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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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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31
추천수 :
737
글자수 :
652,510

작성
24.01.3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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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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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19) 고인 물은 썩기 마련

DUMMY


좋은 일을 해서 생색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반대하면 더없이 곤란하니 그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음... 그건 차차...”


유엔사무총장이라도 돈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나보다.

일단은 내빼려고 하는걸 보면.


“우리 한국 돈 많이 필요합니다.”

“...”


사실 다들 약이 오르긴 할 것이다.

돈을 엄청나게 준다면 고려를 해볼 수는 있으니까.

그만큼 개인이건 국가건 돈이 중요하다.

줄 수만 있으면 막 퍼주고 칭찬이라도 받고 싶을 테지.


“우리 한국은 공격적으로 이민정책 이미 진행 중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민정착 지원금도 파격적으로 책정을 했습니다. 인구감소로 인한 위기를 우리한국만큼 많이 느끼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난 한참 설명을 했다.

우리가 왜 전례 없는 공격적인 이민정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국은 너무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지내오지 않았습니까?”


영국총리의 질문.


“맞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죠. 일본처럼 골로 가기는 싫거든요.”


일본은 한때 취업정책 같은 것으로 자국 내 노동인력 부족을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그게 인구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말씀이 좀...”


요시다 총리의 불쾌한 반응.

한국에게 앙금이 심한 유일한 정상.


‘일왕하고의 관계는 좀 괜찮아졌으려나?’


내가 일왕의 의식에 들어가서 저질러놓은 일은 아직도 수습이 되지 않은 걸로 안다.


“좀 뭐요? 지금 일본 총리께서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 건 알고 계시죠?”


십 퍼센트도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지지율.

이쯤 되면 사임을 해야 당연하지만...

불행하게도 일본은 뒤를 이을 적임자도 없다.

총리가 몇 번 바뀌는 내내 계속해서 실패를 하다 보니 일본국민들의 누가 되든 똑같겠지라는 생각도 십 퍼센트도 안 되는 지지율로 버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언급할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말을 꺼낸 건 그쪽 아닙니까?“


난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을 포함 많은 분들이 잘못 생각하시는 게 있습니다.”


일단은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 기회를 잡는 게 옳은 선택이 될지 그렇지 못한 것이 될지 재고 또 잰다.

고민만 하다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민족 간의 분쟁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죠. 그건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영국 등등 한두 나라에서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제가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다들 자신에게 질문이 날아들까 두려워하는 얼굴이다.

그만큼 내 성향은 이미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독일 총리께서는 몇 십 년 전 이민문턱을 낮추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의 독일이 있었을까요?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으음...“


고민은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다만 그럴듯한 단어를 고르느라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인정합니다. 타민족의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독일은 없었을 겁니다.“


누가 그랬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고.

그리고 개방을 안 하면 나아지는 건 고사하고 잘해봐야 현상유지라고.


”미국은 어떻습니까? 하긴 미국은 태생이 이민자의 나라니 이견 없으시죠?“

”우리야 뭐...“


훌라 대통령은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아메리카 대륙을 원래 지키던 인디언이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에서 건너온 백인들이 땅의 주인을 자처하고 있다.

그 후 남미나 유럽, 그리고 아시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세계적인 대도시 뉴욕이다.


”감당할 자신은 있습니까? 받아들인 후가 걱정일 겁니다.“


이민자라고 원주민들이 하지 않는 더러운 일들만 평생 하는 건 아니다.

힘든 일을 하다가도 머리 좋은 사람들은 사회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 사이의 경쟁과 욕구가 그렇게 만든다.

그래서 일단은 섞이는 게 먼저다.


”걱정할 것도 없이 죽을 바에는 차라리 걱정을 하겠습니다.“

”...“

”그러니 계산 확실하게 해주세요.“



###



유엔에서 열렸던 회의를 끝내고 귀국한 다음날.

난 바로 내각 회의를 소집했다.


“5만명 정도로 예상되는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서 인프라 확충이 절실합니다.”


내전은 안타까운 일이다.

늘 발생하는 지역에서만 끝도 없이 발생한다.

그들은 무슨 죄를 지어서 그곳에서 태어나서 어린 아이도 폭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말인가.


“아 참고로.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회의에 참석했던 국가들에서 각출하기로 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이 보증을 서주기로 했구요.”


실제로 얼마나 줄지는 알 수 없다.

결국 그들은 내가 제시한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 계속 미루기만 했으니까.


