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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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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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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
글자수 :
652,510

작성
24.01.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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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16) 혁신

DUMMY


취임 후 첫 선거가 끝났다.

난 다음날 저녁 뉴스에 출연을 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선 때와 비교를 해봐도 상당히 놀라운 결과인데요.”


적대적인 세력이 가져간 의석 수는 서른 개였다.

딱 십 분의 일.

이런 일은 그동안 한 번도 없었다.

삼백 석 중에 백 팔십 석만 확보해도 대성공이라고 자화자찬을 하던 때가 있었으니.


“맞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일을 해오셨습니다. 물론 하시는 일들에 대해 반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 걸로 알고는 있습니다만... 어찌 됐든 최근 총선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앞으로 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이 상당히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제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방증인 것 같습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가 아니라 이제는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 라고 생각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사실 뿌듯합니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그걸 강조하기 위해서 나왔다.


“과연 국민 여러분이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 것 같은데요.”

“일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나 하나 열심히 해봐야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고쳐야 합니다. 하나가 있어야 열이 되고 백이 됩니다.”


일종의 세뇌 교육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바뀔 예정이니, 지금도 예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생각 고쳐먹으라는.

사실 이 말을 하기 위해서 나온 거다.


“오늘 나오신 이유 중 하나가... 이전부터 말씀을 해 오셨던 내용입니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군 징집 제도를 점진적으로 변화를 주겠다. 이번에도 역시 파격입니다. 그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네요.”

“혁신이라고 하죠. 그게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주지 않겠습니까?”

“그런가요?”

“맞습니다. 전문성을 키우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일자리의 다양성 면에서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의무 복무는 이미 입대를 한 사람까지로 한정한다.

그리고 당장 올해 남은 시간부터 월이나 분기 별로 직업 군인을 대대적으로 모집한다.


“모병제로 입대하는 군인들의 처우를 미군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러면 기존 장교들의 처우 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떻게 하기는.

그에 맞게 더 올려야지.


“이게 이렇게 되면... 국방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감당할 수 있겠냐는 표정.


“써야 될 돈은 써야죠. 늘 하던 것처럼 새는 돈 막겠습니다. 불필요한 것들 줄이거나 없애고, 모자라는 건 필요하다면 해외에서 투자 유치도 받아올 계획입니다."


이제 공격적인 자금 확보를 해야 한다.



###



“일단 병사들 월급은 대기업 초임 수준으로 올리는 걸로 합시다.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각종 위험 수당은 당연히 별도로 책정을 하고요.”


중소기업 수준으로는 전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누가 봐도 혹할 수준의 처우여야 한다.


‘그 정도는 해야 할 거 없어 군대 간단 말은 안 나오겠지?’


군도 이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정말 때 되면 어쩔 수 없이 가는 게 아니라 최소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조금은 특별한 직업이 돼야 한다.


“그리고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는 걸로 합시다. 여자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해요. 징병제일 때는 여자는 간부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았습니까. 어쩌면 여성들의 수요가 클 수도 있습니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당연히 문제가 없도록 해야죠. 남자와 똑같은 기준으로 체력 테스트를 해야 할 겁니다. 그래야 양쪽 모두에서 불만이 나오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총선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미뤄 놨던 걸 진행하고 그러려면 재원 마련을 해야 한다.

물론 이미 돈을 물 쓰듯 쓰고는 있지만 조금 더 당연해 보이도록 하는 절차.


“아, 그리고 이민 국장님 좀 봐야 되겠는데요. 지금 많이 바쁘신가요?”



###



“많이 기다렸습니다.”


오랜만에 본다.

이 사람이 하는 일이랑 최근 내가 집중하던 일과 접점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접점이 생기는 타이밍이다.


“연구는 많이 하셨습니까? 홍보는요?”


암행 경찰 국이나 주택 국과는 다르게 거의 별도로 지시를 하지 않은 상태.

일단은 자유에 맡겼다.


”그런데 정말 예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재원을 많이 투입하실 계획이십니까?“


인당 일 년에 오천만 원의 정착비를 지원한다.

가족이 통째로 넘어온다면 가구 수익이 억 단위가 되는 셈.

물론 계속 줄 수는 없다.

말 그대로 정착 지원금이다.


“네. 일단 시작은 그렇게 할 계획입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제 입장에서는 크게 어려운 게 없습니다.”

