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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23.12.03 18:10
최근연재일 :
2024.02.1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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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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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 엿보는 자, 스코페우스

DUMMY

한현신은 양치질하며, 거울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메일을 살폈다.


평생, 수신 거부를 수없이 눌렸는데도, 요즘도 스팸 메일이 섞여 있다.


성실하게 삭제 버튼과 수신 거부를 누르다가, 손가락을 멈췄다.


‘초음파 뇌 신경 모니터링 장비와 샛별침 경로의 일치도 개선을 위한 메타 방정식.’


거창한 제목이었다.


발신자는 슬기찬.


클릭해보니,


PDF 파일 수십 장의 문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어제 아니었나?’


슬기찬이 아버지의 검사 데이터를 받아 갔던 날이,


하룻밤 사이에 이런 걸, 해낸다고?


그는 칫솔을 입에 물고 문서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



문서를 프린트했다.


1년에 한 편 이상 논문을 쓰기에, 통계학에 익숙했고, 유전학의 스키마 연산도 이해하지만,


슬기찬이 보낸 내용은 낯선 수식이 많았다.


아랍어로 된 수학책 같았다.


어둠 속의 빛처럼, 그의 눈길을 끄는,


빛나는 부분이 있었는데, R^2로 표시된 결정계수 값이었다.


R^2 > 0.95


0.95보다 크다는 건데.


샛별침 경락 경로 분석만으로 95% 이상 설명력과 예측력을 갖는다는 뜻이었다.


한현신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비볐다.


이게 진짜라면,


이건 혁명이다.


기혈 진맥으로 뇌 신경 이상과 예후를 95% 이상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꿈의 경지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만, 살아서 직접 볼 줄은 몰랐다.


메일에는 업그레이드 파일도 첨부되었는데, 포스 채널이 사용하는 알고리즘 패치 파일이었다.


‘이걸 하룻밤 사이에 했다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슬기찬의 정체는 뭘까? 머리가 짧고, 절도 있는 동작과 볕에 탄 얼굴을 보면, 군인인 거 같은데 ···.


한현신은 당장 확인하고 싶었지만, 바로 패치 파일을 사용할 수 없었다.


무슨 오류가 있을지 모른다.


포스 채널은 샛별 의료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학 병원과 종합 병원에서도 사용한다.


샛별 의료원 혼자 다른 방식으로 환자 검사 결과를 낼 순 없다.


업그레이드 파일을 임상에서 사용하려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전에,



*



이수빈은 김혁민의 이론이 완전히 틀린 걸 안다.


김혁민이 그럴싸하게 짜 맞췄지만, 슬기찬의 존재감을 앞서지 못했다.


김혁민 이론의 최대 허점은 슬기찬을 그와 비슷한 인간으로 가정했다는 것이었다.


이수빈이 만났던, 슬기찬은 이미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


그녀는 여자의 육감으로 확신했다.


김혁민이 틀리고, 슬기찬이 맞다.



김혁민의 이론에 따르면, 와일드 교수가 메타 연산의 창시자라는 건데,


“와일드 교수가 텍사스를 공격해서 얻는 게 뭐야?”


“와일드가 창시자지만, 주체는 아니야. 혼자 모든 걸 다하진 않았을 거야. 알고리즘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작성해서 운영하는 클럽이 있지.”


이수빈은 ‘헛소리하지 마!’라고 하고 싶었지만, 김혁민의 틀린 이론은 그녀를 이롭게 하고 있었다.


김혁민은 계속 떠벌렸다.


“클럽은 메타 방식이 슈컴에도 통할지 궁금했을 테고, 실전에서 확인해야 했을 거야. 텍사스 내부자 협조가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메타 방식의 첫 타깃은 미국이야 만 해.”


이수빈은,

헛된 이론에 빠져든 김혁민이 가련해 보였다.


슬기찬을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봤다면, 저런 망상은 안 할 텐데.


김혁민과 같은 해커 출신은 직접 만나는 걸, 시간 낭비로 여긴다.


그는 계속 지껄였다.


“1차 피해자 코스프레하면, 다음 과녁을 중국이나 유럽을 택해도 부담이 덜 할 테고 ···.”


김혁민은 미래를 보고 온 사람처럼 확신에 차 있었다.


그렇다고 치고,

이수빈은 대충 맞장구쳤다.


“와일드에 대한 증거는?”


김혁민은 가볍게 웃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투의 빙그레다.


“과거 슬기찬과 주고받은 메일을 보면, 메타 연산 관련 내용이 있어.”


그는 자신의 이론을 절대적으로 확신했다.


그녀는 김혁민이 틀렸음을 알지만,

박태광은 김혁민의 이론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혁민은 스코페우스 칭호를 받은, ‘엿보는 자’였다.


“와일드를 털다가, ‘설리번 프로젝트’를 찾아냈어.”


“그게 뭔데?”


“교육 프로그램이야. 재능 있는 아이에게 IT 기술을 가르치는 거지. 인성 교육도 해주고 ···.”


“그게 뭐?”


