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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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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21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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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92)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DUMMY


“혹시 저희 콜센터 직원 중에 피해 입으신 분들은 없습니까?”


자연재해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니 책임을 전부다 져주겠다는 말에 청와대 콜센터의 전화기는 불이 날 지경이었다.


“다행히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당했다면 그건 단순히 자연재해의 피해가 아니라 이 땅에 하늘이 천벌을 내린 거다.


“백신은요?”

“이제 제조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오. 벌써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이런 상황에 오래전부터 대비를 하고 있었다구요.”

“백신의 형태는요?”


코로나처럼 주사를 맞기 위해 예약을 하고 보건소건 병원이건 시간을 내서 찾아가려면 귀찮을 텐데.


”알약입니다. 기존 진통제처럼 상비약 수준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알약이라고? 이건 정말 의외다.


”아직 극비로 하고 있으니까...“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아직 쉬쉬하고 있습니다만... 일주일 안에 보균자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펜데믹 선언을 다시 하게 되겠죠.“

”공개는 그때 할 겁니까?“

”다들 죽겠다 할 때요.“


모두가 고통에 아파할 때.

이미 생산된 백신을 구매하지 않고는 못 버티는 순간이 올 때 공개를 할 생각인가보다.


”잔인하네요.“


아무리 치사율이 지극히 낮다지만 아파하는걸 보면서 약을 안 팔겠다니.


“우리나라가 중요합니다. 아니,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음... 우리나라를 먼저 챙기기는 해야죠. 당연히.”


하지만 비서실장의 생각은 조금 다른 쪽으로 향해있었다.


“무기 산업으로도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미국은 무기를 팔아서 먹고 살죠.”

“...”

”무기를 팔면 죽는 사람도 필히 생깁니다. 무기는 누군가를 해하기 위해 만드는 거니까요.“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궁금하다.


“혹시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시는 겁니까?”

“그렇다기보다는... 그래서 미국을 향한 미안한 감정 따윈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미국은 깨어 있는척하면서 아는 게 없고, 지구의 보안관 나라를 자처하는 것 같지만 정치를 위해서 다른 나라에 미사일을 쏘는 나라입니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미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미국인임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다시 한 번 닥친 펜데믹 앞에 스스로 마음을 다 잡을 수 있겠군.


“글라스의 성능은 어떻습니까?”

“아, 이거.”


받은 후 아직 써먹을 일이 아직 많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의식에 들어가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이 들린 지도 꽤 오래됐다.


“잠시 후에 알게 되겠죠.”


글라스에 보이는 모든 사물에 대한 최신 정보가 업데이트가 된다.

이인간의 비밀계좌는 어디에 있는지.

숨겨놓은 재산은 없는지.

숨겨놓은 자식이나 내연관계는 어떤지. 조금 전에 어디서 뭘 하고 왔는지도.


“자꾸 써야 대기하고 있는 팀원들도 익숙해질 겁니다.”

“팀하이드겠죠?”

“대체로 그렇습니다.”


끝까지 존재를 비밀로 해야 한다는 팀하이드. 나조차 그들의 얼굴을 볼 수는 없다.


“어쨌거나 이번이 사람들하고의 대화중 가장 어려운 대화가 되겠군요.”


자연재해에 정부가 무조건적인 피해보상을 해준다.

그리고 지난번 피랍사건과 자연재해에 이어진 아직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바이러스.


“국가적인 위기상황이라는 프레임으로 나올 겁니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들까지 들쑤실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토론 상대들을 고르고 고르지 않았습니까.”


이번 기회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던 사람들을 확 휘어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적진으로 직접 들어가기로 결정을 했다.



###



“이게 뭐야?”


지한은 유투브를 보다가 기겁을 했다.


-지금 이곳은 순식간에 불어난 신종 바이러스 확진자로 인해 병원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코로나 때와 비슷한 상황이기는 한데 아직 사망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장, 수십 명, 수백 명이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죽을 듯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병원내부를 촬영한 화면이었다.

병상은 이미 모자란지 병원복도 곳곳이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들 모두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진짜 저거 믿어도 되는 거야?”


지한이 시선을 돌린 TV 화면에는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기자들 앞에서 중대 발표를 하는 모습이 지나가고 있었다.


-유례없는 바이러스입니다. 하지만 정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종 바이러스는 독감과 비슷한 고열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진통제는 소용없습니다. 독감 주사도 해당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난리가 난겁니다.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백신이 개발이라도 된 겁니까? 아직 국내는 물론이고 그것과 관련해서 아무런 정보도 입수된 게 없는데요.

-답변 드리겠습니다. 백신 이미 나왔습니다.


