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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절륜무쌍 환관 위소보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대체역사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2.04.19 10:20
최근연재일 :
2022.06.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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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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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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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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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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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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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3쪽

황제를 대리하여

DUMMY

1


위소보가 곤녕궁에 도착해 이 태후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려 하니 아직도그녀는 자리보전하고 있었다. 그래서 위소보가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 편찮으십니까?”


위소보의 평범한 물음에 이 태후가 갑자기 사르르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 아니다.”

“그렇다면 왜......?”


“다 너 때문이지.”

“네?”

“너는 기억도 나지 않느냐? 어젯밤 내가 몇 번을 실신했는지.”

“아, 네.”


위소보가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자 그녀가 물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간만에 왕 공비 전을 찾아가 보았더니 대우가 형편 없었습니다.”

“어떻게?”

“아직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화롯불 하나 없이 지내는 것은 물론 환관과 궁녀 수도 여느 전각과는 달리 매우 적었습니다. 해서 제가 돈 1만 냥을 희사하고, 환관과 궁녀도 여느 전각과 마찬가지로 배치하도록 지시했사옵니다.”


“호호호......! 잘했다. 매우 잘했어. 너도 알다시피 왕 공비나 본 후나 일개 궁녀에서 황제의 승은을 입어 귀한 몸이 되지 않았느냐? 한데 그 아이와 나의 대우는 천지 차이로구나. 황제가 그 아이를 총애하든 안 하든, 대를 이을 원자를 낳은 아이니, 네가 잘 보살펴주거라.”


“마마의 그 마음을 잘 알기에 그렇게 조처했고, 미처 보살펴주지 못한 점은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그래. 앞으로도 잘 보살펴주거라.”

“네, 마마!”


“더 할말이 있느냐?”

“없사옵니다.”

“앞으로 삼일 밤은 찾아오지 마라. 몸살 나겠어.”

“네, 마마!”


곧 예를 표한 위소보는 그길로 곤녕궁을 나섰다.


* * *


어떤 사람은 살아 있지만, 그는 이미 죽었다.

(有的人活着, 他已經死了)

어떤 사람은 죽었지만, 그는 아직 살아있다.

(有的人死了, 他還活着)


이 말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 장거정일 것이다. 어쨌거나 장거정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 그래도 세상은 여일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다. 이는 특히 황제가 성심(誠心)을 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더욱 부지런을 떨었다.


장거정 사후인 만력 11년(1583년)부터 황제는 놀라운 체력과 정력을 보여주었다. 매일 정무를 처리하는 시간이 10여 시간에 달했고, 자주 한밤중에도 대신을 소견(召見)하기도 했다. 여기에 오늘 일은 오늘 했고, 절대 미루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이 년이 흐른 만력 13년(1585년), 초여름.

이 해에는 황도 북경 지역에 큰 가뭄이 들었다. 봄 내내 비 한 방울 오지 않아 식수가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러니 농사를 망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황제도 늘 근심에 싸여 한숨을 내쉬고 들이쉬더니 도저히 안 되겠는지 결단을 내렸다. 즉 기우제를 지내겠다는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일기예보가 있을 리 없고, 인공강우도 오게 할 수가 없었으므로 유일한 방법은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었다.


비록 이 방법은 반드시 영험하지는 않았으나 언제나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좋았다. 일반적으로 기우제를 지내는 사람의 작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또 정성을 다해 경건하게 지낼수록 모든 사람들이 비 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이 즈음에는 모든 시선이 황제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마침내 결단한 황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자신이 몸소 천단(天壇)에 가서 기우제를 지내되, 성의 표시를 하기 위해 천단까지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천단이 있는 남쪽 교외까지는 자금성에서 요즘 길이로 환산하면 장장 5km였다. 황제는 조금만 움직여도 대련을 타고 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5km를 걷는다고? 그것도 한쪽 다리가 더 길고 요통 환자인 사람이!


실로 하늘을 감동시키기 위한 황제의 성심이 이에 이르렀으니, 대신들이 함께 도보로 걷는 것은 당연했고, 온 백성들이 젊은 황제를 보기 위해 연도 변에 진을 쳤다. 즉 인산인해를 이루어, 이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콩나물시루에 콩나물이 가득 찬 형용이었다.