“그 대상이 슬기찬이었어.”


김혁민은 드라큘라 심장에 말뚝을 박듯이 말했다.


그의 표정은 ‘이게 바로 증거다!’라고 있었다.


이수빈이 눈을 깜빡거리자, 그게 어딜 봐서 증거야?


김혁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설명을 이었다.


“생각해봐. 슬기찬이 홀로 메타 연산을 창시하고, 메타 알고리즘을 짤 수 있다면, 와일드 교수가 왜 슬기찬을 위한 설리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겠어? 슬기찬이 진짜라면, 설리번 프로젝트 대신, 교수 자리를 제안했겠지!”


그건 네 생각이고, 슬기찬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피라미가 아니야.


뭐 어쨌든 좋았다.


김혁민 이론 덕분에,

비행기 표와 선지급된 휴가비도 받았다. 두둑한 포밍 월렛 보너스도 챙겼고 ···.


“나, 내일 뉴욕으로 가.”


그곳에서 와일드 교수 섭외를 시작한다.


“클럽에 속한 사람이야. 섭외가 쉽지 않을 거야.”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네가 얻는 건 뭐야? 왜 이렇게 집요하게 파고들어? 네가 말한 조직이 미 정부 소유 컴퓨터를 공격할 정도면 위험한 집단인 거 같은데, 이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뭐야?”


김혁민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수빈은 그의 눈에서 일렁이는 광채를 봤다.


어둠을 밝히는 자. 루시퍼.



*



독특한 일감이 들어왔다.


패치 파일을 검사해달라는 건데.


전에 만든 패치 오류 때문인 줄 알았는데.


‘직접 만들었다고?’


최선영은 짜증이 났다.


내가 만들지도 않은 패치 프로그램 디버깅?


디버깅도 제대로 못 하면, 패치를 만들지 말았어야지!


디버깅이 인공지능으로 넘어간 지가 언젠데? 그딴 걸, 나에게 부탁해?


그녀는 슬며시 인공지능 앱을 열었다.


인공지능이 수행한 디버깅을 잘 포장해서, 요금 청구하고 끝낼 생각이었다.


패치가 적용된 ‘메인 프로그램’은 그녀가 포스 채널에 납품한 작품이었다.


패치가 필요하면 나에게 의뢰하면 될 일을,

지들끼리 해놓고, 디버깅을 요구한다고?


짜증이었다.


그녀는 비용을 비싸게 청구하는 거로 유명했지만,


그녀가 취득한 알고리즘 특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 작품을 가져다 써야 했다.


디버깅을 돌려놓고, 과자 봉투를 뜯었다.


그녀가 밥벌이로 삼은, 프로그램 용역은 깔끔하게 끝나는 법이 없다.


프로그램이 제대로 굴러가도, 현장에서 이런저런 요구가 많다.


그래픽 색깔부터, 결괏값 출력 양식까지, 그때마다 패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프로그램 크기가 두 배는 더 커졌을 것이다.


현장 요구를 다 들어주면, 워드와 스프레이 시트 프로그램을 통째로 만들게 된다.


가벼운 요구일지라도,


몇 줄 안 되는 프로그래밍일지라도,


명령어 충돌로 프로그램 전체가 얼어붙는 경우도 흔하다.


글자체 하나 바뀌는 것도 쉽지 않다.


패치 제작은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일이다.


그래서 심각한 오류가 없으면, 패치 파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고, 그래도 요구하면, 패치를 만들되, ‘징벌적 비용’을 청구했다.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었다.


인공지능 디버깅 결과가 나왔다.


무한 순환 오류가 발견되었다.


‘돈 벌기 쉽네.’


이제 전체 프로그램 돌려서, 무한 루프 러닝 샘플을 녹화해서 보내면 끝날 일이다.


프로그램이 얼어붙지 않고, 자연스럽게 돌아가서, 정상적으로 종료했다.


“뭐지?”


분명 인공지능이 무한 루프 에러 구문을 찾아냈는데,


프로그램이 왜 작동하지?

그녀는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까지 돌렸다.


바이러스는 없다.


더미 데이터를 넣어보니,


별 차이가 없다.


‘도대체 뭘 바꿨다는 거지?’


어쨌든 좋다. 이상 없는 걸 확인했으니, 이걸로 일은 끝났다.


인공지능이 틀릴 때도 있구나.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두 눈으로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가는 걸 확인한 이상,


‘디버깅 결과 오류가 없었음.’이라 짧게 쓰고 한 달 생활비만큼의 비용을 청구하면서, 신바람을 낼 때,


‘최종 탐지 결과’라는 항목이 출력되었다.


포스 채널에 이런 기능이 있었나?


그녀는 비딱했던 자세를 바로 했다.


처음보다 정밀하고 선명한 그래픽이 출력되면서,

- 오차항 확률분포 정규분포 일치.


- 데이터는 사람이 아닌, 실험용 모형으로 추정됩니다.


놀랍도록 정확한 분석을 내놓았다.


‘프로그램이 더미 데이터를 구분한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개인용 컴퓨터를 켜고 탐색기를 열고, 실제 환자 데이터를 내려받았다.


