있던 일정 전부 취소했습니다.


이것 역시 모범적이지만 전형적인 답안.


“그걸로 되던가요?”

-아닙니다. 그래도 지역에 헌신하려고 하는 유지들께서 선한 마음으로 도움을 주기로 하셨습니다.

”도와주기로 했다고요?“


이건 믿기지 않는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부자들일수록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게 습성 아닌가.


-대신 약속한 게 있습니다.

“뭡니까? 이상한 거래를 하신 건 아니겠죠?”


그렇게 물었지만 이상하게 믿음이 간다.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좀 저희 도청과 장기 계약을 했습니다. 노후 된 건물인 것도 있어서 시세보다 싸게 하는 대신요.


그래. 이렇게 해도 되잖아.


”여러분. 이런 건 좀 본받으세요. 하니까 되지 않습니까?“



###



“아이구... 이거 나랏님께서 여기까지...”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전반적으로 놀고 있다면 이것 역시 나라가 개판으로 됐겠지.


“어휴. 어르신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저 어르신보다 몇 십 년 어린 사람입니다.”


어제 화상회의에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고충을 들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질책을 들은 곳도 있었지만.


“아이고 아닙니다. 그래도 나랏님이신데 제가 감히 어떻게...”


평생을 농사꾼으로만 살아온 사람 같아 보인다.

피부는 벌겋게 달아올랐다가 아예 까맣게 변해버렸고, 원래 얼굴이 어땠나 싶을 정도로 주름이 가득하다.


“대통령 각하.”

“아닙니다. 그렇게 안 부르셔도 됩니다.”


거듭 말을 했지만 워낙에 고령자들이어서 그런지 입에 익숙한 말투는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대통령을 본다는 것 자체가 황송한 일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일단은 사건이 있었던 청산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시간을 좀 들여서라도 하나하나 최대한 많이 들여다 볼 생각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아플 때는 어떻게 하십니까? 여기 면사무소에 있는 보건소에 가시나요?”

“그냥 몸살 기운 같은 거나 독감 같은 건 면사무소에 가고요...”

“배탈이라도 났다 싶으면 병원으로 가야죠.”

”얼마 전에는 다리 수술 때문에 서울에 있는 큰 병원까지 다녀왔습니다. 예약을 두달 전에 해놓고 날까지 잡아서요.“


지방 의료시설이 그렇게 못 미더울까?

조금이라도 큰 병이거나, 고난도의 수술을 요한다 싶으면 다 서울이다.

그것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제일 큰 병원으로.


‘예전에 어떤 드라마에서도 다른 부분이지. 거기서도 의사들이 지방으로 가는 것 자체에 반감을 품었어.’


지방에는 환자가 없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따지면 인구는 서울이 더 많다는 이유였다.


”한밤중에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십니까? 버스도 끊길 시간인데 택시라도 타고 가시는 건가요?“

“택시는 무슨요. 다 차는 있으니까 운전해서 가야지요. 차 없는 집은 있는 집에 전화해서 얻어 타고 가기도 하고요.“

“119에 신고는 안 하십니까?”

“너무 늦게 와요. 저번에 한번 전화해봤는데 운전을 해서 가는 게 더 빠르겠더라고. 물론 아픈데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면야 얘기가 다르겠지만...”


고령자 위주이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이 정착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큰 마을회관에는 나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삼십대의 부부도 보였다.


“어른이야 어떻게든 참고 버텨도 되긴 하는데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른도 아프면 치료 받아야지요.”

“아뇨. 그게 아니라.”


조금 주저하는 모습의 아직은 어린 아기엄마.


“괜찮습니다. 얘기해보세요.“

”저번에 우리 애가 열이 너무 많아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없었어요. 구급차를 타고 가면서 뺑뺑이를 얼마나 돌았는지 몰라요. 그냥 아팠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만삭에 출산이라도 하는 상황이었으면...“


젊은 아이 엄마는 상상도 하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의 불편 사항을 들었다.

물론 본인이 발언 의사가 없는 사람은 제외했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필요한 게 있으면 말을 하라고 했다.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얘기들은 하지만 정작 필요사항 말해보라는 얘기에는 별다른 답이 없었다.


“일단 인근 병원하고 협약을 맺어서 전문의 수준의 의사를 보건소에 일정기간 근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사들이 협조를 잘 해줄지는 미지수지만 이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장기적인 숙제이기도 했고.


