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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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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85
추천수 :
737
글자수 :
652,510

작성
24.01.1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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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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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98) 믿음직한 파트너

DUMMY



“이것 봐. 아직 정신 못 차리셨네. 이런 사립학교에서 학부모들 눈밖에 한번 나면 계속 선생질 못해요. 이제 막 부임해서 순진해서 이러신 건가?”


이 사람은 선생을 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내 솔직히 말하리다. 제 아버지가 4선 의원이예요.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죠? 그리고 이 학교 포함해서 학원재단 운영하는 이사장이 아버지와 막역한 사이라고.”


대단한 집안의 자식들이 많은 건 사실이었다.

담임을 맡은 아이들의 가족관계들을 보면 하나같이 깜짝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


“교육청에 민원 하나 접수돼도 선생들 인사고과에 치명타예요. 그런데 이런 사립학교는 거기까지 갈 것도 없지. 어차피 인사권자가 학교 이사장이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냥 차라리 자르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아, 혹시 선생님도 세상이 뭔가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지금 대통령이 막 나가니까 언젠가는 이런 자잘구레한 학교일까지 간섭할거다?”


그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하지만 실제로 예전에는 본 적 없을 정도로 바뀐 게 많으니까 막연하게 생각을 해본적은 있었다.


“꿈 깨요. 세상은 그리 쉽게 안 바뀝니다. 설사 지금 대통령이 뭐 우리나라를 뒤엎어놨다고 쳐요. 하지만 그래봐야 오년입니다. 미국처럼 연임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3년 차 째부터 슬슬 레임덕 올 거고, 그러고 나면 지금처럼 저렇게 설치는 것도 끝이라고.”

“...”

“어차피 세상은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돌아가게 돼 있어요. 아직 젊고 이상향이 높아서 세상 물정 모르는 것 같은데...”


학부모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학부모와 아이 담임의 상담 내용이 아니었다.

내내 똑같은 말이었지만.

한마디로 인생 쉽게 살고 싶으면 다시 태어나라는 말이었다.

다시 태어날 때는 가능하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야 이런 수모를 겪지 않을 거라는.


“그럼 말 잘 알아 들은 걸로 알고 오늘은 이만 가겠습니다. 그리고 가해자 애한테 괜한 고발 같은 거 당하고 싶지 않으면 찾아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전해주세요.”


딸아이 얼굴에 없던 상처가 생겼다며 전화로 온갖 항의를 하기 시작한 부장검사였다.


“당신 월급 우리가 주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전화하면 재깍재깍 잘 받으시고. 우리를 학부모가 아니라 고객이라고 생각을 하라고요.”


부장검사 학부모가 그 말을 하고 면담실을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정이 인사를 하기 위해 따라 일어설 때 면담 실 문 앞에 익숙한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연예인 같은 느낌이었다.

여기저기서 많이 보지만 실제로는 죽을 때까지 얼굴을 볼일이 없는 사람 같은.


“옛날이랑 학교가 많이 달라졌네요. 학부모를 이제 고객이라고 불러야 됩니까?”


대통령이 나타났다.



###



“거짓말이 아닙니다. 최근에 청와대 콜센터로 교권보호에 관한 문의전화가 급증했습니다.”

“그 문의전화 중에 저희 학교 선생님도 있었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답하고 보니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물어본다고 대답을 해주겠는가.


“청와대 콜센터를 만든 취지는 물론 교장선생님도 잘 아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정말 무작위로 학교 현장 시찰을 하신다고요? 저희 학교에 지금 들르신 건 우연입니까?”


뭔가 숨기는 게 많은 표정이다.


“맞습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무작위로 한 학급을 골라 찾아갔다.

공교롭게도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고.

하필 본인이 재직 중인 학교부터 온 저의가 궁금하긴 하겠지.


“그 학부모는 최근에 학폭 사건의 피해 아이 아버지입니다.”

“학폭요?”

“네. 애지중지 키우던 딸 아이가 동급생 다른 아이가 휘두른 연필에 얼굴에 상처가 생겼다고 합니다.”

“휘두른 연필에 얼굴을 다쳤다고요?”


초등학생이라고 그런 아이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네.”

“그런데 하필 피해 아이의 아버지가 현직 부장검사인 거고요?”

“... 그렇습니다만.”


가해자도 아니고 피해자의 집안이 저런 사람이라...

