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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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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2,510

작성
24.01.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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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18) 군대는 군대답게

DUMMY


체력 단련장은 비닐하우스 안에 있었다.


‘이거야 뭐...’


비닐하우스 자체는 납득할만한 수준이었다.

이것도 부족하지만.

추워지면 운동하지 말라는 소리 아닌가.


“엄청나게 허름해 보이시겠지만...”

“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설마... 여기 말고 또 뭐가 있습니까?”

“네? 또 뭘... 말씀하시는 건지.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당구대와 탁구대가 있다.

그뿐이다.

그 흔한 벤치 프레스 하나 없다.


“헬스기구가... 하긴 뭐 그런 너무 과한 욕심인가요.”

“헬스기구요?”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다.


’하긴. 일반 부대에서 그런 것까지 바라면 사치인가.‘


그래도 한번 사놓고 관리를 잘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헬스기구가 비싼 건 맞지만 무조건 새것의 고가의 기구를 살 필요도 없고.


“밖에 철봉도 있고, 역기도 있습니다.”


일선 군부대는 어쩔 수 없이 이정도 수준이라는 말을 한다.


“알고 있습니다. 너무 그렇게 죄지은 표정 지으실 필요는 없어요.”


모병제로 전환을 한다 하더라도 군대는 그다지 반가운 장소는 아닐 것이다.

잘해봐야 복지 좋은 회사 정도의 느낌이 아닐까.


”저것도 다 어디서 얻어 오신 것 아닙니까?“


난 당구대와 탁구대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탁구대는 그나마 양호하다.

하지만 조금 더 세밀한 동작과 움직임이 요구되는 당구대는 다르다.

당구대 바닥 자체가 울퉁불퉁하기 일쑤다.

나름 고가의 장비를 얻어온다는 건 쓸모 있는 게 아니라 더 이상은 쓸 수 없을 정도의 상태니까 가능한 이야기.


“일단... 헬스기구. 그것도 당장 어려우면 덤벨 같은 거라도 좀 다양하게 구비를 해놓는 게 좋겠네요.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지원을 받으시고, 그게 안 되면 예산 한번 뽑아보세요. 이것도 전군 현황파악 해서 올라가는 대로 예산 짜보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못 믿겠다는 눈치다.

한두 푼이 아니니까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관리 잘해서 오래 쓰면 된다.


“네. 한번 해보도록 하죠.”


거기까지 말하고 이동을 하던 중 예상했던 그림이 또 보인다.


“아이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말 그대로 삽질 중인 장병들이 여럿 보인다.


”대장님 그거 아시죠?“


이 사람도 상당히 귀찮을 것이다.

뭘 자꾸 이렇게 바꾸냐며.


”운동하는 근육과 노동하는 근육은 다릅니다.“

”... 아, 그거야... 맞습니다.“

”그리고 싸움하는 근육하고도 다를 거고요.“

”...“


훈련은 물론 제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혹시 모를 전시에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테니.


“앞으로 바꿔야 합니다.”

“네.”

“뭘 바꿀까요?”

“...”

“쓸데없는 힘 빼기는 우리 그만 하도록 합시다. 군인은 노가다가 아닙니다.“


전군의 병사를 특수부대화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전문성은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삽질을 할 시간에 아령이라도 한 번 더 들어야 하지 않겠냐 말이다.

하다못해 총기점검이라도 한 번 더 하던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조심스레 물어온다.

말귀는 알아먹었을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걸까.


”말씀해보세요.“

”크게 봐서는 저런 노동도 훈련의 일종입니다.“

”훈련의 일종이라고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자부심이 넘치는 목소리.


”군인은 거의 모든 걸 가정하고 훈련에 임합니다. 쓸데없는 동작처럼 보여도 다 쓰임이 있는 일입니다.“

”... 예를 들면요?“


도무지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너무 진지한 얼굴로 말을 해서 들어나 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인의 임무는 국민을 지키는 것입니다. 작게는 전시의 총알과 포탄으로부터, 크게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복구 같은 일도 군인이 하고 있습니다.“

”아...“


이사람 말하는 게 마음에 든다.

대통령이라고 무조건 알겠다, 가 아니라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에는 이의를 제기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물론 그게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면 턱도 없는 소리겠지만.


”혹시 전쟁이라도 나서 모든 게 폐허가 되는 상황이 오면... 그런 것을 복구하는 것도 일차적으로는 저희 군인의 몫입니다.“


때로는 제대로 된 건축물은 아니라 하더라도 텐트 같은 임시거처를 짓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수리가 가능한 곳에 군인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도 있을 것이다.


’내가 너무 군의 전문화에 매달려서 큰 그림을 못 봤구나.‘


부대장의 말을 계속 들었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았습니다. 이거 생각을 좀 많이 해봐야 되겠는데요.“


너무 경청을 하다 보니 부대장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얼굴에 가득한 주름이 눈에 자꾸만 들어왔다.

