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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절륜무쌍 환관 위소보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대체역사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2.04.19 10:20
최근연재일 :
2022.06.08 18:00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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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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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918

작성
22.05.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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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3쪽

권력의 정점에 오르다

DUMMY

1


장거정이 찾아와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지만 위소보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순 없었다. 그래서 ‘이제 탄핵하는 글도 올라오지 않고,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만 하면 될 것이다’라는 말로 위로해 돌려보냈다.


그 위로도 헛수고가 된 것인가? 그로부터 채 석 달이 지나지 않아 돌연 장거정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만력 10년(1582년) 6월 20일이었다.


명 제국의 내각 수보이자 상주국(上柱國)이며 정일품 태사(太師) 겸 태부(太傅)인 중극전(中極殿) 대학사 장거정이 죽었다. 당시 나이는 58세, 시호(諡號)는 문충(文忠)이었다.


장거정이 죽자 황제는 매우 비통해했다. 필경 한 사람이 자기를 그렇게 모시고, 그렇게 많은 일을 했으니 감정 없기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십분(十分:매우) 비통해했다. 며칠간 비통해하며 조회조차 나가지 않을 정도로.


비통한 끝에 황제는 장거정의 가족을 위로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또 장중한 추모 활동을 거행했다. 그리하여 짧은 시간 내에 전국 방방곡곡이 모두 애도의 소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위소보의 처지는 그들과는 달랐다. 왜냐하면 장거정이 돌연사했기 때문이었다. 죽음 직전까지도 장거정은 건강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 제독동창으로서는 이 죽음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뒷조사를 행해야 했다.


그 절차는 당연히 황제에게 품신하고, 이 태후에게도 고한 후 동창과 금의위를 총동원하여 의문의 죽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갔다. 그 결과 장거정의 시신에서 극독을 발견했다. 이는 손 쓴 자와 배후가 있다는 소리. 여기에 초점을 맞춘 조사가 계속되었다.


그 결과 태의 한 명이 독을 쓴 사실이 드러났고, 그를 모질게 고문한 끝에 왕 황후 즉 왕희저의 지시가 있었다는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 결과를 이 태후와 황제에게 보고하니 둘의 반응이 각기 달랐다.


이태후는 ‘내, 그년이 설치고 다닐 때부터 그럴 줄 알았다’며 펄펄 뛰었다. 그러나 황제의 반응은 ‘설마?’였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위소보는 강단있게 밀고 나갔다. ‘직접 추국해 보시라’고. 그제야 황제도 믿었다.


그리하여 왕 황후는 궁에서 축출되어 서민이 되었다. 황제로서는 차마 총애했던 그녀를 죽이진 못했던 것이다. 더하여 황후의 자리도 공석으로 남겨두었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었지만, 솔직히 이 모든 것은 위소보가 이 태후와 짜고 조작한 것이었다.


위소보 자신이 왕 황후로부터 미움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일찌감치 제거해 버린 것이다. 이에 비해 이 태후가 짝짜꿍이 된 것은 왕 황후가 상소문을 직접 챙겨보는 등 정치 일선에 나선 것은 물론 아들을 자신으로부터 빼앗아 갔다는 피해망상이 그녀에게는 항상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부가 되어 홀로 어떻게 기른 아들인데 며느리랍시고 뒤늦게 들어와 아들을 자신의 품에서 빼앗아 간다는 말인가! 꿈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모든 것이 종합되어 그녀는 오래전부터 왕 황후를 제거할 결심을 굳혔고, 이를 은연중 정부에게 토로했다. 그러자 한배를 탄 동지답게 기둥서방 위소보는 필경 오늘날 그녀의 편이 되어 왕 황후를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 외에도 그녀를 제거한 데는 이 태후의 출신 배경도 한몫했다고 할 것이다. 그녀의 원적은 산서(山西)였고, 출신은 비천했다. 집안이 비록 장사를 했다고 하지만 밥벌이를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예쁘게 생겨 황제에게 선택되어 아들까지 낳았다.