아이들끼리만 알고 있는 사소한 문제로 발생한 일인가?

조사를 해봐야 할 일이다.

일단은 오늘 이곳을 찾은 목적에 충실하자.


“알겠습니다. 학교 차원에서 알아서 대처를 하고 있겠죠. 일단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말씀드린 대로 현장시찰이라... 수업 참관을 좀 했으면 합니다만.”



###



아이들이 순진하기는 하다.

뒤에 대통령이 서 있는데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 부담스러운데.’


청와대로 교권보호에 대한 민원 접수가 최근 급증했다며 현장 시찰차원에서 왔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저렇게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아무 일도 안 생길 텐데.’


아이들이 순진해서 대통령을 무서워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대통령 앞에서 말썽을 피우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본능적으로 알 것이다.

자기들끼리 눈치만 보고 속삭이듯 얘기하고 있으니까.


“아야!”


하지만 이 또래 아이들은 통제가 쉽지 않은 존재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무슨 일이야? 왜 그러니?”

“선생님! 찬영이가 뒤에서 연필로 자꾸 찔러요!”

“뭐?”


소정은 바로 찬영이를 쳐다봤다.


“아니예요 선생님! 야, 내가 언제 연필로 찔렀다고 그래? 증거 있어?”

“증거?”

“그래, 증거 있냐고!”


초등학생들의 입에서 나올법한 단어가 아니다.

찬영의 기세등등한 대응에 비명을 질렀던 아이는 되려 주눅 들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찬영이 너 진짜 안 그랬어?”

“네 선생님. 저 진짜 억울해요!”


이게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교묘하게 남들을 많이 괴롭히는 아이라서 증거 같은 건 남기지 않는다.

이래서 당하는 사람이 억울하다는 말이 나오는 건가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러분. 친구들 괴롭히면 안 된다고 선생님이 여러 번 얘기했지?”

“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이답다.

설사 친구들과 다툼이 있었다고 해도 타이르면 잘 알아듣는다.

본능에 의해 저지른 의도치 않은 실수가 대부분이고 그런 건 교육으로 바로 잡을 수가 있다.


“스스로는 아무 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에 친구들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하면서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알았죠?”

“네!”


반장인 찬영의 목소리가 제일 크게 들리는 게 소정은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그 뒤에 아무 말 없이 보고만 있는 대통령은 더 신경이 쓰였다.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겠지?’


비슷한 사건이 반복된 정황만으로는 찬영이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물론 오늘 이 교실에 처음 들어온 대통령이 그것까지 알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건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이만 나가 보겠습니니다, 선생님.”


무려 대통령이면서 일개 초등학교 교사인 자신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한 대통령이 끝내 교실을 나서는걸 보면서 짐작은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



###



“요새 아이들은 참 발육 상태가 좋네.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겠던데요.”

“잘 먹고 잘 자니까요.”

“그러게요. 부족함 없는 세상인데 왜들 그렇게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만 다투는지 원...”


교실을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비서실장에게 반장이 저지른 일에 대해 말한 참이었다.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잘 하던데요.”

“안 그래도 혹시나 해서 알아봤습니다. 아버지가 사업을 크게 하더군요. 그래서 이 학교에 기부액도 상당하구요.”

“예전 태양건설 혼외자... 권기태라고 했던가요? 그 자식 생각이 나네요. 다들 배에 기름끼가 끼어서 그런가. 기름끼를 좀 빼줘야 되겠는데요.”


통계랑은 상관이 없지만 비만은 욕심과도 비례한다.

먹고 싶은 욕심, 그게 통제가 안 되는 거다.

본능을 조절하지 못하는 거고, 아까처럼 그런 일을 저질러도 주변에서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한마디로 어린놈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다는 뜻.


“그런데 왜 그냥 나오셨습니까?”

“선생님 보호차원이라고 할까요.”


문제점이 발견된 현장의 책임자.

무슨 일이 생기든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게 고과에 영향을 미치든, 감봉 같은 단순 징계든.


“어? 저거 뭡니까? 지금 수업 시간 아니예요?”


복도를 걷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바깥 풍경.

그곳에서는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다.



###



“안녕하세요, 이탄환 의원님.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늦은 시간 청와대 관저로 불렀다.

너무 바쁜 사람이어서 일과 중에는 시간을 도저히 낼 수가 없다고 들었다.


“많이 힘 드시죠?”

“늘 힘들죠.”