그녀의 데이터였다. 공짜라고 해서, 검사받은 건데,


이렇게 재활용될 줄은 몰랐다.


샛별침은 치료와 검사를 동시에 진행한다.


침을 놓아, 침구 치료의 효과를 얻고, 샛별침에 장착된 바이오 센서 정보를 받아, 환자의 상태를 분석한다.


패치된 프로그램은 예전과 같은 그래픽과 결과를 토한 후, 최종 탐지 결과에 도달했다.


어깨 통증을 겪고 있는, 여성으로 불면증과 왼쪽 턱관절의 통증이 있음. 검사 당시 월경 3일 차로 판단됨.


78%의 확률로 5번 허리뼈의 초기 연골판 탈출 ···.


···. 뇌 신경 계통의 유의할만한 징후는 감지되지 않지만, 추출 데이터가 옥침혈, 풍부혈, 완골혈 아문혈 견정혈 신주혈에 기반하므로, 추가 검사를 진행 후 판단하는 게 좋음.


다음은 도표는 최종 판단에 사용된 확률값입니다.


옥침혈 추정 89%, 풍부혈 추정 81% ···.


‘이게 된다고?’


소름 돋을 정도였다.


추가된 ‘최종 탐지 결과’는 더 세련된 그래픽과 깔끔해진 포맷을 갖췄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들었지? 새로 나온 초거대 인공지능인가?’


그럴 리 없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너무 거대해서, 개인용 컴퓨터로 돌릴 수 없다.


지금 돌리는 프로그램은 온 칩에서 작동했다.


외부 서버를 거친 인공지능이 끼어들 공간이 없었다.


그녀는 패치 파일 코딩을 살폈다.


그녀도 알고 있는 명령문으로 만든 건데,


단어 하나하나는 읽어냈지만, 그 단어가 만들어낸 사이클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 우로보로스처럼 무한 루프 오류처럼 보이는데.


‘이게 왜 작동되지?’


갑자기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업체에 연락하기 전에, 특허청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건 엄청난 돈이 된다.


특허는 먼저 등록하는 사람이 임자다.


그녀의 돈벌이 원천인, 그녀의 알고리즘도 이런 식으로 가로챘다.


그녀가 취득했던 알고리즘은,


전기 저항값에서 파동을 계산해서, 범위에 따라 혈과 기맥으로 분류해주는 간단한 내용이었고, 이 알고리즘을 만든 그녀 친구는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다.


최선영은 재빨리 특허를 빼앗았다.


덕분에 한의학 진단 기기 프로그램 제작 용역을 쉽게 받을 수 있었다.


누구보다 알고리즘 특허의 힘을 잘 아는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복사 붙여넣기로, 특허 청원 내용을 채우자, 마지막으로 알고리즘 이름을 정해야 했다.


그녀는 고민 끝에 ···. ‘돈벼락 AL 125’이라고 적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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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피가 뜨거워진다 +15 23.12.13 2,077 85 12쪽
28 #28 인간의 스펙트럼은 넓다 +10 23.12.13 2,065 79 15쪽
27 #27 폐기 김밥 특유의 감칠맛 +8 23.12.12 2,083 82 14쪽
26 #26 나는 마법이다 +3 23.12.12 2,215 82 16쪽
25 #25 나에겐 아버지가 있다 +6 23.12.12 2,174 85 13쪽
24 #24 돈으로 혼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10 23.12.11 2,193 86 13쪽
23 #23 내가 아는 세상은 사라진다 +6 23.12.11 2,231 85 15쪽
22 #22 나는 너를 버리지 않아 +14 23.12.11 2,336 81 14쪽
21 #21 놀부의 날 +4 23.12.10 2,365 77 13쪽
» #20 엿보는 자, 스코페우스 +11 23.12.10 2,502 83 11쪽
19 #19 아누비아 매듭 +9 23.12.10 2,551 94 11쪽
18 #18 이런 게 세월이구나! +15 23.12.09 2,577 110 13쪽
17 #17 윤아 사용 설명서 +4 23.12.09 2,628 91 13쪽
16 #16 텍사스 메시아 +11 23.12.09 2,689 106 14쪽
15 #15 펜로즈 타일 +8 23.12.08 2,733 99 12쪽
14 #14 권능을 얻는다 +8 23.12.07 2,765 108 15쪽
13 #13 성난 황소 +5 23.12.07 2,689 92 11쪽
12 #12 두더지 모드 +4 23.12.07 2,747 98 12쪽
11 #11 멸주와 위령제 +10 23.12.06 2,903 93 12쪽
10 #10 양자 신경망 지능 +16 23.12.06 3,076 107 13쪽
9 #9 극저온의 차가운 목소리 +6 23.12.06 3,138 101 13쪽
8 #8 초권능 인생 (超權能 人生) +16 23.12.05 3,373 110 12쪽
7 #7 뉴포밍 +6 23.12.05 3,482 10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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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최초의 의혹 제기 +12 23.12.04 3,879 1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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