이후에도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늘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흥정을 하는 등 사회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에, 궁 안에서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잘 처리했고, 인간관계 역시 좋았다. 때문에 출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눈으로 보았을 때 장거정은 극히 이용가치가 높은 사람이었다. 그는 계책이 뛰어나고 판단을 잘했으며 정무 능력이 지극히 강했다. 게다가 그녀의 남편인 융경 황제는 사람 됨됨이가 착실하고 소심하여 일을 두려워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늘 환자여서 언제 발을 쭉 뻗고 숨을 거둘지도 모를 일이었다.


비록 이 태후가 총명하고 유능했으며 상당한 정치적 야심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한계도 잘 알고 있었다. 중국은 매우 넓고 일은 매우 복잡하여 세금을 거두고 전쟁을 하며 도시를 관리하고 재난을 구제하는 것 같은 일들은 자기가 할 수가 없고, 대신에게 의존하여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장거정 이 사람은 일을 출중하게 잘했을 뿐만 아니라 얼굴도 잘생긴 사람이었다. 당연히 이 잘생겼다는 말의 정의는 오늘날과는 달랐다. 명대에 긴 수염은 멋진 미남의 첫 번째 특징이었다. 구레나룻은 쳐주지 않았다. 그것은 토비(土匪)의 특징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표준에 부합한 것은 관운장의 그것으로, 바람에 휘날려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먹물을 찍으면 글을 쓸 수도 있어 매우 실용적이었다. 장거정은 용모가 단정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러한 수염까지 가지고 있었다.


능력도 있고 용모도 잘생겼기 때문에 이 태후가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는 정말로 사리에 맞지 않았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이 과부는 장 수보를 잘 이용하여 오늘날까지 큰 풍파 없이 나라를 안정되게 이끌어 왔다.


그런데 이 태후를 떠받치던 기둥이 돌연 죽었으니 왕 황후가 황제의 총애를 믿고 더 날뛸 것은 자명한 사실. 그랬기 때문에 이 태후와 위소보는 서로 짝짜꿍이 되어 그녀를 제거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무튼 이런 가운데에서도 황제는 장거정의 가족을 위로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또 장중한 추모 활동을 거행했다. 그리하여 짧은 시간 내에 전국 방방곡곡이 모두 애도의 소리로 가득 찼다. 그러나 그것도 4개월이 지나자 이상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즉 12월이 되자 장거정를 탄핵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장거정을 감싸고 돌았던 풍보부터 탄핵하는 상소가 먼저 올라왔다. 소위 ‘20대 죄목’으로 고발한 것이다.


사실 이 당시 조정에서 가장 질투와 미움을 받는 사람은 풍보였다. 장거정은 어쨌든 한림 출신이었고,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위로 올라온 사람이었다.


반면에 풍 태감과 같이 한걸음에 하늘까지 오른 사람은 뒷배가 단단하지 않으면 일찍이 침 튀기는 언관들에 의해 익사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장거정이 죽었다.


하지만 풍보는 아직도 매우 침착한 듯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 풍보는 늘 어린 황제와 함께였고, 만력도 그에 대해 매우 친밀하고 다정스러워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단지 그를 큰 뚱보라고 부르는 등 관계가 상당히 좋았다.


따라서 그는 설령 비바람이 천지에 가득해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하늘에 변괴가 발생했다. 어떤 사람이 그의 20대 죄를 고발한 것이다.


며칠 후, 황제는 고발 서신 위에 일필휘지로 결론을 써내려갔다.

[풍보는 황제를 속이고 나라를 좀먹어 그 죄악이 아주 심하다.]

풍보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여 즉시 졸도했다.


나라를 좀먹었다는 것은 비록 허튼소리였지만 황제를 속였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사실 줄곧 그는 만력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 중 두 번째에 해당되었다. 장거정 다음이 바로 그였다. 왜냐하면 풍보는 줄곧 황제가 가장 미워하는 일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고자질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권력을 장악한 후 풍보는 두 번째 집사로 자처하며 무릇 황제에게 무슨 경미한 변화나 사고가 있어도 제일 먼저 이 태후에게 알렸다. 무슨 귀뚜라미 싸움을 붙였다거나 고무총을 쏘았다는 것 등이 그것이었는데, 술에 취해 사고를 친 그때를 포함하여 모두 그가 고자질한 것이었다.