“그래요?”

“국적을 바꾸는데 돈을 그만큼 준다면...”


돈을 그 만큼이나 쓰는 것 자체에 회의가 생기는 모양이다.

기존 자 국민들하고 형평성 문제도 생각을 해야 하니 당연하다.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현재의 국적을 가리지 않겠다는 말씀인 거죠?”


모든 사람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것처럼 소위 한국보다는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 정말 욕먹기 쉽다.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예전 같지는 않으니까요. 미주나 유럽도 염두에 두고 각국 외교부와 접촉 중입니다. 다양한 루트로 이민 정책에 대한 홍보도 하고 있고요.”

“홍보는 주로 포인트를 어디에 두고 있습니까?”

“아직은 아무래도 정착 지원금입니다. 솔직히 아무리 살기가 힘들다고 해도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등지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이건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다.


“이중 국적도 정말 허용하실 생각이신가요?“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건 세계적인 추세라서 어쩔 수가 없다.

어차피 군대 문제도 강제성이 없는 상황으로 바뀔 거고.


”일단 국내 여론에도 대응을 해야 하니까 외교부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 대문짝만하게 넣으시고, 유선과 온라인 홍보 문구도 준비해주세요.“



###



[우리도 바뀌어야 합니다]


틈만 나면 광고가 나왔다.

이민 문턱을 대폭 낮추고 귀화 신청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괜찮게 나오기는 했네요.“


피부색이 다른 사람과 섞여서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린 광고.


”이제 또 불만들과의 전쟁을 치를 차례군요. 설득도 해야 하고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잊고 사는 것 중 하나.

인구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

지금 출산 장려 책만 해도 돈 퍼준다고 욕을 먹지만, 그렇게 해서 라도 애를 낳지 않으면 정말 이십 년, 삼십 년 후에는 어떻게 할 건가.

지금 쓸 돈 없다고 아낄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하는 게 인구 정책이다.



###



서울 k대 앞 선술집.


-최태웅 대통령이 현 징병제인 군대 징집 제도를 단계적으로 모병제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지금 딱 일주일이 지났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시민들의 반응을 좀 들어보겠습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취재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동아리 모임 차 모인 대학생들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장으로 연결된 화면에서 취재 기자의 모습이 나왔고 그가 행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스물 둘입니다.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의 인터뷰이의 등장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면 속 인터뷰는 계속 진행됐다.


-실례지만... 대학생이신가요?

-맞습니다.

-혹시 군대는 갔다 오셨습니까?

-아닙니다. 공부 때문에 좀 미뤄두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대학생들은 화면 속 인터뷰이에게 공감 되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 그렇군요! 그러면 이번에 최태웅 대통령께서 발표를 하신 군대 관련 정책이 반가우시겠군요.


그 말에 인터뷰이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저야 좋죠. 사실 공부 때문 이라고는 했는데 핑계기도 했고... 군대야 합법적으로 안 가면 좋죠.


인터뷰는 대상을 바꿔가며 몇 명 더 진행이 됐다.


”너 이 새끼. 오늘 술 니가 다 사.“


화면에서 눈을 뗀 여자 대학생 한 명이 옆에 있는 머리가 짧은 또래의 남자를 보며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요. 오빠가 오늘 다 내야 해. 그때 우리가 오빠 군대 간다고 술값을 얼마나 쓴 줄 알아?“


맞은편의 여자도 마찬가지였고.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냐? 나라에서 오지 말라는 걸 어떻게 하냐고.“


두 여자의 공격을 받은 남자는 본인은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하면서도 기분은 좋은 얼굴이었다.


”그러게 난 놈이다. 영장 받아 놓고 입대 날짜 일주일 남았던 놈이 이게 무슨 일이래?“

”그러게 말이야. 신이 도왔다. 신이 도왔어. 자자. 다들 한잔해. 군대 안 갔으면 좋은 거지 뭐.“


자리에 있는 모두가 술잔을 들어 건배를 한 후 잔을 비웠다.


”그런데 진짜 대단하지 않냐? 용감하기도 한 것 같고.“

”그러게 말이야. 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 없을 줄 알았어.“

”난 대학 졸업하고 취업 잘 안되면 직업 군인이나 할까 봐.“

”난 어차피 적성에도 안 맞는 학교, 그냥 중퇴하고 군대나 갈까 생각 중인데.“


바뀐 징병 제도에 대한 반응은 차이가 크지 않았다.


