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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절륜무쌍 환관 위소보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대체역사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2.04.19 10:20
최근연재일 :
2022.06.08 18:00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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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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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918

작성
22.05.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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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2쪽

황제의 여인과 위소보

DUMMY

2


장거정을 공격한 사람들은 한림원 편수(編修) 오중행(吳中行)과 한림원 검토(檢討) 조용현(趙用賢)이었다. 그 두 사람이 상소를 올려 장거정의 탈정을 탄핵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결코 고관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편수는 정칠품이고, 검토는 종칠품이었다. 이 두 사람은 글을 베끼는 일을 했고, 평소에 조회에 나갈 자격도 있지 않은 자들이었다. 이런 두 사람이 공격했다는 것은 내각 수보인 장거정으로 보면 쉽게 제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곤란했다. 왜냐하면 이 두 사람이 하필 장거정의 문생(門生)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오직 장거정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고르고 고른다는 것이 어찌 이런 배은망덕한 사람들을 골랐는가! 이는 스스로 발등을 찍은 꼴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쯧쯧 혀를 차며 위소보가 내심 이들을 어찌 처리할까 고심하고 있는데 또 다른 상소 두 통이 올라왔다. 곧바로 읽어보니 이 또한 장거정의 탈정을 탄핵하는 내용이었다.


형부 원외랑(員外郞) 애목(艾穆)과 주사(主事) 심사효(沈思孝)도 장거정을 탄핵하길, 그가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가 효도를 다했어야 한다는 내용을 떠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니 위소보로서도 심상치 않음을 알고 이를 장거정에게 그대로 전해주었다. 위소보로부터 자신이 탄핵당하고 있음을 안 장거정은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장장 30여 년 동안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거의 모든 적을 제거하고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랐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천하에 군림하고 있는 바로 이때, 자신을 제거하려는 자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네 명씩이나 출현하다니.


‘왜 이렇게 되었지?’

스스로 반문해 보고 그는 스스로 답을 찾았다. 위소보의 분석대로 황후의 사주도 있었겠지만, 근본 원인은 자신이 강력히 시행하고 있는 ‘고성법(考成法)’ 때문임을 알아낸 것이다.


고성법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서로 감시케 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버텨내지 못하게 한 제도였다. 여기에 언관의 입마저 틀어막았으니 독재적 발상이었다. 고성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아래와 같다.


[무안관(撫案官)이 지체하는 경우에는 해당 부(部)에서 그것을 들추고, 각 부원(部院)에서 숨기는 것을 용인하는 경우에는 과신(科臣)이 그것을 들추며, 육과(六科)에서 이를 속이고 은폐하는 경우에는 내각 대신들이 그것을 들추어 내겠다.(撫案官有延誤者, 該部擧之, 各部院有容隱者, 科臣擧之, 六科有容隱欺蔽者, 臣等擧之).]


이 말의 뜻인즉, 지방관이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으면 중앙의 각 부에서 관여하고, 중앙 각부에서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으면, 육과 감찰기구에서 관여하며, 육과 감찰기구에서 깔끔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내각에서 관여하겠다는 말이었다.


당금 조정의 제도에 따르면 중앙 각부에서 지방을 관리하는 것은 정상이었다. 급사중과 어사가 각부를 감찰하는 것도 정상이었다. 하지만 내각 대학사가 언관(言官)을 관리하는 것은 비정상적이었다.


언관의 입을 틀어 막아놓으니 무척 능률적이긴 했다. 그러나 그쪽에서 보면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었다. 어찌 되었든 일은 이미 터졌으니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곤란하게도 네 명 중 두 명이 자신의 문생이었다. 그래도 처리는 해야 했다. 심사숙고한 끝에 장거정은 위소보를 불러 말했다.

“금의위에 일러 곤장 때리는 연습을 열심히 하게 해주시오.”