코로나 때도 백신 확보는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이 됐었다.

전 국민이 연령별, 직업별에 따라 일차, 이차, 삼차에 나눠서 백신을 접종했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한참동안을 마스크를 써야 했다.


“미국도 이렇다는데 정말 괜찮은 거야?”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이 지경인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안심을 해도 되는 걸까.

물론 지금의 대통령이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고 결과도 좋은 건 잘 안다.


“어라? 이건 또...”


지한이 이어서 다른 영상을 하나 더 확인하고는 충격에 빠졌다.

조금 전 미국과 동일한 상황이었다.


“이게 대체... 설마...”


불안감이 온몸으로 엄습해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코로나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대통령의 말조차 믿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미국과 중국발 유투버 영상이 급속도로 퍼진 게 확인이 됐다.


“중국하고 미국요?”

“네. 생각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네요. 이건 예상 못했는데...”


신종 바이러스에 노출된 자국 병원의 적나라한 상황이 전 세계로 퍼졌다.

영상 속 현장은 아비규환이었고, 전 세계인을 다시 한 번 공포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정말 괜찮겠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걸 보면서도 이미 개발이 끝난 백신을 풀지 않는다는 건 일종의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습니다. 우리나라만 생각을 하십시오. 그동안 우리가 중국에 당한 게 얼마나 많습니까? 미국은요?”

“쩝.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의 말은 믿지만 너무 아비규환인 현장 상황을 여러 번 봤더니 솔직히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다.

내가 미래에 가서 죽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온 것도 아니니.


“일단은 다녀오겠습니다. 이거 예상보다 더 박 터지는 토론이 될 것 같은데요.”


예상치 못한 변수.

이 변수에도 대비가 다 돼 있으니 걱정 말라고 설득을 해야 한다.


“제가 조금 있다가 준비되면 신호 드리겠습니다.”

“뭘 말입니까?”

“미국이나 중국 정상이 화상으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준비되면 이따가 토론장으로 영상 송출 지시하겠습니다.”

“미국하고 중국요? 아. 혹시 그 사람들이 내 앞에서 백신 구걸하는 그림을 그리시는 겁니까?”

“맞습니다.”


괜찮은 무기가 생긴 셈이다.



한 시간 후.


“안녕하십니까.”


아나운서를 실제로 보는 건 두 번째다.

난 자주 나가던 강직한 아나운서의 천분토론 대신, 경쟁 방송국인 kbc에 와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꼴통보수의 선두주자인 황선교 아나운서가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인사를 내가 먼저 했다.

내가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걸 봤을 텐데도 일부러 무시를 한 것 같다.


“갑자기 요청을 하셔서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 지금도 없습니다.”


이 방송국에는 토론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다.

이 방송국의 모토가 국민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것일까.

뉴스도 지극히 편향적인 보도로 일관하는 곳이니까.

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있기에 지금까지는 전혀 터치를 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해서 죄송하네요. 하지만 맨날 강직한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만 나가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음... 그렇습니까”


여전히 내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대본을 검토하는 중이다.

눈길한번 주는 게 뭐가 어렵다고. 일부러 무시하는 게 맞다.


“요청을 하신대로 게스트도 섭외는 했습니다만...”


괜찮겠냐는 얼굴.

너무 공격적인 사람들이다.

그것도 나에게. 나를 지지하고 표를 줬던 구십 퍼센트는 대체 어디 있는 것인가.


“괜찮습니다.”


일부러 작정을 하고 싸우러 나온 거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걱정하기는.’


그런데 이 사람도 나에 대해서 찾아볼 만큼 찾아봤을 것이다.

걱정하는 건 내가 아닌 오늘 토론으로 나한테 발리게 될 상대방들이겠지.


‘일단 이 사람부터 한번 볼까?’


글라스를 쓰고 다닌 지는 제법 됐다.

원래는 안경을 써본 적이 없지만, 비서실장에게 넘겨 받은 후부터 익숙해져야 한다며 항상 착용하길 권유받았다.

기술이 더 개발되면 렌즈형도 만들겠다며.


‘오호.’


글라스를 작동하는 내내 정보가 모니터 되면 시야를 가리게 된다.

그래서 원할 때만 보이게끔 했다는데...


‘이야 이거... 팔아먹어도 괜찮은 기술인데?’


손으로 두드린다거나 안경을 한번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는 방식이 아니었다.

렌즈가 내 눈동자의 움직임을 체크해서 잠시라도 집중하는 대상이 발견되면 정보가 보이는 방식이었다.


‘우리 비서실장님은 돈 안 되는 건 안 만드시는구나.’