우리는 공통점이 있다.


“요즘 의미 있는 일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서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홀몸이라서요.”


둘 다 소속이 없다.


“그 마음 잘 압니다.”

“네. 대통령께서도 처음에는 무지하게 힘이 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축하라... 제가 지금 벌이고 있는 일들이 마음에 드십니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죠. 지금이 성장위주 달리기만 하던 칠팔십 년대도 아니지 않습니까.”


역시 통하는 바가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보자고 하신 이유가 따로 있으신 건가요?”

“있죠. 이 의원님께 부탁을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이탄환 의원이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 부탁요?”


조금 조심하는 모양새로 텐션이 바뀐다.


“아, 죄송합니다. 거래를 하자는 뉘앙스로 보인 모양이군요.”

“아닌가요?”

“정확하게는... 맞습니다. 서로 윈윈하는 거래죠.”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거라면 주고받을 생각은 없습니다만...”


핫한 초선의원이다. 겁도 없고 기세도 강하다.

부러질 지언정 결코 굽히지 않겠다는 소신도 있어 보인다.

외압에 굴하지 않은 든든한 배경만 있으면 금상첨화다.


“하하하.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였습니까?”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대통령께서 일은 잘하고 계시지만 주변에 편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요?”

“외로울 것 같습니다. 내편에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하실 것 같고요.”

“... 맞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일도 많이 벌여놨고 어떻게든 잘 해나가고는 있는데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유지를 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는요.”


내가 퇴임한 후가 문제다.

늘 그 고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국민들이 믿고 따르는 정부라도,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부라도 임기가 끝나면 그 뒤는 장담을 할 수가 없다.

오년 내내 열심히 일해서 기껏 갈고 닦은 기반도 엎어버리는 건 한순간이다.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을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지금 의원님이 추진 중인 교권강화에 대한 관련 법안 입법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지금 벌여놓은 일들, 앞으로 벌어질 일들도 그렇구요.”

“관련 법안 개정이나 입법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뇨. 그보다 크게 멀리 봐야 합니다.”

“그럼...”


뭘 얼마나 크게 벌일 거냐는 저 표정.

하지만 무슨 말을 하더라도 크게 놀라지는 않을 것 같다.


“헌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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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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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0) 대한민국의 주권 完 24.02.01 151 4 11쪽
120 (119) 고인 물은 썩기 마련 24.01.31 139 4 12쪽
119 (118) 군대는 군대답게 24.01.30 135 3 12쪽
118 (117) 그럼 직접 하실래요? 24.01.29 134 4 13쪽
117 (116) 혁신 24.01.28 134 4 12쪽
116 (115) 총선 24.01.27 142 3 12쪽
115 (114) 일왕의 사과 24.01.26 148 3 13쪽
114 (113) 침공 24.01.25 157 2 12쪽
113 (112) 생각의 차이 24.01.24 134 2 12쪽
112 (111) 같은 편 24.01.23 134 3 12쪽
111 (110) 탄핵 24.01.22 134 2 12쪽
110 (109) 아이 한명에 매달 오십만 원 24.01.21 133 3 12쪽
109 (108)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 법 24.01.20 138 3 12쪽
108 (107) 인구 유입 정책 24.01.19 145 4 12쪽
107 (106) 고령화 마을 +1 24.01.18 155 2 12쪽
106 (105)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24.01.17 166 3 12쪽
105 (104) 긴급 체포 24.01.16 170 3 13쪽
104 (103) 백악관 초청 24.01.15 162 4 13쪽
103 (102) 친일파 재산 환수 24.01.14 168 3 12쪽
102 (101) 교양과 강단 24.01.13 162 4 12쪽
101 (100) 학부모와의 대화 +1 24.01.12 163 4 12쪽
100 (99) 개헌 24.01.11 165 5 12쪽
» (98) 믿음직한 파트너 24.01.10 158 3 12쪽
98 (97) 교권보호 24.01.09 160 4 12쪽
97 (96) 국민의 정의 24.01.03 165 4 12쪽
96 (95) 민원인들과의 대화 +2 24.01.02 169 4 13쪽
95 (94) 비선실세 24.01.01 168 5 13쪽
94 (93) 유일한 이웃나라요? 23.12.31 172 5 12쪽
93 (92) 우리나라만 중요하죠 23.12.30 169 5 12쪽
92 (91) 안심부터 23.12.29 14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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