위소보가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하니 서 있자, 장거정은 친절하게도 그 방법까지 세밀히 일러주었다. 곤장을 때리는 일 즉 정장을 집행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모두 금의위 소속이었고 그들이 모두 행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평소에도 늘 신체를 단련하고, 심지어 무공까지 익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손이 가는 대로 한 번 휘두르면 비석을 깨뜨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엉덩이를 터지게 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행할 수 있었다.


그런고로 만약 의외의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20대의 정장만으로도 사람을 때려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때로 의외의 일이 발생한다. 곤장 100대를 맞고도 죽지 않는 사람이 있었고, 한 대만 맞고도 죽는 사람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다.


곤장을 때리느냐 마느냐는 상급자가 결정할 일이지만, 어떻게 때리느냐는 금의위의 일이다. 따라서 정장의 정수(精髓)를 터득하여 한 대를 때려 죽게 하거나, 백 대를 때려도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된 훈련이 필요했다. 장거정이 일러준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벽돌 하나를 찾아서 그 위에 화선지를 깐 다음 몽둥이로 화선지를 세게 내려친다. 만약 화선지가 찢어지면 다시 시작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연습하여 화선지가 찢어지지 않고 벽돌이 다 부서지면 최고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만약 이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면 기본적으로 하산해도 된다. 당신에게 돈을 준 사람에게는 화선지를 때린다. 그러면 피부가 갈라지고 살이 터지지만 실제로는 연 조직만 손상될 뿐이어서 집으로 돌아가 약을 바르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돌봐줄 필요도 없고 사적인 원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벽돌을 때린다. 그러면 한 대를 때리면 표피는 온전하나 내부에 큰 출혈이 발생한다. 이렇게 목숨을 잃는 것은 절대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보탠다면, 당시 목을 베는 망나니(劊子手)도 연습은 필요했다. 이 역시 뛰어난 재능이 필요한 일로 조작방법은 볼기를 때리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평평한 고기 한 덩어리를 구한 다음 그 위에 화선지 한 장을 깔고 칼로 화선지를 다져서 아래에 있는 고기를 잘게 다지고도 위에 있는 화선지가 파손되지 않게 하면 그것은 최고의 경지에 이른 셈이다.


이것을 연습함에 있어서도 깊이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만약 돈을 준 사람이라면 한칼에 바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고통이 있을 수 없다. 돈을 주지 않은 사람에게는 손이 가는 대로 칼을 한 번 휘두르기 때문에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통을 당하다가 죽는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많은 돈을 뇌물로 안겨준다면, 겉으로는 피범벅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큰 혈관은 전혀 손상이 없어 들고 돌아가서 며칠 치료를 하고 나면 목이 비뚤어지는 후유증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살 수도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장인정신이라 할 것이다. 무슨 포정해우(庖丁解牛)니 뭐니 하는 것은 목을 베는 일이나 볼기를 때리는 일과 비교했을 때 사실 보잘것 없는 것에 불과했다.


형장으로 끌려가서 죽여도 죽지 않고, 때려서 피부가 갈라지고 살이 터져도 별일이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장인정신에 따른 기술인 것이다. 위에서 ‘포정해우(庖丁解牛)’라는 말이 있다.


‘포정(庖丁)이 소를 잡는다’라는 말이다. 포정이 ‘문혜군(文惠君)’을 위해 소를 잡았다. 손을 대고 어깨를 기울여 발로 누르며 무릎을 구부리면서 칼질을 하는 동작이 모두 음률에 맞아떨어졌다.


마치 춤을 추거나 음악을 연주하듯 했다. ‘문혜군’은 감탄하며 말했다. “아, 훌륭하구나. 기술이 어찌 이렇게까지 뛰어날 수 있는가?” ‘포정’이 칼을 놓고 답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도(道)입니다. 기술(技)보다 더 나아간 경지이지요.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는 오로지 소만 보였습니다. 3년이 지나자 이제 소를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정신으로 소를 대할 뿐 눈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감각을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을 멈추면 마음이 움직이게 됩니다.