직업에 어울리는 새카만 피부도.


”지금 중령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올해 쉰입니다.“

”쉰요? 오십 살이라는 말씀이세요?“

”맞습니다.“


고생을 많이 해서 나이가 들어 보이는 줄 알았더니 나이가 많은 거였다.

그런데 오십 살에 고작 중령이라고?


”제가 진급에서 많이 밀렸습니다. 정치질을 잘 못하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하하.“


겸연쩍게 웃는 부대장.


”혹시 육사 출신이십니까?“

”아닙니다. 학군단 출신입니다.“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육사 출신이면 누구보다 군대내 정치질에는 도가 텄겠지.


”승진을 좀 시켜드려야 되겠는데요.“


물론 이 사람이 하는 말이 백퍼센트 맞는 말은 아니다.

노가다를 하는 것도 훈련의 일종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체력훈련에 시간을 더 쏟아야 하는 건 맞는 말이니까.


“그래도 기본적인 체력훈련은 조금 더 신경을 써주세요.”

“알겠습니다.”


미국이 군인을 자랑스러워하고 직업군인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는 건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훈련보다는 삽질이 군생활의 주가 된다면 자부심이 과연 생길까?



###



시간에 맞춰 식당에 도착을 했다. 여기까지가 이 부대 시찰의 마직막이다.


‘나쁘지는 않네.’


계급이 낮은 이등병들이 밥만 가득 퍼 담는 수준의 열악한 식사는 아니었다. 다만...


”메뉴가 골고루인 건 좋은데... 아직도 저렇게 배식을 해야 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한창 자랄 나이의 청년들이니까요. 배식을 하지 않으면 식자재가 감당이 안 될 수도 있고 해서 그렇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제육볶음에 상추, 고등어조림, 계란 장조림 등 비교적 다양한 편이었다.


”이것도 예산 때문에 그렇습니까?“

”돈 걱정 없이 막 먹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부대장도 안 쓰러운지 밥 먹는 병사들의 식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메뉴가 비교적 골고루인 건 맞지만 배식의 양은 그야말로 몇 젓가락 먹고 나면 없는 수준이었다.


”많이 먹어야 될 나이이고,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까. 저 정도로 단백질 보충이 될까요? 한참 부족해 보이는데요?“


혼자서 고기 삼인 분은 족히 먹을 수 있는 나이다.

그런데 그야말로 밥이 주식이고 나머지는 거드는 반찬의 수준이다.


”해결할게 많네요.“


좋은 군인이 되려면 훈련을 잘 소화해야 하고 그러려면 체격과 체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걸 받쳐주는 건 운동과 양질의 음식이다.



###



”어떠셨습니까?“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보다는 한참 모자라네요.“


괜히 현장을 나가보는 게 아니다.

현장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이 꼭 있다.

잘 꾸민 보고서에 가려서 보이지 않거나 보고서에는 아예 없는 것들.


“글자와 숫자로 모든 걸 다 알 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요.“

“바꿀게 많을 겁니다. 의무감으로 어떻게든 버티던 시절과는 달라질 거니까요.”

”많이 좋아지기는 했어도 그래봐야 군대가 군대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뒤쳐지네요.“


따지고 보면 제일 마음에 든 건 부대장의 마인드 뿐이었다.


”부대장도 여러모로 힘들어 보였습니다. 식당에서 병사들 밥 먹는 걸 봐도 얼굴에서 측은함이 느껴지던데요.“


아버지 같은 부대장이었다.

근엄함과 다정함을 적당히 겸비한... 행보관 느낌의 부대장이랄까?


”또 예산 타령이던가요?“

”맞습니다. 물론 그 외적인 것도 있기는 했지만요. 본인이 요구를 하지는 않았어요. 내가 지적을 하는 부분에서만 딱 예산 얘기가 나왔습니다.“


노가다를 하는 것도 훈련의 일종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전투력을 키우는 훈련과 그 이외의 상황에 대한 각종 작업 훈련의 비율을 잘 맞춰야 한다.

그건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되고.


“공부를 좀 많이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많이 알아보겠습니다.”


미군과 같이 근무한 카추사의 의견도 좋고, 주한 미군 부대에 실사를 나가서 벤치 마킹을 해도 좋을 것이다.


”아, 그거 어떻게 됐습니까?“


그동안 많은 일을 매우 급하게 벌여왔다.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보다 어려운 게 임시 땜질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도록 법제화 하는 일이었다.

총선이 끝난 후 그게 마무리가 됐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돈을 더 쓸 일이 남았다.



###



민생을 많이 챙기다 보니 내가 한 번도 해본 없는 것 중 하나.

바로 g20 같은 선진국 정상 들끼리의 회의였다.

워낙 중요한 안건을 다루다 보니 유엔 사무총장 같은 의외의 인물까지 함께한 자리였다.