”이것 말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거 뭐 없을까요? 이런 거 있었으면 좋겠다 있으시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씀들 좀 해보시겠어요? 건의사항이건 뭐가 불편하건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물으니 다시 고민들 한다.

아무거나라고 했는데 그래도 막상 말하려니 이건 되나 싶은가보다.


”제 마음 같아서는 기업들에 협조 요청해서 공장들이라도 좀 지으라고 하고 싶네요.“


비서실장의 말대로 괜찮은 공단이 하나 있으면 사람들은 알아서 모일 것이다.

하지만 공단 만드는 게 말 한마디에 하루 이틀 사이에 뚝딱 되는 것도 아니고.


”에이. 이런 시골에 공단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괜히 그것 때문에 오염되고 그럴까봐 겁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무조건 생산시설이 능사는 아니다.

갑작스럽게 많은 인구가 모이고 상업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 조용해서 살기 편하던 마을이 변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살기 편하게 불편 사항들 위주로 해결을 해줘야 한다.


‘바로 실천할 수 있으면서 피부에 와 닿을만한 게 뭐가 있을까?’


어제 보고받은 내용에 기반 해서 내가 막연하게 예상하는 것과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건 다를 것이다.


“정말 아무거나 말해도 될까요?”


오십이 조금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

저 정도면 여기서는 청년 측에 속한다.


“네. 편하게 말씀을 해주세요. 필요하신 게 뭡니까?”

“여기 도시가스가 안 들어와요.”

“네?”


도시가스?


“너무 외진 동네고, 사람도 많이 없어서 그런지 몇 번 알아보고 요청을 해봤는데 안 된다는 말밖에 못 들었거든요.”


도시가스.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어제 보고받은 내용에도 이건 없었다.


“저는 그래도 도시에서 결혼 생활을 좀 했었거든요. 다른 지역에도 안 있어본 건 아닌데 지방에도 요즘은 도시가스관이 웬만하면 다 깔리던데 여긴...”

“지금 그럼 난방을 기름으로 하고 계십니까?”

“네. 어쩔 수 없잖아요. 기름 값 너무 비쌀 때는 전기장판으로 대충 버티고요.”

“전기 장판요? 겨울에요? 전기세는 많이 안 나와요?”

“그래도 전기가 기름보다는 싸니까...”


서울에 아직도 남아있는 가장 허름한 동네가 어디였더라.

주로 노인들이 혼자 사는 쪽방촌.


’그래. 예전에도 뉴스로 많이 보고 그랬지.‘


그러고 보니 일을 이것저것 많이 벌이면서도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문제다.

한겨울에 가스가 안 나와서 기름 값을 낼 돈이 없어서 전기장판을 쓴다면...


“역시... 안되겠죠?”

“뭐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래? 그냥 장작 지펴서 불 떼라니까.”


이건 무슨 조선시대 발상인가?

장작이나 지피라는 그 사람은 그래도 혈색이 좋다.

최소한 난방비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사람 같다.


“이거 제가 지금 바로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난 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산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상으로 한번 대면을 한 상태라 긴장을 하고 있던 탓인지 바로 받는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군수님. 대통령입니다.”

-말씀하십시오.

”이거 일단 제가 지금 여기 청산면 주민들과 함께 있는데요. 스피커폰으로 좀 돌리겠습니다.“

-... 아. 네 알겠습니다.


난 통화를 스피커폰 모드로 전환을 한 뒤 모인 사람들에게 눈짓을 했다.

대화 내용을 잘 들으라는 듯이.


“여기 청산면 도시가스 못 들어옵니까?”

-도시가스요?

“네.“


수화기너머로 대화 소리가 분주하게 들린다.

이런 상황이 생길 줄 알고 대비를 했던 것 같다.



###



다음날.

난 경산군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를 차에 태워서 경산군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세요. 화상으로 대화도 벌써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너무 긴장을 한 모습이다.


“그래도 처음 뵙는 건 처음이라...”


처음이라 긴장한 게 아니라 본인이 잘못한 게 있으면 들킬까봐 긴장하는 거겠지.


“어제 말씀을 드린 대로 도시가스는...“

”그래도 일단은 방법을 찾아봐야죠. 정 도시가스관 연결이 힘들면 기름 값 보조를 정부에서 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겨울에 난방비 아끼려고 전기장판이라니.