“정말 괜찮을까요?”


복지부 장관의 걱정 섞인 목소리.

아, 참고로 이제부터는 각 부처 장관들과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 받았다.

국회를 장악한 힘은 생각보다 컸다.


“반발이 심할까 봐요?”

“심할 수밖에요.”

“반발 안 나올 겁니다.”


딱 잘라 말했다.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하시는 거죠? 지금 난민 문제 때문에 경찰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행안부 장관 역시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우리 대비는 하되 미리 걱정하지는 마십시다. 걱정할 시간에 해야 될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그렇게 말을 해도 앞이 캄캄한 모양이다.

아주 예전에도 난민 무섭다며 극렬한 반대가 일어난 지역도 있었다.

그걸 한 유명 배우가 옹호하다 호된 비난을 받기도 했었고.


”지금 우리 난민 뿐 아니라 일반 이민으로도 귀화 신청자 많이 받고 있어요. 거기다 불법 체류자들까지 생각하면...“


그들에게 제공할 일자리, 당장 지낼 곳이 없는 사람들은 잠을 잘 곳, 그리고 아직 어린 이방인들은 교육을 책임질 학교...


”각 지역별로 공문 보내세요. 난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지자체는 각종 혜택이 있을 거라고.“


모여드는 인원들을 모조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가둬 둘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럴 거면 이민 정책 같은 건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여산에 하버드 캠퍼스 공사 착공했습니다.“


교육부 장관의 보고.


”오. 그래요?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리네요. 아. 그리고 폐교 예정인 학교 얼마나 됩니까?“

”폐교 예정인 학교요?“

”네.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 되겠습니다. 무턱대고 폐교를 할 것이 아니라, 지역 별로 정착할 귀화인들 수치를 고려해서 살릴 곳은 살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주로 주택 공급과 일터 해결, 교육이나 의료 시설 같은 필수 인프라에 대해 회의를 이어갔다.


“반응이 이 정도로 안 좋습니까?”

“생각하시는 것보다 심합니다.”

“이해가 안되네요. 지금 우리나라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식당일 같은 서비스업이나 험하거나 힘든 일들 외국인이 하는 곳 엄청 많을 텐데...”


건설 현장, 각종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공장, 여름에 땡볕을 그대로 받으며 해야 하는 농사일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엄청나게 많다.

우리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땅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래도 그거랑 이건 다른 문제다 보니...”


이미지 광고를 그렇게 해도 해결이 안 되는 것인가.


”이미지만으로는 힘듭니다. 실제로 외부인의 위험을 감수하고 받아 들일만 한 메리트가 있어야 합니다.“


나도 알고 있다.


”소멸 위험과 지역의 고령화를 감수할 테니 자기들은 제외를 시켜 달라는 지역도 있습니다.“


이해는 한다.

갑작스런 변화가 싫은 거겠지.

낯선 사람도, 시끄러워지는 것도 싫은 사람들.


”이기적이네요.“

”네?“


이기적이라고 표현할 것까지 있냐는 표정.

변화를 싫어하는 어르신들이니 이해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


”대중 교통 없어서 불편하다고, 아프면 치료 받을 병원 좀 지어 달라고, 마을에서 애기 울음 소리 안 들린다고 하던 사람들 아닙니까?“


불편한 건 해소를 해야 되는데, 그로 인해 동반되는 변화는 싫다?

이건 안 된다.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강행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요구하는 부분의 무조건 적인 수용은 어려울 수 있다고 전해주세요.“



###



90년대 이후 유례가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공공주택 건설로 전국적으로 허허벌판이던 지역에 주거용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건설사에서 찍어내듯 지어 올리는 똑같이 생긴 고층 아파트가 아니라 10층에서 15층 규모의 중소형 주상 복합이었다.

저층 부에는 식당이나 쇼핑, 오피스 같은 상업 시설을 그 위로는 주거 시설을 올리는 아파트 같은데 아파트가 아닌 건물이었다.

지역 거점 의료 시설이 아니라 지역별로 크던 작던 병원들도 계속 확충을 하고 있었다.

응급 센터도 급하면 택시 타고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에 경찰의 치안 센터처럼 곳곳에 갖춰지고 있었다.


-최태웅 대통령이 준비하던 정책들이 개헌과 입법 후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아 진행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생긴 건설 현장들로 전국 건설 현장에는 일손이 모자라 아우성입니다. 폐교 예정이어서 흉물로 방치되던 학교들도 이제 급속도로 증가한 귀화인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



창업 대학교도 신입생을 확보했다.