“에... 오늘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아직까지는 기축 통화국인 미국의 훌라 대통령이 길게 한 말씀을 하신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바로 오늘 이 자리를 만들게 된 이유.


“독일도 안 받아 주신다고요?”

“네. 국내 여론이 너무 안 좋습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독일 수상의 안타까움 섞인 목소리.

그러나 단호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까?”

“네.”


미국 대통령의 무미건조한 대답을 필두로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의 비슷한 핑계와 답변이 나왔다.


“분명이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고 말씀 드렸는데도요?”


유엔 사무총장은 다시 한 번 ‘아낌없는 지원’ 이라는 말이 힘을 주며 물었다.


“지원이 문제가 아닙니다. 민족 간의 불협화음이 너무 지나쳐요.”

“맞습니다. 돈 몇 푼 받자고 자국민들끼리의 유혈 투쟁이 뻔히 예상되는데 그걸 알고도 묵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늘은 왜 아프리카를 만들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만들었을까.


“그러면 다 죽게 놔둘 겁니까? 이게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할 소리들이예요? 조금씩만 분담을 하면...“


유엔은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일을 한다.

각국의 정상들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국제기구.


”안 그래도 국내 여론을 이미 수렴해봤어요.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여기 있는 모두 같은 이유인데는 이유가 있어요.“

”맞습니다. 누가 아프리카에 태어나라고 했습니까? 아무리 불쌍하다고 해도 칼 들고 덤벼들지도 모르는 야만인들에게 누가 안방을 내주고 싶겠습니까?“


십 년 전 쯤만 해도 몰랐을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람들이 살 수 없는 땅이 속출 한다는 것을.

아프리카는 너무 뜨거워서 사람들이 타 죽어가는 실정이고, 어떤 곳은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서 수위가 높아지는 바람에 국토가 물에 잠긴다.

다행히 여기 모인 사람들이 사는 각자의 고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기는 하지만.


”아쉬울 건 없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을 수입해서 자국민들이 못하는 일들을 시키기에는 산업 여건도 너무 많이 변했어요.“


미국이나 독일처럼 이민자를 많이 받은 사람들의 입장이다.

받아줄 이유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는 것.


‘한심한 사람들. 공짜로 받으라는 것도 아니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데 뭐가 문제야.’


체력도 국력이지만 인구도 국력이다.

한국처럼 지나치게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 되고 있는 나라는 극단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우리가 받겠습니다. 전부 몇 명입니까?”


내 한마디에 모두의 이목이 쏠린다.


”정말입니까? 한국이 받을 수 있습니까?“


물론 조건은 있다.


“받아주죠 까짓 거. 하지만 계산은 확실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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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1 (120) 대한민국의 주권 完 24.02.01 166 5 11쪽
120 (119) 고인 물은 썩기 마련 24.01.31 151 5 12쪽
» (118) 군대는 군대답게 24.01.30 145 4 12쪽
118 (117) 그럼 직접 하실래요? 24.01.29 142 5 13쪽
117 (116) 혁신 24.01.28 145 5 12쪽
116 (115) 총선 24.01.27 152 4 12쪽
115 (114) 일왕의 사과 24.01.26 159 4 13쪽
114 (113) 침공 24.01.25 166 3 12쪽
113 (112) 생각의 차이 24.01.24 142 3 12쪽
112 (111) 같은 편 24.01.23 144 4 12쪽
111 (110) 탄핵 24.01.22 145 3 12쪽
110 (109) 아이 한명에 매달 오십만 원 24.01.21 142 4 12쪽
109 (108)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 24.01.20 146 4 12쪽
108 (107) 인구 유입 정책 24.01.19 154 5 12쪽
107 (106) 고령화 마을 +1 24.01.18 163 3 12쪽
106 (105)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24.01.17 175 4 12쪽
105 (104) 긴급 체포 24.01.16 178 4 13쪽
104 (103) 백악관 초청 24.01.15 169 5 13쪽
103 (102) 친일파 재산 환수 24.01.14 177 4 12쪽
102 (101) 교양과 강단 24.01.13 170 5 12쪽
101 (100) 학부모와의 대화 +1 24.01.12 170 5 12쪽
100 (99) 개헌 24.01.11 174 6 12쪽
99 (98) 믿음직한 파트너 24.01.10 167 3 12쪽
98 (97) 교권보호 24.01.09 166 5 12쪽
97 (96) 국민의 정의 24.01.03 173 5 12쪽
96 (95) 민원인들과의 대화 +2 24.01.02 175 5 13쪽
95 (94) 비선실세 24.01.01 175 6 13쪽
94 (93) 유일한 이웃나라요? 23.12.31 179 6 12쪽
93 (92)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23.12.30 176 6 12쪽
92 (91) 안심부터 23.12.29 15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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