풍보는 이렇게 큰 사고를 치고도 뜻밖에 아직도 이렇게 맹목적으로 낙관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한 사람이 관리 생활을 오래 하다가 보면 멍청하게 되고, 일련의 착각을 일으켜 스스로 너무 좋은 것으로 느끼며, 최후에는 흐리멍덩하게 되어 끝장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 자기와 함께 놀아준 점을 보아서 황제는 한 수를 남겨두어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 편히 쉬도록 하고 그의 목숨만은 앗지 않았다.


아무튼 이로써 장인태감 자리가 공석이 되었고, 이 자리는 마땅히 서열 이인자였던 위소보의 차지가 되었다. 그러나 위소보로서는 결코 즐겁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임명장을 받는 순간 그는 자신의 목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풍보가 당하는 것을 보면 자신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까닭이었다. 그렇지만 낙천적인 위소보는 그런 생각은 곧 지워버렸다. 정 아니다 싶으면 자신의 고강한 무공으로 튀면 된다고 생각하곤 이후 그런 생각은 아예 접었다.


풍보가 제1탄이었다. 다음 화살은 죽은 장거정을 겨누었다. 풍보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장거정을 탄핵하는 글이 또 다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해가 바뀐 만력 11년(1583년) 정월. 섬서도(陝西道) 어사 양사지(楊四知)가 갑자기 반기를 들고 상소를 하여 장거정의 14대 죄를 탄핵했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대신이 한꺼번에 떼 지어 몰려들어 장거정을 오륙 세에서부터 시작해 56세까지의 일을 들추며 매일 욕하고, 날마다 시끄럽게 떠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뒤질까 두려운 듯.


이렇게 장마철 논바닥 개구리 떼처럼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을 황제는 결코 사양치 않았다. 이제 자신이 그의 그늘에서 벗어날 때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는 즉시 장거정의 태사(太師) 등 모든 직무를 박탈하고, 그의 문충(文忠)이라는 시호마저 취소했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황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장거정의 가산을 몰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유는 단지 두 가지였다. 분노, 그리고 탐욕이 그것이었다.


황제가 어렸을 때, 장거정은 늘 그에게 한 가지 요구를 했다. ‘근검절약 하라!’는 것이었다. 매년 설을 쇨 때마다 황제는 몇 차례 연회를 열고 싶었으나, 장거정은 그때마다 나라가 어려우니 마땅히 절약하고 검소해야 한다고 말했고, 황제 또한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제는 또 의장(儀仗)을 삼엄하게 하여 위풍을 과시하고 싶었으나 장거정은 그러한 수작은 단지 나라의 자원을 낭비하는 것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황제는 또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됐든 장거정이 죽기 전에는 황제에게 어떠한 불만이 있었든지 간에 그것은 업무의 문제였다. 하지만 적발과 폭로가 연일 진행되자 황제는 장거정이 매우 사치스럽게 생활을 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잘 먹고 잘 마셨고, 또 문을 나설때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사치스러운 기세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32명이 드는 가마도 가지고 있었다. ‘나로 하여금 아껴 먹고 아껴 쓰라고 하고는, 너 자신은 편안한 나날을 보냈다고? 환장했구나!’


분노 뒤는 바로 탐욕이었다. 황제 폐하도 필경 돈은 써야 했다. 그런데 여러 해를 저지당했으니, 발산하지 않으면 정말로 자신에게 미안했다. 가산을 몰수하면 분노를 발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었다. 그러니 왜 기꺼이 몰수하지 않겠는가?


만력 11년 2월, 가산 몰수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사실 가산 몰수도 별것 아니었다. 가산을 몰수당한 사람도 매우 많았다. 재수가 없으면 가산을 몰수당했고, 몰수가 끝나면 그만두었다.


그러나 장거정의 이번 가산 몰수는 결코 간단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한바탕의 에누리 없는 참극이었고, 잔인무도한 인간 지옥이었다. 2월 말, 도찰원의 구순(丘橓)이 북경에서 출발하여 장거정의 고향 집인 형주로 가서 가산을 몰수했다.


원래는 별것도 아니었다. 사람이 도착하여 몰수하면 되었다. 하지만 째진 북은 결국 아무나 치게 마련이라는 말처럼, 관리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 우물에 빠진 것을 보고, 돌멩이 하나를 더 던지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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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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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권력의 정점에 오르다 +5 22.05.30 1,03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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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황제의 여인과 위소보 +4 22.05.27 1,101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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