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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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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18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4.01.1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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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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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05)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DUMMY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분 있습니까?”


난 노인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

방문 바깥으로 나왔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제 와서 굳이 본인들은 지은 죄도 없는데 친일파의 후손들을 잡겠다고, 오히려 자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독립 운동가의 후손들을 찾아온 거 아닙니까?“


이미 진을 치고 있는 기자의 질문.

물론 기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미 이슈가 될 만큼 된 이 사안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고 있는 동네 주민들도 주변에 많이 모여 있었다.


“의도적이면 안됩니까?”

“그 옛날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들은 자기들이 죽을까 봐 일본에 편에 섰습니다. 의도적으로. 그리고 해방이 된 후, 여전히 청산 되지 못한 친일파의 잔재가 혹시 문제가 될 까봐 독립 운동가의 후손들을 철저히 핍박 해왔습니다. 이것 역시 떵떵거리며 잘 살아온 본인들이 혹시 책 잡히기라도 할까 봐 그랬습니다. 철저하게 의도적으로.”


백악관에서 한국 송환 어쩌고 하며 비굴한 모습을 보이더니 다음날 갑자기 미국 법에 따르겠다며 다시 철판을 깐 얼굴로 나타난 그들을 생각하니 욕지기가 치밀었다.


“미 의회에서 항의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고소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요. 사실입니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고소? 미 의회에서?


’어쩐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더라니.‘


그런데 아무리 집안에 정치인이 있다 하더라도 뭐가 문제인 거지?

난 그 질문을 한 기자에게 되물었다.


“지금 그 질문하신 기자 분.”

“네.”

“그날 내가 만났던 친일파 중에서 집안에 정치인이 한 명 있는 것 같은데.”

“저도 제보를 받은 지 얼마 안됐습니다.”

“그렇다 치고요. 그런데 미국은 정치인들이 가족 중에 범죄자가 있으면 문제가 안 된답니까?”


완전한 독재 국가가 아니고서는 백 퍼센트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여당이 힘이 없으면 야당에서 장관 하나 임명할 때도 아주 사소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나.


“그게... 그건 아직 확인을 저도...”

“어디 가서 그런 추측성 보도 자제를 좀 하셔야 될 것 같네요.”


바로 꼬리를 내린다.

난 말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예전부터 정말 궁금했던 것 하나.

이미 답은 대충 정해져 있지만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던 그것.


“일본이 왜 우리나라에게 단 한 번도 직접적인 사과를 안 하는지 아십니까?”


조용하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거겠지.

보통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니까.


“우리가 가만히 있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도 강하게 나간 적이 없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하면 그러지 말라고 해야 합니다. 그런 짓 할 때마다 국내 거주 중인 일본인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건, 일본 기업 물건은 안 사겠다고 하건, 어떻게든 하지 말라는 표현을 해야 합니다.”

“...”

“우리가 착하니까, 나쁘게 말하면 물렁하고 만만하니까 계속 그러는 겁니다. 독한 모습도 보여줄 때가 필요합니다. 너무 과격한 것 아니냐고 주변국가에서 걱정을 할 정도의 급진적인 모습도 가끔은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만만하게 보지 않습니다. 그래야 거짓말 하지 않고 했던 말 바꾸지 않습니다.”


이쯤 되니 내가 또 뭔가를 저지른다고 생각들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

지금은 현안에 집중할 때다.


”지금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잊혀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하겠지요. 과거사 정리는 한번은 완전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뭘 좀 해볼까 하면 정권 바뀌고 하던 일 엎는 짓 이제 그만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그들은 끝까지 뻔뻔하게 나왔습니다. 그들의 선조 때는 국모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갈 줄 알았으면서 끝끝내 모른 체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후손은 지금... 여전히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살고 있 는걸로 파악이 된 상태입니다.“

”....“

”어떻습니까? 이런 사람들을. 심지어 옛날일이고 지금의 현실과 직접적 관계는 없다고 하지만,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저렇게 비참하게 숨만 쉬며 사는 상황에서 가만히 놔둬야 하겠습니까? 그들 재산 몰수해서 지금 우리 어려운 후손 분들 도와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요?“

“...”

