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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절륜무쌍 환관 위소보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대체역사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2.04.19 10:20
최근연재일 :
2022.06.08 18:00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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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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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918

작성
22.05.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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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이어지는 기연(奇緣)

DUMMY

1


“잡념을 버려라!”

“네, 사부님!”

답한 위소보는 사부의 말대로 잡념을 지우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기 위해 애썼다.


그런 그에게 설삼 한 뿌리가 입에 물려졌고, 위소보는 이를 으적으적 씹어먹었다.

‘만년설삼 맞아? 인삼과 별로 다를 게 없는데?’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뱃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은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그 순간, 사부의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어서 운공해!”

“네, 사부님!”


입을 달싹여 작게 대답한 위소보는 이때부터 세수경 내의 운공심법을 열심히 운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뜨겁게 느껴졌던 열양력이 온몸에 골고루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밥 한 끼 먹을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위소보는 자신의 입에 또 무엇이 물려지는 것을 느꼈다.


“꼭꼭 씹어 삼키고, 어서 조식 계속해!”

답할 수 없어 위소보는 사부의 엄명대로 만년설삼을 씹어 삼켰다. 그리고 다시 운공조식에 매달렸다. 그러길 또 일식경이 지나자 뜨거운 열양력이 모두 소화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위소보는 천천히 눈을 떠 반개했다. 그런 그에게 사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의 내공은 기존 1갑자에서 2갑자 공력이 추가되어, 이제 3갑자가 되었다. 따라서 내공 면에서는 천하에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가 되었느니. 하나. 이는 상승 무공을 익히기 위한 기초일 뿐, 절대 자만해선 안 될 것이니라. 알겠느냐?”


사부의 엄숙한 목소리에 위소보가 급히 대답했다.

“네, 사부님!”

“지금부터 독고구식에 대해 강론하겠다. 잘 들어라.”

“네, 사부님!”


“한 번도 져본적이 없었다는 독고구검은 총 9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고구검은 앞으로 나아가는 초식만 있을 뿐, 뒤로 물러나는 초식은 절대 없다. 즉, 매초식마다 모두 공격하는 것이고, 적으로 하여금 부득불 수비를 하도록 만든다.”


“그러니까 독고구검의 검의(劍義)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선발제인(先發制人)’이다. 선발제인은 ‘먼저 행동하여 남을 제압한다’라는 뜻이다. 이는 곧 기선을 제압하여 승리한다는 얘기다. 이는 세상 모든 무공에 초식이 있고, 초식이 시작되는 기수식(起手式) 단계에서 제압해버린다는 것이다. 적의 무공이 아무리 고명해도 초식이 있기 마련이니, 초식 중의 빈틈을 찾아내 먼저 공격하면 적을 제압할 수가 있다라는 말이다. 알겠느냐?”


위소보가 힘차게 대답했다.

“네, 사부님!”

사부의 강론은 계속 이어졌다.


“다시 말하지만 독고구검은 방어초식이 일절 없고, 오로지 공격을 통해 적을 압도하며,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강해지는 것은 어떠한 초식이든 일말의 조짐이 존재하며, 그 조짐을 보고 초식을 짐작하여 먼저 손을 쓰기 때문이다. 초식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초식이 나오는 관계로,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강해지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독고구검은 손이 곧 검이라는 검종의 무검승유검(無劍勝有劍)과 일맥상통하는 묘리를 보여준다 할 것이다.”


“한데 독고구검에는 9초식이 기록되어 있다.”

“무초식이라면서요?”

“그런 경지까지 되기 위한 공부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무슨 뜻인줄 알겠습니다.”

본격적인 사부의 초식강의가 시작되었다.


“제1식은 총결식으로 심법총강(心法總綱)이 기록되어 있다. 제2식은 파검식(破劍式)으로 천하 각 문파의 검법을 파해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제3식은 파도식(破刀式)으로 각 문파의 도법을 파해하는데 사용한다. 가벼움으로 무거움을 제압하고, 재빠름으로 느림을 제압한다(以輕御重, 以快制慢)는 운용의 묘리도 기재되어 있다.”