“여기 공기가 너무 좋네요.”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공업시설은 거의 없다보니...”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말을 해놓고 본인도 민망한지 말끝을 흐린다.


“아뇨. 그 말이 아니고요.”

“네?”

“겨울에는 엄청 추울 것 같다는 말씀을 들려고 했던 겁니다.”


이렇게 공기 좋은 곳은 대부분 한겨울이면 시골 특유의 냉기라는 것이 있다.


‘군대 같단 말이야.’


군대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꼭 그런 느낌인 것 같았다.


“어?”


나도 모르게 좋은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기본을 망각했군.‘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이다.

대형 공단을 유치해서 지역을 살릴 수도 있고, 관공서를 이전해도 된다.

일과 관련된 것 뿐만 아니라 카지노나 놀이공원 같은 위락시설도 괜찮다.


”군수님.“

”네?“

”청산은 농사 짓는 사람들이 많죠?“

”네? 아 그거야...“


어차피 식량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괜히 식량 안보라는 단어가 있는 게 아니다.


“농사짓는 사람들 고령자가 많습니까? 아, 외국인 노동자들도 제법 되겠군요.”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간혹 귀농하러 내려오는 젊은이들이 있는데 정착을 하지 못 하더라구요.”


정착을 하게 해주면 된다.

생각보다 도시 생활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많고, 귀농이라는 단어는 오래전에 생겨났다.

숨 막히게 바쁜 곳을 떠나 조용한 농촌에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람도 많다.



###



난 여산으로 돌아온 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비서실장을 호출했다.


”귀농프로젝트요?“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이어 말하는 비서실장.


“설마 전에 건설업계 기술직 근로자들처럼 전부 정부에서 흡수를 하려는 건 아니시겠죠?”

“그건 아닙니다. 그들과 다르게 농사짓는 사람들까지 월급쟁이가 되려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인프라를 갖추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손익을 떠나서 그럴듯한 명분.


“일단 사람들이 모여 살게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고령자들만 많아서 소멸 위기인데 그 사람들만을 위해서 버스를 늘릴 수도 환자 몇 되지도 않는데 괜히 병원을 만드는 것도 효율이 너무 떨어져요. 일단은 사람들을 살게 하는 게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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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1 (120) 대한민국의 주권 完 24.02.01 151 4 11쪽
120 (119) 고인 물은 썩기 마련 24.01.31 139 4 12쪽
119 (118) 군대는 군대답게 24.01.30 135 3 12쪽
118 (117) 그럼 직접 하실래요? 24.01.29 134 4 13쪽
117 (116) 혁신 24.01.28 134 4 12쪽
116 (115) 총선 24.01.27 142 3 12쪽
115 (114) 일왕의 사과 24.01.26 148 3 13쪽
114 (113) 침공 24.01.25 157 2 12쪽
113 (112) 생각의 차이 24.01.24 134 2 12쪽
112 (111) 같은 편 24.01.23 134 3 12쪽
111 (110) 탄핵 24.01.22 134 2 12쪽
110 (109) 아이 한명에 매달 오십만 원 24.01.21 133 3 12쪽
» (108)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 24.01.20 138 3 12쪽
108 (107) 인구 유입 정책 24.01.19 145 4 12쪽
107 (106) 고령화 마을 +1 24.01.18 155 2 12쪽
106 (105)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24.01.17 166 3 12쪽
105 (104) 긴급 체포 24.01.16 170 3 13쪽
104 (103) 백악관 초청 24.01.15 162 4 13쪽
103 (102) 친일파 재산 환수 24.01.14 168 3 12쪽
102 (101) 교양과 강단 24.01.13 162 4 12쪽
101 (100) 학부모와의 대화 +1 24.01.12 163 4 12쪽
100 (99) 개헌 24.01.11 165 5 12쪽
99 (98) 믿음직한 파트너 24.01.10 157 3 12쪽
98 (97) 교권보호 24.01.09 160 4 12쪽
97 (96) 국민의 정의 24.01.03 165 4 12쪽
96 (95) 민원인들과의 대화 +2 24.01.02 169 4 13쪽
95 (94) 비선실세 24.01.01 168 5 13쪽
94 (93) 유일한 이웃나라요? 23.12.31 172 5 12쪽
93 (92)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23.12.30 169 5 12쪽
92 (91) 안심부터 23.12.29 14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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