이정도면 증강현실 이런 것도 우습겠다 싶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뚫어지게 쳐다보는 걸 느꼈는지 황선교가 그제야 내 얼굴을 쳐다봤다.


“아닙니다. 너무 미남이셔서요.”


확실한 미남은 아니지만 나이치고는 준수한 외모다.

강직한 아나운서가 지식인 느낌이라면 황선교는 차가운 엘리트 느낌이 난다.


“음... 대통령님도 잘 생기셨습니다. 안경도 잘 어울리시네요. 눈이 나쁘시지는 않은 걸로 아는데... 이미지 메이킹 차원이신가요?”

“비슷합니다.”


난 그렇게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인기척에 좌우를 둘러봤다.

어느새 도착한 토론 참가자들이 한명씩 도착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도착해서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가 미처 느끼질 못했나보다.


‘인사도 쌩깐다 이거지?‘


누구도 나를 보고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확실히 강적들이다.

내가 그동안 상대한 옆 나라, 옆옆 나라의 정상들이나 재벌 총수들은 비교도 안 된다.

물론 재력 같은 문제가 아니라 뼛속부터 나 같은 부류를 싫어하는 성정을 가졌다는 뜻이다.


“안녕하십니다. 황선교입니다.”


황선교 아나운서의 인사말로 생방송이 시작됐다.


“다급하게 준비한 토론이고 방송이라 진행이 매끄럽지 않을 수도 있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특집방송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이 방송을 기획하신 분이죠. 취임 후 최근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말씀하실 부분이 있다면서 생방송 제안, 아니 요청을 하신 분입니다. 최태웅 대통령께서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태웅입니다.”


연예인도 아니지만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은 방송국 카메라 한대가 나를 향한다.


“하실 말씀도 들으실 말씀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이 상당히 기대가 되는데요.”


그렇게 말을 하며 웃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저건 비웃는 느낌이다.

하지만 전혀 긴장이 되지 않는다.


“별말씀을요. 저는 그저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말하러 나온 건데요. 아침에 주차 시비 문제는 잘 해결이 되셨을까요?”

“네?”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표정.


“아까 방송국 오면서 주차문제로 다른 사람이랑 실랑이중이신걸 봤거든요.”

”아...“


오다가 본 건 아니고 안경에 지금 보이는 거지.

하지만 별일 아닌 사실이고 방송국에서 있었던 일이니 별다른 의심은 않는 눈치다.


’의심하면 뭐 하겠어.‘


심증도 물증도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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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1 (120) 대한민국의 주권 完 24.02.01 166 5 11쪽
120 (119) 고인 물은 썩기 마련 24.01.31 151 5 12쪽
119 (118) 군대는 군대답게 24.01.30 145 4 12쪽
118 (117) 그럼 직접 하실래요? 24.01.29 142 5 13쪽
117 (116) 혁신 24.01.28 145 5 12쪽
116 (115) 총선 24.01.27 152 4 12쪽
115 (114) 일왕의 사과 24.01.26 159 4 13쪽
114 (113) 침공 24.01.25 166 3 12쪽
113 (112) 생각의 차이 24.01.24 142 3 12쪽
112 (111) 같은 편 24.01.23 144 4 12쪽
111 (110) 탄핵 24.01.22 145 3 12쪽
110 (109) 아이 한명에 매달 오십만 원 24.01.21 142 4 12쪽
109 (108)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 24.01.20 146 4 12쪽
108 (107) 인구 유입 정책 24.01.19 154 5 12쪽
107 (106) 고령화 마을 +1 24.01.18 163 3 12쪽
106 (105)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24.01.17 175 4 12쪽
105 (104) 긴급 체포 24.01.16 178 4 13쪽
104 (103) 백악관 초청 24.01.15 169 5 13쪽
103 (102) 친일파 재산 환수 24.01.14 177 4 12쪽
102 (101) 교양과 강단 24.01.13 170 5 12쪽
101 (100) 학부모와의 대화 +1 24.01.12 170 5 12쪽
100 (99) 개헌 24.01.11 174 6 12쪽
99 (98) 믿음직한 파트너 24.01.10 167 3 12쪽
98 (97) 교권보호 24.01.09 166 5 12쪽
97 (96) 국민의 정의 24.01.03 173 5 12쪽
96 (95) 민원인들과의 대화 +2 24.01.02 175 5 13쪽
95 (94) 비선실세 24.01.01 175 6 13쪽
94 (93) 유일한 이웃나라요? 23.12.31 179 6 12쪽
» (92)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23.12.30 177 6 12쪽
92 (91) 안심부터 23.12.29 15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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