“제4식은 파창식(破槍式)으로 창 계통의 장병기를 제압하는 초식이다. 제5식은 파편식(破鞭式)으로 철편 계통의 단병기를 제압하는 초식이다. 제6식은 파삭식(破索式)으로 삼절곤, 어망 등의 연병기를 제압하는 초식이다.”


“제7식은 파장식(破掌式)으로 권법, 장법, 조법, 지법, 권각법 등을 맨손으로 검을 든 모습과 같은 자세를 취해 제압하는 초식이다. 제8식 파전식(破箭式)은 검을 든 자세를 취해 모든 암기를 쳐서 쓰러뜨릴 수 있으며, 상대의 힘을 빌려 공격하고 암기를 되돌려보낼 수 있다는 묘리가 기술되어 있다. 제9초 파기식(破氣式)은 정신으로서 상승내공을 가진 적을 제압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이명지 존호일심(神而明之, 存乎一心’이라. 정신이 맑아야 하고, 한마음으로 상대해야 함이니라.”


사부의 지도는 계속되었다.

“명심할 것은 독고구검의 9초식을 익히되, 익힌 후에는 반드시 버려야 상승공부가 가능할 것이니라. 독고구검에서 언급하는 무초의 묘는 초식이 없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즉 무초승유초(無招勝有招)의 목적은 적의 초식을 파해하되, 적에게 깨어지지 않는 초식을 만들어내는 데 있고, 결국 무초의 묘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초식의 창조에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독고구검은 무초라서 적이 천 초식이면 천 초식, 적이 만 초식이면 만 초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알겠느냐?”


“네, 사부님!”

“일단 9식을 익히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내게 질문하도록.”

“감사합니다. 사부님!”


“이 정도 명강의면 이 사부가 만년설삼 한 뿌리쯤은 취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사부님!”

진심에서 우러나 답하는 제자를 보고 빙긋 웃은 풍보가 곧 축객령을 내렸다.


“이만 가봐라.”

“오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사부님!”

“쓸데없는 소리. 어서 가봐.”

“네, 사부님!”


곧 예를 표한 위소보는 그 길로 양심전을 빠져나왔다.


* * *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위소보는 욕심이 났다. 원래 만년설삼을 가져간 이유는 두 뿌리는 사부에게 주고 한 뿌리는 자신이 복용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사부가 보는 앞에서 그 약력을 안전하게 소화하자는 것이 본래 그의 뜻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사부는 그에게 두 뿌리를 복용시켰고, 그 결과는 과도한 약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무난히 이를 소화시켰다. 그러자 이는 곧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그는 돌아오자마자 공청석유가 든 푸르른 옥병을 찾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마개를 따, 흰 우유 빛깔의 공청석유 두 방울을 조심스럽게 복용했다. 그러자 달면서도 신 이상한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있으니 속에 찬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에 위소보는 급히 자리에 앉아 운공 삼매경에 들어갔다.


그러길 일다경.

그의 신체에서 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 3개의 꽃봉오리와 같은 환영이 피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오색 영롱한 다섯 개의 환(環) 즉 고리가 피어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는 곧 삼화취정(三花聚頂), 오기조원(五氣朝元)의 경지로 내공이 최고 경지에 이르렀음을 뜻하는 것이다. 즉 5갑자 이상의 공력을 지닌 자만이 발생하는 현상인 것이다.


이는 마치 화로의 불이 뜨거워지면 파란색으로 변하듯(爐火純靑) 내공의 경지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무튼 세 개의 꽃봉우리와 다섯 개의 환이 피어나 위소보의 머리 위를 한동안 빙글빙글 돌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위소보의 입으로 하나둘씩 빨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 모든 것이 아무일 없었던 듯 자취를 감추자 위소보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 그런 그가 마침내 성공했다는 기쁨에 ‘야호!’ 외마디 탄성과 함께 공중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그 결과 그는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5갑자에 이르는 공력을 채 인지하지 못한 탓에 머리가 천정에 부딪치는 불상사를 당한 것이다. 이에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위소보가 투덜거렸다.