어쨌거나 이런 상태에서 황제를 호종(護從)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장인태감이요, 제독동창인 위소보로서는 간절히 말렸다. 그러나 끝내 황제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그리하여 기치창검 숲을 이루고, 의장(儀仗)이 십 리는 뻗친 가운데 황제는 고통 속에서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하여 무사히 천단 가까이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군중 속에서 불쑥 무리 지어 튀어나오는 자들이 있었다.


이에 위소보가 급히 소리쳤다.

“막아라!”

이에 황제를 호위하던 동창 소속 내관들이 달려나가고, 금의위 소속 고수들도 그들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런데 무리들의 무공이 심상치 않았다. 모두 한 가닥 하는 자들이라 동창과 금의위 고수들도 일시에 그들을 제압치 못하고 한동안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었다. 이 과정에서 위소보는 황제를 자신의 바로 뒤에 서게 하고 적극적으로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런 이때 동창과 금의위 고수들과 싸우고 있는 무리 중에서 갑자기 한 사람이 툭 튀어나왔다. 위소보가 보아하니 안면이 있는 자였다. 바로 회통표국에 취업한 음란서생이었던 것이다. 그를 본 순간 위소보로서는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저놈이.......”

그런 그때 갑자기 또 한 놈이 나타났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한 놈이 등장하는데 그 모습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빡빡 깎은 머리에 홍색 가사를 두른 모습이 절대적으로 중원의 중 모습이 아니었다. 추측컨대 서역승의 모습이었다.


그런 그자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동발(銅鉢)을 황제를 향해 날렸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얼마나 위맹하고 속도가 빠른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황제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에 황제를 지키고 있던 위소보가 소맷자락을 휘두르자 회전하며 날아오던 동발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


즉 막 도약해 하늘을 날고 있던 음란서생에게 향한 것이다. 이에 기겁한 음란서생이 급히 동발을 쳐나가는데 기척도 없이 등장하는 자가 또 한 명 있었다. 역시 홍색 가사를 입을 자로서 이자는 말라도 너무 깡말라 마치 젓가락을 보는 듯했다.


그런 자가 일 장을 쪼개내는데 그 장세가 흉험하기 짝이 없었다. 장이 미처 도착하기도 전에 도착한 경풍만으로도 모두의 옷자락이 휘날리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11자 공력의 위소보 앞에서는 한갓 미풍에 지나지 않았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무슨 사달이 벌어질지 몰라 위소보는 11성 전 공력을 장심에 모아 그대로 그자 즉 고목화상(古木和尙)에게 발출했다. 그러자 갑자기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일대에 진동했다.

펑........!


기음과 함께 멀리 하늘을 날아가는 자가 있으니 고목화상이었다. 위소보의 일장을 배에 맞아 이미 배가 터진 것은 물론 날아가면서도 오장 및 더러운 내용물을 쏟아내니, 기함 한 백성들이 이를 피해 서로 달아나려 일대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그러나 위소보로서는 이를 돌아볼 게재가 아니었다. 동발을 날린 자 즉 법륜왕(法輪王)을 주시하고 있는데, 그자는 최후로 회수한 동발을 황제에게 날렸다. 그리고 그대로 하늘 높이 비상했다.


이에 위소보가 다시 한 번 소맷자락을 휘두르자 쏜살같이 날아오던 동발이 방향을 틀어 법륜왕을 향했다. 그리고 채 촌각(寸刻)이 지나지 않아 허공에서 단말마의 외마디 비명이 사방에 울려퍼졌다.

“으악.......!”


이것이 발단이 되었다. 법륜왕이 생을 하직하는 것을 시작으로 달려들던 광명교 교도들이 일제히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런 무리 중에는 음란서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상태가 되자 지금까지 멍하니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첩형 왕안이 소리쳤다.


“추살하라! 모두 달려나가 추살하라!”

왕안의 명에 동창과 금의위 고수들이 막 추격을 시작하려는 그때였다. 위소보의 대갈일성이 천지를 떨어 울린 것은.


“멈춰라! 지금은 황상을 보호할 때지, 추살할 때가 아니다. 무리들을 발본색원하는 것은 훗날 해도 늦지 않다. 경거망동하지 말지어다!”

위소보의 벽력성에 무리를 쫓으려던 고수들이 속속 황제 곁으로 몰려들었다.


그러자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주저앉아 있던 황제가 비로소 안색을 회복하며 맨땅에서 일어나려 애썼다. 그런 그를 위소보가 부축하자 황제가 속삭이듯 말했다.

“어서 연을 대령하라!”