대대적인 홍보로 인해 기존의 소위 일류 대학교들이 울상을 지을 정도로 인재가 많이 몰리고 있었다.


“대학교도 프랑스처럼 서울1대학, 2대학 이런 건 어떨까요?”


공립화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과열 경쟁을 막으려는 게 포인트다.

물론 그 타겟은 지나친 입시 경쟁이고, 세세하게는 과외나 사교육 비중을 줄이는 것이고.


“그건 다음 임기 때 하는 게 어떨까요?“


비서 실장이 처음으로 반대를 한다. 그런데...


”다음 임기요?“

”네. 얼마 전에 5년 연임제 법안 통과시키지 않았습니까.“


그건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내 다음 대통령을 위한 것이었다.

내가 5년, 그다음이 잘해서 십 년, 그 정도는 해야 정착이 그래도 온전하게 될 거라고 봤다.

만약 그때 가서 또 예전으로 돌리려고 한다면...

그건 후대가 해결을 해야 될 일이다.


”저는 생각 없습니다.“


단호하게 생각을 밝혔다.

이건 진심이었다.


”국민들 생각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안돼요. 그랬다가는 욕먹을 겁니다. 결국 한 번 더 해 먹으려고 바꿨냐구요.“


욕먹을 까봐 겁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깔끔하게 물러나고 싶다.


“아직 할 것도 많이 있습니다.”

“많기야 하죠.”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이예요.”

“시켜보지도 않고 어떻게 압니까?”


좋은 사람들은 많다.

좋은 사람들이 나와서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날개가 꺾이는 불상사는 이제 없을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들이 못하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들요? 누구요?”

“지금 알고 계시는 차기 유망주들. 전부 생각이 없답니다.”

“아니 왜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정의로운 사람들이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믿고 맡겨도 된다는 결론도 혼자 내렸었다.


“하나같이 그러더군요.”

“...?”

“본인들은 그릇이 안 된다고요.”

“아니 해보지도 않고...”

“저도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자기들이 잘 안 답니다. 본인들은 딱 거기까지가 그릇이라고요. 대통령께서 대통령이 제일 쉬운 것처럼 하고 계시지만, 본인들은 감히 엄두가 안 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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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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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0) 대한민국의 주권 完 24.02.01 151 4 11쪽
» (119) 고인 물은 썩기 마련 24.01.31 139 4 12쪽
119 (118) 군대는 군대답게 24.01.30 135 3 12쪽
118 (117) 그럼 직접 하실래요? 24.01.29 134 4 13쪽
117 (116) 혁신 24.01.28 135 4 12쪽
116 (115) 총선 24.01.27 142 3 12쪽
115 (114) 일왕의 사과 24.01.26 148 3 13쪽
114 (113) 침공 24.01.25 157 2 12쪽
113 (112) 생각의 차이 24.01.24 134 2 12쪽
112 (111) 같은 편 24.01.23 134 3 12쪽
111 (110) 탄핵 24.01.22 134 2 12쪽
110 (109) 아이 한명에 매달 오십만 원 24.01.21 134 3 12쪽
109 (108)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 24.01.20 139 3 12쪽
108 (107) 인구 유입 정책 24.01.19 146 4 12쪽
107 (106) 고령화 마을 +1 24.01.18 156 2 12쪽
106 (105)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24.01.17 167 3 12쪽
105 (104) 긴급 체포 24.01.16 171 3 13쪽
104 (103) 백악관 초청 24.01.15 163 4 13쪽
103 (102) 친일파 재산 환수 24.01.14 169 3 12쪽
102 (101) 교양과 강단 24.01.13 163 4 12쪽
101 (100) 학부모와의 대화 +1 24.01.12 164 4 12쪽
100 (99) 개헌 24.01.11 166 5 12쪽
99 (98) 믿음직한 파트너 24.01.10 159 3 12쪽
98 (97) 교권보호 24.01.09 161 4 12쪽
97 (96) 국민의 정의 24.01.03 166 4 12쪽
96 (95) 민원인들과의 대화 +2 24.01.02 170 4 13쪽
95 (94) 비선실세 24.01.01 169 5 13쪽
94 (93) 유일한 이웃나라요? 23.12.31 173 5 12쪽
93 (92)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23.12.30 170 5 12쪽
92 (91) 안심부터 23.12.29 14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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