“공력이 센 것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군. 잘못 조절하면 박 터지게 생겼어.”


그런 그를 누가 보았다면 복장 터져 죽을 것이나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하여튼 기쁨도 잠시 다시 한 번 운공 삼매경에 빠진 위소보는 이내 깨어나 달게 잤다.


아무튼 이로써 위소보는 대자연으로부터 스스로 진기를 받아들일 수 있고, 한서(寒暑)가 불침하는 경지에 이른 것은 물론 진기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 * *


다음날 새벽.

위소보는 본격적으로 무공에 재미를 붙여 평소 안 하던 새벽 수련을 건청궁 뜰에서 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위소보가 행하고 있는 무공은 화산파의 입문 무공이었다.


독고구패는 9초식을 제대로 익히려면 화산검법의 기초무공을 완전히 익혀야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언급하며, 친절하게도 화산파의 기초무공은 물론 고급 무공에 이르기까지 모두 도해(圖解)와 함께 기록해 놓았다.


따라서 그림 설명만으로도 충분했으므로 위소보는 아침부터 입문 무공인 창송영객(蒼松迎客)에서 시작해 백홍관일(白虹貫日) 즉 흰 무지개가 해를 꿰뚫는 형상을 연습하고 있는데 이를 지켜보는 한 그림자가 있었다.


위소보의 기합 소리에 뛰쳐나온 풍보였다. 그런 그가 눈을 빛내며 위소보가 행하는 무공을 한참 지켜보다가 갑자기 지붕에서 뚝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위소보가 기민한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괴한으로 착각해 사부를 공격한 것이다.


“이놈이......!”

풍보가 노해 부르짖자 위소보가 즉시 공격을 멈추고 당황한 빛을 띠었다.

“사, 사부님!”


그러나 사부의 반응은 의외였다.

“하하하......! 이제 반응이 제법이로구나!”

위소보가 사부의 칭찬에 헤픈 웃음을 지었다.

“헤헤헤, 괜찮았습니까? 사부님!”


그러나 사부의 반응은 언제 그랬냐는 듯 냉엄했다.

“아직 멀었다.”

“네?”

“네가 전개한 마지막 초식 백홍관일의 초식 상에서 말이다.”

“네, 사부님!”

“검 끝을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느냐?”

“그렇습니다.”

“만약 그 상태에서 기세를 살려 검을 내려치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와 마찬가지로 독고구검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화산검법의 초식을 쓴다고 하더라도 임의대로 휘두를 수 있을 때, 새로운 초식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결국은 화산검법이되, 화산검법이 아니게 되는 것이니라. 이제 그 묘리를 이해하겠느냐?”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사부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부지런히 수련해야만 일정 경지에 이르는 것이니,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마라.”

“명심하겠습니다. 사부님!”


위소보가 미처 예를 표하지도 못했는데 풍보의 신형은 표홀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 * *


이날 오후.

사부는 황제에게 말하고 잠시 짬을 내 어제의 그 동혈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옆의 동굴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명의 선승(禪僧)이 좌화(坐化)해 있었다. 즉 앉은 채로 입적(入寂)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다름아닌 소림의 전대 장문인 혜각(慧覺) 선사였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남긴 것은 하나의 염주와 죽간이었다. 염주는 손목에 차는 작은 염주인 합장주(合掌珠)였다. 27주(珠)였다.


아무튼 죽간과 27주를 가지고 나온 위소보는 전과 달리 사부 풍보를 찾지 않았다. 그대신 이후 그는 열심히 학문에 정진했다. 새벽에는 무공을 익히고 밤에는 글을 익히며 세월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그가 하루는 궁을 나왔다. 물론 황제로부터 외출 승인을 받고 나온 것이다. 회통표국으로 향하는 그의 곁에는 무공 고수 마당이 측근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


작가의말

감사,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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