“혹시 이일로 정말 미국에서 한국정부를 상대로 고소를 한다면, 훌라 대통령과는 친분이 있지만 미국과 싸울 겁니다. 일본? 물론입니다.”

“...”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



그들은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미국이니까 당연히 한국정부를 압박해서 내가 꼬리를 내리고, 일본에서도 강한 유감을 표명하여 이 현안에 제동이 걸리기를.


“이따 몇 시에 온다고요?”

“한 시간 후 인천공항에 도착예정입니다.”

“비행기까지 다 태워 보내주고. 고맙네요.”


훌라 대통령은 약속대로 그들을 추방해주었다.

의회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겠죠?”

“아무래도요?”

“그렇게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어쨌든 잘 된 거 아닙니까. 이제 비빌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으니까요.”

“무릎 꿇고 사과를 하라고 해도 할 거 같습니다.”


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차명으로 한국에도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걸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가능하다.


“이거 뭐 어마어마하네요. 이 사람들 대체 뭘 해서 이렇게 돈을 많이 번겁니까?”


파악된 걸 다 합치면 조 단위였다.


“다양합니다. 고전적인 방식이긴 하지만요.”


비서실장의 말대로 정말 고전적인 방식이었다.

거의 다가 부동산이었다.

그것도 주로 서울 시내 땅값 높은 곳의 빌딩들 위주였다.


“너무 많은데요... 이걸 다 나눠주면...”


다른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환수한 금액이 돌아갈 대상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지만, 큰돈 만져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한 번에 이런 큰돈이 전해진다면...

하지만 그건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



나라를 팔아먹는 간 큰 놈도 많았지만, 이미 뺏긴 나라를 다시 찾아오기 위해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더 많았다.


“아니... 여기가 지금부터 제 집이라고요?”


신축 아파트 앞.

한 남자가 믿어지지 않는 얼굴로 아파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누구신데... 왜 갑자기 이런 걸 저한테...?”

“선생님 선조께서 나라를 구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셔서요.”

“아...”


증조할아버지가 항일투쟁을 하다가 체포되어 고문을 받다가 돌아가셨다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았는데.


“아직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계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제가 더 감사하죠. 감사합니다. 정마 감사합니다.“

”조금 전 인사는 제가 드리는 인사가 아니라 대통령께서 드리는 감사 인사입니다.“

”대 대통령께서요?“

”네. 그리고 이런 말씀도 드리라고 하더군요.“

”또 무슨...?“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시라고요. 대한민국 국민인 것에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요.“

”...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그렇게 살겠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받으시죠.“


눈앞의 남자는 작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또 ... 뭡니까?”

“적지 않은 돈이 들어 있습니다. 비밀번호는 통장에 적혀 있고, 그 안에 도장도 들어있습니다. 필요하실 때 인출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이것도 주신다고요? 아파트만 해도 너무 감사한데 돈도요?”

“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래...?”


남자는 연달아 생기는 경사에 어안이 벙벙했다.


“선조께서 주시는 돈이라고 생각하세요. 받으실 자격 있습니다.”


한때는 원망도 했었다.

증조할아버지가 독립 운동가였다는 이유로 잘 살던 집안이 한순간에 몰락을 했다고 들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자신까지 무슨 일도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이제부터 국가가 지켜드릴 겁니다.”


남자는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증조할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리고 한 번도 없던 애국심 비슷한 감정이 생겨나는 것도 느꼈다.

전국 곳곳에서 이런 사람들이 생겨났다.



###



불과 며칠 전 한국을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한 이건평은 그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늙어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뭘 했다고?”

“외화밀반출, 불법 도박, 그리고 뺑소니와 음주운전... 이게 이건평씨의 혐의 사항이예요.”


입이 떡 벌어지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말씀하신 분들께 연락을 취해봤는데...”


눈쌀을 찌푸리는 변호사를 보며 이건평은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이거 뭐 가족도 뭣도 아무도 아니던데요?”


믿을만한 사람들 명의로 돌려놓은 부동산과 주식, 현금...


“그리고 그 사람들 모두 이건평씨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나를 모른다고 했다고요?”

“네.”

“딱 한분만...”

“...?”


인생 거지같이 살았다고 생각한 순간...

변호사의 입에서 나온 딱 한분.