”나도 그럴까 생각 중인데.“

”넌 여자잖아.“

”여자도 제한 없다잖아. 체력만 되면.“

”군대 갔다 온 사람도 재 입대가 가능한가? 우리 형도 관심 보이는 거 같던데.”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었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보고 있는 내내 계속 그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더 반대가 심하네요.”

“예상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민 정책을 공격적으로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굳이 돈을 그렇게 퍼주면서 까지 외국인을 한국 사람으로 만들어야 되겠냐는 게 문제였다.


“대체 언제까지 단일 민족을 고수할 건지...”


이미 외국인들은 많이 살고 있다.

그중에 귀화까지 한 사람 역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늘었다.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거니까요. 최근에 불법 체류 외국인들의 폭행 사건 같은 강력 범죄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선입견 깨려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거예요.“

”왜 하필이면 또 이럴 때 저런 사건이 불거진답니까?“

”선거에 진 분 풀이 인 거 같은데요.“


십 분의 일이라는 극단적인 의석 수밖에 확보를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살아있는 극우 보수 세력들.

조금이라도 평화를 흔들기 위해 온갖 나쁜 뉴스 만들어내기에 혈안이 된 것 같다.


”그런데 저런 뉴스는 원래 있지 않았습니까?“


물론 정말 원래부터 있던 건 아니다.

한국에 밀입국하는 불체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보통은 음성적인 일들을 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유혈 사태가 자주 동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방송만 보면 도저히 방법이 없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독일에도 미국에도 있는 현상이다.

외국인을 여러 가지 이유로 받아들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존재한다.


”한발 물러서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민 정책은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걸로요.“


부정적인 의견 제시를 잘 하지 않는 비서 실장의 입에서도 이런 말이 나온다.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정서 문제예요.”

“그러게요. 그놈의 정서가...”


이런 분위기를 뒤집으려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그림이 나와야 한다.

이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어?’


수갑을 차고 경찰 호송차에 오르는 불법 체류자들을 보면서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좀 황당하기는 한데... 좋은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좀 황당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게 유일한 타개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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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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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0) 대한민국의 주권 完 24.02.01 151 4 11쪽
120 (119) 고인 물은 썩기 마련 24.01.31 139 4 12쪽
119 (118) 군대는 군대답게 24.01.30 135 3 12쪽
118 (117) 그럼 직접 하실래요? 24.01.29 134 4 13쪽
» (116) 혁신 24.01.28 135 4 12쪽
116 (115) 총선 24.01.27 142 3 12쪽
115 (114) 일왕의 사과 24.01.26 148 3 13쪽
114 (113) 침공 24.01.25 157 2 12쪽
113 (112) 생각의 차이 24.01.24 134 2 12쪽
112 (111) 같은 편 24.01.23 134 3 12쪽
111 (110) 탄핵 24.01.22 134 2 12쪽
110 (109) 아이 한명에 매달 오십만 원 24.01.21 134 3 12쪽
109 (108)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 24.01.20 139 3 12쪽
108 (107) 인구 유입 정책 24.01.19 146 4 12쪽
107 (106) 고령화 마을 +1 24.01.18 156 2 12쪽
106 (105)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24.01.17 167 3 12쪽
105 (104) 긴급 체포 24.01.16 171 3 13쪽
104 (103) 백악관 초청 24.01.15 163 4 13쪽
103 (102) 친일파 재산 환수 24.01.14 169 3 12쪽
102 (101) 교양과 강단 24.01.13 163 4 12쪽
101 (100) 학부모와의 대화 +1 24.01.12 164 4 12쪽
100 (99) 개헌 24.01.11 166 5 12쪽
99 (98) 믿음직한 파트너 24.01.10 159 3 12쪽
98 (97) 교권보호 24.01.09 161 4 12쪽
97 (96) 국민의 정의 24.01.03 166 4 12쪽
96 (95) 민원인들과의 대화 +2 24.01.02 170 4 13쪽
95 (94) 비선실세 24.01.01 169 5 13쪽
94 (93) 유일한 이웃나라요? 23.12.31 173 5 12쪽
93 (92)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23.12.30 170 5 12쪽
92 (91) 안심부터 23.12.29 14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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