대련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황제가 언제 변덕을 부릴 줄 모르므로 행렬 중에는 빈 가마가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황제의 말에 위소보가 낮은 목소리로 간했다.


“황상! 지금은 위엄을 보일 때이옵니다. 만백성이 지켜보고 있질 않습니까?”

“걸을 힘이 하나도 없다. 하니.......”

“소신이 부축하겠사옵니다. 하니 소신에게 의지하여 천천히 나아가십시오.”


“알았다. 그렇게 하자구나.”

황제의 말이 끝나자마자 위소보는 자신의 어깨를 내주었다. 축골공을 운용해 그가 의지해 걷기 편하도록 한 채. 이에 그의 어깨를 빌려 한 걸음 한 걸음 옥보를 옮기며 황제가 속삭였다.


“네 무공이 언제 그렇게 고강해졌지?”

“황상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소신으로서는 무공을 익히는데도 한 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하루에 한 시진 이상 자본 적이 없사옵니다. 황상!”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황제는 실로 감격해 마지않았다.

“짐이 너의 충심을 과소평가한 모양이로구나. 짐 딴에는 색과 재물만 밝히는 줄 알았다.”

황제의 말에 내심 뜨끔한 위소보였지만 전혀 이를 내색하지 않고 답했다.


“황상의 말씀대로 그런 면도 있으나 한 가닥 붉은 단심(丹心)만은 진정이옵니다. 황상!”

“그건 전부터 느끼고 있으니 오늘날 네가 나 못지 않은 권력을 향유하고 있는 것 아니더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상!”

“그런 입에 발린 소리 그만하고, 하여튼 오늘 너의 행동으로 널 다시 보게 된 것만은 틀림없다. 너만이 짐의 유일한 보호자요, 지기다.”


“성은이......”

입에 발린 말이라는 말이 듣기 싫어 생략한 채 황제의 용기를 북돋았다.

“조금만 더 힘을 내십시오. 저기 천단이 보이지 않사옵니까?”

“그렇구나. 한데 갈 때는 연을 타고 가야겠어. 도저히 더 못 걷겠다.”


“그리하십시오. 그래도 어느 백성 하나 황상을 탓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옵니다.”

“그렇겠지?”

“네, 황상!”


이렇게 의붓아비와 아들은 서로 의지하며 천단까지 걸어가 마침내 기우제까지 정성껏 지내고 귀로에 올랐다.


* * *


이날 오후.궁으로 돌아와 진선을 마친 황제가 위소보를 자신이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곧 그를 배알하니 황제가 근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인태감도 연일 올아오는 상소 읽어보았지?”

“하루에도 수천 통이 올라오는 상소이옵니다. 어느 것을 말씀하시는 건지.......”


“산동(山東), 산서(山西), 호광(湖廣)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지방에 흉년이 들어 난리라는 지방관들이 올린 보고서를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장계에 의하면, 고성법(考成法)에 따라 어떻게 하든 올해의 세수를 다 거두어야 하나, 올해만은 융통성을 발휘하여 세수를 좀 낮추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지요.”


“그래, 바로 그거야. 한데 네 생각은 어떠냐? 어떤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느냐 말이다.”

“소신이 판단하기에는 세금을 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백성들은 굶주림으로부터 살아남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므로, 올해의 세수는 전액 면제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허허, 욕심이 사나워 모두 걷자고 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구나. 짐의 생각이 바로 네 생각과 같다. 하니 그렇게 비답을 내리고, 음.......”

잠시 생각하던 황제가 결단했는지 말했다.


“아무래도 올해는 백성들의 살림살이가 매우 궁핍할 것 같다. 그러니 실제의 상황이 어떠한지 네가 짐 대신 직접 살펴보고 보고하도록 해라. 그러니까 너를 흠차대신(欽差大臣)으로 임명할 것이니, 한발(旱魃)이 심하다는 지역을 두루 살펴보고, 직보하란 말이다.”


“알겠사옵니다. 황상!”

“언제 떠날 것이냐?”

“오늘 준비하여 내일 곧바로 떠나도록 하겠사옵니다.”

“그리 하도록 해라.”


이렇게 되어 위소보는 흠차대신에 임명되어 황제를 대리하여 순행(巡幸) 길에 나서게 되었다. 이를 위해 위소보는 떠나기 전 여러 조치를 미리 시행해 놓았다.


--------


작가의말

감사, 감사드리고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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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이어지는 기연(奇緣) +4 22.05.14 1,263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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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수양 공주 +5 22.05.11 1,219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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