“변호사비는 자기가 내주겠다고 하더군요.”

“... 변호사비요?”

“네.”

“허...”

“그리고 그 변호사비로 제가 이건평씨를 보는 건 이자리가 마지막입니다.”


변호사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저기! 잠깐만요!”


하지만 변호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털썩.


“허...”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이건평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게 진짜 현실이라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장님 소리를 들으며 벤츠 뒷좌석에 올랐었다. 그리고 백악관 구경까지 했었는데.


‘대통령 말을 들었어야 했어!’


처음 나왔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이었다.

미국시민권을 취득해서 한국국적이 말소되는 바람에 투표권이 없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있었다면 무조건 반대표를 던졌을 텐데.


‘한번만 더 기회가 있으면...’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싶었다.



###



-최태웅 대통령이 이번에도 약속을 지켰습니다. 앞서 공개 선언했던 대한제국 당시 일본과의 강제합병에 직접 관여를 했던 친일파의 행적에 대한 과거사 정리가 최근 마무리 단계인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대부분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이들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미국에서 추방이 되면서...


앵커의 멘트가 깔리면서 미국에서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사람들이 한국에서 재판을 받는 장면이 비춰졌다.


”이걸로 인식이 많이 바뀌겠죠.“

”네. 적어도 하나는요.“


우리나라 정부도 마음만 먹으면 해낸다.

백년도 전에 조상이 잘못을 하고도 그 덕에 대대로 잘 먹고 잘 살면 언제든지 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 하나는.


“저분들도 말년에나마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내가 찾아갔던 다 쓰러진 집에 살고 있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에게 가족들을 찾아줬다.

다행히도 모두 생존해있었다.

그들에게도 환수된 재산의 일부가 지급될 것이다.

물론 찾아낸 다른 독립 운동가들에게도.


“거창한 것 같아서 말하긴 입이 부끄럽지만. 이일로 한국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조금 생겼으면 좋겠어요.”


헬조선. 그런 말을 과연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대한민국이라는 말 자체가 부끄럽지 않은 사회가 돼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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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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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0) 대한민국의 주권 完 24.02.01 166 5 11쪽
120 (119) 고인 물은 썩기 마련 24.01.31 151 5 12쪽
119 (118) 군대는 군대답게 24.01.30 144 4 12쪽
118 (117) 그럼 직접 하실래요? 24.01.29 142 5 13쪽
117 (116) 혁신 24.01.28 145 5 12쪽
116 (115) 총선 24.01.27 152 4 12쪽
115 (114) 일왕의 사과 24.01.26 159 4 13쪽
114 (113) 침공 24.01.25 166 3 12쪽
113 (112) 생각의 차이 24.01.24 142 3 12쪽
112 (111) 같은 편 24.01.23 144 4 12쪽
111 (110) 탄핵 24.01.22 145 3 12쪽
110 (109) 아이 한명에 매달 오십만 원 24.01.21 141 4 12쪽
109 (108)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 24.01.20 146 4 12쪽
108 (107) 인구 유입 정책 24.01.19 154 5 12쪽
107 (106) 고령화 마을 +1 24.01.18 163 3 12쪽
» (105)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24.01.17 175 4 12쪽
105 (104) 긴급 체포 24.01.16 178 4 13쪽
104 (103) 백악관 초청 24.01.15 169 5 13쪽
103 (102) 친일파 재산 환수 24.01.14 177 4 12쪽
102 (101) 교양과 강단 24.01.13 170 5 12쪽
101 (100) 학부모와의 대화 +1 24.01.12 170 5 12쪽
100 (99) 개헌 24.01.11 174 6 12쪽
99 (98) 믿음직한 파트너 24.01.10 167 3 12쪽
98 (97) 교권보호 24.01.09 166 5 12쪽
97 (96) 국민의 정의 24.01.03 173 5 12쪽
96 (95) 민원인들과의 대화 +2 24.01.02 175 5 13쪽
95 (94) 비선실세 24.01.01 175 6 13쪽
94 (93) 유일한 이웃나라요? 23.12.31 179 6 12쪽
93 (92)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23.12.30 176 6 12쪽
92 (91) 안심부터 23.12.29 15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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