하늘의 이치에 따라, 칼을 큰 틈에 밀어 넣고 큰 결을 따라 움직이면 됩니다. 그것은 원래 그렇게 되어있는 것이니, 칼끝이 힘줄이나 뼈를 건드려본 적이 없습니다. 솜씨 좋은 소잡이가 해마다 칼을 바꾸는 것은 힘줄을 가르기 때문이며, 보통의 소잡이가 달마다 칼을 바꾸는 것은 뼈를 자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의 칼은 19년째 쓰면서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지만, 칼날은 숫돌에서 새로 꺼내온 것과 같습니다. 뼈마디에는 틈새가 있으나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 없는 것을 틈새에 넣으면 빈 공간이 넓어서 칼날이 놀아도 여유가 있습니다. 그러니 19년이 되어도 칼날이 방금 숫돌에서 나온 것과 같은 겁니다.”


소를 잡는 백정도 매일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도(道)의 경지에 오른 것을 보여주는 예화다. 이 말을 현대 말로 바꾸면 ‘1만 시간을 투자하라!’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분야에서 뛰어난 최고수가 되어 업적을 이루게 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장거정이 그 방법까지 일러주는 데에야 위소보로서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금의위 중 일부를 선발하여 밤낮으로 맹렬히 그 기술을 익히고 있는데 마침 황제의 판결이 떨어졌다.

[오중행과 조용현은 정장 80대, 애목과 심사효는 정장 60대를 집행하라!]


위에서 장거정의 문생인 오중행과 조용현은 괘씸죄가 적용되어 형벌이 더 무겁게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암암리에 장거정이 위소보에게 부탁하고, 위소보는 또 금의위 정장 기술자들에게 지시하니, 그 집행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애목과 심사효는 정장 60대 곤장을 비록 맞았지만, 하마터면 현장에서 죽을 뻔했고, 밤낮으로 치료를 해서야 겨우 살아났으나, 장장 6개월 동안 휴양을 하고나서도 평생 동안 지팡이를 짚고 살아야했다.


하지만 오중행과 조용현의 두 문하생은 달랐다. 두 사람은 곤장을 맞은 후 비록 온몸에 상흔이 심하고 원기가 크게 상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 1개월을 치료한 후, 침대에서 일어나 걸어 다닐 수가 있었다.


* * *


네 사람의 볼기를 쳤으나 시비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후에도 장거정을 공격하는 사람은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지를 않았다. 분상(奔喪) 즉 먼 곳에서 친상(親喪) 소식을 듣고서도 급히 집으로 돌아가야 하거늘, 이를 행하지 않은 장거정은 짐승만도 못하다는 등의 말도 등장했다.


이렇게 되니 아직까지는 장거정을 아끼고 있던 황제를 진정 화나게 했다.

[감히 내각수보를 곤경에 빠뜨리는 자는 모두 파면할 것이다! 또 감히 장거정의 탈정을 공격하는 자는 때려죽여도 무방하다!]


비로소 장거정을 탄핵하는 상소가 올라오지 않았다. 우르르 떼 지어 몰려드는 사람들 속에 진정한 사내대장부는 소수였고, 겁쟁이가 대다수였다. 원래 욕을 한 것은 바로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가는 손해 보는 정도가 아니라 목이 잘리게 생겼다. 그러니 모두가 탄핵을 멈춘 것이다.


그러나 장거정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단지 겉모습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나라를 위해서 매우 많은 일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매우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다.


따라서 어느 날 그가 조금이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사람들에 의해 타도되어 땅에 쓰러져 영원히 몸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의 말로(末路)는 그 전의 어떤 사람보다도 비참할 것이다.


서계(徐階)는 진저리가 나자 퇴직을 할 수 있었고, 고공(高拱)은 실각하여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자신이 실패한다면 퇴직할 수도 없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유일한 결말은 패가망신하는 것이고, 심지어는 죽어서 묻힐 땅도 없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서 분골쇄신한다고 했지만, 결말은 이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임에 장거정은 매우 슬펐다. 그래서 그는 근래 더욱 가까워진 위소보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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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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